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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0

        

       모든 것을 건다.

         

       ‘그게 자네의 선택인가.’

         

       위지천은 자신의 선패를 내려다보았다.

         

       24.

         

       선패로 따지면 상당히 좋은 패 중 하나.

       

       반면 호천안이 쥔 선패는 위지천도 확신할 수 없는 숫자였다.

         

       밝혀지지 않은 골패 중 한 개일 확률이 높았고 그렇지 않다면 낮은 수, 그다지 좋지 않을 패일 확률이 높았다.

         

       위지천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골패들을 떠올렸다.

         

       판이 계속되고 이런 저런 수가 오갔지만 판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골패는 여섯 개.

         

       그 여섯 개의 숫자 중에서 24와 이어질 조합수들을 이길 만한 치명적인 패는 없었다.

         

       사실 이는 당연한 이야기기도 했다.

         

       위지천이나 호천안이나 숙련된 도박사이기는 마찬가지.

         

       족보의 조합이 쉽거나 한방이 아주 강력해 치명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들을 우선으로 확인하고 그런 골패를 자신의 패로 삼기 위해 집중적으로 기술을 사용했다.

         

       그런 상황에서 아직 확인조차 되지 않은 여섯 개의 골패들은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패라는 반증이었다.

       

       반전을 꾀할 수가 없는 패들.

         

       그런 수를 가지고 전입을 걸었다라.

         

       위지천의 머릿속에 이런 의심이 스치고 지나갔다.

         

       혹시 내가 파악하지 못하고 넘겼던 순간이 있나?

         

       ‘그럴 수도 있지.’

         

       위지천은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의심을 긍정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상대방의 수작에 불과하다며 가능성을 일축해버릴 상황이었지만 위지천은 그런 생각을 자신의 머릿속에 수용했다.

         

       하지만 그 가능성에 사로잡히지는 않았다.

         

       기술의 결과까지 완전히 짐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 어느 기술을 사용하리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으면 그 징조를 간파해 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최상의 상태로 충분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호천안이 부린 기술을 징조조차 잡아내지 못했다?

         

       ‘호천안과 나 사이에 그 정도의 역량 차이가 존재한다면 애초에 이 판에는 가망이 없다.’

         

       “받겠네.”

         

       도합 122개의 가전이 판에 올라가고 두 사람은 후패를 집어 든 뒤 공개했다.

         

       호천안의 패. 13과 32. 총 45점.

         

       위지천의 패. 24와 12. 족보를 따져 60점.

         

       “내가 이겼군.”

         

       위지천이 호천안의 반응을 떠 볼 겸, 가볍게 마음을 흔들 겸 입을 열어보았지만 호천안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심호흡을 할 뿐이었다.

          

       골패가 판에서 퇴장하고 다시 종목을 정할 세 개의 주사위가 판에 올라왔다.

         

       이번에는 호천안의 승.

         

       “자네가 종목을 정할 차례로군. 주사위와 야바위 중 무엇을 택할 텐가?”

         

       “주사위를 택하겠습니다.”

         

       위지천은 두 개의 주사위를 잔 속에 넣는 호천안을 바라보며 의문을 품었다.

         

       ‘어째서 주사위 도박을 택한 것일까.’

         

       주사위 도박은 위지천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종목이었는데 어째서 이 종목을 골랐을까.

         

       위지천은 그 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하도박장에서 도박을 펼치는 초절정 무인 공복.

         

       지하도박장의 초절정 고수들이 펼치는 무공도박술은 다들 특별했지만 공복의 무공도박술은 그 중에서도 가장 무공에 가까웠으며 비전절기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완성도를 자랑하는 기술을 펼쳤으니.

         

       반향청음술이라는 기술이었다.

         

       주사위 도박은 도박사들 사이에서는 운의 승부라 불리는 대표적인 종목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감각의 한계.

