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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

       

       어색하게 흩어져 있던 퍼즐이 조금씩 맞춰진다.

       

       김채은 정도의 매력 있는 실력자가 원작에 없던 이유.

       

       그건 이번 학기 말 평가에서, <빌런>과 안도권의 작전대로 무차별적인 살인의 희생양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김명현 교수도 알려지지 않은 거구나.’

       

       만약 김채은이 이번 사건에서 사망하게 된다면, 김명현 교수는 그대로 아카데미를 은퇴하고 칩거했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전말을 알게 된 후.

       <빌런>을 향한 복수의 칼을 갈았겠지.

       

       <빌런> 클랜은 잔인하고 소름 끼치는 악행을 수도 없이 저지르는 범죄 집단이고, 당연히 그들을 원수로 삼고 살아가는 홀더들도 상당히 많다.

       

       원작의 내용대로였다면.

       아마 김명현 교수도 그런 복수자들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전개는 원작이 다루지 않고 넘어갔거나, 더욱 후반부에 나오는데 내가 못 보고 빙의됐을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나는 예측하지 못했다.

       김채은의 상대가 안도권이라는 걸.

       

       “하, 씨발….”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그것 하나 예측하지 못했던 안일했던 스스로에게.

       당장 김채은의 경기를 막아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

       

       “뭐야, 왜 그래?”

       

       갑작스러운 욕설에 당황한 박진우가 되물었다.

       

       그를 마주 보다가, 허리춤에 달린 검이 눈에 들어왔다.

       

       “박진우. 나 검 좀 빌려줘.”

       “뭐? 또? 아, 싫어. 너 저번처럼 박살 낼 거잖아.”

       

       그리즐리 드레이크를 잡을 때 빌렸던 검을 말했다.

       

       당시 검에 모든 마력을 주입해 한계를 넘어 [파상천검]을 사용했더니, 다량의 마력과 고위 스킬을 견디지 못한 녀석의 검은 산산조각이 나 버렸었다.

       

       바로 물어주긴 했지만, 녀석은 잠깐이라도 검이 박살 났던 게 마음에 안 든 모양이다.

       

       나는 곧바로 딜을 걸었다.

       

       “그것보다 더 비싼 거 사줄게. 아니, 그냥 그 가격 두 배만큼 돈 줄게.”

       “또 또 돈으로 해결하려고. 이 재벌 3세 같은 새끼. 됐어. 나도 돈 많아.”

       

       저번에 단단히 화가 났었나.

       

       박진우의 태도가 꽤 완강했다.

       

       작게 한숨을 쉬며…

       녀석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새로 건넸다.

       

       “…대련 10번 해 줄게. 네가 원하는 날, 언제든.”

       “오, 씨발. 물어 뭐해. 바로 줄게. 날카롭게 갈아서 줄까?”

       “닥치고 내놓기나 해, 빨리.”

       

       박진우에게서 검을 건네받은 후.

       

       나는 긴장감이 맴도는 시험장 안을 내려다봤다.

       

       

       -두 홀더, 서로 인사 후 경기 준비하십시오.

       

       

       벌써 경기는 시작 단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서둘러 계획을 세워야 했다.

       

       ‘막무가내로 경기를 막을 순 없어.’

       

       솔직한 심정으로는 김채은에게 빨리 도망치라고 외치고, 안도권 저 새끼를 내가 직접 죽여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건 역효과가 날 수 있었다.

       

       당장 안도권은 아무런 짓도 하지 않은 평범한 대련자일 뿐이고, 미친놈처럼 대련을 막아봤자 김채은에게만 피해가 간다.

       

       감정보다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한두 군데 다치는 건 문제가 안 돼.’

       

       아카데미에서 진행되는 모든 실전 대련은, 어떤 방식으로든 상대 홀더에게 상해를 입히는 것이 허용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말 그대로 ‘실전 대련’이라는 취지에 맞기도 하고, 홀더에겐 ‘내구’라는 능력치가 있기에 아무리 거친 싸움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 커버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감독관과 신성 의료팀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규칙이다.

       

       시험을 총괄하는 감독관은 고위 홀더로서 위급 상황에 나설 수 있고, 마찬가지로 신성 의료팀은 해당 홀더가 어떤 외상을 입었더라도 치료할 수 있다.

       

       기본적인 안전 장치가 구비되어 있는 것이다.

       

       ‘급소를 공격하면 얘기가 달라.’

       

       이렇듯 뭐든 허용하는 실전 대련에서.

       딱 한 가지 금지하는 게 있다.

       

       바로 급소의 공격.

       머리나 심장, 혹은 동일 부위의 연속적인 공격.

       

       이러한 치명적인 공격들은, 감독관이나 의료팀이 나설 틈도 없이 피해 홀더를 바로 사망에 이르게 한다.

       

       그 탓에 아카데미 실전 대련에서는 해당 공격을 모두 금지하고 있고, 그럼에도 안도권은 규칙을 무시한 채 상대 홀더를 살해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안도권이 김채은의 급소를 노리려는 순간.

       

       그 순간의 틈을 역으로 노려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김채은이 조금 더 버텨주고, 나 역시 깔끔하게 틈을 잘 파고들어야 했다.

