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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9

       *** ***

         

       “음.”

         

       눈을 뜨자마자 느꼈다.

         

       오늘의 컨디션은 최상이라고.

         

       아 역시 사람은 푹 쉬어야 한다니까.

         

       오늘은 단련도 포기하고 새벽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한뒤 가볍게 소면으로 배를 채우고 천마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익숙해진 천마전의 호위무사들의 검문을 마치고 높디높은 천마전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밟으며 지난 마교에서 지냈던 9개월을 떠올렸다.

         

       세 달간은 비고에서 무공서를 찾고 위서련과 비무에 집중했지.

         

       이제 슬슬 마교 생활에 적응할 법 하니까 위지천의 호출이 이어졌고 그 뒤로 뇌정을 취하기 위한 새로운 일정이 추가되었다.

         

       주 단위로 이루어지는 위서련과의 비무. 그런 비무를 위해 평상시에도 꾸준히 단련을 해야만 했고 밤에는 또 지하도박장에 출근도장을 찍어야 했다.

         

       오늘이야말로 그 일정의 마침표를 찍는 날.

         

       나는 계단 하나하나를 밟으면서 하루하루를 되새기고.

         

       버렸다.

         

       승부에 필요 없는 상념은 모두 버린다.

         

       나와의 승부에서 이기면 위지천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쩌면 파안대소를 터트리며 기뻐할지 모른다.

         

       아마 그 순간만큼은 위지천을 휘감고 있는 불길함도 조금은 옅어지겠지.

         

       그런 감상을 버린다.

         

       하루하루를 되새기고 있다보니 위서련의 얼굴도 떠올랐다.

         

       그저 메마르고 거칠기만 하던 위서련의 표정은 많이 좋아졌다.

         

       뭐, 당장이라도 눈을 후벼파 버릴 것 같은 사나운 까마귀에서 반짝거리는 것이 넘치는 둥지에서 배불러 꾸벅꾸벅 조는 까마귀가 된 것 같은 느낌이지만.

         

       위서련은 알게 모르게 이 승부가 끝나가는 것 자체에 아쉬움을 표현하곤 했다.

         

       뇌정을 얻건 얻지 못하던 나는 다시 한번 정철과의 악연으로 엮이게 된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위서련의 입장에서는 내가 패배해 뇌정을 손에 넣지 못하는 쪽을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철이 지금 내 상황을 알게 되면 일단 위서련의 손님의 입장을 사용해 보호받는 편이 유리할 테니까.

         

       그렇게 된다면 위서련의 입장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을 좀 더 유지할 수 있겠지.

         

       시작은 좀 좋지 않았지만 솔직히 지금의 위서련에게는 감사하고 있었다.

         

       무공도, 도박적인 면도 물심양면으로 나를 지원해 주었으니까.

         

       위서련에게는 알게 모르게 많은 배려를 받았다.

         

       나는 그 사실 역시 머리에서 지웠다.

         

       이제는 위서련과 거의 친구처럼 투닥거리고 있는 흑묘의 모습도 머리에 떠올랐다.

         

       흑묘.

         

       흑묘의 무공진도는 아직 지지부진하다. 사실 뭐 정말로 10개의 무공을 다 모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긴 해.

         

       애초에 열 개의 무공을 적절한 형태로 조합해 내는 것은 하루 이틀만에 될 일이 아니라고 여기기도 했고 말이다.

         

       흑묘 본인은 알고 있을까.

         

       흑묘는 마교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이곳이 마교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흑묘는 과연 면사를 벗고 바깥을 돌아다니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을까.

         

       흑묘는 내가 지하도박장에서 딴 무편을 건네주었음에도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나름대로 마교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아니 반증이니 뭐니 할 것 없이 혼자서 저렇게 왕성하게 돌아다니는 흑묘를 본 적은 없었다.

         

       나와 대화할 때 위서련을 운운하며 험담을 할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매일 도박으로 어울려 주는 모습을 보니 내심으로는 위서련을 받아들인 듯 하다.

         

       괜히 접대 도박을 하는 건 아니겠지만.

         

       흑묘는 본인이 싫어하는 것을 마냥 당해주는 성격은 아니었으니까.

         

       이 마교는 흑묘가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일지 모른다.

         

       그런 생각마저도 머리에서 지웠다.