         

       잔을 흔드는 손놀림은 골패처럼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야바위처럼 크게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간접적인 잔 흔들림과 잔 속에서 구르는 주사위 충돌음만으로 그 숫자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 바로 주사위 도박.

         

       잔의 흔들림을 제대로 볼 수 있고 잔 속의 주사위가 구르는 충돌음을 제대로 들을 수 있어야 그 다음에 유추를 하거나 말거나 할 것 아닌가.

         

       반향청음술은 바로 이 감각을 보충해 주는 무공도박술이었다.

         

       무인의 안력은 전문적인 단련법을 통해 극도로 강화된다.

         

       그러나 청력은 다르다.

         

       ‘기본적으로 청력을 예민하게 만드는 무공은 많으나…청력이 주는 정보를 구체화시켜주는 무공은 극소수다.’

         

       달그락. 달그락!

         

       반향청음술을 운용하는 위지천의 머릿속에는 투명해진 잔이 하나 생겨났다. 극도로 단련된 위지천의 시야에 호천안이 흔드는 잔의 움직임이 그대로 복사되고 그 안에서 흔들리는 주사위가 생겨났다.

         

       위지천의 머릿속에 떠오른 주사위의 형상은 주사위라기보다는 숫제 구름이나 구체에 가까웠으나 이 형편없는 주사위의 모양새는 판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점차 실제 주사위와 동일해질 것이다.

         

       상대 도박사가 잔을 흔드는 것을 보고 들으며 동시에 마음속에서 현실을 구현해야 하는 만큼 심력 소모가 막대하지만 위지천에게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내가 공복의 반향청음술을 익히고 있음을 그대도 알았을 터.’

         

       위지천이 지하도박장의 도박사들에게 기술을 배웠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는 호천안이다.

         

       호천안이라고 맥없이 당해주지 않겠지만 그래도 위지천이 우세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야바위로 어느 정도 판세를 회복한 다음에 빠르게 주사위 내기를 끝내는 것이 가장 승산이 높은 방법이었을 텐데.’

       

       첫 번째 판인 골패판에서 패배했기에 호천안은 두 번째 판의 판돈에서 밀리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판의 판돈이 그대로 계승되는 두 번째 판. 

       

       

       호천안의 판돈은 처음에 시작할 때 건 100개 뿐이었지만 위지천의 판돈은 275개.

       

       

        골패 판의 본인 판돈 50개와 호천안이 건 골패 판돈 100개에 주사위 판에 걸어놓았던 판돈 125개를 더한 액수.

       

       

       위지천은 호천안의 가전을 100개만 빼앗아오면 그만이지만 호천안은 위지천의 가전을 275개나 따내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 판을 지고 야바위 판에 들어가는 어려움에 비할 바는 아니다.’

       

       호천안은 주사위 판에서도 패배하면 100대 500의 상태로 야바위 승부로 임해야 한다.

         

       막판 뒤집기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까지 속절없이 밀려버리면 제대로 된 승부가 될까.

       

       그러니 정말로 이기기 위해서는 두 번째 판에서 승부를 보아야 했다.

       

        그런데 왜 반향청음술을 구사하며 위지천이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주사위 판을 선택했을까. 

       

       

       위지천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호천안의 판단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곧 위지천은 생각을 가다듬었다. 

       

       순간 호천안의 의중을 파악하는 쪽으로 의식이 쏠렸지만 지금 심력을 쏟아야 할 일은 따로 있었으니까.

       

       ‘반향청음술을 온전하게 구사해서 현재 점하고 있는 우위를 완전하게 굳힌다.’

       

       위지천은 모든 생각을 떨치고 호천안의 손놀림과 잔 속에서 잔과 충돌하는 소리에 집중했다. 구름과 같았던 주사위의 형상이 아주 조금씩 주사위답게 변해가기 시작하는 순간.

       

       따다닥. 딱! 따닥!

       

       호천안의 잔 속에서 들려오던 명쾌한 소리가 기괴하게 비틀어지며 위지천의 머릿속에서 그려지던 주사위의 형상이 단번에 흐릿해졌다.

