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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

       

       

       “있지, 유시우.”

       

       “응?”

       

       “데이트하자.”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그 몸으로 어딜 나간다고.”

       

       

       침상에 누운 아멜리아를 향해 핀잔을 주었다.

       

       놀러 가자는 말을 데이트라고 말하는 건 그렇다 쳐도, 지금 그녀의 몸은 안정이 필요했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한계까지 몸을 혹사한 탓에 며칠은 푹 쉬어야 하는 상황.

       

       아예 선배는 입원한 상황에서 외출이라니.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아니, 나 말고. 아르테랑.”

       

       “···응?”

       

       “거기서 데이트 하기로 했는데 못 했잖아. 지금이라도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아니, 그게 무슨···. 그건 넘어가는 거 아니었어? 애초에 나를 좋아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 다시 생각해보니 역시 아닌 것 같···.”

       

       “아냐, 확신할 수 있어. 아르테는 너를 사랑해! 하자. 지금 당장!”

       

       

       드디어 미쳐버린 걸까.

       

       그 성격을 죽인 채로 침상에만 누워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정신이 나가버린 모양이었다.

       

       설마 동료라고 여긴 친구가 정신이 나가버리다니···. 안타까운 일이야.

       

       

       “너, 너 왜 그런 눈으로 봐? 지금이 딱 기회라니까? 진짜로!”

       

       “기회는 무슨. 아르테랑 만날 방법도 없잖아. 게다가 내용이 데이트? 습격 사건 일어난 지 며칠이나 됐다고. 여자에 미친 놈 취급받지나 않으면 다행이겠다.”

       

       

       위버멘쉬의 습격으로 인해 나라가 뒤집힌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고.

       

       아카데미의 학생들을 상대로 벌인 습격, 그리고 의문의 전멸.

       

       라이라처럼 덮을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의 이름이 퍼지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원래는 그 녀석들, 수백 명 단위였다며? 다 죽었지만.”

       

       “아, 그거 말이구나. 내부 반란 같은 거라고 추정된다는 이야기가 있긴 했어.”

       

       “···그런 이야기가 뉴스에 나왔던가?”

       

       “아니, 아빠한테 들은 건데.”

       

       

       자주 잊어먹지만, 아멜리아는 귀한 집 아가씨였지. 가끔 비치는 그 모습과 평소 보여주는 모습의 괴리감이 심했다.

       

       

       “이야, 엄청났다더라. 인간들이 잘게 썰려있는 모습이, 웬만한 베테랑들도 토할 정도였다는 모양이야.”

       

       “으, 생각나게 하지 마.”

       

       “게다가 복도부터 방까지는 피바다! 벽에는 장난스러운 글씨체로 [아라크네 왔다 감.]이라는 글자와 함께 거미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는 모양이야. 둘 다 피로 그렸다더라.”

       

       

       거미라.

       

       확실히, 위버멘쉬의 내부 반란이라고 생각할 법했다.

       

       

       “거미는 동물이었지?”

       

       “응. 곤충이라고 쉽게 오해하지만.”

       

       “···그리고, 실을 뿜어내고?”

       

       “그래.”

       

       

       다들 위버멘쉬 내부의 다툼이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나와 아멜리아는 그 거미 문양에 대해 좀 더 다른 생각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아르테, 라고 생각하는데. 너는 어때, 유시우?”

       

       “나도 그래. 실, 거미. 그리고 그때의 그 피 냄새까지. 틀림없어.”

       

       

       그녀는 나와 헤어질 때 말했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와중에 습격받아 조금 늦었다고.

       

       그럴 리가 없지. 순식간에 그 많은 빌런을 제압해놓고,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 리가 없었다.

       

       심증이 깊어졌다. 아니, 확증이라고 해야 할까.

       

       그녀는 위버멘쉬와 척지고 있었다.

       

       

       “위버멘쉬의 배신자일까?”

