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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

       두 손이 아닌, 온몸으로. 

       

       온몸으로부터 세계로.

       

       피를 흘려가며 자신을 묶던 바람은, 온 세상으로 풀려나갔습니다.

       

       힘을 빌려 간 페로가 이내 걸음마를 끝내고, 두 변이체의 시선을 묶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니, 페로가 바람에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은 일레인의 몫.

       

       -우어어어어어어어!

       

       거대 변이체의 주먹이 유성처럼 떨어져 내렸습니다.

       

       일레인은 가볍게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그녀는 바람을 한껏 받은 돛처럼, 부드럽게 가속했습니다. 

       

       쿠우우웅-!

       

       주먹은 지면을 울렸습니다. 일레인은 바람 칼날을 가볍게 쏘아 보냈습니다. 서걱, 하고 변이체의 피부가 잘려 나갔지만, 상처가 깊지는 않았습니다.

       

       “역시, 파괴력은 많이 줄었네요.”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많았습니다. 또한, 이제는 시간에 쫒기는 일도 없었습니다. 남은 것은 해야 할 일을 침착하게 해나갈 뿐.

       

       일레인은 지면의 흙이나 돌, 모래 따위를 끌어모아 바람으로 가뒀습니다. 공전하는 위성처럼, 일레인의 주변에 구체들이 여럿 생겨났습니다.

       

       쏘아집니다.

       

       퍼버벙!

       

       바람 구체가 거대 변이체의 머리에 직격하면, 모래가 퍼져 시야를 가렸습니다. 변이체들은 시야의 혼란에 팔을 휘저었습니다.

       

       일레인이 다시 한번 손짓하자, 서늘하게 불어오는 칼바람이 변이체의 아킬레스건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계속해서, 끊이는 일 없이.

       

       상대에게는 소모를 강요하고, 스스로를 지킨다. 이전까지 행해오던 전투 방식과는 완전히 정반대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딱 맞는 드레스를 입은 것 같이 편안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페로가 저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일레인은 그것을 확인하고, 무방비 상태로 바람을 응축해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단번에 목을 잘라낼 칼날을 벼려내기 위해서. 믿으며.

       

       ===============================================================

       

       페로는 자신의 몸을 휘감는 바람을 느꼈습니다. 의식을 집중하면 알 수 있었고, 새로운 감각기관이 생긴 것처럼 움직여 볼 수도 있었습니다.

       

       일레인에게 빌려 받은 바람을 조종하는 능력으로 보였습니다.

       

       “신기한 능력이 있네요, 일레인은⋯⋯.”

       

       우화라는 거야. 

       

       “제 치유랑은 다른 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 쓸 수 있을까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좋은 능력이 아니군요?”

       

       시선은 끌어 줄 테니까 움직여 봐.

       

       

       페로는 머릿속의 유나에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바람으로 만들어진 날개가 생겼다는 상상을 하고, 힘차게 퍼덕였습니다. 그러나 바람만 일어날 뿐, 거짓말처럼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

       

       날개를 몸에 고정해야 날지. 그리고 날개는 비행에 좋은 모델은 아니야. 초심자에게는⋯⋯ 몸을 발사한다고 생각하면 쉬울 거야.

       

       “아, 네⋯⋯. 발사라면 이렇──.”

       

       슈아아아악-!

       

       말이 끝나기도 전에 페로의 작은 몸이 하늘로 쏘아 올려졌습니다. 

       

       거대 변이체의 머리 위치보다도 한층 더 높게. 달과 구름이 노니는 곳으로 붕 떠올랐습니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올려다보고 있는 거대 변이체들과.

       

       심상치 않은 세기의 바람을 손아귀에 모으고 있는 일레인이 보였습니다.

       

       공중에 떠오른 페로에게 거대 변이체들의 시선이 몰렸습니다. 거대한 팔 두 쌍이, 소년을 거머쥐기 위해서 하늘로 내뻗어졌습니다. 

       

       “⋯⋯이 다음엔 어떻게 하죠?!”

