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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

       – 저거 채찍 소리 맞지?

       – 번개 떨어지는 소리 아님?

       – 채찍으로 저런 소리가 어케 나냐. 편사 개사기 캐릭이었네.

       – ㄹㅇ ㅋㅋ. 누가 편사가 쓰레기 캐릭이랬음. 아알못인 듯?

       

       젠장. 호리병 어딨어. 호리병. 빨리 나오란 말이야.

       

       왜 빌어먹을 체력 환단 밖에 안 보이냐. 이거 지금 써먹을 데도 없다고.

       

       차라리 마력 환단이라도 나와! 제발!

       

       데케이가 속으로 투정을 부리기 무섭게 앞의 가판대에서 마력 환단이 등장했다.

       

       허락도 없이 그걸 주워들자 가게 주인이 무어라 했으나 데케이가 알바는 아니었다.

       

       “실피드!”

       

       바람 정령의 도움을 받아 데케이가 내달리기 시작했다.

       

       일반 유저라면 속도를 주체하지 못해 벽에 들이박았겠지만 데케이는 프로 시절부터 정령 궁수를 플레이했던 장인이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한참을 달리다 저 멀리에서 가판대에 올려진 호리병이 보였다.

       

       운이 따라준다. 한참은 더 뒤져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데케이는 다급히 호리병을 집어 든 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태양의 위치를 보면 시장 중앙으로 가기 위해선 서쪽으로 뛰어야 하겠네.

       

       시간이 없다. 최단거리로 가자.

       

       데케이가 허공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마나의 소모가 컸지만 지금은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실피드가 만들어 주는 바람의 발판을 밟으며 앞으로. 다시 앞으로.

       

       그 끝에 팔짱을 낀 채 초조해하는 개방 고수의 모습이 보였다.

       

       데케이는 그 바로 앞에 떨어지듯 착지한 후 개방 고수의 손에 호리병을 쥐어 주었다.

       

       “이거! 찾던 겁니다!”

       “오오! 내가 곤란에 빠진 걸 어찌 알고! 정말 감사하네. 이것은.”

       “다 아니까 일단 그건 나중에 하고! 지금은.”

       

       파앙!

       

       채찍이 데케이 바로 앞에 내리쳐졌다.

       

       헛친 게 아니었다. 일부러 위협을 한 것이다.

       

       등을 돌리자 화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분명 방금 전까지 관군하고 싸우다 온 걸텐데 왜 저렇게 멀쩡한 거야.

       

       “다 쓰러트리고 오신 거에요?”

       “그래. 흥도 안 나는 잡졸들이더구나.”

       

       아무리 그래도 체력 하나 안다는 게 말이 됩니까.

       

       데케이가 헛웃음을 흘렸다.

       

       “방금 그 아이들이 다는 아니겠지? 더 대단한 걸 준비했으리라 믿고 싶다만.”

       

       아직 준비하려면 한참 남았는데요.

       

       기다려달라고 부탁하면 지난번에 외신 때처럼 기다려 줄까?

       

       진지하게 머리를 박을까 고민하던 무렵 개방 고수가 앞으로 나섰다.

       

       “은인. 저 자가 그대의 적인가? 강하군.”

       “그대는 무엇인가?”

       “이 몸은 개방의 일원인 단장용이라 하네!”

       “개방의 버러지인가.”

       “무어라?”

       

       개방 고수는 화령의 무례를 비난했지만 화령은 그 목소리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데케이를 질책하듯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를 냈다.

       

       “그대가 믿는 게 겨우 저까짓 녀석인가?”

       “허어. 소자께서는 실력에 자신이 있으신가 보오?”

       

       개방 고수가 평온한 체 말을 했으나 그의 목소리에는 노기가 담겨 있었다.

       

       자기보다 어려보이는 이에게 노골적인 무시를 당했으니 그럴 법 했다.

       

       허나 그 노기에도 화령은 같잖다는 듯 개방 고수를 바라볼 뿐이었다.