         

       전입, 오경, 삭휘, 천중, 강소, 공복.

         

       다섯 달동안 어울렸던 지하도박장의 도박사들의 얼굴을 머리에서 지우고 그들의 손만을 남겼다.

         

       뚜벅.

         

       마지막 계단을 디뎠을 때, 내 머릿속에는 승부에 관한 내용 외에는 어떤 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정리’를 한 것은 나만이 아니었던 모양일까.

         

       천마전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천마를 보필하기 위한 시비들. 그리고 요새 들어 희미하게나마 기척이 느껴지던 수신호위들까지 모두 자리를 비운 모양이다.

         

       복도를 지나 천마전의 문을 열었다.

         

       천마전에는 이미 도박판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는 천마의 모습이 보였다.

         

       “왔는가.”

         

       “밤사이 강녕하셨습니까.”

       

       나는 천마의 맞은편에 앉았다.

         

       가전이 든 함. 그리고 주사위. 잔. 골패.

         

       필요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 승부로군.”

         

       “예.”

         

       천마와 나는 잠시 마주보았다.

         

       마지막 날이니만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둘은 말없이 바로 도박을 시작했다.

         

       이날의 승부. 지금 이 순간의 도박을 위해 스스로를 날카롭게 벼리며 몸과 정신을 만전의 상태로 만든 것은 나나 위지천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최선의 상태에서 최고의 승부를 겨루고 싶다.

         

       우리 둘은 그런 마음을 공유하며 곧바로 승부에 돌입했다.

         

       “오늘의 승부는 세 종목으로 겨룰 것일세. 야바위, 주사위, 그리고 골패.”

         

       “예.”

         

       “인당 300개, 총 600개의 가전으로 승패를 겨룰 것이며, 자신이 원하는 종목에 원하는 만큼의 가전을 걸게. 예를 들어 자네가 야바위에 50개를 걸고 내가 100개를 걸었다면, 어느 한쪽의 가전이 먼저 바닥날 때까지 야바위 승부를 펼치다가 다음 종목으로 넘어가는 것이지. 종목은 바뀌지만 판돈은 누적되네. 자네가 이겼다면 전 종목에 자네가 딴 돈과 자네의 판돈은 그대로 다음 판에 더해진다는 것일세.”

       

       “이해했습니다.”

         

       천마는 주사위, 잔, 그리고 골패를 늘어놓았다.

         

       나는 주사위, 야바위, 그리고 골패에 각기 100개씩의 가전을 분배했다.

         

       그에 반면 천마는 주사위에 125개, 야바위에 125개, 그리고 골패에 50개를 분배했다.

         

       나는 위지천의 분배를 보며 합리적인 판단이라 생각했다. 

         

       골패 도박은 모든 도박 중에서 가장 심후한 내공이 필요한 도박이다. 한번의 실수와 선택이 패에 계속해서 영향을 끼치니 흐름이 넘어가면 속절없이 말리기 십상이며 그 흐름을 뒤집는 것 역시 어렵다.

         

       하급자에게는 골패란 가장 많은 요행이 따르는 도박이지만 상급자에게는 실력 그 자체인 도박.

       

       위지천의 설정한 규칙은 승산이 희박한 곳에 많은 판돈을 걸어놓으면 걸어놓을수록 그 다음 도박 종목을 할 때 그만큼 부담감이 가중된다. 

       

       가령 내가 위지천에게 골패판을 승리했다고 가정해보자. 

       

       위지천이 나와 같이 정직하게 모든 판에 백 개를 걸고 골패판에서 패배했다면?

       

       다음 판에 걸어 놓았던 기본 가전 백 개. 이전 판에서 보존했던 판돈 100개. 그리고 위지천에게서 딴 가전 100개. 

       

       내 판돈은 총 300개가 되니 다음 판은 100대 300의 승부가 된다. 

       

       그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 위지천은 승산이 낮은 골패판에 50개의 가전을 걸었다.

       

       골패판에 50개를 걸었으니 패배하더라도 다음 승부는 250개 대 125개가 된다. 패배를 한 이상 불리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1대 3의 비율보다는 1대 2의 비율이 승산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 

       

       만약 천마님께서 종목을 선택할 권한을 얻는다면 골패판부터 시작하시겠군.

