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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9

   칠흑 공간.

   여러 가지 것들이 뒤섞여 버린 공간을 크라슈가 질주했다.

     

   칠흑 공간은 흑마녀의 세계의 일부들을 모아 담아 놓은 곳이다.

   그래서인지 크라슈가 본적 없는 세계가 끝도 없이 펼쳐졌다.

     

   그런 크라슈의 뒤를 흑마녀의 새까만 문어 다리가 쫓고 있었다.

   게다가 문어 다리는 그냥 쫓기만 하는 게 아니다.

     

   쿠웅!

     

   크라슈는 머리 위에서 열린 검은 공간과 함께 쏟아진 문어 다리를 회피했다.

     

   그러자 그를 삼켜내기 위해 회피한 장소에 검은 공간이 또다시 나타난 순간.

   크라슈는 거기에다가 백염이 깃든 우뢰성을 내질렀다.

     

   화르르륵!

     

   순식간에 타들어 간 백염의 화염으로 인해 검은 공간이 급히 닫혔다.

     

   흑마녀에게 다른 세계의 힘은 극독이다.

   그렇기에 세계 그 자체의 힘인 백염은 그녀에게도 큰 피해를 준다.

     

   그러니 검은 공간 내부로 섣불리 백염을 들일 생각 못 하는 거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라슈가 마냥 유리한 건 아니다.

     

   칠흑 공간은 흑마녀의 독자적인 공간이다.

   이를 보여주듯 지금 크라슈의 앞에는 정말 끝도 없는 공격이 쏟아지고 있었다.

     

   흑마녀가 다루는 다섯 마리의 종.

   그들은 흑마녀의 세계에서 데려온 이들이다.

     

   첫 번째 종 크라켄.

     

   크라켄의 다리의 수는 제한이 없다.

   놈은 흑마녀의 공간을 통해 어디에서든 자기 다리를 무한대로 휘두른다.

     

   지금도 크라슈의 앞길을 가장 많이 막고 있는 게 녀석이다.

     

   “커헝!”

     

   그리고 두 번째 종, 바르그.

     

   크라슈의 앞에 생겨난 검은 공간과 함께 놈들의 이빨이 크라슈를 향해 들이밀어졌다.

   크라슈는 엄청난 반사신경으로 모든 머리에 검을 박아 넣었다.

     

   하지만 흑마녀를 통해 불사를 지닌 놈들은 머리가 꿰뚫려도 공간 너머로 사라질 뿐.

   또다시 금세 나타날 것이다.

     

   “♬♪♬~.”

     

   그 순간 크라슈의 귀에 무척이나 구슬픈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이라면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구슬픈 목소리.

     

   그러나 크라슈의 정신을 홀리기에는 그의 몸에 담긴 게 너무 많았다.

   크라슈의 정신은 천살성조차 흔들 수 없을 만큼 단련됐기 때문이다.

     

   ‘세 번째 종, 세이렌.’

     

   크라슈였기에 망정이지.

   보통 이들이라면 이 상황에 잠시 정신을 놓았다가 그 즉시 다른 종들에게 찢겨 버렸을 것이다.

     

   곧이어 크라슈의 눈앞에 검은 낙뢰가 떨어져 왔다.

   크라슈는 자세를 틂과 함께 백염을 피어 즉시 검은 낙뢰에 대응했다.

     

   크라슈에게 쏟아졌던 검은 낙뢰는 그 상태로 몸을 꺾으며 흑마녀의 검은 공간 속으로 사라졌다.

     

   검은 낙뢰의 주인은 네 번째 종, 타라니스.

   번개 그 자체인 이놈은 크라슈도 까다롭기 그지없다.

     

   크라슈 또한 스킬 라이오너를 통해 번개를 다룸에도 번개의 급이 있음을 보여주듯.

   쫓아오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공격하고, 빠져 버리기 때문이다.

     

   덕분에 크라슈는 전투 내내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만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쿵!

     

   ‘온다.’

     

   크라슈는 감을 느낀 즉시 바닥을 박참과 함께 앞을 막으려는 크라켄의 다리를 찢어발겼다.

   그리고 방금 서 있던 자리를 기어코 빠져나온 순간.

