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59

    <359 – 복제>

     

    도로시는 억울했다.

     

    “그렇게 열심히 만들었는데 설마 1단계부터 입구컷 당한 거야!?”

     

    토목공사마냥 땅을 갈아엎고 말뚝을 박고 열심히 실에 방울도 매달고 속을 파낸 말뚝에 고약한 냄새가 나는 열매도 심고 보안마법까지 걸었는데!

     

    “어라? 귀신이 줄에 걸려있지 않아…?”

    “걸리지 않은 게 아니야. 걸렸지만 바로 이동해서 보이지 않는 거다.”

    “우와. 자쿠는 하급반이면서 눈이 빠르구나!”

     

    도로시야 그냥 어리둥절할 뿐이었지만 자쿠는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겪었을 땐 그렇게 신출귀몰하던 귀신이 어째서 도로시의 함정엔 간단하게 걸렸지?’

     

    오크노디는 잘만 지나갔는데.

     

    “좀 기다리면 다시 도전하지 않을까요?”

     

    오크노디의 말대로 다시 열심히 과제를 하고 있더니 저 멀리서 딸랑딸랑 소리가 재차 들렸다.

    이번에도 함정에 걸린 것이다.

    귀신은 공부에 집중이 좀 될까 싶으면 한 번씩 나타나며 성질을 긁었다.

    처음엔 두렵던 자쿠도 이제는 짜증만 났다.

     

    ‘차라리 속 시원하게 지나가던가!’

     

    보다 못한 오크노디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시범 좀 보여주고 올게요!”

     

    귀신 보란 듯이 다시 한번 샤샥 함정을 돌파하기 시작하는 오크노디.

    그녀의 움직임은 봄날 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 씨처럼 가볍고 표홀했다.

    곧 흩어질 것처럼 가벼운 걸음 뒤에는 천근의 힘을 실은 것처럼 강력한 힘으로 허공에 <마나실드>를 생성하여 발을 딛고 뛰어올랐다.

    아예 함정의 설계 자체를 무시하고 훌쩍 뛰어오르는 모습에 자쿠는 숲 저편에서 굉장한 시선을 느꼈다.

    자세히 보니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갈고리 모양의 기다란 목을 지닌 귀신이 눈이 뚫어져라 빤히 오크노디가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파각.

     

    귀신이 뛰어오른 자리에 부러진 나뭇가지가 떨어졌다.

    저거 단단히 빡쳤네.

    자쿠는 녀석이 날뛰기 시작하면서 자신들의 저항이 얼마나 부질없이 가로막혔는지를 떠올렸다.

     

    “조심해라, 오크노디. 기습이다. 눈 돌아가서 실력인증이고 나발이고 그냥 널 공격할지도 몰라.”

     

    스스스.

    불어오는 바람이 거칠어졌다.

    날카로운 살기가 사방에서 피부를 난도질하듯이 스쳐지나갔다.

     

    딸랑딸랑딸랑!

     

    이번에도 어김없이 울리는 방울소리.

    또 실패냐! 라는 외침은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달랐다.

     

    딸랑딸랑딸랑!

    딸랑딸랑딸랑!

     

    바라볼 새도 없이 또 다시 소리가 울렸다.

    좌측에서.

    우측에서.

    정교하게 피할 수 없다면 귀신들린 속도로 시선을 농락한다.

    물리력을 지녔으나 귀신의 속도를 지닌 존재이기에 가능한 움직임!

     

    “이 녀석, 이젠 몰래 숨어서 접근할 생각도 없는 건가!?”

    “어차피 들킨 거 실력만 증명해서 두려움을 주겠다는 마인드겠죠!”

     

    실력이라는 것을 함정을 완벽하게 돌파하는 방법 대신 무섭게 돌파하는 방법으로 증명하는 귀신의 전략도 평범하게 귀신스럽게 무서웠다.

     

    “저기, 그럼 내 함정 필요 없었던 거 아니야…?”

     

    도로시는 회의감을 느꼈다.

    대놓고 함정을 마구 작동시키면서 들어오는데 지금까지 난 뭘 한 거지…?

     

    “아니야. 도로시의 함정은 제대로 가치를 다하고 있어!”

    “정말로?”

    “이 함정이 아니었다면 갈고리귀신이 이만큼이나 단단히 의욕을 낼 리가 없잖아?”

     

    실제로 오크노디의 실력을 본 갈고리귀신은 사방을 제멋대로 휘저으면서도 오크노디가 팔짱을 끼고 서있는 말뚝 주변에는 접근도 하지 않았다.

    그녀를 굉장히 경계하면서도 이 자리에서 달아나지는 않을 정도로 적의가 생긴 갈고리귀신.