       

       거대 변이체의 움직임을 묶으면, 일레인이 편할 거야.

       

       “바람으로⋯⋯ 모래라도 눈에 뿌려볼까요?”

       

       부여된 바람은 친절하게도 페로의 생각대로 움직여주었지만, 그렇기에 다루기 어려웠습니다. 하늘에서 체공하고 있는 것도 간신히 집중을 짜낸 결과였으니.

       

       아주 제한적인 정보만을 입력받은 가상 인격이, 부여받은 우화(羽化)의 힘을 능숙하게 다뤄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페로는 마법사도 아니었고, 전사도 아닌, 그저 치유 능력을 가진 소년일 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페로의 머릿속에는, 승화의 경지에 오른 자색 마탑의 대마법사가 있었습니다.

       

       유나는 잠깐 육체를 넘겨받았습니다.

       

       대마법사는 소년의 손가락으로, 허공에 기묘한 도형을 그려내었습니다. 바람이 주위를 떠돌며 순식간에 형태를 갖춰갔습니다. 그것은 거대한 사슬이었습니다.

       

       -우어어어어어어!!

       

       거대 변이체들의 손목이, 바람으로 이루어진 사슬로 동시에 묶였습니다. 손가락을 아래로 긋자, 중력의 방향으로 막대한 압력이 작용하여── 묶인 손목이 지면에 처박혔습니다.

       

       인간의 구조와 유사했던 거대 변이체는, 무게중심이 앞으로 기울어지며 서로 머리를 부딪혔습니다. 페로는 외쳤습니다.

       

       “일레인!”

       

       

       페로가 거대 변이체의 시선을 끌고, 기회를 만들어주리라 믿으며. 가만히 바람을 응집하고 있던 일레인의 손아귀에는 어느샌가, 폭풍이 응축된 것 같은 거대한 칼날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아래에서 위로.

       

       지면으로부터 저 밤하늘의 어딘가를 향해, 사선으로 그었습니다. 압축된 바람의 칼날이 풀려나가며 폭발적으로 솟구쳤습니다.

       

       스걱.

       

       절삭음은 크지 않았습니다.

       

       거대 변이체의 목이 잘려 나갔습니다.

       

       

       쿠우웅-!

       

       얼굴이 덕지덕지 붙은 변이체의 목이 지면을 두드리고 나서, 페로는 바람을 휘감고 사뿐하게 착지했습니다. 일레인은 한결 후련한 표정으로 페로를 마주 보았습니다.

       

       극적으로 바뀐 부분은 없었습니다. 여전히 그녀는 누군가를 의심할 것이고, 현실적인 판단을 우선해서 행동하겠지만. 그렇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누군가를 믿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일레인은 달을 올려다보면서 페로에게 물었습니다.

       

       “그래서요?”

       

       “⋯⋯네?”

       

       “그러니까, 다음에⋯⋯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던 거, 아니에요?”

       

       “아, 네⋯⋯! 그게, 저어⋯⋯.”

       

       페로는 얼굴을 잔뜩 붉히고는 허둥대다가, 한 쪽 무릎을 꿇고 무언가를 내밀었습니다. 정성껏 엮어 만든 풀 반지였습니다.

       

       소년은 숨을 한껏 들이쉬고, 자신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조⋯⋯ 좋아해요, 일레인! 어쩌면, 처음 만났을 때부터⋯⋯!!”

       

       ===============================================================

       

       페로의 고백에 돌아오는 일레인의 답은 이랬다.

       

       “조금, 시기상조가 아닐까요. 페로.”

       => 너 금사빠냐?

       

       “엣.”

       

       “저희, 만난 지 5일밖에 안 됐고⋯⋯ 한 거라곤, 같이 잠깐 걸은 게 고작인 데다가. 남녀 사이의 일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 우리 뭐 했음? 진짜 모름.

       

       “으엣.”

       

       “그러니까 마음은 감사하지만⋯⋯.”

       => 친구로 지내자.

       

       “아⋯⋯.”

       

       그날, 페로의 세상이 무너졌다.

