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359

       백아라가 움직이고 있음을 백호가 알아차린 것은 그녀가 자신의 움직임을 감출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늘 위에서 어지간한 전투기보다도 빠르게 움직이는 인간이 자기 스마트폰도 내려놓고 오지 않다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백아라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던 그는 즉시 그녀가 움직이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눈치 챘고 즉시 사장에게 보고를 하러 갔다.

       

       ‘백아라. 그녀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릅니다.’

       

       과거 그들의 잘못으로 인해 무림에 떨어진 백아라를 데리러 갔었던 백호지만 그녀가 얼마나 강한지를 정확히 알진 못했다.

       

       백호와 백아라 사이에 존재하는 격의 차이는 그를 짐작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다만 확실한 것은 그녀가 저희들의 말을 순순히 들어주지 않을 거란 사실입니다.’

       

       그녀는 오랜 기간 무림에 머물렀다. 현대에 살던 기간보다도 훨씬 더 긴 시간을 말이다.

       

       기나긴 세월을 거친 까닭에 그녀라는 사람은 이미 현대인보다는 무림인이라 부르는 게 옳을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었다.

       

       당장 백호만 해도 그 사고방식에 호되게 당하지 않았던가.

       

       나보다 약한 자는 나에게 명령을 내릴 자격이 없다며. 나를 데려가고 싶다면 자신을 쓰러트려보라고.

       

       그 말을 들은 백호는 그리 하겠다며 기세등등하게 앞으로 나섰고 자신의 주제를 주입받고 말았다.

       

       이번이라 하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태까지 자신의 집 인근에서 벗어나지 않던 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힘을 드러냈다는 것은 마음속으로 무언가 결심을 했다는 것.

       

       백아라가 백호의 말을 듣고서 순순히 물러나 줄 리가 없다. 분명 강자존의 규율을 따르라면서 그 주먹을 뻗겠지.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최근에도 애완동물 취급을 당하던 순간을 떠올리면 치욕에 몸부림치는 백호다.

       

       마음 같아서는 홀로 복수를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본사에 당도할 폭력을 막기 위해서.

       

       ‘화령인가.’

       

       백호는 고개를 숙이면서도 큰 지원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얼마 전 백화령이 벌인 일 때문에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회사다. 이런 돌발적인 사태에 내어줄 인력이 많으리라 기대하긴 어려웠던 것이다.

       

       ‘데려갈 수 있는 만큼 데려가 봐. 누가 시켰냐고 물어보면 사장님이 미쳤다고 그러고.’

       

       허나 사장은 백호의 기대를 충족시키다 못해 박살내어버렸다.

       

       며칠 동안 미친 듯이 갈리다 보니 정신이 나가버리신 거 아닐까 싶은 이야기에 깜짝 놀란 백호가 진심이냐 되물었지만 그의 이야기는 똑같았다.

       

       ‘정 부담스러우면 그냥 너 혼자 가든가.’

       ‘아뇨! 아닙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장 직권을 통해 직원들을 끌어 모았다.

       

       며칠 동안 조금도 쉬지 못한 채 일을 하고 있던 직원들은 백호가 호들갑을 떤다면서 짜증을 냈지만 사장 직권이라는 단어 앞에선 무력했다.

       

       어쩌겠는가. 위쪽에서 까라면 까야지.

       

       그렇게 당장 움직일 수 있는 여러 직원들을 자신의 수중에 끌어 모은 백호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이만한 전력이라면 어지간한 세계를 상대로도 싸울 수 있는 수준이다.

       

       그녀는 도저히 인간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지만 거기에도 한계가 있을 터.

       

       이번에도 백아라가 강자존의 규율을 이야기한다면 지난 번의 치욕을 되갚아 주겠다고 백호는 마음먹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못했다.

       

       “으아아! 저 년 뭐 저리 강한 거야!”

       “완전히 읽히고 있군요. 저희보다 몇 수가 위인 것일까요.”

       “하이고. 어째 먹히는 게 없냐.”

