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6

        나와 최강물소가 참여하게 된 필드는 ‘죽음의 계곡’이라는 이름의 필드였다.

        게임이 시작할 때 맵의 전경을 한 번 보여주는데, 그때 확인한 바로는 전체적으로 정글의 형태를 가진 필드로 보였다.

       

        = “라그나님이 픽한 캐릭터가 메디언이니까, 여기서는 폐허 쪽으로 이동하겠습니다.”

       

        “그래.”

       

        내가 선택한 캐릭터는 메디언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간 남자의 캐릭터다.

        튜토리얼에서 사용한 캐릭터이기도 하고, 이 게임을 처음 하는 플레이어들에게 가장 추천하는 초보 추천 캐릭터라고도 한다.

        그래서 이걸 골랐다.

       

        메디언이라는 캐릭터의 주 무장은 ‘총기류 전반’

        라이플이나 권총, 기관총 같은 일정 총기에 구애되는 다른 캐릭터들과는 달리, ‘총기’라면 그 어떤 것도 일정 효율 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한다.

        그렇기에 나 같은 초보자에게 가장 권장되는 캐릭터이며, 초보자가 아니더라도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한다.

       

        다만 특정 총기류를 사용하는 다른 캐릭터에 비하면 스킬의 효율이 떨어지기에 한계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 때문에 게임에 익숙해지면 자신에게 적절한 다른 캐릭터를 사용하게 된다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무운을 빕니다.]

       

        그런 메시지와 함께 나의 캐릭터가 어떤 건물의 안에서 생성되었다.

        분명히 튜토리얼에서는 게임이 시작된 이후 주위를 살피며 아이템을 챙기라고 했었던가?

       

        = “으햐! 라이플 겟또다제!”

       

        “??”

       

        – 물소형 좋은 거 먹은 듯?

        – 라나님! 파이팅!

        – 라나님도 얼른 움직이셔요!

        – 보니까 주변에 사람들 많이 떨어진 것 같던데.

        – ㅋㅋㅋㅋㅋㅋ

       

        나를 재촉하는 시청자들의 말대로 캐릭터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디 보자…… 밖으로 나가려면…….

       

        턱! 턱!

       

        “음?”

       

        왜 문이 열리지 않는 거냐?

        캐릭터를 앞으로 이동시켜 보았지만, 닫혀 있는 문이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내가 버튼을 잘못 누르고 있는 것인가 싶었지만, 나는 분명히 다른 오브젝트와 상호작용을 하는 단축키인 ‘F’를 누르고 있었다.

        그런데 왜 문이 안 열리지?

       

        – 라나님! 그거 안열리는 문입니다!

        – 아이고!

        – 그거 열리지 않는 문임

        – 그거 그냥 배경이예요!

       

        “음? 배경?”

       

        아니, 이거 문 아닌가?

        평평하게 생기긴 했지만, 분명히 문 그림이 아닌가?

       

        잠시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은 시청자들의 말대로 문(?)에서 떨어졌다.

        게임에 대해 거의 문외한인 내가 잘 알겠는가, 아니면 게임이라는 것과 가까이 살아온 인간들이 잘 알겠는가?

        원래 잘 모를 때는 그냥 옆에서 하는 말대로 하는 게 제일이다.

       

        “어디 보자. 그럼 이곳에 있는 문들이 전부 안 열리는 문이냐?”

       

        – 그건 아님.

        – 잘 보면 굴곡이 있는 문이 있는데, 그게 열리는 문들이예요

        – 앞에 가보면 상호작용 뜸.

        – ㅇㅇ

       

        “그렇구나.”

       

        시청자들의 말대로, 무언가 굴곡이 느껴지는 문의 앞으로 다가가니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뜬다.

        그대로 상호작용으로 문을 열자, 넓은 홀이 나타났다.

        낡은 카펫이 깔려 있고, 부서진 가구가 널브러진 어떤 공간.