       

       ===============================================================

       

       낙원까지 남은 거리.

       0.

       

       페로는 앞서나가며 방방 뛰었습니다. 한껏 들뜬 몸놀림이었습니다. 오래전에 구매한 복권이 당첨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순간이었으니까요.

       

       “여기에요, 일레인! 나침반이 이 앞을 가리키고 있어요.”

       

       “드디어 도착했네요. 시간도 딱 맞게.”

       

       손목의 문신은 0을 향해서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시간에 맞게 도착하기 위해서, 일레인은 네발 뛰기 모드를 두 번이나 감수했습니다. 

       

       “명실상부한 프린세스 라이더네⋯⋯ 그,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

       

       페로의 입을 빌린 대마법사가 마음껏 실례되는 말을 내뱉었습니다. 직접 마주 보는 상황도 아닌 데다가, 모두들 자신이 착한 변이체 유충이라고 착각하고 있고, 정체를 들킬 일도 없다는 세 가지 사실에 의거하여.

       

       유나는 방구석 여포의 면모를 마음껏 뽐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지난 여정 사이, 두 사람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을이 박살 난 페로의 사연도 듣고, 자신이 다른 차원에서 왔다는 사실과── 황실에서 벌어진 이야기도 말하고. 

       

       여기에는 1황녀의 날카로운 계산도 숨어있었습니다. 본래 세계에서는 황실의 비사를 말하고 다녔다가는 초상 치를 확률이 높았지만, 여기는 이세계. 페로가 아무리 이야기를 퍼트린들 타격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이참에 예행연습을 해 보기로 한 겁니다. 이리드와 스레도에게 사건을 설명하고, 다시 한번 정답게 지내줄 수는 없겠느냐며 설득해 보고 싶었으니까.

       

       일레인은 손가락을 휘저어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의 모래언덕을 바람으로 쓸어버렸습니다. 위를 덮고 있던 것이 쓸려나가자, 견고해 보이는 철제문이 보였습니다.

       

       “⋯⋯입구가 있네요!”

       

       “그렇네요, 페로.”

       

       “있었네요⋯⋯ 낙원!”

       

       “있었네요.”

       

       “⋯⋯혹시 유충이의 말에 삐지셨나요?”

       

       “감회가 새로워서 그래요. 정말 있기는 있었구나 해서.”

       

       일레인은 철제 문 손잡이를 잡고 낑낑대는 페로를 밀어내고, 대신 힘을 주었습니다. 끼기기긱, 하는 소음과 함께 철문이 열렸습니다.

       

       아래로 깊이 내려가는 사다리가 보입니다. 

       

       통로는 말끔해 보였고, 누군가의 피가 묻어있다거나 하지도 않았습니다. ‘낙원’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확률이 조금 더 높아졌습니다.

       

       일레인은 치맛단을 정리하며, 페로를 바라보았습니다.

       

       “⋯⋯인테리어 확인까지는 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한 것 같네요.”

       

       “돌아가시는 거예요?”

       

       “네. 귓가에 째깍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친절하게 카운트다운까지 해 주네요⋯⋯.”

       

       “⋯⋯좋아해요!”

       

       “이번이 스물여섯 번째죠?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은, 그렇게 쓰라고 있는 게 아니라니까요. 페로.”

       

       “조, 좋⋯⋯.”

       

       일레인은 페로의 볼따구를 잡고 양옆으로 주욱 늘렸습니다.

       

       “으에에⋯⋯.”

       

       “서로의 여정에 행운을 빌어주는 걸로 마무리를 짓죠. 저도, 페로도,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잖아요?”

       

       이제부터였습니다.

       

       페로는 낙원에 도달했으나, 그것이 노동과 모험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말로 식량이 다음 세대에 남길 만큼 있는지도 확인해야 했고, 시설을 점검할 필요도 있을 겁니다.

       

       일레인은 ‘낙원’에 도달했으나, 그것이 모든 트라우마와의 작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첫 발자국을 뗀 것일 뿐, 흉터가 지워지려면 앞으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겁니다.

