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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

       

        

       털썩.

       

       예카테리나가 쓰러진다. 

       

       그녀는 아직 죽지 않았다. 마녀의 질긴 명줄은 아직 죽음을 허락하지 않았다.

       

       예카테리나가 얼었던 시간은 찰나에 불과했지만, 적어도 그녀가 느끼기에는 영겁과도 같았다.

       

       ‘괴, 괴물…….’

       

       상대가 되지 않는다.

       

       올리비아는 대마법사의 위(位)에 오른지 불과 4년 밖에 되지 않았다. 새로운 경지에 적응하기도 벅찬 짧은 시간. 반면에 예카테리나는 진작에 대악마의 마력을 갈무리한 고위 마녀였다.

       

       비록 예카테리나에게 허락된 힘은 일부에 불과했지만, 그 일부로도 대마법사 하나쯤은 능히 처치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왜냐면, 예전에도 탑주급 백마법사들을 상대로 승리한 경험이 있었으니까.

       

       백마법사들과 싸우면 불리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마녀가 어디 있겠는가? 

       

       물론 그들은 대마법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인원 수가 많았다.

       

       총 세 명.

       하나하나가 백탑의 미래라고 불렸던 마법사들이었다.

       

       하지만 벨페고르에게 건네받은 압도적인 마력은, 상성과 인원 차이를 씹어먹을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야.”

       

       예카테리나가 몸을 움찔 떨었다. 그녀는 지금 처음으로 공포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대악마 벨페고르를 만났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격이 다르다.

       

       ‘사, 사람이 어떻게…….’

       

       예카테리나는 도저히 눈을 마주칠 자신이 없었다. 

       

       그녀도 살인자이기에 안다. 사람을 한두 명 죽인 살인자와, 수십 수백을 죽인 학살자는 그 눈빛부터 다르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지만, 올리비아의 눈빛은 대악마의 그것보다 차가웠다.

       

       비교조차 불가할 정도로.

       

       꿀꺽.

       

       두렵다. 

       

       죽음을 목전에 두었다는 사실보다, 전지(全知)한 줄만 알았던 교단이 이런 괴물의 존재를 인지조차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두려웠다.

       

       “야.”

       “……예.”

       “앞으로 내 입에서 야, 라는 소리 한 번만 더 나오면 뒤진다.”

       “아, 알겠습니다.”

       

       올리비아가 손가락을 까닥이며 말했다.

       

       “좋게 말할 때 아티팩트 내 놔. 오초 센다. 오, 사, 삼…….”

       “그, 그렇게 쉽게 꺼낼 수 있는게…….”

       “이, 일…….

       “여, 여기있습니다!”

       

       예카테리나는 어둠 속에 손을 쑤셔넣어 붉은 오망성이 그려진 구슬을 꺼냈다.

       

       뚝.

       

       주먹만한 구슬에서 검은 액체가 흘러나오다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흐음.”

       

       올리비아가 손을 뻗었다. 그녀는 구슬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찾던 물건이 맞는지 확인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협조적이었으면 얼마나 좋아.”

       

       올리비아가 입꼬리를 올렸다.

       

       [벨페고르의 눈]

       – 천 명분의 영혼을 제물로 바쳐 만들어낸 눈이다. 대악마 벨페고르를 소환할 수 있다. 

       – 소환까지 남은 시간 : 15시간

       – 마기를 불어넣어 소환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15시간 뒤면 다음날 오후 2시다.

       

       그리고 그 때는 아직 몰살회차의 올리비아가 깨어나기 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환 시간을 하루 정도 미뤄야겠지.’

       

       정말 안타깝지만, 호감도 20은 몰살회차에 넘겨주기로 했다. 

       

       솔직히 호감도 68 정도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빤게 맞다. 적어도 이 수준이면 키엘도 다짜고짜 공격부터 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아까운건 아까운거다.

       

       ‘그냥 눈 딱 감고 내가 먹으면 안되나? 안되겠지? 그렇겠지?’

       

       호감도 20만 딱 더 먹으면 인생이 진짜 편해질텐데!

       

       키엘이랑 둘이서 파티 맺고 다니면 회귀자 너덧명까지는 어떻게 때려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올리비아가 입맛을 다셨다.

       

       이건 독이다.

       

       먹으면 탈 난다.

       

       “…….”

       

       아니 근데, 복어도 따지고 보면 독 아닌가? 조리만 잘 하면 존나 맛있는…….

       

       덜덜덜덜.

       

       올리비아는 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그녀의 발 아래에서 예카테리나가 공포의 질린 채 몸을 떨고 있었다.

       

       올리비아의 표정이 다시 싸늘하게 굳었다.

       

       동정심이 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분노가 차 올랐다. 이 세계에 떨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제대로 된 분노였다.

       

       마녀란 그런 존재였다.

       

       ‘……죽일까.’

       

       꿈 속에서 누군가를 죽였다고 살인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허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억 속에서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일단은 보류.’

       

       지금은 일단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투욱.

       

       예카테리나의 눈 앞에 구슬이 떨어졌다.

       

       “바꿔.”

       “어, 어떤 걸 말씀이십니까?”

       “벨페고르 소환되는 시간. 내일 모레로 바꾸라고.”

       

       예카테리나의 표정이 잠깐이지만 멍해졌다. 그러다가 제 주제를 깨닫고 황급히 구슬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 알겠습니다.”

       

       도대체 어떤 마법사가 악마를 소환하는 아티팩트를 파괴하지 않고 내버려두는가.