        그리고 바닥에 이리저리 떨어져 있는 각종 아이템들.

       

        “어디 보자…….”

       

        일단 다 주워야 하나?

        다가가서 아이템들을 줍자, 당장 장비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내 캐릭터에게 장착된다.

       

        – 사슴이네.

        – 저격총 3티어.

        – 애매한데.

        – 씁!

       

        주운 것을 확인해 보니 ‘Dear 파이’라는 이름의 무기와 가방, 그리고 ‘일반 저격 탄환’이라는 이름의 아이템이었다.

        시청자들의 채팅을 확인해 보니 저격총이라는 무기인 것 같다.

       

        = “라그나님! 파밍 끝나셨나요?”

       

        “무기를 주웠단다.”

       

        = “그래요? 무슨 무긴가요?”

       

        “Dear 파이라는 이름의 저격총이구나.”

       

        = “아. 하필 그건가요.”

       

        내 말을 듣더니 최강물소마저 목소리가 낮아진다.

        시청자들도 그러더니, 이게 그렇게 좋지 않은 무기인가?

       

        “문제가 있는 총이더냐?”

       

        = “아. 그. 못 쓸 정도는 아닙니다. 데미지가 높고, 소음기가 기본 장착되어 있어서 저격총 스펙으로는 나쁘지 않죠.”

       

        – 스펙만 보면 나쁘지 않음.

        – 다만 딱 거기까지라는 게 문제임.

        – ㄹㅇㅋㅋ

       

        시청자들과 최강물소의 말을 들으며 다른 아이템도 줍는다.

        이번에는 ‘의약품’과 ‘실드 에너지’라는 아이템을 주웠다.

        튜토리얼에서 배운 대로 ‘의약품’은 단축키에 등록하고, ‘실드 에너지’는 즉시 사용해서 방어막을 충전해 준다.

       

        = “그 총이 스펙만 보면 문제가 없는데, 고배율이 장착 안 된다는 게 문제죠.”

       

        “고배율?”

       

        = “네. 저격총이라는 게 뭡니까? 멀리서 적을 공격하는 무기가 아닙니까?”

       

        그런데 이 총은 X2 배율까지만 장착할 수 있다고 한다.

        최대 X8 배율까지 존재하는 이 게임에서, 저격총을 저격총답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X4 배율까지는 장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Dear 파이’, 별명으론 ‘사슴’이라고 불리는 저격총은 그게 불가능하다고 한다.

       

        = “결국 저격총인데 근거리에서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근거리에서는 저격총보다는 기관총이나 SMG, 라이플이 더 좋거든요.”

       

        “그렇구나.”

       

        결국 저격총이지만, 저격총으로 쓸 수 없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버려진 무기라며 끝을 맺는 최강물소.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추가적으로 아이템을 주웠다.

       

        = “다른 무기 나왔다면, 그걸로 갈아타시죠.”

       

        “무기가 안 나왔다면?”

       

        내 캐릭터가 들고 있는 무기는 오로지 ‘Dear 파이’ 하나뿐.

        그 외의 다른 무기는 하나도 줍지 못했다.

       

        = “……그럼 일단 아쉬운 대로 그거 사용하시고, 중간에 바꾸죠.”

       

        “알겠다.”

       

        내 게임 스승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이 그러자고 하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따라야지.

       

        타다닷!

       

        “음?”

       

        그 순간 내 귀에 어떤 소리가 들렸다.

        내 캐릭터가 아닌, 다른 캐릭터가 움직이는 소리다.

       

        지도에는 근처에 내 캐릭터만 표기되고 있는 중이다.

        최강물소의 캐릭터는 내 캐릭터의 위치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중.

        아직 크리처라는 적이 등장할 시간도 아니니…….

       

        – 사운드!

        – 다른 플레이어인 듯?

        – 헉!

       

        “최강물소야. 내 근처에 다른 플레이어가 있는 모양이구나.”

       

        = “헐? 지금 달려가겠습니다! 버티기만 하십쇼!”

