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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

       “으아악.”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점프를 해버린 상황이었고, 초 거대 바위 골렘은 뒤통수에 있는 눈을 뜬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시발. 이럴 줄은 몰랐는데.’

       

        바위 골렘은 나를 향해 즉시 팔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다행인건 날씨 효과 덕분인지 아주 느릿느릿했다.

       

        탁탁탁.

       

        나는 바위 골렘에 닿자마자 곧이어 점프를 해대며 피했다.

        비 때문에 젖어서 좀 미끄러웠다.

       

        ‘날씨 효과 없었으면 아주 크게 한방 맞았을 것 같다.’

       

        바위 골렘이 팔을 휘두르는 속도를 보면 분명했다.

        점프해서 공중에 뜬 상태에서 아무 방어도 하지 못한 채 크게 한방 맞았을 것이다.

        그럼 못해도 중상이었겠지.

       

        ‘이 새끼 눈이 뭐 여러개야? 아니면 뒤통수에만 달린 거야 뭐야?’

       

        탁탁탁탁.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한자리에만 서있기엔 너무 위험했으니까.

        이 녀석은 이제 나를 발견해서 미친 듯이 공격을 하는 중이었다.

       

        쾅!!

       

        쾅!!!

       

        매우 느린 속도에 부정확한 타격이지만 녀석의 힘은 엄청났다.

        훈련장 전체가 흔들거릴 정도.

       

        ‘아니 이런게 다 구현이 된다고?’

       

        시뮬레이션 성능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뭐 이렇게 된 거 그럼 옆을 공격하는 수 밖에 없겠다.’

       

        잠깐의 순간동안 깨닫게 된 것은 바위 골렘은 앞 뒤로는 움직임이 아주 빠르다는 것.

        하지만 구조적으로는 옆 쪽은 이무래도 펀치를 날리기 힘들 것 같았다.

       

        타타닥.

       

        바위 골렘의 옆 쪽으로 다가섰다.

        그리고는 아까의 계획대로 실행을 준비했다.

       

        이 녀석은 나를 발견하고는 몸을 비틀려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무리였다.

        아무래도 애초에 바위 골렘 구조상 힘든 것 같기도 했고, 날씨 효과도 있었으니까.

       

        탁탁탁.

       

        나는 바위골렘의 팔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주 무섭고 위협적인 무기였지만, 지금은 바위골렘의 머리로 가는 지름길.

       

        ‘휴. 파도타기.’

       

        스킬을 사용하자 날씨 효과 덕에 쌓여있던 물들이 어마어마하게 파동치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바위 골렘도 휘청이는 중이었다.

        나까지 미끄러질 뻔.

       

        ‘그리고 이제는 워터 벤딩.’

       

        파도치는 물결에서 여러 두꺼운 촉수들이 뻗어나왔다.

        그리고는 내 손짓에 따라 바위 골렘의 관절 사이사이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휴. 다 끝났네.’

       

        나는 손을 꽉 쥐었다.

        그러자 촉수들은 바위 골렘의 관절들을 하나씩 분리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철썩. 철썩

       

        바위 골렘에서 떨어져나온 바위들이 힘없이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폴짝.

       

        완전히 정리가 된 것을 확인하며 바닥으로 내려 앉았다.

        그리고는 컨트롤 실을 바라봤다.

       

        ‘이제 된 거지?’

       

        ***

       

        “자 시작합니다~~”

       

        차 과장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시뮬레이션의 Go버튼을 눌렀다.

       

        “아잇. 과장님. 진짜 위험하다니까요?”

        “다치기라도하면 어떻게 하시게요?”

        “아니. 다치기 전에 시뮬레이션 끝내면 되니까~ 괜찮아.”

        “너무 가혹하다니까요? 아직 E급인 사람에게 C급을 주면 어떻게 해요!”

       

        여자 헌터들은 마치 물가에 내놓은 자식을 보는 것처럼 발을 동동 굴렀다.

        반면에 차과장은 오히려 한계에 밀어붙여보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엥? 과장님. 저거 맞아요? 초 거대 골렘인 거 같은데요? 저거 최소 B급 아니에요?”

        “으음? 아이코. 그러네. 내가 B급으로 설정해놨네.”