       

       “말하는 것을 보니 그대도 실력에 자신이 있는 모양인데. 그럼 무얼 하는가. 덤비지 않고.”

       “가겠소!”

       

       도발에 당한 개방 고수가 앞으로 내달렸다.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개방 고수를 이 자리에서 잃어버리면 승기가 사라져 버린다.

       

       데케이의 전략은 기본적으로 2:1을 가정하고 만들어진 것이었으니까.

       

       원래는 적당히 시간을 끌며 아슬아슬한 시간까지 아이템을 모을 생각이었는데!

       

       데케이는 다급하게 여태 모은 환단을 몽땅 입에 다 털어 넣은 후 활시위를 당겼다.

       

       개방 고수는 화령을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려 했으나 그러기도 전에 화령의 손에 손목을 붙잡혔다.

       

       “놔라!”

       

       발악에도 불구하고 개방 고수의 팔은 화령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화령은 자기보다 두 배는 더 클 남자를 아이 다루듯 가지고 놀았다.

       

       데케이가 몇 개의 화살을 연이어 쏘아내고 나서야 풀려난 개방 고수는 이를 악물고 화령을 노려 보았다.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같이 가시죠.”

       “미안하군. 상대를 얕잡아 보았소. 진심으로 가리다.”

       

       당신이 진심을 낸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을 텐데.

       

       데케이는 입술을 꾹 깨물며 정령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기본적인 대전략은 개방 고수가 화령과 육탄전을 벌이고 데케이가 화살과 정령술로 보조를 하는 형식이었다.

       

       애초부터 쓰러트릴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어디까지나 시간을 끌며 데미지를 누적시켜 시간제한을 통해 이길 생각이었다.

       

       아무리 화령이라고 해도 2:1의 상황에서 완벽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리라 예상한 것이었다.

       

       데케이의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화령은 여유롭게 움직이면서도 개방고수와 데케이를 완전히 압도했다. 그녀는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은 채 시종 개방고수에게 생명의 위협을 가했다.

       

       아마 데케이의 보조가 없었다면 개방고수는 십 초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을 것이다.

       

       화령이 진심을 내지 않았음에도.

       

       채찍. 저 개같은 채찍이 문제였다.

       

       그녀가 사용하는 채찍은 하나의 의지를 가진 생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시도 때도 없이 마구잡이로 궤도를 비틀어 대니 경로를 예측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

       

       그렇다고 담긴 힘이 작은 것도 아니었다. 이미 몇 번이고 채찍에 공격당한 개방고수가 너덜너덜해진 것이 그 증거였다.

       

       그는 트라우마라도 생긴 것인지 채찍이 움직일 때마다 몸을 움찔거렸다.

       

       내가 살다살다 편사가 까다롭다는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 미친 ㅋㅋㅋ. 개방 고수 개 쫄았네.

       – 개방 고수가 저렇게 약했나?

       – 쌔진 않지만 저 정도는 아닌데.

       – 근데 나 같아도 저 채찍에 맞다보면 저렇게 될 듯.

       – ㅇㅇ. 소리가 너무 살벌해.

       – 헤으응. 채찍 든 천마님도 좋아.

       

       데케이는 직감했다.

       

       조졌다고.

       

       이대로 가면 얼마 안 가서 개방 고수가 쓰러질 테고 채찍의 앞에 노출된 그는 얼마 안 가 비명을 지르게 될 터였다.

       

       “거지들아! 이리로 모여라!”

       

       개방 고수의 발악기. 시장의 거지들을 모아서 진을 펼치는 기술이 나왔다.

       

       시장의 거지들이라고 해봐야 싸움을 모르는 이들이라 그리 도움은 되지 않지만 시간을 끈다는 점에서는 탁월한 기술이었다.

       

       체력의 우위만 있었어도 도망을 쳐서 시간을 끌어 볼 텐데. 지금 체력이 많은 쪽은 오히려 화령이었다.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은인! 내가 시간을 끌 테니 도망을 치시오!”

