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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

       36. 마트에 가자 (3)

       

       

       K마트가 빌런에게 습격당했다.

       빌런들은 복면을 쓴 채, 시민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전부 영웅이 올 때까지 꼼짝 말고 있어. 움직이는 순간 죽인다.”

       

       앞문, 뒷문, 매장 탈의실, 화장실.

       숨어있던 복면의 빌런들이 갑자기 나타나, 총을 들고 시민들을 통제했다.

       

       철컥-

       

       “너도 죽고 싶지 않으면 엎드려 있어.”

       “…”

       “빨리 안 엎드려?”

       

       생각보다 테러의 규모가 크다.

       준비를 꽤나 한 모양이다.

       나는 내 뒤에서 나타난 녀석의 말대로 몸을 엎드렸다.

       그러자, 화련이가 화산 분화구처럼 분노를 터뜨렸다.

       

       -왜 명령이야! 아빠, 쟤 때려버려! 나 쟤 마음에 안 들어!

       

       나는 조용히 목소리를 낮추어 중얼거렸다.

       

       “…아직은 안 돼.”

       -왜!

       “쟤네들의 목적을 모르잖아.”

       

       목적을 알 수 없다.

       영웅이 되고 나서 교육을 대충 들어서 알고 있는데.

       이런 테러 상황에서는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모르는 동안에는 불필요한 움직임을 삼가하라 했다.

       

       “녀석들의 목적은 뭘까…”

       

       내 혼잣말에 수련이가 대답했다.

       

       -아마 아빠 같은 영웅에게 있겠지.

       

       확신이 담긴 말투였다.

       

       -인간을 죽이려고 했다면, 영웅을 부르라는 말을 할 이유가 없어. 진작 죽였을 테니까. 그렇다면 당연히 마트에 있는 물품을 원하는 것도 아니야. 저 이상한 팬티를 쓴 인간들이 원하는 건. 아빠 같은 영웅이야. 일반 인간은 자신들이 우위에 서기 위해 잡아뒀을 뿐이야.

       “…”

       

       수련이는 말을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나는 수련이가 무슨 의미를 담아 말했는지 완벽하게 이해했다.

       아마도…

       

       “크흠, 사실 나도 알고 있긴 했는데.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수련아.”

       -나는 틀린 말을 하지 않아, 아빠.

       “그래, 그런 것 같아.”

       

       역시 똑똑한 내 딸이야.

       내 손만 자유로웠어도 수련이를 마구 쓰다듬어줬을 텐데.

       괜히 저 총을 들고 있는 놈이 원망스럽다.

       

       “뭘 봐. 중얼거리지 말고 얌전히 있어.”

       “…”

       

       넌 나중에 두고 보자.

       저 권총에 맞아도 전혀 다치지 않을 테지만.

       일단 시민인 척이나 해야겠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이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너희들도 나오지 말고 얌전히 있어. 지금 심각한 상황이니까.”

       -나한테 명령하지마!

       -나도 알아.

       -네에!

       

       대답은 역시 초련이가 최고다.

       아무튼.

       나는 몸을 낮추고 녀석들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봤다.

       녀석들은 모든 시민을 바닥과 한 몸으로 만들고, 뭐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뭐라는지 안 들리는데.”

       -아버지, 그럼 제 친구들을 시켜서 듣고 올게요!

       

       초련이는 그리 말하며 잠시 가방에서 빠져나와 입을 벌렸다.

       

       -친구분들! 저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듣고 와주세요!

       

       초련이는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정령 친구에게 명령했다.

       그리고, 그 말과 함께 다시 가방으로 쏙- 숨었다.

       

       -이제 제 친구들이 얘기를 듣고 올 거예요!

       “친구 맞지, 초련아?”

       -당연하죠! 저와 제 친구 사이를 뭘로 생각하는 거예요!

       

       초련이의 작은 외침 이후.

       잠시 바닥과 한 몸이 되어 있자, 초련이의 친구가 임무를 완수했는지, 초련이가 말을 걸어왔다.

       

       -아버지, 제 친구가 얘기해줬어요!

       “쟤네가 뭐라고 하던데?”

       -무슨 말을 했냐면요! ‘영웅들이 도착하면 시민들을 전부 쏴 죽여!’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리고, 폭탄은 거짓말이래요! 폭탄에 정신이 팔리면, 혼란을 틈타 도망칠 거라고 했어요!

       “…”

       

       아예 작정하고 테러를 저지를 생각이구나.

       그것도 시민들을 상대로.

       복면을 쓰고 나타났기 때문일까.

