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60

       “…….”

        

       “…….”

        

       “……뭘 그렇게 보십니까?”

        

       입에 숟가락을 문 채 나를 뚫어져라 보는 클레어, 그리고 턱을 괴고 앉은 채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앨리스에게 그렇게 물어보자, 두 사람은 정말 보기 드물게도 서로의 얼굴을 보며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나를 다시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그 표정, 어디서 본 것 같아서.”

        

       앨리스가 두 사람 중 대표라도 되는 양 그렇게 물었다.

        

       어떤 표정— 이라기에는 나도 내가 조금 전 지었던 표정이 어떤 표정인지 잘 알고 있었다.

        

       단 걸 먹으면 나는 표정이 풀어지니까.

        

       내가 남자였을 때도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제르나 제국에 간 뒤로 나는 단 음식을 먹으면 표정이 하염없이 풀어졌다.

        

       왜 그런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저쪽 세상의 ‘단 음식’의 바리에이션이 작기 때문일까? 하긴, 생각해보면 설탕을 이렇게까지 쏟아부은 먹거리는 저쪽 세상에서는 그렇게 흔한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렇게 다양한 맛의 아이스크림 같은 것은 저쪽 세상에는 더더욱 없었고.

        

       “평소의 저는 이런 표정을 지을 때마다 시간을 돌려 감췄으니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

        

       앨리스는 그런 나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시간을 돌린다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그런 곳에 사용했단 소리야?”

        

       “그런 능력을 그런 데 사용하지 않으면 어디에 사용합니까?”

        

       나는 진심으로 궁금해서 그렇게 물었다.

        

       대단한 능력이니 중요한 곳에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중요한 곳을 누가 결정하는 사람은 당연히 그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내 이미지를 지켜야 할 이유가 있었으니까.

        

       “음…… 달콤한 걸 먹으면서 표정이 풀어지는 것 정도는 이해하지만…….”

        

       클레어는 어딘가 석연찮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언니가 평소에도 그런 표정을 지으며 살았다니 조금 적응이 안 되어서.”

        

       “싫다면 표정을 관리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만.”

        

       “어? 아, 아냐! 당연히 그런 건 아니지!”

        

       내 말에 클레어가 당황해서 외쳤다.

        

       “아니, 나는 그냥, 좋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야. 언니가 그렇게 편하게 지내는 걸 보니까 좋다고, 응.”

        

       “그렇습니까?”

        

       “그래. 우리도 이쪽으로 넘어와서 마음 푹 놓고 지내고 있으니, 너도 그렇게 지내도 상관없겠지.”

        

       앨리스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그런 이야기를 들은 내가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려니, 클레어는 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무슨 걱정이라도 있어?”

        

       “걱정, 이라고 할 정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나는 잠깐 생각을 정리하고 말했다.

        

       “원래 세상의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지에 대해 잠깐 고민했습니다.”

        

       마음 놓고 지내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또 괜히 생각났다. 물론 우리가 이쪽으로 온 지 얼마 지나지는 않았다. 이제 한 달이 되지 않았으니까. ……클레어와 앨리스가 적응해가는 것을 보면 그보다 훨씬 오래된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

        

       클레어와 앨리스는 다시 잠깐 눈을 마주쳤다.

        

       “아직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없잖아. 방법을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조금은 마음을 놓고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

        

       먼저 입을 연 쪽은 클레어였다.

        

       “언니는…… 그러니까, 우리랑 같이 지낼 때도 언제나 마음을 놓지 못했었잖아. 이렇게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왔으니, 시간이 허락하는 한 하고 싶었던 것 다 해보면서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그래. 너무 걱정할 건 없다고 생각해. 어차피 당장 바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조금 즐겨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뭐, 나도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닌데…… 걱정한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지는 않잖아.”

        

       앨리스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하고 싶은 거라.

        

       하고 싶었던 것을 다 해보며 살기에는 내가 그렇게까지 부자는 아니었다. 만약 하고 싶은 것을 애초에 다 하고 살았다면 그때 사지 못했던 클레어 피규어도 살 수 있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것조차 포기할 필요는 없다. 자금줄이 생겼고, 버는 비용도 하루 먹고 살고 약간 남을 정도는 되었으니, 내가 기존에 모아두고 쓰지 않았던 돈으로 셋이 놀 수는 있을 거다.

        

       “…….”

        

       “언니?”

        

       “실비아?”

        

       내가 계속 말이 없자 조금 불안해졌는지, 두 사람이 물었다.

        

       나는 시계를 보았다. 아직 저녁 식사 시간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음…….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는 건 조금 갑작스럽지만, 그래도 생각난 김에 한 번 질러볼까.

        

       “클레어, 앨리스.”

        

       “응?”

        

       “왜?”

        

       “여행 가볼 생각 없습니까?”

        

       “여행? 언제?”

        

       앨리스가 물었다.

        

       “이거 먹고 나서, 바로.”

        

       “……응?”

        

       그래, 보통은 이런 반응이겠지.

        

       *

        

       그런데 나는 진짜로 진지했다.

        

       어차피 오늘, 내일은 휴방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방송을 보통 오후 7시쯤이 되어서야 켰다.

