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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럼, 지금부터 피고인 한스에 대한 재판을 거행하도록 하겠다.”

         

       재판석에 앉은 내가 그렇게 외치자.

         

       경비대가 쇠사슬에 묶인 남자를 거칠게 끌고 나온다.

         

       심한 구타를 당했는지 얼굴에는 시퍼런 멍이 들었으며 입술이 다 터져 부르튼 남자.

         

       “흐윽!…”

         

       방청석 한구석에서 처참한 아들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는 중년의 여인.

         

       “피고인 한스. 그대는 부인 밀리나를 죽인 혐의를 인정하는가?”

         

       내 말에 서서히 고개를 드는 한스.

         

       “커흑… 크흑…”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한스에게 내가 말한다.

         

       “그럼 밀리나가 죽던 날에 그대는 무엇을 하였는가?”

         

       방청석 한구석에서 곱상하게 생긴 갈색 머리 남자가 일어나 소리친다.

         

       “대공 전하!, 이런 재판은 의미가 없습니다!”

         

       발언권을 주지 않은 남자가 나서는 것에 기분이 조금 상해 톡 쏘듯 물어본다.

         

       “그대는 누구인가?”

         

       “저는 한스와 밀리나가 사는 영지의 후계자인 레오파드 에퀴네스라고 합니다.”

         

       법정 기록에서 읽었던 중요한 증인으로 기억한다.

         

       “레오파드, 나는 자네에게 발언권을 준 적이 없네. 한 번만 더 진행을 방해한다면 법정 모독죄로 처벌받을 줄 알게나.”

         

       그렇게 경고하고 한스를 보며 말한다.

         

       “지금, 이 순간 자네는 범죄자가 아니네, 자네가 그날 했던 일에 대해 말해보게나.”

         

       내가 좋게 타이르듯 말하자.

         

       한스가 자기 목을 양손으로 잡았다가 이내 손가락으로 X자를 그린다.

         

       혹시 벙어리 인건가?

         

       그런 생각에 한스의 모친을 보며 말한다.

         

       “혹시 한스는 말하지 못하나?”

         

       내 말에 거칠게 고개를 저으며.

         

       “흐윽… 아닙니다.”

         

       그 말에 내가 경비병을 보며 말한다.

         

       “혹시 고문으로 인해 목이 상했는지 확인해라.”

         

       내 말에 경비병이 한스의 몸 상태를 살피며 말한다.

         

       “그… 대공전하, 성대에 커다란 자상이 있습니다.”

         

       -꿈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내가 큰 소리로 말한다.

         

       “누구인가?, 누가 피고인을 고문한 것인가?!”

         

       내가 크게 소리를 지르지만 그 어디에서도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지금 당장 고문 기술자를 데려오거라.”

         

       내 말에 경비병이 허둥지둥 재판정을 빠져나가는 걸 보고 한스를 보며 말한다.

         

       “혹시 피고인은 글을 쓸 줄 아는가?”

         

       내 말에 고개를 젓는 한스를 보며 한숨이 날 거 같은 걸 억지로 참는다.

         

       “지금 당장 성직자를 불러와라, 그때까지 휴정하겠다.”

         

       그렇게 말하며 망치를 두들긴다.

         

       -탕,탕,탕.

         

       그렇게 휴정을 선언하고 옆을 바라보니 테오도라가 뚱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정말 저 사람이 범인이 아닐 거 같아요?”

         

       그 말에 내가 별거 아닌 투로 말한다.

         

       “그건 모르지?”

         

       말은 이렇게 하지만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니 확인하는 것뿐.

         

       그것이 바로 권력자의 의무니까.

         

       “당신이 그렇게 말하고 나서 저도 다시 한번 봤는데. 한스가 범인이 맞는 거 같아요. 그렇게 많은 증언이 모두 일치하잖아요?”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맞아, 그래서 나는 오히려 찜찜해.”

         

       내 말에 테오도라가 의아한 얼굴로 물어본다.

         

       “그게 왜요?”

         

       그 말에 내가 답한다.

         

       “이상할 정도로 재판 과정이 깔끔해.”

         

       제일 의아한 부분은.

         

       분명 잔혹한 살인마라고 해도 나름의 핑계나 변명이 있을 법하지만.

         

       재판기록에 따르면 피고인 한스는 손쉽게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모친은 한스가 무죄라며 먼 로만까지 와서 황제에게 탄원서를 냈다.

         

       그녀는 진실로 한스가 무죄라 생각하는 거겠지.

         

       그렇다면 과연 한스의 모친은 한스의 재판을 참관했는지 물어봤지만.

         

       그녀는 참석하지 못했다고 했다. 저기 주제넘게 진행을 방해한 영주의 아들 때문이라고 했었다.

         

       이건 수상하잖아?

         

       그리고 또 하나 의미심장한 건.

         

       황제에게 탄원서를 내기 위해서는 100명의 서명이 필요하다.

