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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

       “호! 하! 히! 후!”

       

        안젤리카는 들뜬 호흡을 내뱉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성녀>라는 이명처럼, 강력한 신성의 힘을 다루는 그녀도 방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상대는 불가해한 수준의 힘을 지녔다.

       

        신성력, 그 이기적인 세계의 축복을 두른 그녀가 이길 수 있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 32강! 첫 번째 결투, <성녀>와 <원소술사>의 경기가 지금 시작합니다! ]

       

        해설자의 목소리가 스타디움을 울렸다.

       

        동시에 쏟아지는 관객들의 고함이 귀를 찌른다. 안젤리카는 흐트러지지 않는 굳은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스으으!

       

        ‘매해 참여하는 승천전이지만, 쉽게 질 수는 없습니다!”

       

        안젤리카는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이 또한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진정한 신성의 힘. 마법과 초능력을 무찌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었다.

       

        번쩍!

       

        황금빛으로 물든 신성력이 이내 형태를 갖추어간다.

       

        “성검이다!”

        “초장부터 제대로 갈 생각인 건가?!”

       

        관객들의 비명대로였다.

       

        그녀가 드리운 신성의 칼날은 평범한 검과 궤를 달리한다. 애당초 ‘기적’의 힘으로 빚은 물건인 만큼 충격적인 수준의 경도와, 예리함을 지녔기 때문이다.

       

        “……!”

       

        반면 그녀의 상대, <원소술사>는 여유가 가득한 얼굴로 그녀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어디 해볼테면 해봐라. 라고 말하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가겠습니다!”

       

        이를 악물고, 크게 소리친 안젤리카가 바닥을 박찼다.

       

        사아악!

       

        동시에 찬란한 빛이 그녀에게서 뿜어져나온다. ‘성검’이라는 신성의 칼날이 그랬던 것처럼, 이내 그녀의 등에 화려한 황금빛 날개 한 쌍이 드리운다.

       

        ‘성법 – 편익의 날개.’

       

        신성교단의 최고위 사제나, 혹은 그보다 뛰어난 <성녀> 쯤 되어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편익’인데 왜 한 쌍의 날개인 건지는 그녀도 알지 못했다. 그저 여유 가득한 그녀의 상대를 무찌를 생각이 머리 속에 충만할 뿐이었다.

       

        쉬이익!

       

        마치 신화 속 등장하는 천사처럼, 안젤리카는 자유롭게 결투장을 누비며 틈을 찾았다.

       

        [ 성법! 성법입니다! 전투기도 우스울 정도의 비행능력을 자랑하는 능력이 그녀의 손 끝에서 피어납니다! ]

       

        [ 강적을 만난 덕일까요? 그녀가 평소보다 흥분한 느낌입니다! ]

       

        진행자와 해설자가 열띤 목소리를 토해내는 가운데.

       

        “……!”

       

        안젤리카의 눈이 크게 뜨였다.

       

        보였다. 빛이 인도하는 길, 그 사이로 적의 빈틈이 보였다.

       

        쐐애애액!

       

        하늘을 날아다니던 백금의 천사가 지상으로 강림했다.

       

        그녀의 손에 들린 신성의 칼날이 이글거린다. 제아무리 <원소술사>라 할지라도, 공격을 허용하면 분명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 성법 – 빛의 굴레. ]

       

        번쩍! 번쩍!

       

        물론, 안젤리카는 뇌가 텅 빈 ‘사제’들과 차원이 다른 전투력을 가진 사람이다.

       

        랭커라는 위명에 걸맞게 그녀는 그 찰나의 순간. 하나의 성법을 더 완성했다.

       

        철커덩!

       

        빛의 굴레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던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신이 짠 그물’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촘촘한 속박의 성법이 빛을 토하며 원소술사에게 날아갔다.

       

        ‘가능합니다!’

       

        일순간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착각을 겪던 안젤리카가 확신했다.

       

        찌를 수 있다.

       

        <원소술사>는 마법사다. 그의 끝을 알 수 없는 능력은 절로 두려움을 일게 만드는 원인이었지만, 한가지 중요한 사실이 존재한다.

       

        ‘<원소술사>는 방어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마치 히어로 계의 법칙과 흡사한 일이었다. 그는 이런 공개적인 결투에서 단 한번도 방어 마법을 쓴 적이 없었다.

       

        그 말은 곧 안젤리카의 속박-공격 연계가 성공할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

       

        안젤리카는 눈을 의심했다.

       

        창공을 비상하던 그녀와 적의 거리는 고작 이십여 미터. 놀라운 속도를 생각하면 찰나의 순간, 적과 부딪히게 된다.

       

        헌데 어째서…… <원소술사>. 그는 저리 여유 가득한 얼굴을 고수하고 있단 말인가.

       

        “디스펠.”

       

        쨍그랑!

       

        길다란 나무 지팡이를 치켜든 그가 입술을 달싹인다.

       

        그러자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신이 직접 짜낸 그물이라는 성법, ‘빛의 굴레’가 산산히 깨어진다.

       

        “다중 술식 전개.”

       

        핑!

       

        <원소술사>의 주변의 공기가 뒤바뀌기 시작한다.

       

        이어서.

       

        “마력 증폭장 형성. 마법 궤도 자동 측량 개시.” 

       

        우우웅!

       

        “메모라이즈.”

        “……!”

       

        이제 <원소술사>의 코앞에 있던 안젤리카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메모라이즈?

       

        잘은 모르겠으나, 위험이 느껴졌다.