       

       그 편이 가장 자신없는 종목인 골패를 회피할 가장 좋은 선택지일 테니까.

          

       “주사위를 굴려 선공과 종목을 택하지.”

       

       나와 위지천은  각기 세 개의 주사위를 굴렸고 그 합이 높은 쪽은 위지천이었다. 

       

       그리고 위지천은 내 예상과 같은 선택을 했다. 

       

       “골패부터 시작하겠다.”

         

       위지천이 패를 섞기 시작했다. 사실 골패는 후공이 유리하지만 6개월간 우리들 사이에서 위지천이 선공을 취하는 것이 어떤 암묵적인 규칙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서로의 운을 겨루는 승부가 두 번 지나갔다.

         

       공개된 패는 8장. 이 정도라면 진짜 승부를 시작하기에 충분한 장수다.

         

       바로 위지천은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무공도박술.

         

       탁. 탁. 타탁. 탁. 타닥.

         

       불규칙한 박자로 패를 섞은 위지천의 손놀림은 현란하다. 아니 현란다기보다는 혼란하다.

         

       손놀림과 따로 노는 기의 운용.

         

       그것만으로도 위지천이 펼치는 무공도박술을 꿰어 보기가 힘들어진다.

         

       무공도박술을 펼칠 수 있다.

         

       이 사실만으로도 상대방의 기술을 간파하기는 매우 어려워진다.

         

       기의 운용이라는 변수에 더해 기가 운용되는 순간만 가능한 변수들이 더해지니 그 변화가 일반적인 도박과 비할 바 없이 풍성하다.

         

       일반 기술을 펼치는 척하며 몰래 무공도박술을 펼쳐 이중의 속임수를 펼칠 수도 있고 무공도박술을 펼치는 척 기를 끌어올리며 실상은 아무런 기술을 펼치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악질적인 것은 무공도박술을 펼치는 이의 경지가 높으면 높을수록 기의 운용을 눈치채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자신의 감각을 온전히 믿을 수 없으니 계속해서 정신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위지천은 거침없이 기술을 계속해서 사용했다.

         

       사실 내 예상과는 조금 다른 상황이었다.

         

       위지천이 골패에 건 가전은 50개. 그만큼 패색이 짙어지면 손쉽게 포기하고 넘어갈 수 있도록 판을 짰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위지천은 시작부터 상당한 맹공을 퍼붓고 있었다.

         

       “가전을 3개 걸겠다.”

         

       “받겠습니다.”

         

       내 첫패는 7.

         

       배수로 이어지는 족보가 주인 골패에서 별로 좋지 않은 패였다. 7의 짝이 될 수 있는 것은 7의 배수뿐이었으니까.

         

       그래도 받았다.

         

       최대한 많은 패를 봐야 다음 번 내 공격 때 수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내 후패는 9. 그리고 위지천의 선패가 6 그리고 후패는 31이었다.

         

       내 첫패는 이미 밝혀진 숫자였으니 지금까지 나온 숫자는 총 11개. 기술을 펼치기에 충분한 숫자가 밝혀졌지만 패의 배치가 영 좋지 않았다.

         

       전판까지 밝혀진 8개의 패 중에서 여섯 개가 뭉쳐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위지천의 수비인 셈이었다.

         

       골패에서 한번에 패를 빼돌릴 수 있는 한계는 한 장이었다. 그 이유 역시 간단했는데 골패는 현대의 카드와 다르게 제법 두껍기 때문이다. 도박판에서 사용되는 골패는 얇게 제작되지만 그래도 화투패 한 장보다 몇 배는 두터우니까.

         

       자유자재로 골패의 순번을 조작할 수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 두터운 골패를 한번에 두장, 세 장을 옮겨버리면 대번에 티가 나니까.

         

       기술을 펼쳐 패를 섞고 각기 선패를 가져갔다.

         

       내가 위지천에게 속지 않았다면 위지천의 선패에 든 것은 11. 그리고 후패에는 26이 들어가겠지.

         

       그리고 내 후패는 30으로 확정.

         

       나는 아직 까 보지 않은 선패를 들어 손으로 옮겼다.

         

       지금 내가 잡은 선패는 아직 판에서 한번도 공개되지 않은 골패였다. 