       

        즉시 내가 있는 위치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최강물소의 캐릭터.

        하지만 그가 이곳으로 오는 것보다, 내 근처에 있을 다른 플레이어와 만나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

       

        타닷! 타닷!

       

        소리를 들어 보니, 내가 있는 위치로 점점 더 다가오는 느낌이다.

       

        – 도망치지 마! 맞서 싸워!

        – 아니지. 튀어야지.

        – 소리 들어 보면 적어도 2명임.

        – 1 대 2는 무리임.

        – 해볼 만함.

        – 초보한테는 1대2 절대 무리임.

       

        시청자들의 의견도 둘로 나뉜 모양이다.

        싸우자는 의견과, 도망치거나 숨자는 의견.

        시청자들의 채팅을 한 번 확인하고, 나는 곧바로 캐릭터를 움직였다.

       

        탁!

       

        타다닷!

       

        바로 방문을 닫고 안쪽의 가구 뒤에 캐릭터를 숨긴다.

        그리고 좀 전에 주워 놓았던 아이템 중 ‘연막탄’을 투척할 준비 한다.

       

        – 헐

        – 라나님 도망치는 거야?

        – 드래곤의 자존심은 어디 갔어요?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철저하게 방어만을 준비하는 내 행동에 실없는 소리를 하는 시청자들에게 일축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놀이’이지 않느냐. 그저 ‘놀이’에 자존심이 어디 있느냐?”

       

        – 맞긴…… 함.

        – 그건 그럼.

        – 아, 여기엔 게임에 목숨 거는 백수뿐이라고욬ㅋㅋㅋ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아! 뼈 맞았어!

       

        “그리고 드래곤이라고 해서 무조건 싸우지는 않는단다.”

       

        드래곤에게 자존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 때나 자존심을 세우지는 않는다.

        내가 말했지만, 드래곤들이라고 태어날 때부터 강하지는 않다. 드래곤들도 철저하게 자연의 생존 법칙을 따르는 것이다.

       

        “인간들의 말 중에 그런 게 있지 않으냐. 적자생존.”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그것은 드래곤들에게도 통하는 말이다.

       

        “드래곤들이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보다 약한 이들이 자신에게 덤빌 때란다.”

       

        자신보다 더 강한 존재가 덤빈다? 자신보다 더 강한 무리가 쳐들어온다?

        그때는 자존심을 세울 것이 아니라 도망쳐야 한다.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버리면 죽도 밥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방어를 하는 이유도 같은 이유란다.”

       

        내 본체의 모습으로 게임 속으로 들어갔다면, 당연히 나 혼자서 게임을 전부 이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 속의 내 캐릭터는 ‘내’가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그 캐릭터를 조종하는 나 역시, 아직 이 게임에 대해 미숙하다.

       

        즉. 지금의 나는 어디까지나 ‘약자’다.

       

        “그러니 약자는 약자답게, 약자의 방식으로 살아남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이다.”

       

        – 의외네.

        – ㅇㅇ

        – 드래곤들은 전부 고고하고 자존심 강한 줄.

        – 이것이 현실인가?

        – 마치 재벌 2세가 공사판에서 뛰는 모습을 보는 이 느낌.

       

        채팅창이 시끌시끌한 사이, 내가 닫아 놓았던 문이 열리며 다른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모습을 드러낸다.

        총을 앞으로 향한 상태로, 언제든 나에게 공격할 대비를 한 상태로 들어오는 캐릭터.

        하지만 그들이 총을 쏠 일은 없었다.

       

        휙!

       

        왜냐하면 문이 열리는 모습이 보이자마자 곧바로 연막탄을 던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빨리 반응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딜레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인간과는 달리, 나는 신체 능력의 모든 부분에서 인간을 초월하는 생물이다.

        당연히 내가 말하는 ‘곧바로’는 인간과 그 결이 다르다.

       

        – 미친?!

        – 무슨 미래 예지임?

