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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

        

       신력은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것.

       밝게 빛나되 빛은 아니며, 뜨겁게 타오름에도 열을 가지지 않을 수 있는 것. 딱딱하게 굳어도 열을 품고 있으며 하늘하늘 흔들리는 것에 거죽을 조각낼 날카로움이 깃들기도 하는 힘.

         

       [ 크와아아! ]

         

       개는 신력을 폭발시키듯 사방으로 퍼뜨렸다.

       빛나는 몸체는 개의 형상에서 날카로운 고슴도치가 되어 사방에 가시를 꽂았고, 몸이 부풀어 성게의 형상이 되며 이윽고 터져나갔다.

         

       퍼엉!

         

       물질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공기를 찢어발기며 터져나간 신력은 섬광탄이 터지듯 사방으로 빛을 발하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기를 모조리 으깨버렸다.

         

       파직!

       퍽!

         

       개에게 달려들던 장막이 터졌다.

         

       콰직!

         

       창에 맞은 동물이 죽어 나가듯 신력으로 만든 가시의 첨단에 부딪힌 모기는 힘없이 땅으로 추락했으며, 연신 터져 나오는 충격파를 맞은 모기는 몸이 산산조각이 나서 형체조차 찾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체가 되어버린 모기는 날갯짓할 힘조차 잃어버린 채 땅에 눈처럼 쌓여가니.

       그것은 마치 검게 오염된 눈송이가 하늘에서 내려 땅을 오염시키는 광경과도 같았다.

       특히나 모기가 품고 있던 썩어버린 피는 땅에 내려앉으며 악취를 풍기기 시작했으니, 모기가 아니라 모기의 형상을 한 재앙이라 해도 믿을 광경이었다.

         

       [ 크르르르르! ]

         

       하지만 모기가 땅을 검게 물들인들 그것이 하늘보다 검을까?

         

       애애애앵!

         

       모기는 복사라도 되듯 신사 전체를 검게 물들이고 파도치며 개에게 계속해서 다가왔다.

       밝게 빛을 발하는 개에게 다가오는 모기는 빛을 물들이기 위한 어둠이요, 어둠 중에서도 가장 역겹고 끔찍한 부분만을 모아 물결로 만든 것만 같았다. 모기는 몸 안에 썩어버린 피를 품은 채 연신 출렁이며 타오르는 불꽃에 달려드는 나방처럼 개에게 달려들었고.

         

       콰아아앙!

         

       개는 계속해서 신력을 발산하며 모기를 죽여나갔다.

         

       [ 크르르릉! ]

         

       개는 입에서 빛을 뿜어내기도 했고, 앞발을 채찍처럼 만들어 사방을 후려치기도 했다. 등에 날개를 돋아나게 해서 모기를 저 멀리 밀어내기도 했으며, 꼬리를 커다란 철퇴로 만들어 모기를 압사시키도 했다.

         

       애애애앵!

         

       모기가 달려들고.

         

       콰득!

         

       모기가 죽어 나간다.

         

       모기는 오직 개에게 달려들기만 할 뿐 유의미한 타격은 전혀 입히지 못했다. 개가 발하는 신력은 하찮기 짝이 없는 미물로서는 도저히 항거할 수 없기에 신력에 닿기만 하면 모기는 오염된 피를 품은 채 짧디짧은 일생을 끝마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개의 공격을 뚫고 몸에 닿는다고 한들 부나방과 같은 최후를 맞이할 뿐이다. 모기는 신력으로 이루어진 개의 몸을 빨 수도 없었고, 개의 몸을 이루는 신력을 버틸 수도 없었다. 전기에 튀겨지듯 불똥이 튀며 바닥에 시체를 떨구고, 불꽃에 달려든 날벌레처럼 순식간에 타버리며 쪼그라든 몸체를 땅에 뉠 수밖에 없다.

         

       애당초 혈육(血肉)이 아닌 신력으로 몸을 이루고 있는 개에게 있어선 모기가 아무리 많은들 타격을 줄 방법이 없었으니, 모기로 만든 파도는 보기에만 역겨울 뿐 아무런 효과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런데도 개가 필사적으로 신력을 휘두르며 모기를 죽이는 이유는, 동물이 가지고 있는 본능 때문이리라.

         

       [ 컹! 컹! ]

         

       본능.

       개가 가지고 태어나 수백 년의 세월 동안 단련하고 강화해서 예지의 영역에 발을 들이기 직전의 본능이, 저 모기떼를 가만히 놔두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 경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죽이고 죽이기를 반복해도 모기의 숫자는 쉬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는 개의 힘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모기의 숫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연못에서 양동이로 물을 열심히 푼다 한들 그 수위가 쉽게 줄어들지 않는 것과 같이, 개가 죽이고 또 죽여도 신사를 뒤덮은 모기는 쉽게 바닥을 드러내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땅에 떨어진들 그 뿌리를 잊지 않고, 잘린 손톱이 주인의 육체를 기억하듯 빨아들인 피 역시 마땅히 그러하리라.”

         

       그리고 마침내 시간이 되었다.

         

       데엥!

       데엥!

         

       안타깝게도 무쿠리코쿠리노이누가미는 본능이 경고하던 끔찍한 일을 막지 못했다.

         

       진성은 축지를 이용해 본전의 지붕으로 올라가 작은 방울을 주먹으로 세게 후려쳤다.

       그러자 작은 방울은 종처럼 영육(靈肉)을 자극하는 거대한 진동을 울리며 퍼져나갔고, 진동을 맞은 모기는 몸을 부르르 떨며 움직임이 변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기가 뭉치기 시작했다.