         

       내가 배팅을 잡을 수 있기에 펼칠 수 있는 수. 조합이 영 좋지 않은 숫자가 나오면 죽어버리면 그만이고 괜찮다 싶으면 승부를 볼 수 있었으니까.

         

       내가 쥔 숫자는 21.

         

       충분히 승부를 볼 만한 숫자였다.

         

       “두 개를 걸겠습니다.”

         

       “두개 받고 한 개 더.”

         

       “받습니다.”

         

       위지천이 먼저 패를 공개했다. 숫자는 11과 26. 딱 예상했던 숫자 그대로였다.

         

       이번 한 판은 가지고 왔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후패를 확인했다.

         

       ….십오.

         

       30이라고 예상했던 후패는 15였다.

         

       패를 공개하자 일말의 망설임없이 가전을 쓸어가는 위지천. 그런 위지천의 담담한 태도를 보면서 내가 오판했음을 깨달았다.

         

       골패에 쓸 판돈을 50개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위지천은 스스로의 불리함을 시인하고 골패판을 짧게 끝내려는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그 편이 상식적인 판단이니까.

         

       그러나 실상은 정 반대였다.

         

       천마는 승부를 피하기 위해 가전을 50개로 설정한 것이 아니었다.

         

       가전을 50개만 설정한 것은 그 가전만으로 골패판에서 날 잡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탁. 탁. 타탁. 탁. 타탁.

         

       언제나와 같은 무심한 표정으로 아까와 같은 박자로 패를 섞은 천마 위지천.

         

       그런 위지천의 손놀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번 승부.

         

       크게 한방 먹고 시작했다고.

         

       *** ***

       

       골패.

         

       고수들간의 골패판은 패의 구성을 얼마만큼 파악하고 있느냐가 관건.

         

       그런 의미로 위지천은 호천안을 상대로 계속해서 우위를 가져가고 있었다.

         

       위지천은 침착함을 연기하고 있는 호천안의 속내가 훤히 보였다.

       

       ‘당황스럽겠지.’

         

       위지천은 호천안의 도박 실력과 자신의 도박 실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해 보았다. 아무리 위지천이 천마고, 재능이 있다 한들 6개월간의 노력만으로 호천안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위지천은 호천안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분석당했기 때문이었다.

         

       위지천은 지난 6개월간의 승부를 떠올렸다.

         

       계속해서 자신의 도박을 보여주어야 했던 호천안. 그리고 자신의 성장을 마음껏 감출 수 있었던 위지천.

         

       호천안의 수법이 노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타다다닥.

         

       호천안의 현란한 손놀림을 눈으로 쫓는 위지천. 위지천조차 자신이 제대로 손을 쫓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현란한 손놀림과 수많은 기술이 패를 스쳐 지나갔다.

         

       ‘그대도 도박판에서 잔뼈가 굵은 자. 수를 파악당한 적은 수도 없이 많겠지.’

         

       탁.

         

       호천안의 패 섞기가 끝나고 위지천은 선패를 집어들었다.

         

       12.

         

       숫자는 조금 낮은 편이지만 많은 족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

         

       “두 개를 걸겠습니다.”

         

       위지천은 12라는 패를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역시 예상대로라고.

         

       “두 개 받고 두 개 더.”

         

       “받고 두 개 더 하겠습니다.”

         

       “받고 하나 더.”

         

       위지천은 후패를 집어드는 호천안을 보며 생각했다.

         

       ‘그대는 분명 뛰어난 도박사다. 분명 천하제일을 자처하기에 충분한 실력을 지니고 있지.’

         

       이 마교에서 난다긴다 하는 도박사들을 모두 초빙하여 그 기술과 실력을 보았지만 호천안과 비견될만한 이는 없었다.

         

       호천안은 분명 천하제일을 논할 만한 도박 실력을 가진 자였다.

         

       “받고 두 개 더.”

         

       그러나.

         

       ‘그대는 정상에 서본 적이 없어.’

         

       천하제일급의 실력을 지닌 것과 천하제일이라는 명성이 주는 무게를 견디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군림하는 자는 목표가 된다.

         

       그 사람 자체를 뛰어넘기 위한 불특정 다수의 목표가 된다.

         

       스스로 자신을 드러낸 채 정상에서 자신을 노리고 몰려드는 자들을 물리치는 것.