        “아!!! 과장님!!!!”

        “아 봐봐. 분명 백지훈 씨 잘할 수 있을 거라니까~”

       

        그들은 옥신각신 하며 백지훈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 조심스럽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에? 날씨 효과? 어떻게 E급이 이거 가지고 있어요?”

        “오잉? 그러게요? 뭐지? 스킬 부자 인가?”

       

        헌터 계에서는 스킬 부자라는 말이 있다.

        스펙이나 스킬의 레벨은 올리지 않으면서, 마치 찍먹처럼 하나씩 누르고 다니는 사람을 말한다.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사실은 내실이 없는 것과 다름이 없다.

        질보단 양으로 승부하는 것.

       

        “잉. 그런가… 아닌 것 같은데.”

       

        그들은 잠시 다투는 것을 멈추고 백지훈이 하는 행동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백지훈이 혹여나 다치거나 죽게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지만, 백지훈의 태도와 행동을 보고는 살짝 생각이 달라진 것 같았다.

       

        “거 봐~ 내가 잘 할 거라고 했잖아. 이미 시작부터 아주 오케이인데? 완전 정석으로 가고 있잖아? 그치?”

        “아니. 그렇긴 한데.”

        “흐음.”

       

        차과장은 아주 싱글벙글한 표정이었다.

        자신의 생각이 잘 맞아 떨어졌다는 것에 대해 뿌듯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흐흐. 잘 지켜보라고~ 우리 백지훈 씨. 아주 잘 할 수 있을 거야.”

       

        그들은 계속 해서 장면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어. 근데 백지훈 씨. 뒤로 가는 데요?”

        “초 거대 바위 골렘은 뒤에도 눈이 있는 걸 모르는 거 아니에요?”

        “거대 바위 골렘까지는 저게 먹히잖아요. 아마 거대 바위 골렘으로 착각한 것 같은데요?”

       

        다시 걱정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과장님. 이제 멈춰야 할 것 같아요. 우리 충분히 실력 봤으니까요. 여기가 한계에요.”

        “꺄아아악.”

       

        백지훈이 뛰어올라 골렘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고 비명을 지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골렘의 주먹은 빗맞았다.

       

        “아잇. 과장님. 정지안하시면 저라도 투입합니다.”

        “저거 좀 보라니까? 백지훈 씨 진짜 잘해.”

       

        발을 동동 구르던 여자 헌터들은 다시 화면에 집중했다.

       

        백지훈은 이제 옆으로 돌아가 골렘의 팔을 타고 올라가는 중이었다.

       

        “엥? 뭐지? 왜 이렇게 잘 알아?”

        “과장님. 혹시 미리 찔러 준거 아니에요? 정석 공략법?”

        “아냐~ 아니라니까? 진짜로.”

       

        과장은 계속해서 흐뭇한 미소를 띄었다.

       

        “어? 끝났다.”

       

        완전히 끝나자 여자 헌터들은 맥이 풀린 것처럼 주저앉는 모습이었다.

        눈 앞에서 괜히 끔찍한 모습을 볼 뻔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백지훈이 다치기라도 했으면 곁에서 보고 있었던 자신들에게도 책임이 돌아올 수 밖에 없으니까.

       

        “자~ 백지훈 씨에게 가 봅시다~~”

       

        ***

       

        불이 탁탁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뮬레이션이 꺼지며 서서히 환경은 변했다.

       

        ‘으. 축축해.’

       

        내가 뿌린 비 때문에 옷은 완전히 다 젖은 상태였다.

        조금 불쾌한 느낌.

       

        하지만 가슴은 조금 뛰는 느낌이었다.

       

        ‘이런게 헌터군.’

       

        물론 채수현과 이 비슷한 것들을 오래 하기는 했지만 완전히 차원이 달랐다.

        채수현과 함께 할 때는 잡몹들을 빠르게 처치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으니까.

        더 강력한 쪽에는 전혀 신경쓸 수 없었다.

       

        ‘아 오빠. 더 강한 놈들 처리하려면 오빠 쪽에 투자해야되잖아. 그럼 넘 느리다니까? 그냥 차라리 잡 것들만 잡으면 돼. 하루에 14시간 던전 돌면 되지~ 쉬지 않고. 남들보다 많이 하면 돼. 괜찮아~ 그런 담엔 집에 가서 알지?’