         

       굉음을 내며 부나방처럼 달려들기 바빴던 모기들은 지휘 개체의 명령이라도 받는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단단하게 압축되었고, 이윽고 신사에 드리운 어둠이 사라지고 햇빛이 드리워질 때까지 뭉치고 또 뭉치며 동물의 형상을 만들었다.

         

       끄르—rrrrrk—캬아아.

         

       모기가 뭉쳐서 만들어진 것은 기이하게 짝이 없는 생물.

       검은 가루가 뭉쳐져서 만들어진 것 같은 그 동물은 참으로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곰처럼 두 발로 서 있는 그것은 염소를 연상케 만드는 역 관절 형태의 다리를 하고 있었는데, 그 다리가 필요 이상으로 길어서 다리라기보단 기둥을 생각하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거기에 허벅지는 말을 연상케 할 정도로 근육이 잔뜩 붙어있었는데, 벌레를 생각나게 만드는 얇디얇은 종아리와 대조되어 기괴하게만 보였다.

       몸통은 통통한 것이 물풍선을 생각나게 했는데, 털 대신에 벌레 껍데기를 뒤집어쓰기라도 한 듯 검은 광택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팔이 있어야 할 위치에는 채찍을 연상케 만드는 기다란 촉수가 역겨운 체액을 흘리며 땅에 늘어져 있었는데, 그 길이가 얼핏 보아도 3~4m는 족히 되어 보였다. 거기에 채찍의 끝에는 화식조의 발톱을 연상케 만드는 크고 날카로운 발톱이 갈고리처럼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가장 기이한 것은 머리.

       괴생명체의 머리는 곤충, 멧돼지, 사슴, 염소, 새를 뒤섞은 듯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애초에 머리라는 기능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듯한 그 생김새는 보는 것만으로 토악질이 튀어나올 정도로 역겨웠다. 마치 어린아이가 온갖 동물을 찰흙처럼 주물러서 대충 합쳐서 만든 것 같은 생김새였다.

         

       모기에서 비롯되어 탄생한 괴생명체는 다 썩어서 악취를 풍기는 피를 정수리에 난 입으로 내뱉으며 말했다.

         

       까-악.

         

       작디작은 소리였다.

         

       콰아아앙!

         

       그 소리를 시작으로 괴생명체는 개를 향해 달려들었다.

       스프링을 연상케 만드는 탄력 있는 다리는 공간을 접어버리듯 개의 앞에 도달했고, 꿈틀거리는 채찍을 휘두르며 허공을 연신 잘라대었다.

         

       [ 크르르! ]

         

       펑!

       퍼엉!

         

       개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날아오는 채찍을 계속해서 피하며 신력을 폭발시켰다. 아까 모기에게 그러했듯, 충격파로 괴생명체를 밀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모기를 그렇게나 손쉽게 죽였던 충격파는 괴생명체가 방패처럼 내민 배에 막혀서 산산이 부서졌으며, 신력으로 만들어낸 가시는 몸을 감싸는 키틴질에 가로막혀 구부러지기만 할 뿐이었다.

         

       “신력이 파사와 퇴마의 힘을 품어 부정을 정화하듯, 부정 역시 신력을 타락시키고 오염시킨다. 쉽지 않을 것이야.”

         

       진성은 그리 중얼거리며 바닥에 널브러진 모기 사체들을 허공에 띄웠다.

         

       “닮은 것은 닮은 것을 낳으며, 닮은 것은 닮은 것을 닮아 나아가니라.”

         

       그의 주언과 함께 허공에 띄워진 모기 사체는 한 곳으로 뭉쳐 구(球)의 형상을 이뤘다.

         

       “하루거리가 크기를 키워 형상을 이루니, 그것이 참으로 형체 없는 것과 닮았다. 둘 다 하나로 이루어져 핵을 품고 있으니 이 어찌 서로가 서로를 닮지 않으랴.”

         

       구체는 녹아내리듯 검은 진액이 되었다. 검은 진액은 연신 꿀렁이며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점점 색을 바꾸고 맑게 변하며 점차 슬라임과 닮아갔다.

       모기의 사체는 밖으로 빠져나왔고, 모기의 날개 역시 바닥에 쏟아진다.

       오직 모기의 침만이 핵을 향해 이동할 뿐.

         

       그렇게 구체는 맑은 몸체 곳곳에 바늘을 품고, 검은 진액으로 이루어진 핵을 가진 슬라임이 되었다.

         

       꿀-렁.

         

       모기로 만들어진 슬라임은 녹아버린 젤리가 쏟아지듯 땅을 향해 내려앉아 바닥에 자리한 모기 사체를 사정없이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염산이 땅을 녹여버리듯 슬라임이 지나간 자리에는 그 어떠한 흔적도 남지 않았고, 모기 사체를 먹으면 먹을수록 슬라임의 몸체는 점점 거대해졌다.

         

       꿀-렁.

         

       [ 크르르! ]

         

       개는 괴생명체와 싸우는 와중에 슬라임의 존재를 인지했다. 아까와 같이 개의 본능은 슬라임이 눈앞의 괴생명체와 비슷할 정도로 위험하다고 소리치고 있었으나, 괴생명체는 슬라임에 다가가는 것을 막겠다는 듯 촉수를 흔들고 입에서 역겨운 액체를 뿌려대며 달라붙었다.

         

       [ 크르르! ]

         

       메에에에에——

         

       앞으로 닥칠 위험.

       눈앞의 위협.

         

       어찌해야 하는가.

       어찌 판단해야 하는가?

         

       개는 쉴 새 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하고 또 생각한들 무엇을 할 수 있으랴.

       무쿠리코쿠리노이누가미는 영성을 얻지 못한 짐승에 불과했기에 오직 본능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으니.

         

       [ 컹! ]

         

       개는 훗날의 위기보다는 눈앞의 위협을 상대하는 것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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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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