       

       이래도 지고 저래도 질 거라면 기적이라도 기대를 해봐야지.

       

       데케이는 개방 고수에게 슬쩍 고개를 숙이고 등을 돌렸다.

       

       – 뭐임? 체력 적은데 왜 더추빤함?

       – 시간 끌어도 지잖아. 포기했음?

       

       “어차피 질 거면 각성단이라도 찾아 봐야죠!”

       

       – 그게 나오겠냐.

       – 포기하면 편해.

       

       “시끄러!”

       

       시청자들의 조롱에 답하기 무섭게 뒤에서 폭음이 울렸다.

       

       이게 아피스야 공포게임이야. 어지간한 공포게임의 보스보다 화령 씨가 더 무서운 거 같은 건 기분 탓인가.

       

       데케이는 폭음을 BGM삼아 여러 가판대를 이잡듯이 뒤졌다.

       

       허나 기적은 괜히 기적이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가판대에서 나온 것은 그가 바라는 각성단이 아니라 체력과 마나를 회복시켜 주는 녀석들 뿐이었다.

       

       그거라도 나와서 데케이의 체력은 다시 가득 차게 되었지만 그 무렵엔 이미 저 멀리서 들리던 폭음이 그친 뒤였다.

       

       온다.

       

       괴물이 온다.

       

       필사적으로 내달리던 데케이는 옆에 있던 정령이 신호를 보내자마자 앞으로 굴렀다.

       

       이윽고 그가 서 있던 자리에 채찍이 내리쳐졌다.

       

       재빠르게 일어난 그는 땅에 생긴 크레이터를 볼 수 있었다.

       

       저게 채찍 자국이라고? 지뢰라도 터진 것 같은데?

       

       “좀 더 재밌는 걸 가져오리라 기대했다만. 실망스럽구나.”

       

       당신이 규격 외로 강한 겁니다. 보통은 개방 고수랑 협공하는 데 오히려 압박을 하진 않는다구요.

       

       데케이는 사뿐히 착지한 화령을 보며 속으로 투덜댔다.

       

       “이제 끝이더냐?”

       

       그는 대답을 하는 대신 필사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무언가 변수라도 있기를 바라면서.

       

       각성단의 모양은 기억한다. 그건 위에 용문양이 그려진 팔각의 상자에 들어.

       

       어. 저건 설마. 진짜로?

       

       “무어냐. 희망을 찾은 게냐?”

       “표정에 드러났나요?”

       “눈이 그렇게 커졌는데 몰라보는 것도 이상하지 않느냐.”

       

       우와. 그 정도였나. 좀 많이 추했겠는데.

       

       “무엇이 되었던 해보거라. 이대로 끝나면 너무 심심할 듯 싶으니.”

       

       데케이는 화령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추하고 더럽고 치사해도 어쩔 수 없었다. 데케이는 지금 발악을 하는 입장이었다.

       

       외신을 소환해도 이길까 말까 한 상황에서 각성단을 먹는 것 정도로는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했다.

       

       “그것은 무엇인고?”

       “보면 아실겁니다.”

       

       각성단은 시장 맵에 존재하는 일종의 치트키다.

       

       시장 맵을 운빨 맵으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각성단을 먹게 되면 캐릭터의 능력치가 급상승하고 여러 가지 능력을 각성하게 되는데 정령 궁수 같은 경우에는 정령들의 모습이 바뀐다.

       

       본래는 나비 정도의 크기였던 정령들의 성인의 모습이 되며, AI가 좋아져서 자동으로 능력을 사용하는 데다가, 작았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능력이 강해진다.

       

       사실상 플레이어가 하나에서 다섯으로 늘어나는 셈이었다.

       

       대신 제한 조건 자체는 있다. 1분이 지나가면 각성단의 효과가 다 되어서 능력이 사라지니까.

       

       그렇지만 현직 프로들도 각성단을 먹은 캐릭터를 상대로 1분을 버티는 걸 장담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사실상 승리가 보장된다고 봐야 했다.