       

        나에게 찡긋하던 채수현의 얼굴이 선했다.

       

        보통 하루에 던전 공략은 보통 3,4시간만 하는 편이다.

        아무리 뛰어난 헌터라 하더라도 그 이상은 지치니까.

        아무래도 체력 소모가 엄청나다.

       

        축구 선수도 1시간 반을 뛰면 완전히 탈진하니까.

        헌터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나는 왠지 모를 건강함에 하루에 14시간씩 던전을 돌았었지만.

        분명 채수현이 무슨 수작을 했던 것이겠지.

       

        짝짝짝.

       

        훈련장 안에 불이 모두 켜지자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차과장과 대리들이었다.

       

        그들은 아주 흡족하면서 놀란 표정이었다.

       

        “아니. 백지훈 씨? 와. 어떻게 한 거여? 아주 놀라운데?”

        “저 과장님. 근데 이거 C급 맞아요? 너무 덩치가 큰 것 같은데요?”

       

        거의 아파트 만한 것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이게 C급이면 S급은 도대체가.

       

        “으응… 그거 B급이야. 내가 실수로 버튼을 잘못 눌렀지 뭐야?”

       

        ‘시발.’

       

        표정을 보니 실수가 아닌 것 같은데.

        어딘가 능글맞은 표정이다.

       

        “어휴. 백지훈씨 진짜 대단혀. E급의 몸으로 단숨에 B급까지 뚫어버리고? 아니 그 스킬들은 또 언제 얻어놨대?”

       

        사알짝 의심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아. 예전에 친구 때문에 올린 적이 있어서요. 운이 좋았네요.”

       

        대충 말을 둘러댔다.

       

        “아휴. 아주 굳이야 굳.”

        “와. 백지훈 헌터님. 진짜 저희 간 떨어지는 줄 알았거든요? 엄청 걱정했다니까요? 어떻게 그렇게 잘 피하셨어요? 혹시 이거 공략을 미리 알고 계셨던 거에요?”

        “아뇨. 오늘 처음 봤어요. 이렇게 큰 골렘도 있었네요.”

       

        내 대답에 대리들은 아주 경악을 하는 표정이었다.

       

        ‘휴. 뭐 잘 끝낸 것 같긴하네.’

       

        “자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하자고~ 더 높은 건 나중에~! 지훈 씨 너무 힘드니까~”

       

        차과장은 콧노래를 불렀다.

       

        “아이 뭘 더 높은 걸 해요. 차근차근 하시라고요. 그렇게 사람 밀어붙인다고 될 게 아니에요.”

        “아휴. 다들 걱정도 많으셔~ 방금 보고도 몰라? 백지훈씨 S급은 된다니까?”

       

        살짝 답답하다는 뉘양스가 섞여있었다.

       

        “에이 지금 E급인데 무슨 갑자기 S급이에요. 설령 그렇다해도 한번에 그렇게 막 할 필요는 없잖아요.”

        “에헤이~원래 남자는 한계까지 가보고 싶은거라니까 그러네~~”

       

        툴툴대면서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휴. 오늘은 좀 가슴뛰는 날이었다.’

       

        아직 진정되지 않는 손을 내려다 보며 생각했다.

       

        지금까지 나에게 있어서는 던전 공략은 단순 노가다에 불과했다.

        채수현의 채찍질을 맞고는 하루에 14시간씩, 주말도 없이 하는 중노동.

       

        하지만 방금 전 B급 초 거대 바위 골렘은 조금 나를 다르게 만든 것 같았다.

       

        ‘뭔가 살아있는 느낌이 들어.’

        ‘이래서 다들 미친 듯이 던전 공략을 하는 구나.’

       

        지금까지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무슨 게임도 아니고 왜 저렇게 난리를 치며 좋아하는지.

       

        물론 돈 버는 거야 누구든 싫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열정적으로 흥분하면서 돈 벌러 가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오늘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날이었다.

       

        ‘좋았어. 빠르게 헌터 등급을 올려본다.’

       

        주먹을 꽉 쥐었다.

       

        ‘3일. 뭐 딱히 준비할 건 없겠지. D급으로 올리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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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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