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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

       

       철새의 이동도 이렇게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심지어는 집체만한 크기의 몬스터도 있었다.

       

       그것들이 온 하늘을 뒤 덮고 날아오고 있었다.

       

       “자네 말대로 확실히 엘프의 힘이 약해지고 있군.”

       

       화살의 사정거리가 눈으로도 체감이 될 만큼 짧아졌다.

       

       몬스터들의 전체적인 진형 또한 엘프들에게로 한참이나 진행되어 있었다.

       

       파라몬 영감이 곤란하다는 듯 말했다.

       

       “보통 문제가 아니구만. 네크로맨서를 없애면 저주가 풀리는 게 맞는가?”

       

       그건 때에 따라서 다른 일이다.

       

       시기 적절하게 도착한다면 가능하지만 늦어진다면 저주만 따로 해소해야 될 수도 있다.

       

       이런 내용을 전달하고 싶지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난 바람을 먹고 있었으니까.

       

       “허억…!!”

       

       영기를 퍼뜨릴세도 없이 하늘로 끌려왔다. 

       

       목구멍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나는 강제로 바람을 들이 마시는 중이었다.

       

       “자네 왜 말을…음? 그렇군. 자네 몸이 약했지…”

       

       내 상태와는 별개로 우리는 하늘을 뚫고 날아가는 중이다.

       

       몇몇 비행 몬스터들이 엘프가 세워 놓은 벽으로 근접하는 게 보였다.

       

       아직 우리를 신경 쓰는 몬스터가 없는 걸로 봐서는 무난하게 뚫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파라몬영감의 입에서 우렁찬 고함이 터져 나왔다.

       

       마나가 잔뜩 실린 고함이.

       

       “아이린! 곧 몬스터가 추락하네!”

       

       찌잉 –

       

       한쪽귀가 먹먹해지며 이명이 들렸다.

       

       사람이 내는 목소리라고 할 수 없을 만큼 큰 소리였다.

       

       덕분에 하늘에 있는 몬스터들의 시선을 잔뜩 받고 말았다.

       

       “크리스, 생각보다 숫자가 많지 않은가…전략을 바꿔야겠군.”

       

       영감의 손짓과 함께 몸이 수직으로 솟아올랐다.

       

       하늘 높이, 아주 높이···.

       

       날고 있는 몬스터가 작아질 만큼.

       

       “미리 설명하자면, 제아무리 나라도 플라이 마법을 쓰면서 대단위 마법을 구사하는 건 무리라네.”

       

       “….?”

       

       “허허.”

       

       그러면 저 몬스터들을 어떻게 상대한단 말인가?

       

       그때, 파라몬 영감이 내 팔을 잡고 좌우로 쭉 벌렸다.

       

       뒤에서 나를 안고 있는 듯한 자세였다.

       

       “죽기 싫으면 몸을 펴고 있으시게. 내 젋을 적에 자주 해봤는데 이렇게 하면 조금 늦게 떨어진다네.”

       

       “….?”

       

       그 말과 동시에 몸이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마법이 해제된 것이다.

       

       미친 영감탱이들.

       

       귓가로 파라몬 영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 처음이겠군.”

       

       굉장히 즐거워 하는 목소리였다.

       

       점점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졌다.

       

       날아올때보다 더 빠른 속도이지 싶었다.

       

       볼살이 좌우로 밀려나고 숨 쉬기가 힘들었다.

       

       휘이익 –

       

       땅이 가까워지며 이미 죽은 몬스터들을 잘게 다져놓고 있는 엘프들이 느껴졌다.

       

       눈을 감고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클로셀 영감.

       

       영감의 손짓이 멈춘 그때.

       

       번쩍 –

       

       커다란 번개가 몬스터들 사이를 휘저었다.

       

       “플라이!”

       

       조금만 더 늦었으면 땅바닥에 부딪혀 곤죽이 되었으리라.

       

       간발의 차이로 다시 떠오른 몸이 속도를 더하며 하늘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지금이 기회였다.

       

       방울을 흔들면서 영기로 온몸을 감쌌다.

       

       “후….”

       

       “진작에 좀 하지 그랬나?”

       

       “할 시간이나 주고 날던가요. 그리고 떨어트릴 거면 미리 말을….”