       

       ‘할 수 있어.’

       

       나는 박진우가 건넨 검을 세게 쥐어 잡았다.

       

       할 수 있고, 해야만 했다.

       

       <빌런> 클랜의 잔인하고 무차별적인 살인 계획에, 내 첫 친구를 희생양으로 삼게 놔둘 순 없었다.

       

       

       -경기, 시작.

       

       

       그 긴장감을 고스란히 담아내듯.

       감독관의 무뚝뚝한 시작 사인이 울렸다.

       

       

       

       * * *

       

       

       

       ‘잡아먹기 딱 좋은 상대군.’

       

       안도권은 눈앞의 예쁘장하게 생긴 홀더를 보며, 서둘러 자신의 도끼로 찍어버리고 싶다는 욕구가 들끓었다.

       

       그는 이미 일반인을 살해한 전과가 있는 범죄자.

       그 수도 무려 다섯 명에 다다른다.

       

       홀더가 되기 전에도 도끼로 사람들을 찍고 다녔고, 각성 후엔 더 거칠고 거리낌 없이 살인을 했었다.

       

       <빌런> 클랜에 들어온 후, 아카데미 지부에서 활동하며 그간의 욕망을 억지로 누르고 있던 그였다.

       

       그런데 아주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지시가 클랜 상부에서 떨어졌다.

       

       매칭을 조정해 마법사 계열을 상대로 잡아줄 테니…

       누가 나오든 해당 홀더를 살해하라는 명령.

       

       본격적으로 서울 홀더 아카데미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클랜의 계획이자, 내부에 침투한 여러 스파이들이 합작하는 대형 작전이었다.

       

       “크흐흐….”

       

       오랜만에 맛볼 피에 온몸이 흥분됐다.

       

       안도권은 이 작전의 플레이어로 직접 자원했다.

       

       작전이 끝나면 곧바로 붙잡히고 클랜의 희생양이 되겠지만, 그는 그런 귀찮은 미래 따위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누군가를 죽이는 것.

       그 달콤했던 살인의 감각을 다시 느끼고 싶을 뿐이었다.

       

       “경기, 시작.”

       “흐하하하-!!”

       

       감독관의 사인이 내리자마자.

       

       안도권은 그대로 자신의 도끼를 들고 김채은의 머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도끼] 룬은 벌써 11레벨.

       능력치는 거의 B급에 가까운 수치.

       

       중급반의 마법사 계열 홀더.

       상급반에 가까워졌다곤 해도 끽해야 C급 홀더 수준인 김채은이 이 공격을 막을 가능성은 없었다.

       

       이건 높은 속력을 통해 직접 공격을 피하거나, [마력 방어막]을 활용해 막아야 한다.

       

       하지만 [마력제어]의 파생스킬인 [마력 방어막]을 능숙하게 사용하려면, 상급반에서도 꽤 성적이 좋아야만 가능하니까.

       

       서로 비슷한 능력치라고 가정하더라도.

       마법사 계열이 전사 계열을 이기는 건 쉽지 않았다.

       

       이대로 끝이다.

       방심한 틈을 타, 머리를 날려버리면.

       사방에 피가 튀길 거고, 장내는 혼란에 빠지겠지.

       

       안도권은 그 기분 좋은 상상을 머리에 담으며, 힘껏 도끼를 내질렀다.

       

       “…어?”

       

       그런데 순간적으로 안도권의 움직임이 멈췄다.

       

       거침없이 달려가던 발.

       그 발 부근에 찬 공기가 느껴지며, 순식간에 얼어붙기 시작한 것이다.

       

       김채은의 주력 룬인 [빙결].

       

       그중에서도 땅과 그 위에 발붙인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드는 파생스킬, [필드 프리징]의 시전이었다.

       

       “헤헤.”

       

       눈앞엔 김채은이 해맑은 미소로 다음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씨발련이….’

       

       안도권은 열이 확 뻗치는 걸 느끼며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곧 상급반으로 진급할지도 모르는 홀더라더니, 과연 도끼질 한 번에 죽을 정도로 약하진 않은 모양이다.

       

       그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빛냈다.

       

       쉽게 생각하던 마음을 고쳐먹었다.

       저년은 더 잔인하게, 더 고통스럽게 죽여야겠다.

       

       “흐아아-!!”

       

       안도권은 도끼에 마력을 담아, 거칠게 땅에 내리쳤다.

       

       [도끼] 룬의 파생스킬인 [액스 차징].

       마력석으로 만들어진 성벽조차 쉽게 부술 수 있는 파괴적인 스킬이다.

       

       김채은이 만든 얼음 따위를 부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아…!”

       

       곧바로 연계기를 준비하던 김채은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필드 프리징]의 얼음이 그렇게 한 번에 깨질 거라곤 예상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아직 [프로즌 포그]를 완성하지 못한 그녀는, [마력제어]를 통해 가벼운 마력 공격을 안도권에게 날렸다.

       

       위력은 룬 마법에 비해 약하지만.

       계속 이어지면 나름 효과를 내는 공격이었다.

       

       “쓸데없는 짓을!”

