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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

       과연, 온기라는 게 이렇게 좋은 거구나.

         

        오랜만에 느끼는 이 따뜻함을 가만히 느끼고 있었다.

         

        “허억…. 헉….”

         

        당소영은 달뜬 숨을 내쉬며 손을 마구 움직였다.

         

        찬 공기.

         

        뜨거운 숨결.

         

        김이 서리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당소영의 몸은 땀으로 범벅됐다.

         

        그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그렇게 됐다는 것의 의미는 남달랐다.

         

        “하아….”

         

        이제 마무리다.

         

        결국 끝까지 해낸 당소영은 얼굴에 묻은 걸 닦아냈다.

         

        “후우…. 팔이야.”

         

        당소영은 계속 움직였던 팔을 주물렀다.

         

        아플 만도 하지, 그렇게 움직였으니까.

         

        “저, 불 피우는 건 태어나서 처음 해봐요.”

         

        모닥불이 기분 좋게 일렁거린다.

         

        소영의 얼굴에 묻은 검댕이 그녀가 얼마나 열심히 불을 피웠는지 알려주었다.

         

        거미줄과 나뭇가지를 이용해 불을 피운 것이다.

         

        확실히 인간이 있으니까 편하네.

         

        불을 피우는 건 나도 몇 번 도전해 본 일이다. 체온을 높이는 것 말고도, 야생에서 불이 주는 효과는 어마어마했으니까. 불만 다룰 수 있다면 체급이 높은 적도 함부로 접근하지 못할 거다.

         

        하지만 도마뱀의 손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조금만 힘을 세게 주면 나뭇가지가 부러졌고 발톱이 닿으면 거미줄이 끊어졌으니까.

         

        모닥불을 바라보며 엎드려 있으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나른해진다고 해야 하나.

         

        “키오옹….”

         

        거미들도 내 등 뒤에 올라타서 나와 같은 자세를 하고 있었다.

         

        꼬르르륵.

         

        작은 천둥이 쳤다.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적의 습격인 걸까.

         

        “저, 저기….”

         

        뭐지. 분명 엄청 큰 소리가 들렸는데.

         

        왜 아무것도 없는 거지.

         

        당소영의 얼굴만 빨개져 있고.

         

        꼬르르륵.

         

        이제야 눈치챘다.

         

        이 천둥소리 같은 건 적의 습격이 아니라 당소영의 배에서 난 소리였다.

         

        한창 예민한 나이니까 무시해 주자.

         

        괜히 지적했다가 또 울겠다.

         

        “이, 이상한 소리가 나네….”

       

        꼬르르륵!

         

        당소영은 거의 울 거 같은 표정을 지었다.

         

        거미들의 눈을 가리고, 나도 눈을 감았다.

         

        우린 너를 배려하고 있단다.

         

        충분히 전해졌을 거다.

         

        “차라리 귀를 막아주세요….”

         

        아, 그게 나으려나?

         

        소영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빨개져 있었다.

         

        아니, 사람이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겍겍.”

         

        난 신경 안 쓴다.

         

        “이, 이건 제가 오늘 아무것도 못 먹어서…….”

         

        이해해.

         

        배고프면 그런 소리가 날 수도 있는 거지.

         

        “겍겍!”

        “우, 웃는 건가요? 이익! 불을 피우느라 힘을 많이 써서 그래요!”

         

        위로의 의미가 담 겍겍인데, 역시 도마뱀의 말을 알아듣는 능력은 없었구나.

         

        “이익…. 죄송하지만, 저 먼저 식사를 할게요. 벽곡단을 몇 개 챙겨와서…. 어라?”

         

        저 어라는 챙겨온 벽곡단이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땅에 흘린 게 분명한데 배도 고프고 부끄럽고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의문이 담긴 어라였다.

         

        “벼, 벽곡단! 내 벽곡단! 분명 챙겼는데?”

         

        간수 좀 잘하지.

         

        이대로라면 잠을 잘 수도 없을 거다.

         

        저 천둥소리를 계속 들어야 할 테니까.

         

        마침 불도 있겠다, 애기들 야식 좀 먹일 겸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걸 해보자.

         

        긴 꼬리로 나뭇가지에 걸려 있던 마른고기를 가져왔다.

         

        거북이와 두꺼비 고기였다.

         

        육회로 먹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이렇게 불이 있는데 구워 먹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당소영한테 생식을 권해도 힘들어할 거 같고.

         

        “그르르….”

         

        고기는 줄 테니까 알아서 구워봐.

         

        나뭇가지로 고정한 다음에 올리면 될 거야.

         

        당소영은 내가 건넨 고기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눈이 조금 커지고, 입이 벌어졌다.

         

        “고, 고 대협…?”

         

        믿을 수 없다는 듯 내 이름 아닌 이름을 몇 번이고 불렀다.