    자쿠는 오히려 그 광경이 이질적으로 보였다.

     

    ‘그 망할 탕수육밥 사제는 잘만 건드렸는데?’

     

    설마 오크노디는 아카데미에 초청될 정도의 현역사제보다 귀신한테 강한 건가?

     

    “으아앗, 엎드려!”

     

    터렛마냥 빙빙 돌며 주변을 관찰하던 도로시가 기겁하며 자쿠의 목덜미를 잡고 넙죽 엎드렸다.

    화를 내려던 자쿠의 머리 위로 날카로운 무언가가 파사삭 스쳐지나갔다.

     

    “바, 방금 그건 뭐냐!”

    “저주받은 칼을 던졌나봐!”

     

    저주템이 아니라도 평범하게 무서운 칼 던지기!

    살의가 높은 귀신의 공격에도 오크노디는 여전히 말뚝 위에 선 채로 방긋방긋 미소를 지었다.

     

    “헤에. 전에는 없던 패턴도 있네. 역시 도로시가 만든 함정맵이 유효했나?”

     

    다시 한번 진짜 칼이 섞인 칼바람이 몰아치자 자쿠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도망치지 않고 뭘 태연하게 서있는 거야!

     

    ‘어? 방금 일순간 오크노디의 모습이…’

     

    초점이 살짝 흔들린다 싶더니 오크노디의 몸이 잠깐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것처럼 보였다.

    뛰어난 신체능력에 마법의 힘을 더해 칼이 자신을 지나치는 일순간만 공격을 피했다가 되돌아오는 기행을 선보이며 일어난 현상이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사람한테 함부로 칼을 던지면 안 된다고요, 갈고리씨!”

     

    몇 번이고 칼바람을 일으켜도 오크노디가 멀쩡히 공격을 흘려내자 귀신은 그녀를 지나쳤다.

    우르르 잘려나가는 방울 달린 실과 말뚝들을 보며 자쿠는 깨달았다.

     

    “바구니다! 놈이 저주템을 훔친다!”

     

    겁먹지 않는 아이를 상대하는 대신 저주템을 향해 달려드는 귀신.

    뒤를 쫓으려던 오크노디가 돌연 얼굴이 핼쑥해져서는 천으로 코와 입을 가리며 콜록콜록 기침을 했다.

     

    “콜록콜록! 으엣퉤퉤!”

    “헉!! 말뚝에 심어둔 악취열매가 오크노디의 발만 묶었어!”

     

    대 귀신 전투를 겪어본 적 없었던 도로시였기에 사람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상황은 생각지도 못했던 양상이었다.

     

    깔깔깔깔!

     

    귀신 웃는 소리와 함께 오크노디의 추격을 뿌리치고 저만치 달려 나간 갈고리귀신.

    기어이 바구니가 놓인 공터 중앙의 바위에 머리만큼이나 기다란 몸을 뱀처럼 똬리를 튼 모습에 오크노디가 아쉬워했다.

     

    “으으. 냄새함정 때문에 이걸 허용했어…”

     

    갈고리귀신은 사악하게 웃더니 바구니를 덥썩 들어올렸다.

    바위에 박았던 못이 쑥 하고 딸려 나오는 모습에 도로시가 더는 눈 뜨고 볼 수 없는 끔찍한 공포영화를 본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땅에 고개를 묻었다.

    갈고리귀신이 무서운 건지 함정이 무용지물이 된 것이 무서운 건지 자쿠는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깔깔깔깔!”

     

    귀신이 사악하게 웃으며 바구니를 뒤집었다.

    안에 든 것이 무엇이든 너희 눈앞에서 복제해주마.

    그리고 가져가지 않으면 납치하겠다!

    갈고리귀신의 사악한 속셈이 바구니에서 툭 떨어진 물건에 향했다.

    지독한 함정 밭을 뚫고 들어갈 정도로 유혹적인 냄새를 풍기는 저주아이템.

    그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했던 귀신의 머리가 저절로 갈고리 모양으로 슥 펴졌다.

     

    “?”

     

    바구니에서 떨어진 물건은 한 권의 노트.

    그것도 가장 먼저 노트를 펼친 사람에게 귀속이 되는 귀속의 저주가 걸린 노트였다.

     

    ━━━

    제목 : 981기 1년차 공략집

    작성자 : 오크노디

    주의 : 열어보면 큰일 남!

    ━━━

     

    갈고리귀신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얼마나 많이 넘겨봤는지 모서리에 떼가 탄 흔적이 가득할 정도로 낡은 노트에서 느껴지는 가치가 어째서 <신화>등급인지.

    자체적인 저주저항력이 엄청난 신화등급 물건에 어떻게 귀속의 저주가 걸릴 수 있는지.