       

       “하지만 아르테에게는 동물의 신체가 없었어. 다른 빌런들은 다들 하나씩 가지고 있었잖아.”

       

       “흐음···. 정보가 부족하네.”

       

       

       도대체 그녀의 정체는 뭘까.

       

       위버멘쉬의 배신자?

       

       아니면 위버멘쉬와 세력 다툼을 하는 빌런 조직?

       

       그녀의 정체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자니, 아멜리아가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지금은 그런 거 생각할 시간이 아니야! 데이트 코스나 생각하라고!”

       

       

       또 시작이네.

       

       이 데이트를 향한 집착은 도대체 뭘까.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다시 진정시키기 위해 입을 열었다.

       

       

       “내가 말했잖아. 이 타이밍에 데이트는···.”

       

       “데이트가 아니면 괜찮아!”

       

       “뭐?”

       

       

       또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를.

       

       아멜리아가 이럴 때면 항상 홀린 듯이 그녀의 주장을 납득하게 되긴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언제나 좋지는 않았고. 사실 들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했는데, 호기심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더니. 과연 그 말대로였다.

       

       

       “아르테를 막기 위해 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게 하기 작전 0번은 불의의 사고로 실패했어.”

       

       “0번인 거냐고···.”

       

       “그러니 1번이 나설 차례야···! 작전명, 가랑비에 옷 젖는다!”

       

       

       또다시 어처구니없는 작전이 나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시우는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데이트가 뭐라고 생각해?”

       

       “그야, 사랑하는 남자랑 여자가 어딘가로 놀러 나가는 거지.”

       

       “후, 이래서 동정이란.”

       

       “?!”

       

       

       뭐, 뭐야.

       

       내가 틀린 말 했나?

       

       아니, 아닌데? 마, 맞지 않나?

       

       그것보다 내가 동정이라는 건 어떻게···!

       

       

       “굳이 사귀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같이 놀러 갈 수는 있잖아!”

       

       

       “아니, 그렇긴 한데···.”

       

       “만나기도 쉽지. 우리는 그런 사건을 같이 마주한 동료잖아? 표면상으로는.”

       

       “그, 그런가···?”

       

       “그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하고, 나온 김에 어디 카페라도 가면 그게 데이트지! 아르테한테는 말 안 하면 되잖아!”

       

       

       혼란스러웠다.

       

       뭐지? 왜 맞는 말 같지? 아니, 맞는 말 아닌가?

       

       하지만 아멜리아의 말을 들어서 잘 된 적이 있던가? 없던 것 같은데.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로 그럴듯한 이야기 같기도 하고.

       

       

       “첫 작전, 가랑비에 옷 젖는다의 목표는 간단해. 호감도를 올리는 거지···!”

       

       “아니, 미안해. 역시 이건 아닌 것 같아. 나는 빠질게.”

       

       

       더 이상 아멜리아의 말을 들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녀의 말을 끊었다.

       

       위, 위험해.

       

       조금만 더 들었다면 그때. 그녀의 말에 혹해서 사물함에 들어갔던 그때처럼, 이상한 짓을 하게 될 수도 있었다.

       

       확실히 맞는 말 같긴 하지만, 여기서 끊어야···.

       

       

       “어, 그래? ···이미 불렀는데?”

       

       “뭐?”

       

       “아멜리아 양. ···아, 유시우 군도 있네요. 안녕하세요.”

       

       

       ···애초에 나에게는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나 보다.

       

       갑자기 들어온 아르테의 모습에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아르테가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하하, 깜짝 놀라셨나요? 유시우 군의 서프라이즈를 위해 말하지 말라고 해서요. ···놀랐죠?”

       

       

       아멜리아를 향해 무슨 짓을 벌인 거냐는 표정을 짓자, 그녀가 활짝 웃었다.

       

       나쁜 년.

       

       네 말대로 정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구나.

       

       그때의 평가를 취소해야겠다.