         

       위지천은 그 순간 호천안이 반향청음술을 막기 위한 대응책을 구사했음을 깨달았다.

       

       소리를 뒤튼다.

         

       전음.

       

       일류 고수도 어설프게나 구사할 수 있는 전음은 제대로 된 무인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그리고 그 전음의 요체는 바로 내공을 이용해 소리를 내는 것.

         

       전음의 원리를 조금만 응용하면 잔 속의 소리를 방해하는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탁.

         

       그런 호천안의 방해공작 탓에 호천안의 잔이 멈추었을 때 위지천의 머릿속에 든 주사위에는 어떤 눈도 떠올라 있지 않았다.

       

       위지천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언제봐도 참으로 양면적인 기술이로군.’

       

       잔 속의 주사위를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절대적 기술이나, 어느 무림인이라도 그 원리만 알면 손쉽게 훼방을 놓을 수 있는 기술이라니. 

       

       그러나 위지천은 자신이 있었다. 

       

       아무리 호천안이 방해를 할지라도 머릿속에 뚜렷한 눈이 그려진 주사위를 만들어 낼 자신이.

       

       

       ‘지금은 완성하지 못했으나, 과연 그대가 내 머릿속의 주사위가 완성된 다음에도 대응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위지천은 입을 열었다. 

          

       “8에 하나를 걸지.”

         

       호천안은 말없이 잔을 들어올렸고 잔 속의 주사위의 합은 10이었다.

         

       한 개의 가전이 오고 간 뒤.

         

       위지천은 기술을 발휘해 잔을 섞었다. 호천안과 같이 발음의 묘리를 섞어 충분히 교란을 펼친 위지천이 잔을 내려놓으며 생각했다.

         

       이제 호천안이 준비한 비장의 수를 파헤칠 차례라고.

         

       호천안은 과연 주사위 도박판에서 어떤 식으로 기지를 발휘할까.

         

       1푼의 기대와 9할 9푼의 냉철함을 담아 호천안을 바라보던 위지천의 눈이 크게 떠졌다.

         

       101개의 가전.

         

       주사위 도박에 쓸 수 있는 모든 가전을 앞으로 밀어넣는 호천안 때문이었다.

         

       “6에 전부.”

         

       위지천은 잠시 호천안을 빤히 바라보았다.

         

       ‘자네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전략적으로 주사위 판을 포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주사위 판을 포기하더라도 챙길 것은 챙기는 것이 옳은 판단이 아닐까.

         

       반향청음술이 정신력 소모가 많은 무공도박술이라는 것 정도는 호천안도 익히 알고 있을 터.

         

       지더라도 시간을 끌면 위지천의 정신력을 갉아먹을 수 있었음에도 호천안은 그대로 전입을 택했다.

         

       위지천은 잔을 들어올리며 두 가지 상반된 상념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무려 6개월간의 기다림 끝에 치르게 된 마지막 승부가 졸전이라는 실망감.

         

       혹은 호천안이라면 내가 예상치도 못한 수를 보며 판을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그런 감정을 담아 개봉한 잔 속에는 5와 3이라는 눈이 드러나 있었다.

         

       합계 8.

         

       전입을 선택한 호천안의 완패였다.

         

       촤르륵. 촤르르륵.

         

       위지천은 말없이 가전들을 정렬했다. 모든 가전을 정리하고 나니 가전량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100개 대 500개.

         

       위지천은 호천안에게 따져 묻고 싶은 마음이 치솟았지만 이내 그런 감정을 억누르며 냉정함을 되찾았다.

         

       아직 도박 승부가 끝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졸전이라 평할 수 있는 것도 호천안을 완전히 압살할 수 있을 때나 논할 수 있는 것.’

       

       위지천은 지난 6개월간 열과 성을 다해 준비한 이날의 대전을 완벽하게 끝마치자고 자신을 다독이며 주사위를 꺼내들었다.