     

   콰아아아아앙!

     

   크라슈의 등 뒤에 거대하기 짝이 없는 백색의 뱀이 치솟아 올랐다.

     

   세상을 집어삼키기라도 하려는 듯.

   흑마녀의 칠흑 공간을 꽉 채울 정도로 치솟았던 뱀은 그대로 흑마녀의 검은 공간을 타며 사라졌다.

     

   만약 조금만 늦었다면 저 뱀의 치솟음에 휘말려 크라슈는 저 끝없는 뱃속에 삼켜졌을 것이다.

     

   ‘마지막 종, 요르문간드.’

     

   흑마녀의 세계를 뒤덮었던 터무니 없는 크기의 뱀.

   하지만 저런 뱀조차 존재했던 흑마녀의 세계도 멸망했다.

     

   ‘아니지. 말은 바로 해야지.’

     

   크라슈는 수많은 종의 너머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흑마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새까만 눈은 무척이나 공허하고 텅 비어 있었다.

     

   ‘흑마녀의 세계를 멸망시킨 건.’

     

   지금 저기 있는 흑마녀 본인이다.

     

   본인이 멸망시켜버린 세계.

   그런 세계를 왜 흑마녀가 복구하기 위해 세계 침식의 신을 창조하려 하는가.

     

   크라슈가 이에 관해 알게 된 것은 흑마녀가 죽고 나서의 이야기다.

   왜냐하면 그녀가 그동안 적어 놓은 일지를 크라슈가 그녀의 죽은 딸 옆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흑마녀의 딸, 이자벨리아.’

     

   흑마녀의 세계는 마녀사냥이 자행하던 시대였다.

   실제로 그녀의 세계에서는 몇 번이고, 마녀가 세계의 위협으로 부상한 적이 있었다.

     

   그 세계에서 마녀란 사실상 별개의 종족이다.

   그들은 흑마녀 세계의 타종족보다 긴 수명을 살았고, 보다 여러 가지 지식을 축적했다.

     

   그래서일까.

   어느 일을 계기로 미쳐버려 세상을 증오한 광란의 마녀가 세계에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실수를 저지른 결과.

   세계 전체가 마녀사냥의 의지에 불타올랐다.

     

   이 세상 모든 마녀는 박멸해야 한다.

     

   단 한 명의 마녀가 저지른 일이 모든 마녀에게 책임 전가되었다.

     

   처음에는 마녀들도 그들과 타협해보려 했으나.

   이미 마녀에게 자신의 소중한 가족들을 잃어버린 그들에게 타협은 없었다.

     

   무엇보다 각 국가의 입장에서도 마냥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다.

   마녀를 사냥하기 위한 목적으로 군과 장비를 만들어내며 끊임없이 생산과 소비에 돌입했고, 그 결과 국가 경제가 멈춤 없이 계속해서 상향 곡선을 그렸기 때문이다.

     

   국가들은 오히려 마녀와의 전쟁을 부추겼다.

     

   공통의 적을 만들어낸 결과.

   각 국가 사이에 오래전부터 곪아 있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마녀와 세계의 대결 구도가 완성됐다.

     

   마녀는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세계와 맞서야 했고.

   세계는 마녀라는 공통의 적을 만듦으로써 부응했다.

     

   마녀들은 끊임없이 피폐해져 갔다.

     

   무척이나 긴 시간의 삶과 지식을 쌓았음에도.

   그들은 소수였고, 여러 종족과 전쟁을 오래갈 만큼 버티기는 힘들었다.

     

   마녀 중에서는 예전 광란의 마녀와 같이 미치는 자들이 종종 더러 나타났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세계는 더더욱 마녀의 타도를 부르짖었다.

     

   그런 세계 속에서 흑마녀 또한 살아가고 있었다.

     

   때때로는 마녀라는 신분을 숨겼다가 마녀사냥 교단에게 걸려 곤욕을 치르기도 하고.

   조용히 은거하고 살았다가 우연히 누군가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되어 고발하며 마녀사냥을 하러 온 이들과 싸우기도 하는 등.

     

   그녀 또한 그다지 편치 못한 삶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살아갔다.

