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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

       

       

       

       

       

       콰아아아앙!

       

       “끄아아아악!”

       “으아아악!”

       

       순식간에 발사된 화염구를 정통으로 맞은 산적들은 영문도 모른 채 그대로 뒤로 나가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뭐,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저 쥐좆만 한 와이번 새끼 입에서 어떻게 저런…!”

       

       그 모습을 본 우두머리도 이쯤 되니 당황해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망가기에는 이미 한참 늦은 뒤.

       

       “쀼우우우웃!”

       

       화르르르륵!

       

       아르의 포효와 함께 화염구 다섯 개가 연속으로 우두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젠장할!”

       

       욕설을 내뱉은 우두머리가 다시 펜던트로 방어막을 펼쳤지만.

       

       콰과과과광!

       

       화염구가 연속으로 방어막을 강타하자, 방어막은 처참하게 부서지고 말았다.

       

       “커억!”

       

       결국 마지막 화염구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우두머리 역시 나가 떨어져 일어나지 못했다.

       

       보기만 해도 속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하게 쓸어 버리긴 했지만, 그 모습을 오래 감상할 시간은 없었다.

       왜냐하면 일단 아르를 말려야 했으니까.

       

       “아르야? 이제 그만 해도 돼. 저러다 다 죽겠다.”

       “쀼우? 쀼!”

       

       우리의 계약을 끊으려고 한 나쁜 사람들이라는 말에 조금 흥분했던 아르는 내 말에 공중에 앞발을 휙 그었고.

       

       스륵.

       

       산적들의 몸에 붙어 있던 불은 일시에 꺼졌다. 

       

       “콜록, 콜록.”

       “으으윽.”

       

       쓰러진 산적들은 반쯤 타 버린 옷을 움켜쥔 채 콜록대며 기침을 했다.

       

       ‘사실 날 죽이려 했던 놈들이니 죽게 내버려 둬도 되긴 하지만….’

       

       이런 경험치도 얼마 안 줄 쪼렙 산적들을 잡았을 때는 죽이는 것보다는 근처의 도시나 마을의 경비대에 넘겨 현상금을 챙기는 게 짭짤한 편이다.

       

       ‘레키온 사가에선 유저가 쪼렙 일반인들을 학살하고 다니면서 편법으로 레벨업하는 걸 막기 위해 레벨 낮은 인간을 죽였을 땐 경험치를 거의 주지 않도록 되어 있으니까.’

       

       나중에는 하무트교 같은 세력이나 고렙 해적들을 잡거나 타 고렙 용병과의 정당한 결투 등으로도 레벨업이 가능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나중의 이야기.

       

       레키온 사가에서 초반 구간의 레벨업은 거의 무조건 마물을 잡아야만 가능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일단은 생포해서 현상금을 챙기는 걸로.’

       

       나는 상황이 완전히 종료된 걸 확인하고 곧바로 아이스 월을 해제했다. 

       

       콰르르르—

       

       거대한 얼음 벽이 무너지자, 반대편에서 잔뜩 웅크린 채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던 마부가 조심스럽게 실눈을 떴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요, 용병 님? 맙소사! 털끝 하나 다치지 않으시고 이렇게 완벽하게…. 마, 마이어 씨! 이것 좀 보십시오! 용병 님이 해내셨습니다!”

       

       그 외침에 굳게 닫혀 있던 마차의 문이 철커덕,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레온 님…?”

       

       문 밖으로 고개를 내민 마이어 씨 역시 널브러져 있는 산적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반색했다. 

       

       “역시…! 아이스 월을 쓰시는 걸 보고 무조건 이기실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 것치고는 마차 문까지 걸어 잠그고 계신 것 같던데요.”

       “그, 그건 이제 나오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으니…. 허허허! 크흠.”

       “괜찮습니다. 괜히 어설프게 밖에 나오셨다가 휘말리는 것보다는 백 배 나으니까요.”

       

       마부와 마이어 씨가 내 말대로 가만히 있어 준 덕분에 아르의 마법으로 단숨에 놈들을 쓸어 버릴 수 있었기도 하고 말이다.