     

    “앗, 귀신 씨! 그걸 열어보면 안 돼요!”

     

    단지 오크노디의 다급한 손짓의 의미만을 알 수 있었다.

    불안. 공포. 그리고 희미한 기대.

    가치로 보아 이것은 파멸의 예언서가 틀림없다.

    열어보는 사람은 엄청난 피해를 면치 못하겠지.

    절대로 열지 않겠다.

    그리고 이 저주받은 아이템을 마구 복제해서 강제로 가지게 해주마.

     

    [갈고리귀신이 감당할 수 없는 고가치 물질의 복제를 시도합니다.]

    [<정신방어> 목표치 500]

    [<저주내성> 목표치 350]

    [<마나제어술> 목표치 350]

    [모든 목표치 미달]

    [갈고리귀신이 <정신방어>, <저주내성>, <마나제어술> 기능의 통제에 실패합니다.]

     

    길고리귀신은 오크노디의 함정에 빠졌다.

     

    “킥킥. 열어보면 안 된다고 했는데. 아~ 큰일 났다. 난 이제 몰라요?”

     

    가장 먼저 시선으로 파고드는 파멸적인 위력의 암흑마나의 침투에 갈고리귀신의 눈에서 퍽 소리와 함께 유리체가 터졌다.

    연이어 시신경을 따라 뇌에 침투한 암흑마나가 신경을 자극하며 기다란 목이 꽈배기처럼 뒤틀렸다.

    마지막으로 깡마른 두 손이 신체를 파괴하도록 지시를 내리는 뇌가 몸을 죽이지 못하도록 막고자 제 목을 스스로 졸랐다.

     

    “!?”

     

    보는 도로시와 자쿠가 무서워질 정도로 소름 끼치는 반응을 보이는 갈고리귀신.

    그들은 원리를 이해할 수도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오직 갈고리귀신만이 살아남기 위한 발악을 할 뿐.

    오크노디는 그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갈고리귀신의 두 팔이 오크노디의 칼에 싹둑 잘렸다.

    목을 조를 팔도, 도망칠 다리도 모두 떨어져나갔다.

    미쳐버린 뇌의 폭거를 막을 사지가 없어지자 갈고리귀신은 꿈틀거리며 스스로 죽어갔다.

    엉망진창이 된 귀신에게 오크노디가 말했다.

     

    “아참.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한데~ 납치해간 학생을 돌려주면 그거 멈춰줄게요!”

     

    갈고리귀신의 주변공간이 뒤틀리더니 허공 저편에 다른 차원의 모습이 나타났다.

    황폐한 숲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해가며 웅크리던 학생들이 갈고리귀신의 염동력에 휙휙 내던져졌다.

     

    [인물 <도로시>의 호감도가 20을 넘은 상태입니다.]

    [현재 1차 특전 <도로시의 헌팅타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순진한 아이는 숲의 비밀을 잔뜩 알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도로시와 함께 숲에 놀러 가면 아이템 루팅확률이 500% 상승!]

    [아이템 <붙잡힌 인질>이 5배 많이 해방됩니다.]

     

    “으악!”

    “아악!”

    “도, 돌아왔어…?”

    “오크노디! 자쿠!”

     

    하급반 학생 3인방과 모브.

    네 사람의 복귀와 함께 알림이 떠올랐다.

     

    데굴데굴.

     

    덤으로 오래 전에 육신을 잃고 넋만이 남아 뼈마디를 덜그럭거리는 스켈레톤 한 마리도.

    자세히 보니 두상이 사다코 교수가 부리는 해골교관이랑 똑같았다.

     

    “겔겔겔.”

    “아니 해골교관님이 왜 거기서 나오세요? 설마 위기에 처한 하급반 학생들을 다른 학생들이 구해내지 못하면 자기 힘으로 도와주려고 잠입을?”

    “반은 맞았다.”

    “어느 쪽이 맞았는데요?”

    “위기에 처한 하급반 학생들을 다른 학생들이 구해내지 못하면 까지가 맞았다.”

    “그 뒤에는 뭘 하실 예정이었는데요?”

    “어차피 모두의 무관심 속에 버려진 학생들, 쥐도 새도 모르게 스켈레톤으로 만들어서 꺼내줄 작정이었지. 겔겔겔!”

    “우와…”

    “육신을 잃고 귀신의 양분으로 사역당하느냐, 육신을 버리고 강인한 스켈레톤이 되어서 탈출하느냐. 바보라도 알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냐? 겔겔겔!”

     

    이 교관님은 진짜 좀 무섭네.

    오크노디조차 순수한 해골광기에 뒷걸음질을 쳤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공략집(열어보면 미침)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