       

       “행운을 빌어요, 페로.”

       

       “⋯⋯저도, 행운을 빌게요, 일레인!”

       

       서로의 웃음이 교차한 뒤에, 내방자는 보라색 빛무리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페로는 일레인이 사라진 자리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힘내자.”

       

       삶을 시작했습니다.

       

       ===============================================================

       

       1황녀 일레인은 마법진 위에서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기나긴 꿈을 꾸고 일어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쩐지 멍하고, 묘하게 붕 떠서 현실감이 없는 듯한 기분. 그 앞으로 자색 마탑의 마법사 두 명이 몰려들었다.

       

       “깨어나셨군요, 황녀님. 즐거우셨⋯⋯ 엌.”

       

       마법사는 마탑주의 날카로운 엘보에 옆구리를 가격당해 대사를 캔슬당했다.

       

       “어, 어땠나요? 즐거우셨나요?”

       

       마탑주는 묘하게 들뜬 표정으로 ─살롱에서 영애들이 누군가의 연애 이야기로 꽃을 피울 때의 표정이었다─ 감상을 물어왔다. 

       

       일레인은 골똘히 생각하다가, 손을 펴서 손바닥 위를 바라보았다.

       

       바람이 맴돌았다. 이세계에서 얻어 낸 변화는, 현실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이것은 큰 수확이었다. 

       

       “감사하다고 해 둘게요. 유쾌하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일이 있어서, 기분은 나빴지만⋯⋯.”

       

       “⋯⋯⋯⋯!!”

       

       마탑주가 쪼그라들었다. 

       

       “그만큼 얻어가는 것도 많았으니까요. 좋았아요.”

       

       마탑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레인은 늘었다 줄었다 하는 대마법사의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다가, 한 번 기지개를 켜고, 몸을 돌렸다.

       

       우선은 이리드에게 찾아가, 간만에 꽉 안아줄 생각이었다.

       

       ===============================================================

       

       “1황녀는 아주 커다란 것을 얻어간 거야.”

       

       “⋯⋯똑같이 우화(羽化)였다 아니에요? 이브이가 샤미드에서 쥬피썬더로 바뀌었다고, 진화 단계가 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네가 말한 무협지로 예시를 들어서 설명하자면⋯⋯ 명문정파의 무공과 마공의 차이야. 마공은 다음 경지로 나아가는 게 어렵다면서? 극단적인 우화(羽化)는 승화(昇華)가 어려워.”

       

       “아.”

       

       “1황녀는 마공을 버리고 정파의 무공으로 갈아탄 셈이니까⋯⋯ 호재지?”

       

       “호재네요. 아, 로그 따야지.”

       

       “⋯⋯스톱!”

       

       “왜그러세요?”

       

       “이번 거, 로그는 내가 딸 테니까 먼저 쉬어. 쉬어도 괜찮아.”

       

       “아뇨, 이번에는 엉성했던 부분이 많은 것 같아서, 복기를⋯⋯.”

       

       “⋯⋯내, 내가! 내가 딸 거니까, 매운맛을 보기 싫으면, 돌아가!”

       

       “아니 뭘 그렇게까지⋯⋯?!”

       

       마탑주는 살짝 미친 마법사의 등짝을 때려가며 시뮬레이션 룸에서 쫒아냈다. 그가 살아 움직이는 AI를 인식했을 때, 무슨 반응을 보일지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내 세션을 망치다니, 그런 사악한 AI는 지옥으로 가야겠군.’

       

       ⋯⋯최악의 경우에는 이렇게 말하며, 인격을 말소시키는 게 아닐까 해서!

       

       마탑주 유나는 침을 꼴깍꼴깍 삼키면서 시뮬레이션 룸에 재접속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우선은⋯⋯ 첫 고백이 깔끔하게 차인 소년의 안전을 확보하고 싶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하루 되세요!

    그렇습니다. 이것은 연참이랍니다.
    이걸로 드디어, 프롤로그가 끝났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했고, 앞으로도 감사하겠습니다. 마이 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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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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