       

       안도권이 그 공격을 모두 몸으로 막아냈다.

       

       그는 근력과 내구 수치가 높은 전형적인 전사 계열.

       

       속력이 낮아 약간 굼뜨지만, 우위의 능력치로 [도끼]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홀더.

       

       그런 그에게 공통룬인 [마력제어]의 마력 공격은 아무런 타격도 줄 수 없다.

       

       안도권은 그 모든 공격을 방어하는 데에 성공하고, 그대로 김채은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뒤져라!”

       “……!!”

       

       

       부우웅-

       

       

       완전히 가까이 다가온 안도권의 도끼가 허공을 갈랐다.

       

       김채은이 준비하던 마법의 정신 집중을 모두 풀고, 온 힘을 다해 그 공격을 피한 것이다.

       

       그녀의 속력을 고려하면 기적 같은 회피.

       

       김채은이 워낙 실전 경험이 많아 이러한 변수에 대응이 빠르고, 안도권 역시 속력이 높지 않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끝났군.’

       

       하지만 안도권은 확신했다.

       

       그다음 공격으로 이 홀더의 목숨은 사라질 거라고.

       

       보통 원거리 계열과 전투를 할 땐, 빠르게 거리를 좁혀 유효타를 먹일 수 있도록 하는 게 근거리 계열의 승리 공식이다.

       

       그렇게 해야 마법이나 사격 따위가 닿기 전.

       해당 원거리 계열을 제압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속력이 낮고 근력이 높은 전사 계열 홀더들은 이 거리를 좁히는 게 쉽지 않고, 어떻게든 그를 좁힐 수만 있다면 더 승리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안도권은 상대 마법사 계열의 공격을 두 번 막아내고, 자신의 공격을 한 번 희생시키며… 완전히 거리를 좁힌 상황이었다.

       

       ‘액스 차징.’

       

       거기에 아까 공격은 일부러 마력도 담지 않았다.

       거리를 좁히기 위한 페이크 어택이었기에.

       이번엔 확실한 공격을 위해…

       안도권은 [액스 차징]을 시전했다.

       

       김채은은 다리가 꼬여 넘어져 있었다.

       급하게 이전 공격을 회피하느라 무너진 자세.

       

       심지어 안도권의 다음 공격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런 대비가 되지 않은 무방비 상황.

       거기에 가득 채운 마력과 모든 근력을 쏟아 던지는 공격.

       

       이 공격이 닿는다면.

       김채은의 머리는 그대로 분쇄될 것이다.

       

       ‘흐흐. 드디어다, 드디어. 얼마 만에 보는 피 맛이냐고!!’

       

       피 맛을 볼 생각에 흥분이 온몸을 감싼다.

       침을 삼키는 목울대가 떨리고, 도끼를 잡은 손에 땀이 찬다.

       

       아직 공격 부위를 겨냥하지 않았기에, 감독관조차 별다른 일이 일어날 거라곤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대로 김채은의 머리를 도끼로 찍는다면.

       모두가 그의 살인을 알게 되겠지만.

       

       그때는 이미 상황 종료였다.

       

       “진짜 뒤져라…!!”

       

       [액스 차징]을 담은 안도권의 도끼가.

       김채은의 머리에 날아들었다.

       

       모든 걸 분쇄할 것만 같은 강한 일격.

       

       그게 닿으려는 순간.

       

       문득 누군가.

       우렁찬 발성으로 그의 이름을 외쳤다.

       

       

       -안도궈어어어어언…!!

       

       

       안도궈어언, 안도궈언, 안도권-!!

       

       메아리처럼 되풀이되듯 울리는 그의 이름.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도끼는 김채은의 머리 바로 앞까지 도달해…

       멈춰선 채.

       다음 동작을 이어가지 못했다.

       

       ‘뭐… 뭐야.’

       

       안도권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분명 있는 모든 힘을 다해 도끼를 내질렀는데, 갑자기 웬 외침이 들리고 나서부터 몸이 멈춰버렸다.

       

       머리 앞까지 다가간 도끼가…

       도저히 움직일 생각을 안 했다.

       

       정지.

       말 그대로 그의 몸이 정지한 것이다.

       

       그리고 안도권은 이런 상태를 대충 알고 있었다.

       

       ‘미친. 갑자기 상태 이상?’

       

       몸의 증세를 봐서는 아마 상태 이상 ‘공포’.

       

       본래 아무도 끼어들지 않는 실전 대련 경기에…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살인성 공격 직전에…

       

       거짓말처럼 상태 이상, 공포에 걸렸다니.

       

       이러한 상태 이상 효과를 사용하는 홀더가 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타이밍에 맞춰서 이를 쓰는 것.

       

       이건 <빌런>의 작전을 모조리 예측하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너, cc걸리면 아무 것도 못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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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Academy Scam Rune Got the Academy Scam Rune チートルーンを手に入れたモブの成り上がり ~主役たちのルーンを奪える俺、世界最強になります~ (JP)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KR)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ssessed an extra with a single rune.

After obtaining 7 runes directly according to the original Hidden Piece…

A fraudulent rune called [Rune Hunter] was cre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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