         

       그게 바로 천하제일이라 불리기 위해 겪여야 할 시련이요, 군림자가 짊어져야 할 무게였다.

         

       ‘그대는 내 앞에서 6개월간 천하제일을 자처했지.’

         

       그렇기에 위지천은 6개월간 호천안을 목표로 삼아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한 순배에서 보여준 기술, 한 판에서 보여준 판단을 본 것이 아니었다.

         

       호천안이라는 사람 자체를 보았다.

         

       “받고 두 개 더.”

         

       이 판은 변수 덩어리였다.

         

       위지천이 더 많은 골패의 숫자와 위치를 알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으나 아직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 것은 아니었다.

         

       거기에 방금 혼신의 힘을 다 해 펼쳐낸 호천안의 기술은 범상치 않았으니 알고 있는 패의 구성과 다를 가능성이 높았다.

         

       속았을 법한 기술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경우의 수를 전개해 보아도 어느 한쪽의 승산이 높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이 판에 많은 판돈을 거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렇기에 위지천은 이 승부에 응했다.

         

       ‘그대는 이런 백척간두의 승부를 즐기는 경향이 있더군.’

         

       위지천이 본 호천안은 늘 그래왔다.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그대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영역까지 끌고 들어간다.

         

       지금도 그러했다.

         

       “받고 네 개 더.”

         

       호천안은 거침없이 판돈을 열 다섯 개까지 올려버렸다.

         

       큰 것이 걸린 백척간두의 판.

         

       마치 그곳이 자신의 영역이라도 된다는 양 거침없이 위지천을 몰아붙인다.

         

       그리고 위지천은 등을 떠미는 호천안보다 한 걸음 더 극단으로 나아간다.

         

       “받고 다섯 개 더.”

         

       망설임없이 돈을 걸던 호천안의 입이 드디어 멈칫했다. 위지천은 그런 호천안을 보며 생각했다.

         

       ‘칼날 위를 걷는 것이 익숙한 것은 그대뿐만이 아니지.’

         

       어디 백척간두가 호천안만의 영역이란 말인가.

         

       마교의 정점.

         

       천마가 되기까지 위지천은 그야말로 도산검림의 숲에서 칼날을 밟으며 살아왔다.

         

       범인이라면 평생 발 한번 디뎌볼 일이 없는 영역이 친숙한 것은 위지천도 마찬가지였다.

         

       “…좋습니다.”

       

       

       호천안과 위지천은 각자의 후패를 집고 패를 공개했다.

         

       호천안의 패. 7과 2. 총 9점.

         

       위지천의 패. 5와 6. 총 11점.

         

       만약 이 자리에 두 사람의 수 교환을 파악할 수 있는 자가 있었다면 그 누구라도 경탄성을 금치 못할 상황이었다.

         

       7이나 5나 골패에서 거의 최하패에 속하는 패들이었고 그런 패를 집은 상황에서 후패로 낮은 숫자가 들어올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두 패의 조합이 골패의 중간점이라 할 수 있는 16 하나만도 못한 낮은 조합.

         

       이런 낮은 패로 이런 큰 판을 벌일 수 있는가에 대해 놀라며 두 사람의 배포에 혀를 내둘렀을 일.

         

       그러나 이곳에는 관객이 없었기에 그런 경탄성 대신 천마전을 채우는 것은 묵직한 침묵이었다.

         

       촤르르륵.

         

       오직 위지천이 가전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는 소음만이 그 적막을 깰 뿐.

         

       위지천은 여유로운 손길로 가전을 정리하며 생각했다.

         

       ‘자, 이제 그대는 어떻게 나올 것인가.’

         

       골패 뭉치에 대한 정보는 위지천이 앞서고 있었다. 그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백척간두의 줄타기를 시도한 호천안이었지만 그것도 실패했다.

         

       그렇다면 이제 호천안은 무슨 수를 둘 것인가.

         

       호천안의 다음 수는 간단했다.

         

       “다 걸겠습니다.”

         

       61개의 가전을 모두 밀어넣는 호천안.

         

       전입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올-인

    안녕하세요. Ilham Senjaya님. 잠시 휴재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꾸우벅.

    4/7일 규칙에 관한 오해가 없도록 상세 설명을 추가했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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