         

        “그, 그, 그, 금, 금와? 그리고 금구?”

         

        응?

         

        금와랑 금구?

         

        뭔가 착각한 모양이다.

         

        그런 귀한 게 여기 있을 리가 없잖아.

         

        나름 특이하게 생긴 녀석들이라 착각한 거 같은데, 이 녀석들은 영물이라 부를 수 없는 놈들이었다.

         

        내단 같은 것도 안 나왔으니까.

         

        그리고 영약을 먹으면 상태창님이 바로바로 알려주신다. 공청석유를 먹었을 때처럼.

         

        “아, 아냐. 금빛이 돌진 않으니 아직은…. 그, 그래도 생긴 게 너무…. 에잇!”

         

        당소영은 내가 건넨 고기를 생으로 먹으려는 기행을 저질렀다.

         

        물론 투스 푸스의 제트킥에 저지당하고 말았지만.

         

        콩!

         

        “아야야…. 어쩐지 저 작은 거미들이 내공을 다룰 수 있더라니….”

         

        아직도 의심을 못 버린 당소영.

         

        저게 영약급은 아니지만 몸에 좋은 고기인 건 맞는 거 같다.

       

       이 고기를 먹고 투스 푸스가 급성장했으니까.

         

        영양분 하나는 풍부하겠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금구, 금와는 아니다.

         

        내가 바보도 아니고 그 귀한 걸 못 알아보겠나.

         

        만 년에 한 번 나온다는 그 영물들이 이곳에 있을 리도 없고.

         

        “…진짜 제가 먹어도 돼요?”

       

        아깐 그냥 생으로 먹으려고 하지 않았나.

         

        “겍겍.”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이 정도 의사소통은 할 수 있어서 다행이네.

         

        “역시 대협….”

         

        곶감을 줬는데, 고기를 못 주겠어?

         

        저 고기들은 금방이라도 잡아 올 수 있는 건데.

         

        우두머리 개체라면 몰라도 작은 놈들은 쉽게 잡을 수 있었다.

         

        …가만, 그러면 좀 덩치가 큰 놈은 금구나 금와 같은 영물이라는 소리일까?

         

        에이, 설마.

         

        그래도 한 번 확인은 해봐야겠다.

         

        워낙 잽싸서 잡진 못했는데, 언젠간 잡히겠지.

         

        당소영은 잘 손질한 고기를 나뭇가지에 꿴 후, 모닥불 위에 올려뒀다.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뚝.

         

        나도 참, 칠칠치 못하게 침이나 흘렸네.

         

        “빠, 빨리 구울게요!”

         

        누가 잡아먹니.

         

        천천히 하렴.

         

        빨리 굽는다고 빨리 구워지는 것도 아니고.

         

        당소영의 노력 끝에 고기가 노릇노릇하게 익었다.

         

        이제 배분할 차례다.

         

        일단 투스와 푸스 먼저.

         

        덩치가 아직 작기도 하고, 야식을 많이 먹어서 좋을 건 없으니까 한 조각씩.

         

        “켕!”

         

        당소영은 두꺼비 고기에 관심이 많아 보였으니까 통째로 넘기기로 했다.

         

        “금와를 연구하는 것도 아니고 먹는 날이 오다니….”

         

        금와 아니라니까.

         

        베엘제부포야 저거.

         

        악마 두꺼비라고.

         

        나는 남은 걸 먹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거북이 구이.

         

        냄새부터 한번 맡고 곧바로 입에 넣었다.

         

        우적.

         

        그래, 이 맛이지.

         

        솔직히 입맛도 도마뱀화가 되고 있어 생고기보다 특출나게 맛있다는 평을 내릴 순 없었다. 그러나 구운 고기가 주는 따뜻한 온도에서 주는 만족감이 보통이 아니었다.

         

        속이 데워지는 기분.

         

        오랫동안 익혀 결대로 찢어지는 식감.

         

        갓 사냥한 고기가 아니라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미식이라 평할 맛이었다.

         

        당소영도 두꺼비 구이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바싹 구워 독을 다 날린 후, 바삭거리는 껍질째 씹어 먹고 있었다.

         

        “으흐흐…. 금와…. 금와….”

         

        하나도 남길 수 없다면서 중얼거리는 게 조금 무섭긴 하지만 남기지 않는 건 좋은 거니까.

         

        “이런 기연을 남길 순 없어요….”

         

        아니, 이거 기연 아니라니까.

         

        저 봐봐. 저기도 뛰어다니네.

         

        뭐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거지.

         

        그렇게 행복한 야식 시간이 끝났다.

         

        투스와 푸스는 통통해진 배를 두드리며 자리에 누웠다.

         

        먹자마자 눕는 건 안 좋긴 한데, 거미한테도 같은 잣대를 들이밀 순 없지.

         

        “고모도 대협.”