       

       왜 하루만 미루냐고도 물어보고 싶었지만, 예카테리나는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저 눈은, 누군가를 죽일지 말지 고민하는 눈이었다.

       

       “모, 모레 몇 시로 말씀이십니까?”

       “두 시.”

       

       예카테리나는 올리비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면, 올리비아의 생각은 상식의 범주를 아득하니 넘어서 있었다.

       

       그러니까, 미친년이라는 소리다.

       

       끼릭, 끼릭, 끼릭.

       

       구슬에서 마기가 꿈틀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 다 됐습니다!”

       

       앞으로 공손히 내밀어진 예카테리나의 양 손은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벨페고르의 눈]

        천 명분의 영혼을 제물로 바쳐 만들어낸 눈이다. 대악마 벨페고르를 소환할 수 있다. 

       – 소환까지 남은 시간 : 39시간

       – 마기를 불어넣어 소환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아티팩트를 집어든 올리비아가 만족스럽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그, 그럼!”

       

       예카테리나가 올리비아를 올려다보았다.

       

       “살려 주시는…….”

       

       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음 순간 시야가 천천히 뒤집어졌다. 

       

       ‘……어?’

       

       땅바닥이 점점 가까워졌다. 이마가 아팠다. 시야가 빙글빙글 돌았다. 예카테리나는 멈출 때까지 몇 바퀴를 더 돌았다.

       

       머리만.

       

       예카테리나의 시선 끝에 머리를 잃고 쓰러진 제 육체가 보였다. 검은 핏물이 솟구치는 일은 없었다. 터져나오기 전에 이미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어?’

       

       예카테리나는 그 순간까지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예카테리나의 눈동자가 어디선가 느껴지는 시선을 따라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올리비아는 고개만 돌린 채, 차가운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예카테리나는 의식이 흐릿해지는 와중에도, 새파랗게 빛나는 눈동자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예카테리나의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

       

       

       예카테리나를 쓰러뜨리고 나서, 올리비아는 곧장 인적 없는 공원으로 이동했다.

       

       ‘벨페고르의 눈’을 묻어두기 위함이었다.

       

       맘 같아서는 으슥한 야산에 묻어두고 피해를 최대한으로 줄이고 싶었지만, 그렇게하면 벨페고르가 소환되지 않는다.

       

       저번에 말했듯이, 이까짓 아티팩트 하나로 벨페고르를 소환할 수 있었던건 이곳이 망령 하나 없이 청정한 아카데미이기 때문이다.

       

       예카테리나는 망령 아니냐고?

       

       마녀가 죽으면, 그 영혼은 계약한 악마의 것이 된다. 예카테리나 또한 진작에 마계로 끌려갔을테니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살다살다 이런 적은 또 처음이네.’

       

       벨페고르가 소환되기 전에 예카테리나를 미리 처치한 적은 있었지만, 그때는 벨페고르의 눈을 바로 부숴버렸었다. 

       

       ‘하긴, 누가 미쳤다고 이딴 짓거리를 하겠어. 개 뻘짓인데.’

       

       그 뻘짓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 비참할 뿐이다.

       

       올리비아는 벨페고르의 눈을 아무도 찾지 못하게 깊숙히 파묻은 다음, 근처에 누가 접근하면 알아차릴 수 있도록 알람 마법까지 걸어두고 나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음!”

       

       올리비아가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주변에서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긴, 통금 시간이 지난지가 언젠데 지금 시간에 공원을 돌아다니는게 이상한거다.

       

       아무튼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까 슬슬 돌아가서…….

       

       -고오오.

       

       돌연 올리비아가 몸을 홱 돌렸다.

       

       땅 속에서 짙은 마기가 느껴졌다. 정확히는, 벨페고르의 눈을 묻어두었던 곳에서.

       

       -고오오오오.

       

       주변에 있던 흙이 거무튀튀한 진흙으로 변해갔다. 풀잎이 순식간에 바스라지고, 나무가 말라 비틀어져 죽는다.

       

       주변이 짙은 어둠에 물들어간다. 그건 예카테리나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검었다.

       

       파악!

       

       일순간 벨페고르의 눈이 땅을 뚫고 치솟았다. 눈은 허공에서 부르르 떨다가, 듣기만 해도 껄끄러워지는 소음을 내며 쫙 갈라졌다.

       

       촤아아아아악!

       

       눈은 주변에 있던 모든 어둠을 빨아들였다. 어둠은 갈수록 비대해졌다. 올리비아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 @%&@%@…….

       

       ‘어둠’이 말했다.

       

       – 네놈. 잘도 내 계약자를 죽였더구나.

       

       그건 더 이상 아티팩트 따위가 아니었다. 

       

       [대악마 벨페고르]

       – 레벨 : 90

       – 칭호 : 서쪽 마계의 주인, 망령을 다스리는 자.

       

       악마, 그 자체였다.

       

       – 그 죄, 목숨으로 갚아라.

       

       벨페고르가 으르렁거렸다.

       

       동시에, 올리비아의 눈 앞에 메세지 창 하나가 떠올랐다.

       

       [보관할 수 없는 물건- HIDDEN]

       – 발동 조건 : 예카테리나 퇴치 후, 30분 이상 ‘벨페고르의 눈’을 방치 시 발동.

       – 보상 : ‘악마를 퇴치하라’ 퀘스트와 동일.

       

       “……이런 씨발.”

       

       존나 억까하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고란이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앗!
    수정했습니다앗!
    고라니->고란이

    율연님!
    1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

    단서 킬이라 노카운트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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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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