         

       황제에게 탄원하는 데 필요한 인원이 100명이라면 지극히 적다고 볼 수 있겠지만.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그 백 명에게 불똥이 튈 수가 있기에 이름을 빌려주는 걸 보통은 주저한다.

         

       한스 모친의 사정을 듣고 흔쾌히 그녀에게 이름을 빌려 줄 정도로 그녀는 주변 사람에게 인망이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겠지.

         

       그런 사람의 아들이 결혼한 지 얼마 안 되는 부인을 죽였다는 게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창의 신혼 때는 서로 죽고 못 사는 거 아닌가?

         

       “당신…, 뭐해요?”

         

       테오도라가 작은 목소리로 나를 부르자. 내가 정신을 차리고 정면을 응시한다.

         

       어느새 고문 기술자가 왔지?

         

       증인석에 앉아있는 고문 기술자를 보고 법정을 재개한다.

         

       “크흠. 고문 기술자. 한스의 성대가 끊어졌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재심이 진행된 피고인에게 너무 가혹한 고문을 한 것이 아닌가?”

         

       내 말에 몸을 벌벌 떠는 고문 기술자가 말한다.

         

       “전하!, 아니옵니다. 피고인이 로만에 오기 전에 성대가 끊어졌습니다. 제가 그를 인계 받았을 때는 이미 끊어진 상태였습니다.”

         

       “뭐라?”

         

       고문 기술자의 말을 머릿속에서 이 상황을 진전시킬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본다.

         

       말도 못 하고 글도 못 쓰는 한스.

         

       -대공 전하. 성직자가 도착했습니다.

         

       “어서 들라 해라.”

         

       내 말에 성직자가 법정으로 들어온다.

         

       “우선 한스를 데려가 진찰해 주게.”

         

       그리고 잠시 뒤.

         

       신성력으로 그를 회복시키려던 성직자가 당황한 듯 입을 연다.

         

       “대… 대공 전하? 큰일입니다!”

         

       다급한 성직자의 말에 내가 재판석에서 일어나 성직자에게 다가간다.

         

       “무슨 일인가?”

         

       내가 다가가자, 내 귀에 속삭인다.

         

       “상처 부위에 저주가 걸려있습니다.”

         

       “뭐라?”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내가 놀라 물어본다.

         

       “저주라니?”

         

       내가 그렇게 말하자 성직자가 상처 부위를 근처를 보여주며 말한다.

         

       “여기를 찢어진 흉터를 보시면 위아래에 각인이 새겨서 상처를 찢은 거로 보입니다. 이건 필시 저주의 흔적입니다.”

         

       확실히 찢어진 상처 부위에 작은 각인이 보인다.

         

       “그럼 고치지 못하는 건가?”

         

       내 말에 성직자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한다.

         

       “그건 아니지만 아마 꽤 시간이 걸릴 겁니다.”

         

       이건 상황을 반대로 생각하면…

         

       한스의 입을 막기 위한 행동으로 한 짓으로 봐도 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재판정에 앉는다.

         

       그냥 단순한 사건이라 생각했다. 그냥 찜찜하기에 재심을 처리하며 의심을 풀기 위한 거였는데.

         

       생각보다 심상치 않다.

         

       내 직감 상… 저기 방청객에 진범이 있다.

         

       그리고 그는 시간을 벌기 위해 한스에게 저주를 걸었다.

         

       여기서 놓치면 진범을 잡지 못한다.

         

       분명 진범은 도망칠 게 뻔하니까.

         

       도망치기 위해 한스의 목에 저주를 건 거겠지.

         

       그럼… 어쩐다.

         

       권력자로서 법을 존중하며 법에 따른 공정한 재판을 진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나, 하지만 진범을 잡기 위해 속임수를 쓰는 게 맞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어쩔 수 없지.

         

       무고한 사람이 처벌받게 되느니. 속임수를 써서 진범을 찾아 구속하는 수밖에.

         

       그렇게 미리 준비했던 계획을 생각하며 재판을 속행한다.

         

       “현재 한스가 말할 수 없지만 재판을 이어서 진행하겠다. 피고인 한스 너의 목에 상처를 입힌 사람이 이 법원에 참석하였나?”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그 사람이 누구인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켜라.”

         

       내 말에 한스가 손가락으로 레오파드 에퀴네스를 가리킨다.

         

       “레오파드는 증인석으로 오라.”

         

       내 말에 유유자적한 모습으로 증인석에 앉는 레오파드를 보며 내가 말한다.

         

       “네가 한스의 목에 상처를 입힌 건가?”

         

       “네 맞습니다. 대공 전하. 그는 이미 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아 죄값을 치루기 위해 고문을 허가 했었습니다. 아마 그때 목을 다친 거라 생각됩니다.”

         

       “흐음…”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에게 고문하는 건 이곳에서 흔한 일이니. 큰 문제는 아니다.

         

       -철렁! 철렁!