       

       “한 번 더 떨어지네.”

       

       또다시 몸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아무리 무당팔자가 고생길이 훤한 팔자라지만 낙하산도 없이 스카이 다이빙이 웬 말인가.

       

       번쩍!

       

       번개가 한 번 더 하늘을 수 놓으며 몸이 떠올랐다.

       

       몬스터들이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새카맣게 탄 몬스터도 있었으며 경련하는 몬스터도 있었다.

       

       “봤는가? 날개만 못 움직이게 하면 날지 못한다네.”

       

       날개를 못 움직이게 하는 게 아니라 몬스터 자체를 죽여놓고 있었다.

       

       죽으면 당연히 떨어지는 게 당연한 일이다.

       

       내 황당한 시선을 느낀 클로셀 영감이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젊었을 때는 경지가 낮아서 마비시키는 게 고작이었다네. 그때는 이렇게 하는 게 맞았네.”

       

       이제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인간의 상식으로는 견적을 낼 수가 없는 영감들이었다.

       

       “죽은 몬스터는 왜 저렇게 다져 놓는거예요?”

       

       나는 뒤로 한참이나 멀어진 엘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언데드로 부활하기 전에 저렇게 만들어놔야 하네. 번거롭지만 그편이 훨씬 수월하지.”

       

       생각보다 체계적인 전투였다.

       

       엘프의 긴 삶을 증명하듯 저 들은 이미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날아가는 몬스터들이 엘프들을 무시하고 지나가면 세계수까지 바로 뚫리는 것 아닌가?

       

       그 생각을 하며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몬스터만큼이나 커다란 새의 모습을 한 정령들이 그들을 찢어 놓고 있었다.

       

       “몬스터거 아무리 많아도 엘프의 적수가 되지 못하네. 물론 엘프들이 더 약해지지만 않는다면 말일세.”

       

       “이쪽 방향이 맞는 것 같군.”

       

       몬스터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방금까지는 엘프들을 향해 날아가기만 하던 몬스터들이 제법 무리를 지어 우리를 쫓아오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몬스터들에게 사방이 포위된 상태.

       

       처음보는 몬스터들이었다.

       

       사람 따위는 수월하게 발라먹을 듯한 생김새의 몬스터들.

       

       사람처럼 생긴 하피, 그리고 와이번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몬스터까지.

       

       더 놀라운 건 이렇게 포위가 되어 있는데도 불길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떠오르는 불길함은 온통 저 멀리로 향해 있었다.

       

       “번개로 한 번 더 마비 시켜야겠군.”

       

       “…또요?”

       

       “문제가 있는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무서운 게 아니다.

       

       내가 번개랑 안 좋은 인연이 있어서 그렇다.

       

       “음…”

       

       몸이 뚝 떨어지며 우리를 공격해 오던 몬스터 한 마리가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당황하지 말게나. 하늘을 날면 자주 있는 일이니.”

       

       “…몬스터한테 잡아 먹히는 게요?”

       

       “아직 그런 적은 없네.”

       

       몬스터들은 우리처럼 급선회가 불가능했다.

       

       클로셀 영감은 그 이점을 살려 잘도 몬스터들 사이를 헤쳐 나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많은 숫자 앞에서는 한계가 있는 법.

       

       금세 우리 앞으로 다른 몬스터들이 날아들었다.

       

       “라몬!”

       

       파라몬 영감의 손에 잡힌 망치.

       

       선명한 오러가 맺힌 그것이 휘둘러졌다.

       

       꽈앙 –

       

       후두둑 –

       

       하피 한 마리가 그대로 터져 버렸다.

       

       피와 살점을 흩날리며.

       

       꽈아앙 –

       

       우리에게로 달려드는 몬스터들은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바닥에 떨어졌다.

       

       와이번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크기가 큰 만큼 터지는 소리도 더 컸다.

       

       “확실히 망치가 손맛은 좋군.”

       

       와이번을 한마리만 잡아도 용병단의 명성이 높아진다.

       

       그 만큼 강력한 몬스터라는 뜻이다.

       

       그런 존재들이 지금 떼죽음을 당하고 있었다.

       

       “이 근처예요.”

       

       세계수에서 봤던 풍경과 비슷했다.