     

   아무리 마녀가 핍박받더래도 마녀로 태어난 이상.

   흑마녀는 마녀답게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숨어 지내던 신분이 들키고, 지겨운 마녀사냥 교단과 격전을 치른 이후.

     

   지쳤던 그녀는 자신이 머물던 집에서 하루 정도 쉬었다.

     

   평소라면 바로 지내던 마을을 떠났을 테지만.

   어째선가 그날은 너무 피로하여 그냥 그 마을에서 하루를 더 쉬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흑마녀를 보면 해맑게 웃거나 인사를 해주던 사람들은 그녀의 집을 무척이나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들과 친해져도 마녀라는 것을 안 시점부터.

   사람들은 다들 저렇게 변해버리고는 한다.

     

   처음에는 상처받았을지라도 이제는 익숙한 일.

   흑마녀도 이에 관해 별 감흥이 없어져 버렸다.

     

   그러던 순간 흑마녀는 자신의 마을로 오는 촌장을 발견했다.

     

   자신이 마녀인 것을 알고도 다가올 줄이야.

   의외라는 눈으로 촌장을 보고 있자 흑마녀는 그의 눈에 두려움이 가득함을 깨달았다.

     

   더불어 그의 품에 들려 있는 바구니 안쪽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갓 태어난 아이를 바칠 테니 우리 마을을 제, 제발 사, 살려주게.」

     

   촌장은 흑마녀의 앞에 고개를 조아리고, 흑마녀에게 바구니를 건넸다.

   그것을 본 흑마녀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기분을 느꼈다.

     

   세계 전역에 퍼져 있는 마녀의 이야기.

   그건 바로 마녀는 사람의 아기를 삶아 먹는다는 이야기다.

     

   당연하지만 이는 국가에서 만들어낸 터무니 없는 프로파간다다.

   채식주의자가 더 많은 마녀가 무엇 하러 사람의 아이 같은 걸 잡아 먹는단 말인가.

     

   ‘생각해 보면 미쳐 버린 마녀 중에서는 없지는 않았나.’

     

   하지만 그들은 사람의 아이고 자시고, 닥치는 대로 입안에 뭐든 넣어 버리던 이들이었다.

   말 그대로 미쳐버린 이들이었으니 말이다.

     

   흑마녀는 벌벌 떠는 촌장을 보고, 어딘가 맥 빠진 기분을 느꼈다.

   잠시라도 그에게 기대감을 보였던 자신이 한심하다.

     

   흑마녀는 그가 건넨 바구니를 받았다.

     

   아이의 엄마는 누굴까.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를 바친 시점에서 결국 그녀도 이 아이를 버린 셈이겠지.

     

   아이를 받아든 건 단순한 변덕이었다.

   오랜 기간을 사는 마녀니까 종종 변덕을 부리는 일이야 흔히 있었다.

     

   그렇기에 흑마녀는 아이를 받아 들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마을에 더 있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는 어쩌다가 아이가 생겼다.

   그것도 자신과는 종족도 다른 아이가 말이다.

     

   「아으, 아.」

     

   자기를 보며 손짓하는 아기를 본 흑마녀는 어느 마을에서 또다시 신분을 바꿨다.

     

   「잠깐만 맡고, 고아원에라도 던져 주면 되겠지.」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흑마녀의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가 됐다.

   마녀의 아이와 다르게 사람의 아이는 빠르게 큰다.

     

   게다가 이런 말 하기 미안하지만 조금 멍청했다.

   배우는 것도 느리고, 작고, 온종일 울었다.

     

   「엄마. 엄마아.」

     

   하지만 흑마녀를 보면 반드시 해맑게 웃었다.

   흑마녀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신에게 무한하게 사랑을 보이는 아이를 보았다.

     

   「엄마아!」

     

   그리고 자신이 없어지면 꼭 그렇게 울었다.

   자신을 늘 필요로 하는 그 울음이 마냥 싫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엄마.」

     

   그리고 잘 때면 꼭 옆에 와서 품에 안겨 잤다.

     

   다시 말하지만, 사람의 아이는 빠르게 큰다.

   아이는 쑥쑥 컸고, 어느샌가 숨어 지내던 마을에서 소문난 미녀가 됐다.