         

       거친 쇠사슬 소리에 내가 고개를 돌리자, 한스가 분노에 찬 표정으로 레오파드를 노려본다.

         

       그의 시선에 내가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입을 연다.

         

       “한스, 그대는 레오파드가 진범이라 생각하는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한스와…

         

       “대공 전하!, 어찌 신성한 귀족인 저를 살인범으로 몰고 가십니까? 아무리 대공이라고 하셔도 선량한 귀족을 범인으로 만드실 수는 없습니다!”

         

       나에게 항변하는 레오파드.

         

       확실히 맞는 말이다.

         

       증거나 증인 없이 법정에서 누군가를 범죄자로 만드는 건 말도 안 되는 행위.

         

       특히나 법치 국가인 제국에는 이런 사법 농단을 극도로 혐오하는 정서가 강하다.

         

       “과연, 그대가 무죄인지 유죄인지. 내가 하나하나 따져 보겠다.”

         

       이곳에는 여러 증인이 있다.

         

       하지만 그 증인 모두 에퀴네스 가문의 영지에 사는 영지민.

         

       “제국법상 증인을 범인으로 몰고 간 역사는 없습니다!, 폐하께서도 대공 전하께 무어라 말 좀 해주시지요!”

         

       레오파드가 억울하다는 듯 테오도라에게 하소연하지만…

         

       “짐은 이 재판이 관심이 없었지만, 이쯤 되니 조금은 의구심이 드는구나. 왜 피고인 한스가 지금까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다가 지금이 상황에서 그대를 범인으로 지목했는지 말이다.”

         

       테오도라도 이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것 같다.

         

       고문으로 성대를 다친 한스.

         

       그런 그의 목을 고치지 못하도록 저주가 걸려있는 상황.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곳에 오기 전 에퀴네스 가문에서 성대를 다쳤다.

         

       아마 그 부분이 의심스럽게 느끼는 거겠지.

         

       그녀도 바보는 아니니까.

         

       “물론 증거나 증인 없이 그대를 심판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 피고인 한스가 피해자 밀리나를 살해한 현장을 지켜본 증인 미리네는 앞으로 나오거라.”

         

       내 말에 레오파드가 분하다는 듯 방청석으로 들어가고 금발의 주근깨가 가득한 소녀가 증인석 불안한 표정으로 앉는다.

         

       두려운 듯 떠는 소녀를 보며 내가 말한다.

         

       “지금 증인들에게 선포한다. 이전 재판에서 거짓으로 증언했다면 내 그대들을 용서하겠다. 하지만 지금 황제 폐하 앞에서 거짓을 증언한다면 그건 황실 모독죄도 함께 적용하겠다.”

         

       “저… 저는…”

         

       무어라 입을 열려는 소녀를 보며 내가 말한다.

         

       “잠깐! 기다리거라. 사무관 내가 저번에 일러두었던 거짓말을 알 수 있는 수정을 갖고 와라.”

         

       내 말에 대공부 소속 직원이 지름이 30cm 정도 되는 수정을 갖고 온다.

         

       “자, 이 수정은 마탑에서 개발한 거짓말을 알게 해주는 아티팩트다.”

         

       내 말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진다.

         

       -저… 정말? 그런 게 있어?

         

       -어… 어떻게요?

         

       -그… 그러게?

         

       그때 레오파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친다.

         

       “거짓말!, 거짓말 마시오. 대공! 내가 살면서 그런 아티팩트가 있다는 말을 처음 들어보오!”

         

       그 말에 내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어디 남작의 아들 주제 지금 어디라고 소리를 치는가? 경비병! 저자를 법정 모독죄와 황실 모독죄로 감옥으로 끌고 가라!”

         

       내 말에 경비병이 레오파드를 제압하기 시작한다.

         

       “놔라!, 이 비천한 천민들아! 내가 누구인지 아는가?!”

         

       발악하며 경비병과 몸싸움을 벌이지만 법원의 경비병들은 이런 일이 여러 번 있었다는 듯 손쉽게 레오파드를 제압하며 법원 밖으로 끌어내기 시작한다.

         

       “자 그럼, 거짓말을 알려주는 수정을 작동하게.”

         

       내 말에 사무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정을 만지자… 환한 빛을 밝히기 시작한다.

         

       “미리네. 그날 있었던 일을 말해보아라.”

         

       내 말에 당혹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덜덜 떨기만 하는 미리네.

         

       “만약 이전에 거짓말했다면 내 그걸 용서해 주겠다. 그러니 지금 이 자리에서 진실만 말하도록 해라.”

         

       내 말에…

         

       “저는 사실 거짓말을 하라고 협박당했어요…”

         

       미리네가 작게 고백하기 시작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 추천 댓글은 저한테 큰힘이되여~! 헤헤~

    독자님들의 댓글은 모두 하나하나 읽고 어제 큰힘이 되었습니다!

    다들 사랑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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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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