       

       멀리 보이는 엘프의 숲도 그때봤던 구도 그대로였다.

       

       지금 보이는 산봉우리에 네크로맨서들이 있을 것이다.

       

       “내려가면 근처에 있는 몬스터들이 모두 달려들 것이네.”

       

       이미 수많은 비행몬스터들이 근처로 접근해 있는 상황.

       

       우리가 땅에 내려 선다면 공격목표는 우리 일 것이 당연한 일이다.

       

       클로셀 영감이 살짝 곤란한 듯이 말했다.

       

       “상당히 수준급의 결계가 쳐져 있군. 해제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네. 괜찮겠는가?”

       

       산봉우리를 덮고 있는 결계는 나도 느끼고 있다.

       

       오묘한 흐름이 그곳을 둘러싸고 있었다.

       

       클로셀 영감이 만들었던 것과는 다르게 상당히 더러운 느낌이었다.

       

       영감처럼 비틀어 놓은 것이 아니라 자연을 겁박하는 모양새라고 해야 할까.

       

       “몬스터만 막아주세요.”

       

       “방법이 있는 모양이로군.”

       

       딸랑 –

       

       감각이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딸랑 –

       

       방울 소리를 따라 정신이 부웅 떠올랐다.

       

       주위에 느껴지는 기운들도, 나를 감싼 마나 들도 선명했다.

       

       모든 것이 선명한 와중에도 머릿속이 신비로울 만큼 희미했다.

       

       여전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다.

       

       나 이면서도 내가 아니었으니까.

       

       “영감, 저기가 입구야.”

       

       갑작스럽게 변한 말투에 신기한 듯 바라보는 클로셀 영감의 시선이 느껴졌다.

       

       “알겠네.”

       

       땅과 나무들이 겁을 먹고 몸을 움츠린 곳.

       

       이곳이 결계의 시작 부분이었다.

       

       영감들의 몸이 바닥에 닿으며 소리를 만들어 냈다.

       

       오직 그들에게서만 나는 소리였다.

       

       툭 –

       

       툭-

       

       “호오….”

       

       “내가 처음 크리스를 만났을 때 저랬다네. 나조차 기척을 느낄 수가 없었지.”

       

       딸랑 –

       

       하늘을 날던 몬스터들이 우리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물어뜯을 듯 사나운 기세였다.

       

       “안 그래도 되먹지 못한 아이들을 또 부려 먹는구나.”

       

       내려오는 와이번과 눈이 마주쳤다.

       

       가장 사나운 기세를 가진 녀석이었다.

       

       아마 와이번 무리의 우두머리이리라.

       

       세로로 길게 찢어진 두 눈.

       

       흉폭한 기세를 담은 두 눈이 흔들리며 나를 피해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그토록 거대했던 와이번이 한없이 작고 어리게만 느껴졌다.

       

       딸랑 –

       

       “물러가거라.”

       

       움찔.

       

       와이번의 날개가 흔들렸다.

       

       제법 영성을 가진 녀석이었을까.

       

       녀석이 기죽은 울음소리를 내며 방향을 바꿔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허어…”

       

       “마법사의 인생이 부질 없구만.”

       

       순간 머릿속이 시끄러워졌다.

       

       알아듣지 못 하는 대화가 오고 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영감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의 모습도 같이 보였다.

       

       시선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명확했다.

       

       나무들이었다.

       

       스으으 –

       

       나무들이 가지를 흔들며 나를 반기고 있었다.

       

       동시에 무언가에 겁을 먹어 움츠리고 있었다.

       

       주변의 자연들이 모두 같은 상태였다.

       

       “미안하구나.”

       

       내 잘못도 아닌데 뭐가 이렇게 미안한 걸까.

       

       느껴지는 감정을 뱉었더니 저런 말이 나왔다.

       

       지금이라면 이들이 내 말을 들어 줄 것 같았다.

       

       “길을 열어 주겠니?”

       

       스으으으 –

       

       공간이 갈라지며 보이는 시커멓게 죽은 땅.

       

       지독한 악취가 흘러나오는 곳이었다.

       

       발을 떼자마자 클로셀 영감의 중얼거림이 귓가를 스쳤다.

       

       “…엘프를 보는 것 같군.”

       

       한없이 반갑게 느껴지는 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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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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