       “우리가 잡몹 입장이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백호가 데리고 온 회사의 직원들은 화령 한 명을 상대로 그 어떤 일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백호는 긴 시간이 지나 백아라를 마주했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오랜만에 백아라를 본 순간 백호가 처음으로 생각한 것은 그녀에게서 그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전에 보았을 때는 말하지 않아도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이라는 것이 존재했거늘 지금은 아니었다.

       

       그녀의 주변은 너무도 고요하여 백아라라는 사람을 일반인처럼 보이게 했지.

       

       그 순간부터 백호는 무엇인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늘을 전투기보다 빠르게 밟을 수 있는 사람에게 정말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을까?

       

       그럴 리가.

       

       상대가 평범한 일반인이라면 하늘을 나는 것조차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그녀에게서 어떤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가.

       

       백호는 그 답을 알고 있었다.

       

       격이 다를 때에.

       

       상대와 자신이 지닌 격의 차이가 너무도 심대하여 감히 저를 올려다보는 것조차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을 때에.

       

       부처의 손 위에 오른 원숭이가 되었을 때에.

       

       이런 일이 생겨난다.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냐? 안 그래도 강하던 녀석이 거기에서 더 강해졌단 것이냐? 그 짧은 시간에?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이 가능할 리 없지 않은가.

       

       백호는 눈앞에 보이는 것을 부정했지만 현실은 바뀌지 아니했다.

       

       재앙은 자신의 고요함으로 주변에 있는 이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백화령의 기백에 의해 첫 희생자가 생긴 후 그 뒤를 이은 것은 무투가였다.

       

       무인의 자존심이 있는데 어찌 협공을 하겠느냐며 홀로 백아라에게 달려들었던 그는 한 합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잃어버렸다.

       

       백호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으로 따라잡지도 못했다.

       

       분명 권을 내지른 것은 무투가였을 터인데 정신을 잃은 것도 무투가였던 것이다.

       

       그 후로 몇 명의 사람이 백아라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그들은 백아라에게 상처 하나 내지 못한 채 정신을 잃고 짐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백아라는 그저 자기 자리에 서서 저들의 돌격을 받아냈을 뿐이다.

       

       무공을 펼친 것도 아니고. 특별한 무언가를 쓴 것도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열에 가까운 무인이 바닥에 널부러지다니.

       

       “근접전은 불가능하겠군요.”

       

       검을 든 노인이 내뱉은 말에 남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가 무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가가는 것은 좋은 수가 아니었다.

       

       그리 판단을 내린 회사의 사람들은 즉시 근접전을 포기하고서 화력전으로 돌아섰다.

       

       백아라의 접근만을 막고서 멀리서 포격을 쏟아 붓는 것으로 백아라를 쓰러트리겠노라고 말이다.

       

       신선. 대마법사. 신령. 영물. 반신.

       

       포격을 준비하는 이들 중엔 어느 하나 이름이 가벼운 이가 없었으니. 그들이 쏘아내는 기적은 경외라 불러 마땅했다.

       

       허나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 하나 있었다.

       

       아무리 막강한 힘이 쏘아질 준비를 마쳤다 하더라도 그것이 표적에 도달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것.

       

       허공에 서서 포격이 준비되는 것을 구경하던 백아라는 사방에서 온갖 기적이 쏘아지는 것을 보고는 눈썹을 살짝 치켜들었다.

       

       그리고는 그림을 그렸다.

       

       화룡무인의 세상 속 천마신교의 건물에서 배우게 된 도술.

       

       과거에는 그 의미를 모른 채 무작정 따라했으나 지금은 이해를 지니게 된 술.

       

       세상이라는 도화지 위에 천마의 뜻이 새겨지며 주변의 모든 것이 공백으로 물든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회사의 사람들이 준비한 모든 기적이 사라졌음은 물론이요.

       

       이들을 하늘 위에 서게 해주었던 여러 힘마저 자취를 감추었으니.

       

       그 곳에 있던 수십의 인형이 낙하를 시작한다.