       

       영웅의 자질은 무슨. 빌런의 자질이 충만했다.

       

       

       

       ***

       

       

       

       [데, 데이트! 데이트에요!]

       

       

       데이트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작가님께 한 소리 하고 싶었지만, 옆에 유시우가 있어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이 여자와 함께 거리를 돌아다니는 데이트! 꺄악! 너무 좋아!]

       

       “카페라도 갈까요?”

       

       “어, 응? 그, 그래.”

       

       [카페도 좋아! 알콩달콩 데이트!]

       

       

       에라이.

       

       쌍욕이 튀어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아냈다.

       

       거리에서 돌아다니면 데이트, 카페에서 쉬면 그것도 데이트.

       

       뭐든지 연애로 묶어버리는 악질을 만난 기분이었다.

       

       데이트는 무슨.

       

       아멜리아가 말하길, 유시우가 그 사건과 관련해서 할 말이 있다고 했던가.

       

       

       선배는 입원 중. 아멜리아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황.

       

       병실에서 이야기하기는 불편하니, 나중에 알려달라는 말만 꺼내고 우리를 내보냈다.

       

       그런데 뭐? 데이트?

       

       장난하냐.

       

       주인공이 동료에게 사건에 대해서 상담하겠다는데.

       

       작가님에게 잔소리를 시작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직 유시우가 앞에 있었으니까.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거죠?”

       

       “아, 응. ···저기, 혹시 들었어? 그 빌런들.”

       

       “당연하죠. 위버멘쉬라는 조직 아닌가요?”

       

       “···그거 말고.”

       

       

       응?

       

       뭐야. 위버멘쉬 이야기하는 거 아니었나?

       

       이번 전개로 주인공이 영웅으로서의 태도를 익히고, 빌런 조직의 첫 간부를 보여줘 조직의 강대함을 보여준 거 아니었어?

       

       더 알아낼 수 있는 게 있던가?

       

       

       “그 빌런들, 사실 200명 가까이 있었다더라.”

       

       “아, 아아. 그런가요? 그런데 왜 그것밖에 없었지···?”

       

       “다 죽었대. 끔찍하게.”

       

       

       그 이야기구나.

       

       그러고 보니 아멜리아는 부잣집 아가씨라는 설정.

       

       아버지는 유명한 영웅이라는, 그야말로 그림에 그린 것 같은 부잣집 따님 스타일의 히로인이다.

       

       아마도 그녀가 아버지에게서 들은 걸 시우에게 들려준 거겠지. 아가씨다운 정보수집력이었다.

       

       ···성격은 전혀 아니지만. 왜 저런 배경을 가지고 저런 성격인 걸까?

       

       

       “그런데 말이야, 거기서 조금 특이한 점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특이한 점이요?”

       

       “응.”

       

       

       특이한 게 있었나?

       

       으음, 잘 모르겠는데.

       

       빌런들을 큐브 스테이크로 만들어 버린 거?

       

       ···그것도 특이하다면 특이하지만, 방금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끔찍하게 죽었다고. 그 이야기는 아닐 텐데?

       

       

       “벽에, 피로 그림이 그려져 있었대.”

       

       “···네?”

       

       [아, 큰일 났다.]

       

       

       작가님이 부산스러운 소리를 내는 게 들렸다.

       

       하지만 그 소리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내 머릿속은 크게 회전하고 있었다.

       

       ···뭐? 벽에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고?

       

       

       “검붉은 피로 그려진 그림이었는데, 거미 모양이었다더라. 밑에는 아라크네 왔다 감. 이라고 적혀있었고.”

       

       

       작가님!!!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야!!!

       

       입으로 짜증을 내뱉을 수 없어 고개를 푹 숙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얼굴이 와락 구겨져 있을 것 같아서.

       

       

       “···혹시, 이 이야기. 어떻게 생각해?”

       

       

       주인공이 내게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악성 우결충이 둘···!

    온다, 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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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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