       

       그게 분명한데. 데케이는 자신이 이기리라 확신할 수가 없었다.

       

       화령이라면 1분은 버티는 것은 물론이고 각성단을 먹은 캐릭터 채로 박살을 내버릴 것 같았으니까.

       

       “호오. 힘의 규모가 갑자기 불어났구나. 그런 환단인가?”

       “이러면 좀 재밌을 것 같죠?”

       “그래 보이는구나. 잘 되었다. 안 그래도 네 정령들이 거슬리던 참이었는데. 괴롭혀 줄 수 있게 되었으니.”

       

       정면에서 박살낼 생각이시구나.

       

       선선히 웃으며 말을 하는 화령의 모습에 데케이가 숨을 들이켰다.

       

       전력상으로 유리한 건 난데 왜 겁이 나는 걸까.

       

       *

       

       이런 걸 준비하던 것인가.

       

       충분히 쓰러트릴 수 있음에도 기다려 준 보람이 있구나.

       

       방금 전 고수를 자칭하던 버러지 때문에 나던 짜증이 풀렸다.

       

       개방의 멍청이 놈은 정말로 분수를 모르는 녀석이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게 누구인지도 모르고 자만하는 꼴이라니.

       

       거기에 질 것 같으니 자기만 희생하는 게 아니라 다른 자들까지 끌어들이려 하는 모습은 정말 추하기 그지없었다.

       

       그에 반해 지금 내 앞에 있는 정령들은 마음에 드는구나.

       

       저 적의 어린 시선하며, 그들의 몸 안에 머무르는 거대한 힘 하며.

       

       즐거운 시간이 찾아온 것 같지 않느냐.

       

       느긋이 서서 상대가 공격을 하길 기다리니 정령 쪽에서 먼저 움직임을 보였다.

       

       처음은 얼음의 정령이었다. 그녀는 나의 주변에 가히 백에 달할 정도로 많은 얼음의 송곳을 만들어 냈다.

       

       허나 그것은 쏘아지는 데까지 약간의 틈이 있었고, 그 틈은 내가 채찍을 휘둘러 모든 것을 박살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첫 수가 무마되기 무섭게 바람의 정령이 폭풍을 일으켰다. 시장 채로 나를 휘감아 날려버릴 생각인 것일까.

       

       나는 그 규모가 충분히 커지기 전에 중앙에다 거대한 충격을 가했다. 그럼으로써 모여들던 폭풍은 자그마한 바람이 되어 주변으로 흩어져 버렸다.

       

       다음은 불의 정령이었다. 그녀는 나의 주변을 거대한 불의 벽으로 감싸 버렸는데 이는 이전의 둘보다 파해하는 것이 간단했다.

       

       나정도 되는 무인이 겨우 불 따위에 피해를 입으리라 생각했나?

       

       그냥 걸어가듯 빠져 나오자 내 앞에 대지의 파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불은 시야를 가리는 용도였나. 저 파도를 통해 아예 나를 바닥에 묻어버릴 셈이구나.

       

       채찍을 접어 두고 주먹을 치켜들었다.

       

       신권은 필요치 않다. 그것은 바다를 갈라버릴 때에나 쓸만한 물건이니까. 이런 파도를 헤치는 데는 평범한 권이면 충분하지.

       

       콰앙!파도의 중앙을 뚫어버리고 앞으로 나서니 열 개의 눈동자가 나를 황망히 바라보았다.

       

       “왜 그러느냐.”

       

       벌써 끝난 것은 아니리라 믿는다.

       

       이제 시작한 것이지 않은가. 게임의 시간제한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다.

       

       마력을 움직여라.

       

       무기를 들어라.

       

       나를 어떻게 하면 죽일 수 있을 지를 고민하라.

       

       어서!

       

       나를 즐겁게 해다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먼저 그대들을 쓰러트릴 수밖에 없을 테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원을 받아보는 건 처음이네요! 너무 기쁩니다!
    노력하는 작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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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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