     

   「엄마, 이 사람이야.」

     

   그리고 자신의 남자친구 된다는 사람을 데려왔다.

     

   그는 자그마한 영지의 귀족 사내였다.

   너무 작은 영지라 다른 귀족과 결혼할 기회도 없는 그런 영지의 주인.

     

   하지만 그래도 살아가기에는 썩 나쁘지 않았다.

     

   사람은 사람의 곁에 살아야 하는 법이겠지.

   흑마녀는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둘의 교제를 허락했다.

     

   그리고 또 어느샌가 그녀는 그 사내에게 프러포즈를 받았다고 했다.

     

   「엄마도 참 벌써 이 사람이랑 5년이나 사귀었어.」

     

   5년.

   마녀에게는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잠깐 맡으려 했었는데.」

     

   어느새 다 커버린 딸은 작은 교회의 결혼식장에서 드레스를 입고 이제는 남편이 된 사람과 입맞춤했다.

     

   그리고 곧 자신에게 다가왔다.

     

   「엄마, 그동안 날 이렇게 키워줘서 고마워.」

     

   그 말을 들은 순간 흑마녀는 깨달았다.

   잠깐 맡으려 했던 이 아이가 결국 떠나는구나.

     

   그녀는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엉엉 우는 흑마녀를 따라 그녀의 딸도 울며 그녀를 안아 주었다.

     

   흑마녀는 이제는 알았다.

   잠깐 맡으려 했던 이 아이가 정말로 자기 딸이 되었음을 말이다.

     

   「이자벨리아, 내 축복, 잘 살아야 해.」

     

   이자벨리아.

   축복이라는 뜻을 품은 단어.

     

   어느 날 갑자기 생각나 지어줬던 그 이름은.

   그녀의 딸에게 있어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이자벨리아는 앞으로 행복한 삶을 살겠지.

   흑마녀는 그녀의 앞으로 삶이 평생토록 행복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몇 달 뒤, 이자벨리아의 목이 잘렸다.

   이유는 마녀와 연관된 사악한 인물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신고자는 다름 아닌 이자벨리아가 결혼한 작은 영지의 주인인 남편이었다.

     

   흑마녀는 그것을 보고, 한 가지를 깨달았다.

   이 세상에서 자신은 결코 행복을 누릴 수 없음을 말이다.

     

   그러니 그녀는 세상을 지웠다.

     

   흑마녀.

   그 이름에 걸맞게 세상을 멸망에 빠트렸다.

     

   사람을 키운 마녀였기에 그녀는 누구보다 사람을 진심으로 공부했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그녀는 사람의 약점을 철저히 알았고, 세상을 철저히 무너뜨릴 수 있었다.

     

   그런 그녀는 여전히 이자벨리아를 품에 안고 있었다.

     

   「……처음부터 다시 하자.」

     

   이런 세계가 아니라.

   이자벨리아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세계를 만들어내자.

     

   그것이 그녀의 남은 삶의 목적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다른 세계를 제물로 바쳐 그 꿈을 이루고자 하고 있었다.

     

   이자벨리아와 함께 살아갈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그녀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설령 눈앞에 있는 이자벨리아보다 어린 아이를 죽여서라도 말이다.

     

   흑마녀의 눈에 크라슈가 비쳤다.

     

   그에게서 쏟아 나오는 백염은 무척이나 눈 아프기 그지없다.

   다른 세계를 멸망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에 다른 세계 침식자들보다 이 세계가 유달리 자신을 거부하는 거겠지.

     

   그렇기에 그의 백염 또한 흑마녀를 상대로 더 거세게 타올랐다.

     

   “네 사정이 딱한 건 알아.”

     

   그러는 순간 흑마녀의 귀에 크라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내 세계를 대신 멸망 시키겠다는 건 도저히 용납 못 하겠다.”

     

   대체 그는 무엇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흑마녀는 알 수 없었지만, 자기 손에 검은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한 번 멸망 시켜본 거 두 번을 못 할까 봐.”

     

   자기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와 자기 세계를 지키기 위한 사내.

   칠흑 공간 속, 둘의 격돌이 다시금 울려 퍼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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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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