       

       마이어 씨는 손수건으로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 

       

       “문을 닫고 있었는데도 폭발음이 들릴 정도로 어마어마하더군요. 레온 님, 왜 3서클 마법사이시면서 2서클이라고 하신 겁니까? 3서클 마법사면 추가 보수까지도 요구할 수 있으셨을 텐데….”

       

       그 말에 3서클 마법사도, 2서클 마법사도 아닌 나는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제가 3서클 마법은 아직 완벽하게 다룬다고 할 정도가 아니라서요. 그냥 2서클이라고 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3서클 마법을 완벽하게 다루지 못하는 것도 맞고, 그냥 2서클이라고 하고 다니는 것도 맞으니까.

       

       “그렇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르도 안 다쳐서 다행이구나. 괜찮니?”

       “쀼우!”

       “아까 폭발음 사이로 네 비명이 들리는 것 같아서 걱정했단다. 겁먹은 모양이던데, 지금은 괜찮아 보여 다행이다.”

       “쀼, 쀼우!”

       

       그 폭발음을 만든 당사자인 아르는 잠시 당황한 듯 동그란 눈을 굴려 시선을 피하며 쀼우 소리를 냈다. 

       

       나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마이어 씨, 일단 상황은 종료됐으니 밧줄 같은 거 있으면 저 녀석들 묶는 것부터 좀 도와주시겠어요? 정신 차리기 전에 묶어 놓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내가 산적들을 가리키자, 마이어 씨는 그제야 쓰러진 산적들 쪽을 보며 손뼉을 쳤다.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잠시 후, 우리는 마이어 씨가 가져온 밧줄로 산적들을 꽁꽁 묶었다. 

       

       놈들 중 반쯤은 기절해 있었고, 나머지 반은 의식만 있었을 뿐 움직이기 힘든 상태였기에 아무런 저항 없이 묶였다. 

       

       그중 기절한 쪽에 속해 있던 우두머리를 포박하던 나는, 그의 목에 여전히 걸려 있는 펜던트를 보고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게 있었지.”

       

       첫 파이어 애로우를 막아 잠깐 나를 당황하게 했었던 펜던트형 아티팩트.

       목걸이의 가운데에는 보랏빛으로 빛나는 보석이 박혀 있었고, 방어막이 깨져 버려 아까처럼 영롱하게 빛나지는 않았으나 여전히 희미하게나마 그 빛을 유지하고 있었다. 

       

       ‘외형을 보니 마법 방어 옵션이 붙은 자수정 펜던트인 것 같은데….’

       

        엄청 레어템까지는 아니지만, 초반 구간에서 마법 대미지를 막아 주는 용도로 꽤나 유용하게 쓰일 정도는 되는 템이다.

       

       장점이라면 이 펜던트는 주변의 마력을 천천히 흡수해 배리어의 내구도를 소모했더라도 별도의 수리가 필요 없이 자연 회복된다는 점이고.

       

       반대로 단점은 배리어가 한 번 완전히 부서지고 나면 자연 회복을 하는 데에 좀 오래 걸린다는 것 정도.

       게다가 너무 많이 깨지거나 강한 공격을 받으면 자수정 자체가 쪼개지면서 장비가 죽어 버리기도 하고.

       

       ‘그리고 사실 배리어도 2서클 마법 몇 방 맞으면 바로 깨질 정도로 내구도 자체가 조금 떨어져서, 게임 초반부를 넘어가면 별 의미가 없는 템이기도 하지.’

       

       물론 그래도 초반에 대처하기 힘든 마법 대미지를 막아 준다는 점에 있어서는 먹어 두면 꽤나 국밥 같은 템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걸 갖고 있던 우두머리도 아르의 개틀링 파이어 볼을 꽤나 많이 막아냈으니까.

       

       “그러니 이건 내가 잘 써 줘야겠지.”

       

       나는 우두머리의 목에서 펜던트를 가볍게 벗겨 내 목에 옮겨 착용했다. 

       

       “마이어 씨, 이거 이 산적이 가지고 있던 건데 제가 가져도 되는 거 맞죠?”

       “물론 되고말고요. 그것 말고도 소지품을 뒤져 돈 같은 게 나오면 전부 레온 님 겁니다. 의뢰 계약서에도 그렇게 적혀 있고요.”

       “감사합니다.”