       생김새를 보고 너무 조빱이라 생각한 것 같다.

       녀석들은 생김새와 다르게 더 위험한 일을 저지르려는 생각인가 보다.

       

       ‘…이 정도 규모는 나 혼자 해결할 수 없어.’

       

       내가 움직이면 곧바로 시민들을 쏠 거다.

       빌런들의 목표는 영웅들이 보는 앞에서 시민을 죽이는 거니까.

       안되겠다.

       영웅들이 건물로 들어오기 전에, 우리가 일을 해결해야 할 것 같다.

       

       “화련아. 아빠 좀 도와줄래?”

       -나는 나보다 약한 인간의 말은 듣지 않아!

       “이거 진짜 재미있는 건데? 정말로?

       -재미있으면 할래!

       

       화련이는 신이 났는지, 가방에서 몸을 내밀었다.

       

       “아직은 아니야.”

       

       나는 그런 화련이를 만류하며 계획을 설명했다.

       

       속닥속닥-

       

       화련이는 계획을 듣고 나서, 재밌겠다는 듯이 대답했다.

       

       -좋아! 특별히 아빠의 부탁을 들어줄게!

       

       다행이다.

       변덕스러운 화련이가 거절하면 어떻게 될까 걱정됐는데.

       그래도 재밌어 보이는지 내 계획을 따를 생각처럼 보였다.

       

       “…”

       -언제 해! 나 심심해!

       

       우리는 그렇게 작전 시작의 타이밍을 기다리며, 가만히 누워 있었다.

       

       “지금이면 괜찮겠다.”

       -나 지금 한다!

       “해버리자, 화련아.”

       -크아아앙!

       

       화련이는 가방에서 튀어나와 입을 크게 벌렸다.

       그리고, 저 위를 향해 화염 덩어리를 발사했다.

       

       슈우우웅-!

       

       “저게 뭐지?”

       “누구야!”

       

       나는 빌런들의 시선이 쏠린 틈을 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화련이가 쏘아 올린 화염 덩어리는.

       

       퍼엉-!!

       

       폭죽처럼 강렬한 빛을 내어 마트를 뒤덮었다.

       나는 그대로 나를 통제하고 있던 녀석에게 달려가, 주먹을 내질렀다.

       

       “애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총을 꺼내?”

       

       절대 봐주지 않는다.

       녀석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꽂아 넣었다.

       

       “아악-!!”

       

       복면의 남자는 내 주먹을 맞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정신을 잃지 않았다.

       

       ‘진심으로 때렸는데, 이 자식도 각성자인가?’

       

       몸에 마력이 미약하게나마 있을 뿐인가.

       그렇게 높은 등급의 각성자는 아니겠지.

       나는 무릎을 꿇은 녀석의 머리에 발차기를 날렸다.

       

       퍼억-!

       

       그제서야 완전히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다들 정신이 없을 때, 빨리 처리해야겠어.’

       

       첫 번째는 내 자식들의 안전.

       두 번째는 나의 안전.

       세 번째는 시민들의 목숨.

       

       빌런들의 목적이 있다면, 나또한 나의 목적이 있는 법.

       나는 현실적으로 생각하며 총을 들고 있던 빌런들을 향해 달려가 주먹을 날렸다.

       

       “이 새끼들! 내가 딸이랑 힘들게 쇼핑하고 돌아가려 하는데! 왜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거야!”

       

       더럽게 약하면서.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려고 한 거야?

       녀석들의 행동은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드래곤의 입장도 마찬가지였는지.

       어느새 화련이가 가방에서 기어나와 쓰러진 빌런들의 머리통을 툭툭- 앞발로 치고 있었다.

       

       -너희 재미없어! 강한 인간이 하나 있었는데! 걔는 사라지고 왜 너희들만 남은 거야! 에잇! 에잇! 약한 인간 죽어!

       “끄으으…”

       

       그냥 일방적으로 괴롭히는 것 같지만.

       나는 화련이의 안전을 위해 잠시 들어가 있으라고 한 뒤, 다음 대상을 물색하려 했다.

       그러나.

       

       “아오, 내 눈이야… 방금 네가 한 거냐?”

       “…어, 내가 했는데.”

       

       철컥-

       마지막으로 남은 복면의 남자가 내게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녀석은 나를 지독한 눈으로 노려보며 물었다.

       

       “눈 아파 죽겠네… 너 영웅이냐?”

       “아니?”

       “그럼 뭔데?”

       “나 아빠인데.”

       

       자식들과 함께 쇼핑하고 있었을 뿐인.

       드래곤의 아빠인데.