        – 헐?!

       

        인간들의 처지에서는 내가 연막탄을 던지자마자 문이 열린 것처럼 보이겠지만, 내 처지에서는 충분히 문이 열리는 모습을 확인하고 던진 것이다.

        그냥 내 반응속도가 인간을 초월했을 뿐.

       

        푸쉬이이이익!!

       

        투다다다다다다!!

       

        순식간에 뿌옇게 변하는 주변과, 그게 반응해 쏘아지는 적의 총알들.

        가구 뒤에 웅크린 채 적의 총알을 피한다.

        그리고 정확히 18번의 발사음이 끝난 후, 물러나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 “라그나님! 무사하시죠?”

       

        “그래.”

       

        일단은 무사하다.

        하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닌 모양이다.

       

        달깍!

       

        튜토리얼에서 들어 보았던 그 소리가 들려온다.

        분명히 이 소리는…….

       

        “적이 폭탄을 던지려는 모양이구나.”

       

        = “헉!”

       

        최강물소의 숨소리와 동시에 연막 사이로 묵직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약 2초 후.

       

        콰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내 캐릭터의 화면이 붉게 물든다.

       

        – 어우!

        – 죽는 줄.

        – 실드 덕분에 한 번 산듯?

        – 그래도 아슬아슬했음.

       

        좀 전에 주워두었던 실드가 전부 사라지고, 체력을 뜻하는 붉은색 게이지도 거의 끝까지 떨어졌다.

        아마 적의 공격을 단 한 번이라도 허용하는 순간, 내 캐릭터는 사망하겠지.

       

        “최강물소야.”

       

        = “네?”

       

        “이대로 계속 숨어 있어야 하느냐? 아니면 적을 공격해도 되느냐?”

       

        내 게임 스승님은 숨거나 버티라고 했다.

        하지만 이대로 숨어 있다가는 분명히 내 캐릭터는 사망할 터.

        최강물소가 이곳까지 오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한 만큼,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나 역시 공격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 “어…… 하고 싶으신 대로 하셔도 됩니다.”

       

        “그래.”

       

        타다닷!

       

        최강물소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연막 뒤에서부터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연막이 사라지기 전, 내 기억 속의 발걸음 소리와 똑같아진 순간 캐릭터를 조작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해서 마우스를 조준하고…… 그리고 누르면…….

       

        타앙!

       

        내 캐릭터가 들고 있던 총에서 한줄기 섬광이 날아가고, 이어서 연막이 걷힌다.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 캐릭터 하나가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 헐?

        – 한 방에 헤드샷?

        – 아니, 시야도 안 보이는데 어케함?

        – 미친?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며 나에게 질문을 하지만 거기에 대답할 틈은 없다.

        왜냐하면 쓰러진 플레이어 캐릭터 뒤로, 다른 캐릭터가 보였으니까.

       

        0.0001초로 쪼개진 시간 속에서 아바타의 육체를 조종한다.

        튜토리얼에서 이미 확인했던 ‘반동’이라는 것에 의해 비틀어진 조준선을 원상태로 되돌리고, 그대로 다시 공격한다.

       

        철컥!

       

        “……??”

       

        어라?

       

        – 라그나님! 그거 저격총!

        – 단발식임!

        – 한 발 쏘고 재장전해야함!

       

        “음?”

       

        단발식? 재장전? 그게 무슨 소리냐?

        이해하지 못한 단어에 내 고개가 갸웃거려지고, 내가 공격하지 못하는 사이 정신을 차린 듯 상대 캐릭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투다다다다!!

       

        “앗.”

       

        – 앗!

        – 아앗!

        – 앗

        – ㅋㅋㅋㅋㅋ

       

        나는 붉게 물들어 버린 화면을 바라보며 키보드와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게임. 어렵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피지컬은 충분한데, 게임 지식이 부족하신 드래곤님.

    바이오 리듬 어떻게든 정상으로 되돌린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글 쓰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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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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