       

       확실하게 확인을 받은 나는 산적들의 주머니를 뒤졌지만, 생각보다 돈은 얼마 수확하지 못했다. 

       

       ‘부하들 주머니엔 돈이 쿠퍼 단위로밖에 없고…. 그나마 두목이 15실버…. 아무래도 우리 습격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턴 게 마차가 아니라 그냥 행인 한 명이었나 본데.’

       

       아마 그 행인이 이 아티팩트를 착용하고 있었을 거고, 물리 방어 기능이 없으니 꼼짝없이 가진 돈과 펜던트를 빼앗긴 모양이었다.

       

       불쌍하기도 하지.

       

       “으으….”

       

       그때 기절해 있던 우두머리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든 우두머리는 나와 아르를 보더니 이를 빠득 갈았다. 

       

       “네, 네놈…! 고작 이따위 작은 마차를 3서클의 마법사가 호위해…? 이런 상도덕도 없는 놈 같으니….”

       “그 말을 산적이 하는 걸 보면 그쪽은 그냥 양심이 없는 것 같은데.”

       

       내가 태연하게 대답하자 우두머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젠장할! 게다가 하필이면 저 쥐좆만 한 사역마까지 마법을 쓰는 바람에…! 그것만 아니었어도….”

       

       그 말에 마이어 씨가 놀란 듯 물었다.

       

       “음? 레온 님, 저건 또 무슨 말이랍니까? 아르가 마법이라니….”

       

       하지만 나는 이번에도 태연하게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그럴 리가요. 아르는 제 어깨 위에 얌전히 앉아 있었습니다. 제 마법을 맞고 기절하더니 기억도 오락가락하는 모양이네요. 그치, 아르야?”

       “쀼, 쀼우!”

       

       아르는 일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 무슨 헛소리야! 저 자식의 어깨에 앉은 사역마 입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걸 내가 똑똑히 봤는데!”

       

       우두머리가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하지만 나는 헛기침을 한 번 한 뒤,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마이어 씨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저 한 명에 자기네들 일곱이 손도 못 쓰고 쓰러진 걸 인정하기 싫은 모양이네요. 상식적으로 이렇게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새끼 와이번이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와이번이 완전히 성체가 된 후에는 종에 따라서 속성이 다른 ‘와이번 브레스’라는 작은 브레스 정도는 뿜을 수 있긴 하지만, 이렇게 성체의 모습을 갖추기 전의 말랑한 새끼 상태에서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

       

       마이어 씨도 내 말을 듣더니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이렇게 무해하고 귀여운 아르가 그랬을 리가 없지요. 허허허. 아르가 워낙 똘똘하고, 이놈이 너무 억울한 듯 말하기에 조금 놀라서 여쭤 봤는데 역시 헛소리였군요. 원래 산적들이 잡히고 나면 어떻게든 주의를 돌리고 빠져나갈 궁리를 하느라 아무 소리나 내뱉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역시 그렇군요.”

       “그럼요, 허허. 이렇게 어린 와이번이 마법이라니, 동네 꼬마들도 안 믿을 말을…. 놈들은 제가 짐칸에 싣도록 할 테니 신경쓰지 마시고 쉬고 계십시오.”

       “감사합니다.”

       “쀼우…!”

       

       아르가 순진한 큰 눈망울을 깜박이며 마이어 씨를 바라보자, 경멸의 눈빛으로 산적을 바라보던 마이어 씨의 표정이 단숨에 헤벌쭉 풀어졌다. 

       

       “어이구, 우리 아르. 레온 님 옆을 지키느라 무서웠지? 들어가서 간식 먹자, 간식.”

       “쀼웃!”

       

       간식이라는 말에 활짝 웃으며 팔을 위로 쭉 뻗은 아르는, 마차로 들어가기 전에 우두머리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자 다시 얼른 고개를 홱 돌렸다.

       

       그 모습을 본 산적 우두머리의 얼굴이 어이없음과 분노로 일그러졌다.

       

       “저, 저…. 쥐좆만 한 와이번 새끼가…!”

       

       그리고 마이어 씨는 그런 우두머리에게 엄중히 경고했다. 

       

       “한 번만 더 우리 아르에게 그딴 말을 하면 짐칸에 거꾸로 매달려 갈 줄 알도록.”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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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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