        

       그 말은, 지금 당장 떠나면 내일 하루 정도는 마음 놓고 놀 수 있다는 말이다.

        

       “정말로 갈 생각이야?”

        

       “지금 숙소를 알아보는 중입니다.”

        

       비어버린 아이스크림 통은 옆으로 살짝 밀어두고,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어디로 목적지를 어디로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이었다.

        

       참고로 조금 심각하게 반응한 쪽은 당연히 앨리스다.

        

       나를 언제나 100퍼센트 믿는 클레어는 내가 여행 가자는 말을 꺼냈을 때부터 이미 신이 난 상태였다.

        

       “정말로 갈 수 있어?”

        

       “물론입니다. 숙소만 예약하면 얼마든지 갈 수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보여도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면허까지는 따로 만들어주지 않은 모양이었다. 책상을 뒤져봐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기왕 해줄 거면 가지고 있는 건 제대로 준비해줬으면 좋을텐데. 하긴 좋은 감정도 없을테니 무시할 수 있는 부분은 무시한거겠지만.

        

       참고로 발견한 건 며칠 전이었다. 문득 생각이 나서 책상 서랍을 뒤져보다 보니 나왔다. 다행히 따로 갱신해야 하는 기간은 아니었다.

        

       “그리고 대단히 멀리 가자는 건 아니니까요. 정 안 되면 이 도시에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지금 당장은 쓸 수 없는 자동차를 포기한다면, 그 포기한 만큼의 돈을 숙소에 투자할 수도 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호캉스라도 즐기듯 호텔을 거점 삼아 평소에 가본 적 없는 서울의 명소들을 돌아다녀 보는 것도 괜찮을 거다.

        

       두 사람 다,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이곳저곳 돌아다녀 보면 즐겁지 않겠는가.

        

       “……확실히, 속도는 둘째 치고 접근성이 완전히 다르긴 했지. 타는 데 별다른 제한이 없으니까.”

        

       앨리스의 혼잣말을 배경으로, 나는 진지하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그렇다면, 일단 가까운 곳으로 가도록 할까요.”

        

       그렇게 말하며 호텔 예약 버튼을 눌렀다.

        

       생각해보니, ‘멀리 가는 게 여행이다’라는 건 내 생각일 뿐이었다. 나야 여기가 어린 시절부터 지내오던 도시였지만, 이 두 사람에게는 지금 이 순간 자체도 해외여행 중인 셈이었다.

        

       지금까지 지내던 내 방이 일단 돈을 조금이라도 아껴보려고 잡은 싼 가격의 숙소라면, 지금 내가 잡은 호텔은 진짜로 여행을 위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얼마나 있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건 반대로 말하자면, 우리가 언제든 다시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그러니 차라리, 이 두 사람한테 내가 살던 세상에서의 추억을 잔뜩 만들어주고 싶었다.

        

       “정말? 정말로?”

        

       클레어가 눈을 반짝이며 물어서, 나는 쓰게 웃었다.

        

       이미지가 그 나이대에 맞는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저런 행동 때문에 더 어려 보인다고 해야 할지.

        

       “지금부터 출발하면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만, 바로 출발하시겠습니까?”

        

       “좋아!”

        

       저렇게 좋을까.

        

       ……하긴, 멀리 가서도 이것저것 해야 할 일 없이 그냥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다고 한다면 기분 좋을 만도 하다.

        

       *

        

       “린드버러에서 호텔에 갔을 때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린드버러의 호텔이 이곳보다는 좋았던 것 같습니다만.”

        

       물론 이쪽 세계의 제조 기술이 워낙 발달했기 때문에 같은 물건을 더 싸게 만들어도 이쪽이 더 나은 상태로 생산될 가능성이 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진짜 호화로운 호텔과 비교할 정도의 장소는 아니었다.

        

       높이라면 비슷하긴 한 것 같지만.

        

       “그러니까, 내 말은, 저 창문 밖을 이야기하는 거야.”

        

       앨리스가 그렇게 말하며 가리키는 창을 보았더니, 확실히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것 같았다.

        

       그곳에는 끝도 없이 펼쳐진 빛의 바다가 있었다.

        

       제도는 넓고, 린드버러는 나름대로 발전한 곳이었다. 하지만 현대의 대도시만큼 밝지는 않다.

        

       아무리 서울이라고 해도 한밤중부터 새벽 사이에는 마땅히 할 것이 없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거리가 죽은 것처럼 조용해지지는 않는다. 밤새도록 문을 여는 카페도 있고, 편의점도 많고, 노래방이나 피시방 같은 곳도 있으니까.

        

       “…….”

        

       호텔에 체크인할 때부터 엘리베이터에 타고 올라올 때까지도 눈을 반짝이던 클레어가 어째 조용해서 그쪽을 바라보니, 내 옆에 나란히 서서 창문에 얼굴을 바싹 붙이고 있었다.

        

       이 창문 밖의 풍경이 너무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오길 잘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게.”

        

       내 물음에, 앨리스는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3/06/22) 본문에서 면허 관련 설정을 수정하였습니다. 뒤에서 면허 따는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이 에피소드에는 면허가 저절로 갱신되었던 것으로 나왔네요!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