       

        쉬이익!

       

        자신의 본능을 철석같이 믿던 안젤리카가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

       

        “헬 파이어.”

       

        그의 지팡이 끝에서 빛이 튀어나온다. 그 빛은 마치 잘 짜여진 컴퓨터 속 프로그램처럼, 스스로 하나의 마법진을 완성했다.

       

        끼긱! 끼기긱!

       

        무형의 기운이 일대의 공기를 일그러뜨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스타디움 전체에 어마어마한 소음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안젤리카의 회피 동작은 정답이었다. 그녀는 짧은 순간, 적의 공격이 임박했음을 감지한 것이다!

       

        ‘마나!’

       

        무형의 기운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던 안젤리카가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괴수와 빌런, 히어로가 지구에 탄생하며 모습을 드러낸 ‘마나’가 두려움에 빠진듯 비명을 내지른다.

       

        원인은 뻔했다. 일대의 마나를 거두어, 자신의 힘으로 변환하는 <원소술사>의 마법이겠지!

       

        콰아아아아-!

       

        현세에 드리운 지옥불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공항에서나 볼 수 있는 여객기의 크기다. 스치기는 커녕, 가까이만 있어도 모든 걸 검게 태울 죽음의 불꽃이 그녀를 향한다.

       

        쉬이익!

       

        지옥불을 피하기 위해. 안젤리카는 결투장 하늘을 빠르게 비행했다.

       

        그녀의 등에 있는 ‘신성의 날개’가 있다면, 날아오는 마법을 회피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메테오 스톰.”

        “……!”

       

        <원소술사>의 진면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쿠구구구구…….

       

        맑은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인류 종말을 다루는 재난 영화에서나 볼법한, 믿기지 않는 장면이 안젤리카의 시야에 들어왔다.

       

        운석이 떨어진다.

       

        허나 문제는 운석의 크기가 절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다. 

       

        수만명이 들어찬 스타디움과 비슷한 운석이 하늘을 물들이며…… 천천히 낙하하기 시작한 것이다.

       

        “꺄아아아악!”

        “미, 미친! 이건 방어계 능력자가 어찌 할 수준이 아니잖아!”

       

        관중석에 어마어마한 혼란이 들이친다. 

       

        능력을 각성하지 않은 일반인부터, 온갖 등급의 히어로가 가득한 스타디움 내부는 항거할 수 없는 힘의 발현에 대혼란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지상으로 착지한 안젤리카가 <원소술사>에게 소리쳤다.

       

        믿기지 않았다. 모든 히어로의 빛나는 별인 그가, 이런 잔악무도한 짓을 벌일 줄은 몰랐다. 심지어 ‘승천전’ 도중에 말이다!

       

        “패배를 시인해. <성녀>.”

        “서, 설마. 당신이 원하는 건 겨우 그것입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될 지 알 수도 없는 운석의 낙하다. 그가 원하는 것이 겨우 승천전 32강의 승리라고?

       

        “알겠습니다! 제가 졌습니다! 어, 어서 마법을 해제하십시오!”

       

        안젤리카는 순순히 그의 의도대로 행동했다.

       

        여기서 시간을 더 끌어도 좋을 게 없었다. 당장 수만명의 사람은 물론, 섬 전체가 지도에서 지워질 수도 있으니까!

       

        스윽.

       

        “……?”

       

        헌데, 이상한 일이 곧장 일어났다.

       

        <원소술사>가 몸을 돌린다. 그의 몸이 향한 방향은 저 스타디움 멀리 자리한 ‘심판’이 있는 곳이다.

       

        [ 아, 아아……! <성녀>가 패배를 시인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

       

        [ 저, 저희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 틀림 없습니다! 그녀의 기권 선언은 <원소술사>가 모종의 행동을 취한 뒤 일어났으니까요! ]

       

        ……뭐?

       

        안젤리카는 귀를 의심했다.

       

        고개를 젖힌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집요하게 그녀를 따라붙던 지옥불도, 끔찍한 형상의 초거대 운석도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있었다.

       

        그뿐인가? 방금까지 비명을 뱉으며 혼비백산 도망치던 관객석의 관중들도…… 마치 찬 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히 <성녀>와 <원소술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설마…… 거짓입니까?”

       

        멍한 얼굴의 안젤리카가 상대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속은 건가? 그가 보여준 건 실제가 아니라 가짜였나?

       

        “환영 마법이다.”

       

        지팡이를 갈무리한 <원소술사>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처, 처음부터 가짜였던 겁니까? 저를 노리던 마법도, 하늘에서 떨어지던 운석도?”

        “아니.”

       

        안젤리카의 질문을 일축한 그가 몸을 돌렸다.

       

        “환영마법은 ‘가짜’를 보여주는 마법이 아니다.”

        “……?”

        “간단히 말하자면, 다른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여주는 마법이지.”

       

        안젤리카는 소름이 돋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건… 선을 넘어도 너무 넘은 것입니다.’

       

        인간이 이래도 되는 걸까? 싶은 의문이 먼저 피어났다. 단독으로 세계를, 지구를 파괴할 힘을 가진 이가 존재해도 되는 것일까.

       

        “개새끼.”

       

        처음부터 그의 손바닥 안에서 놀았다는 사실과, 압도적인 힘의 격차에 기분이 나빠진 <성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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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Hiding My Power at Hero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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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Author:
Hero. Everyone admires them as they wield supernatural powers that defy the laws of physics. The ability I possess is to 'reject' those p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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