       총을 겨누고 있던 녀석은 어이가 없는지 실소를 지었다.

       

       “지랄하네… 그 신체 강화! 등급이 높은 영웅 맞잖아…! 그러지 않고서 내 동료들이 저렇게 될리가 없지…!!”

       

       전부 각성자로 구성된 빌런들이 맞는 모양이다.

       실력자는 하나도 없었지만.

       아무래도 시민들을 죽여 분탕이나 치려던 빌런의 꼬리인 모양이다.

       

       “죽어!!”

       

       녀석은 마지막으로 나를 향해 독기를 뿜어내며 방아쇠를 당겼다.

       

       팅-!

       

       내 몸에는 총알이 박히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내 몸은 드래곤의 마력을 잔뜩 먹은 고급 바디니까.

       나는 당황하는 녀석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너 일루와잇.”

       “최, 최대 B급 영웅한테도 통할 수 있는 총알이라 했는데…!! ㅇ, 왜 총알이 안 박히는 거야…!!”

       “네가 사기를 당했거나, 내 몸이 튼튼하거나. 둘 중 하나겠지. 도망치지 말고 일루와잇!”

       

       나는 겁에 질려 뒷걸음을 치는 녀석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호출당한 영웅들이 안으로 들어왔을 때는.

       이미 상황이 모두 정리된 뒤였다.

       나는 카트에 덩치가 큰 어른 녀석들을 쑤셔 넣어놓고 ‘이게 뭔 상황이지’라는 표정을 짓는 영웅들을 향해 말했다.

       

       “테러 막았는데. 포상금 두둑하게 주나요?”

       

       쉬는 날에 일했는데.

       돈은 받아야지.

       

       

       ***

       

       

       빌런들은 모두 협회에 인도하에 깜빵으로 들어갔다 한다.

       

       “어느 빌런 단체가 나타난 건지, 최근에 범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빌런들의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돌아가시는 길을 조심하십시오.”

       

       협회 직원의 말에 의하자면.

       빌런 집단이 생길 때마다 범죄율이 급격히 치솟고, 집단이 해체되면 범죄율이 급격히 낮아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시민들을 향한 무분별한 대규모 테러는 이번이 처음이라 한다.

       

       “최근에 이런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니… 내가 들어오니 꿀 빠는 시간이 없어지네.”

       

       아쉽네.

       나는 아쉬움을 느끼며, 각종 물품으로 가득 찬 카트를 끌어 집으로 향했다.

       테러를 막아준 나를 위한 K마트 측에서 무료로 제공해준 물품이었다.

       그리고, 내 주머니에 상품권을 많이 넣어주기도 했다.

       

       “내가 산 물품하고 돌아가기 편하라고 카트까지 주다니. 물건을 더 살 걸 그랬어.”

       -그러니까! 내가 맛있는 거 많이 사자고 했잖아!

       

       마트에서 떼쓸 때는 꿀밤을 먹여주고 싶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 정도는 봐줄 수 있지 않나 싶다.

       

       “역시 화련이는 드래곤이야.”

       -그럼, 나는 완전 드래곤이지!

       

       으쓱-

       카트에 담긴 가방에서 튀어나온 화련이.

       아예 밖으로 나와 바깥을 구경했다.

       

       -강해 보이는 사람이 도망치긴 했지만! 그래도 오늘 재미있었어!

       “그 사람은 뭘 위해 온 걸까.”

       -몰라! 그냥 구경하고 도망갔어!

       “…그건 좀 찝찝하네.”

       

       뭔가 깔끔하게 일이 풀린 것 같지 않다.

       뒤에 구린 무언가가 있는 듯한 느낌.

       나랑은 큰 관계가 없으면 좋겠네.

       나는 어디까지나 많은 돈을 벌며 평화롭게 녀석들과 살고 싶을 뿐이니까.

       

       “수련아, 초련아. 너희는 오늘 어땠어. 재미있었어?”

       -방해가 있긴 했어도 괜찮았어.

       -저는 재미있었어요! 다음에도 같이 또 가요!

       “…그건 나중에 생각해볼게.”

       

       그래도.

       중간에 사고가 있긴 했어도, 녀석들이 재미있게 즐겨서 다행이다.

       어느새 카트 밖으로 나온 드래곤 녀석들.

       나는 가득 찬 카트를 이끌며, 저물어 가는 주홍빛 노을을 향해 걸어갔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저녁이 되어가고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시간 가는 줄 몰랐네.

       자식들과 함께 있으니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아마, 그건 오늘 하루가 재미있었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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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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