         

       마지막 종목은 야바위로 정해졌지만 어느 쪽이 선공을 택할지 정하기 위해서였다.

         

       주사위가 굴려지고 그 결과에 따라 위지천이 잔을 집었다.

         

       잔을 돌리기 전.

         

       위지천은 마지막으로 호천안의 표정을 살폈다.

         

       호천안의 표정은 어느 때와 같이 읽어낼 수 없었지만 어쩐지 위지천은 호천안의 생각을 알 것도 같았다.

         

       ‘이번에도 그대는 또 전입을 시도할 생각인가.’

         

       그렇다면 내가 펼칠 수 있는 최고의 수를 펼치리라.

         

       위지천은 그렇게 결심하며 잔을 움직였다.

         

       스스스스스스!!

         

       흑룡기가 판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러나 흑룡기로 이루어진 강환은 이전과 같이 가림막의 형상이 아니었다.

         

       마치 살아있는 용이 구름 속을 노니듯이 자연스럽게 변하는 형상.

         

       파파바바밧!

         

       그 형상 속으로 위지천의 야바위 기술이 펼쳐지고 있었다.

         

       ‘무공도박술을 견식하고 다섯 달. 그대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지.’

         

       위지천은 호천안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도박의 종목부터 시작해서 각 종목에서 승부의 관건은 무엇이고 그 과정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식으로 생각해야 하며, 무엇을 즐겨야 하는지.

         

       지금 펼치는 위지천의 기술에는 호천안에게 배웠던 도박의 정수가 모두 녹아 있었다.

         

       절묘한 순간에 손기술의 일부만을 가리는 강환의 응용.

         

       도박판 전체에 가림막을 치던 다섯 달 전과 비교할 수조차 없는 세련된 운용이었다.

         

       이는 단순히 집중력과 기의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가리는 것보다 때로는 보여주는 것이 혼란스러운 법.

         

       절묘한 순간에 정확히 기술의 핵심 동작만을 숨긴다.

         

       뿐인가?

         

       잔을 움직일 때 마치 잔 사이를 움직이는 듯한 강환 덩어리를 만들어 시야에 교란을 주기도했다.

         

       강환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위지천의 무공 실력. 그리고 그런 고절한 무공실력이라는 껍데기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수준의 도박 실력까지.

         

       위지천은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호천안이 천하제일의 도박사일지라도 자신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탁.

         

       현란하게 움직이던 위지천의 손이 멈추었다.

         

       위지천은 흩어지는 흑룡기 사이로 보이는 호천안의 표정을 보며 생각했다.

         

       과연 호천안은 지금의 수를 간파했는가. 간파하지 못했는가.

         

       호천안의 의중을 간파하려던 위지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호천안의 양 손이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호천안의 양손은 크게 펼쳐진 채 천천히 움직였고.

         

       그 움직임에 휩쓸린 호천안의 가전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두 도박판의 중앙으로 끌려나왔다.

         

       전입!

         

       뇌정을 건 6개월간의 도박이 끝날지도 모를 선택.

         

       그런 선택을 한 호천안의 표정은 역시 변함이 없었다.

         

       “중앙에 백 개.”

         

       위지천은 이번 판에서 취했던 어느 때와 마찬가지인 움직임으로 중앙의 잔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중앙의 잔 속에는…

         

       주사위가 들어 있었다.

         

       촤르르륵. 촤르륵.

         

       호천안은 이미 그 결과가 정해져 있었다는 듯이 당연히 위지천의 앞에 쌓여있던 가전을 자신의 쪽으로 당겼다.

         

       200 대 400.

         

       여전히 위지천이 큰 우위를 점하고 있는 도박판이었지만.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스스로 자신의 위기를 연출하고 깔끔하게 반격함으로써 관객들(없음)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것! 이것이 호천안의 도박(아님)이다!

    진짜 아님.

    4/7 도박 규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약간 내용이 수정되었습니다.

    큰 틀에서는 변함이 없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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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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