         

        당소영이 투스와 푸스의 눈치를 슬쩍 살피며 내게 다가왔다.

         

        “이런 귀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웬일로 말을 안 더듬네.

         

        이러니까 조금 있는 집 자제 같기도 하고.

         

        “사실 전 고모도 대협과 같은 영물을 관리하는 사람이에요. …히익! 그, 그러니까 대협을 다룬다는 게 아니라…. 대협보단 훨씬 뒤떨어지는 영물을….”

         

        기대한 내가 바보지.

         

        “그르륵….”

         

        그래서 할 말이 뭔데?

         

        “시, 실례가 안 된다면 대협의 몸에 손을 대봐도 될까요…?

        “겍?”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왜? 라는 뜻이다.

         

        “주, 주제넘은 이야기지만 대협의 몸에 있는 기운이 너무 낯설어서요…. 그러니까, 서로 상충한다고 해야 하나? 제, 제가 자주 하던 일 중 하나가 그런 상황을 해결하는 거라서요….”

         

        응.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동물 조련사라는 이야기네.

         

        “그르르륵.”

        “히익! 미, 미안해요!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요오….”

         

        아니, 딱히 기분 나쁘진 않다.

         

        내 안에 뭐가 있는지 좀 궁금하기도 했다.

         

        백연영이 나한테 한 말도 있고.

         

        그동안 먹은 내단들이 잘 소화됐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꼬리로 당소영의 허리를 감았다.

         

        “꺄아아악!”

         

        슥 땡기니 힘없이 딸려 왔다.

         

        “허, 허억…. 이, 이러면 허락한 거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겍.”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가만히 계셔주세요….”

         

        당소영은 자세를 바로 하고 양손을 내 등 뒤에 댔다.

         

        “움직이시면 안 돼요.”

         

        우웅.

         

        그녀의 손에서 따스한 기운이 퍼져 나갔다.

         

        “…뭐가 많이 보이네요. 일단 영물의 내단이 한두 개 있는 게 아닌데, 다 평범한 내단이 아니에요. 특히 저 매서운 기운을 가진 짐승의 것. 그리고 이 따뜻한 기운이 담긴…. 응? 이건 처음 보는 유형이네요.”

         

        잘 하고 있는 거 맞을까.

         

        매서운 기운을 가진 건 아마도 카이만일 것이고 따뜻한 기운은… 네필라가 먹인 건가?

         

        “더 안에는…. 혹시나 했는데, 정말로 공청석유가 있네요. …엑. 동충하초? 동충하초가 원래 이렇게 컸나?”

         

        동충하초도 영약으로 취급되는구나.

         

        그냥 버섯인 줄 알았다.

         

        저걸 먹었다고 뭐 나아진 게 없었으니까.

         

        “이상해요. 안에 들어 있는 기운은 많은데, 서로 합쳐지지 않고 있어요. 단전에 흡수되는 게 아니라 겉을 돌고 있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죠. 이러다간 몸이 터져버릴 수도…. 아니, 이미 터졌어야 정상인 거 같아요.”

         

        뭐?

         

        아니, 그걸 왜 지금 말해!

         

        “흡수하지 못하는 내공이 일정 이상이면 몸이 거부할 텐데…. 어떻게 이 상태에서 영약들을…. 아!”

         

        당소영은 무언가 발견했다는 듯이 소리쳤다.

         

        “옥봉의 꿀! 그래요. 이게 있었네요. 과연 고 대협이에요. 옥봉의 꿀로 영약들의 기운을 억누른 거군요. 저 같은 범인은 감히 상상도 못 할 일이네요.”

         

        당소영은 감탄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옥봉의 꿀이 뭐야.

         

        난 그런 거 먹어본 적 없어.

         

        어쨌든 지금 당장은 괜찮다는 거지?

         

        몸 터질 걱정 안 해도 된다는 거 맞지?

         

        “아직 뭐가 더 남았네요. …뭔가 계속 보여요. 단전이랑 관련 없는 거 같긴 한데, 이왕 보이는 거 조금만 더 볼게요. 단단하고 굳세네요. 고 대협의 사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라고 해야 할까요. 조금 기대가 되네요.”

         

        그거 프라이버시 침해 아니야?

         

        “허억… 이 무슨!”

         

        당소영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대체 뭘 봤길래 저러지?

         

        “바, 발톱이 긴 도마뱀이 몸에 달라붙는 괴상한 옷을 입고 있고 물가에서 앉아서… 사, 사람? 왜 여기서 사람이 나오는… 꺄아악! 이, 이,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그걸 보면 어떡해.

         

        “등에 볏이 달린 거대한 도마뱀이 빗자루를 들고…. 흑과 백이 절묘하게 조화된 치렁치렁한 옷을 입고. 주, 주인님…? 인간에게 아양을 떨고…. 꺄아아아악!”

         

        오해다.

         

        이건 오해라고.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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