       

       “흐아아악?!”

       “어이쿠. 화면 너머로 볼 때는 뭘까 싶었는데 이런 것이었군요.”

       “신기하네. 한 번 분석을 해봐야겠어.”

       “그런 이야기 할 때야?! 떨어지고 있잖아. 미친놈들아!”

       

       중력의 부름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백의 시간이 끝나고 세상이 정상적인 규율을 되찾은 것이다.

       

       간신히 중심을 되찾은 이들이 정신을 잃고 짐덩이가 된 동료를 붙잡고 있을 무렵 그들의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쯤 하면 그대들의 주제를 알았다고 생각한다만. 더 할 테냐?”

       

       양 측의 시선이 지닌 높이가 서로의 관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백아라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전력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어른이 아이를 상대하는 것처럼 회사의 사람들이 부리는 재롱을 받아쳐주고 있었을 뿐.

       

       그럼에도 백호가 이끌고 온 회사의 이들은 백아라에게 자그마한 위협조차 주지 못했다.

       

       “더 하겠다면 조금 거칠게 대해주겠다만.”

       

       그녀의 입에서 새나온 나지막한 경고에 회사직원들이 입술을 깨문다.

       

       모두가 느끼고 있는 것이다.

       

       여지까지 자신들이 살아남은 이유는 상대가 자비를 베풀었기 때문이란 걸.

       

       상대가 진심으로 살의를 품고 움직였더라면 자신들은 이미 오래 전에 바다에 수장 되었을 거란 사실을.

       

       패색이 명백한 이 상황 속에서 억지를 부린다 한들 달라질 것은 없다.

       

       백호가 얌전히 패배를 인정하고자 마음먹은 그 순간.

       

       구름 위에 전화벨 소리가 울려 퍼진다.

       

       스마트폰을 처음 구매했을 때 지정되어 있는 벨소리가.

       

       백아라는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자신의 품 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누구냐. 음? 스피커 모드?”

       

       스마트폰을 귀에다 대고 무어라 이야기를 나누던 그녀는 이내 목을 뒤로 쭉 빼고서 스마트폰의 화면을 살피다 어딘가를 터치했다.

       

       그러자 전화 너머에서 시작된 목소리가 하늘 위에 울려 퍼진다.

       

       “돌아와라. 직접 응대해야하는 분 같으니.”

       

       그 목소리는 사장의 것이었다.

       

       이 곳에 있는 이들에게 사장의 명령은 절대적.

       

       짙은 패색 속에서도 전의를 불태우던 이들이 모든 것을 거둬들인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회사로 오시지요. 무얼 원하시던 이 곳에 와야 처리할 수 있을테니까요.”

       “본인의 인내심에 한계가 있음을 알아두도록.”

       “물론입니다.”

       

       전화가 끊어진 후 그를 품 안에 넣은 백아라는 아래의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곰방대를 꺼냈다.

       

       “그리 되었다는구나.”

       “나도 ㄷ… 저도 들었습니다.”

       

       백호의 입에서 처음으로 새어나온 공손함에 백아라가 눈동자를 살짝 치떴다가 웃음을 지었다.

       

       “이제서야 마음에 드는 태도를 지녔구나. 좋아. 여지까지의 무례함은 반나절의 쓰다듬 형벌로 참아주도록 하겠다.”

       “…예!?”

       

       그 때의 굴욕을 재현하겠다고?!

       

       백아라의 이야기에 백호는 경악했지만 그의 입장에선 방법이 없었다. 상대는 백호 따위가 어찌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 그리고 네 동료 중에서도 보슬보슬복슬복슬한 이가 더 존재하더냐?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면 내 형벌의 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만.”

       

       그 말을 듣자마자 백호의 머릿속에 몇 가지 이름이 떠올랐다.

       

       인간에게 패한 영물이랍시며 자신을 놀리던 놈들이 말이다.

       

       백호는 한 치 망설임 없이 그들을 팔아넘기기로 결정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