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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0

       백호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도심 외곽에 있는 커다란 건물이었다.

       

       거대한 외벽 안 쪽에 도사리고 있는 그 곳은 이미 한 회사라기보다는 하나의 도시라고 불러야하지 않을까 싶을 지경이었다.

       

       “사는 이들이 많군.”

       

       규모가 큰만큼 그 안에 머무는 이들의 수도 상당했다. 넓게 펼쳐진 기감에 잡히는 이들의 수만 해도 상당할 지경.

       

       그 중에는 백호나 녀석이 끌고 온 사람처럼 특이한 이들도 빈번히 존재했으니. 이는 충분히 하나의 세력이 될 힘을 지니고 있구나.

       

       호기심이 생겼다. 이 곳을 이끄는 자는 어떤 사람일까. 이만한 무리를 형성한 자라면 분명 그만한 힘을 지니고 있을 터.

       

       “사장님.”

       

       백호의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긴다.

       

       사장님이라는 것은 백호의 상사. 이 곳을 이끄는 자라는 것. 자아. 그대는 어떤 사람이더냐. 무엇을 다루는 자더냐.

       

       본인의 흥미를 끌만한 인물이더냐.

       

       날 선 눈빛을 보낸 나는 맨 앞에서 허술한 웃음을 짓는 이를 보고서 고갤 갸웃거렸다.

       

       기이했다. 어찌하여 저 자에게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아니하는 것일까.

       

       본인이 보기에 저 허술한 남자는 일반인이었다.

       

       안에 흐르는 내기도 평범하고. 단전에 쌓인 내기도 없으며. 마력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아니했다.

       

       그렇다고 특기할 만한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평범과는 거리가 먼 이들이 군말 없이 따르는 사람이 그 어떤 것도 지니지 못할 리가 없다.

       

       그렇다는 것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인데.

       

       호오. 본인의 눈썰미를 속일만한 무언가를 지니고 있다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작금의 본인조차도 넘보지 못할 무언가를 지니고 있는 것인가?

       

       어느 쪽이라도 재밌을 것 같군.

       

       눈썹을 찌푸린 나는 천마신공의 내기를 흩뿌려 주변을 짓눌렀다.

       

       그에 따라 여러 소리가 주변에서 들려온다.

       

       당혹이 서린 백호의 목소리.

       

       누군가 본인의 위압에 저항하느라 피가 나올 정도로 강하게 이빨을 씹는 소리.

       

       이미 거품을 물고서 혼절을 한 이들이 넘어지는 소리.

       

       그 중에서 가장 선명히 들리는 것은 사장의 옆으로 내달린 이들의 소리였다.

       

       “깽판 좀 적당히 치지?!”

       “내기를 거두어 주시겠습니까?”

       “우리 사장 허약하거든요? 이런 거에 당하면 죽어요.”

       “적당히 하시죠.”

       

       방금 전 하늘에서 본인과 다투며 서로 간의 상하관계를 공고히 했던 이들이 살의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내게 덤벼든다면 자신들이 패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목숨이 위험해지리라는 것을 이해했으면서도. 저를 위해 목숨을 내다 버릴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인가.

       

       재밌구나. 저 녀석의 어디가 저만한 충의를 이끌어 냈는지 궁금해서 말이다.

       

       이전에 다른 놈들과 놀아주는 과정에서 작금 본인이 지닌 힘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은 파악했다.

       

       그러니 그를 섬세히 다루는 것이야 별 어렵잖지.

       

       조금 더 위협을 가해볼까.

       

       저들의 진심이 어디인지. 사장이라는 작자가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할 터이니.

       

       내 눈썹이 호선을 그림에 따라 사장의 주변을 지키는 이들의 눈에 힘이 더해진다.

       

       자아. 승부를.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날 선 분위기를 끊은 것은 사장이라 불린 자였다.

       

       그는 자신을 보호하는 이들을 옆으로 비켜 세우면서 앞으로 나왔다.

       

       저들의 말대로 이 자가 정말 무능하다면 언제 죽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일 터인데 남자는 웃고 있었다.

       

       자신을 지켜줄 이들을 믿는 것인가? 허세를 피우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자신에게 향한 죽음조차 보지 못할 정도로 무능한 것인가?

       

       “화령님께서는… 화령님이라도 불러도 괜찮죠?”

       

       아니. 무능하지는 않군.

       

       이 자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 미처 감추지 못한 몸의 떨림이 그를 증빙하고 있으니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자는 앞에 나섰다.

       

       자신이 이 일을 해야 한다 판단했기에.

       

       이 자가 정말 일반인인지 아닌지는 아직 잘 모르겠으나 이야기를 나눌 정도는 되는 듯 하군.

       

       “편한대로 해라.”

       “감사합니다. 이야기를 이어나가자면 당신께서 이 먼 곳에 걸음하신 까닭은 이 곳을 부수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저 계정과 관계된 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함이지요.”

       “그래서?”

       “중책을 맡은 직원들이 다치면 그 작업이 좀 많이 지체 될 겁니다.”

       

       설득력이 있구나.

       

       그래. 네놈의 안에 숨겨진 게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야 차차 진행해도 문제가 없지.

       

       허나 본인의 계정과 관계된 일은 다르다. 작금 상황은 한시가 시급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은가.

       

       엔리와 한 약속도 있고 하니 되도록 일이 빠르면 좋다.

       

       “이야기인가. 알겠다.”

       

       더 이상 위협을 할 이유가 없었기에 주변에 펼쳐두었던 내기를 거두어들이자 주변에서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일단은 안에 들어가시죠.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요.”

       

       사장의 뒤를 따라서 발을 움직이고 있으려니 다른 놈들이 내 뒤를 쫓듯이 따라 붙는다.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생각하는 것이겠지.

       

       자그마한 위협도 되지 못하는 이들이었기에 나는 무시를 했지만 사장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일이 바쁘지 않으냐는 말과 함께 한 사람을 제외한 모두를 흩어버렸다.

       

       “어. 사장님. 저는 왜.”

       “백호. 네가 데려온 사람이잖아. 책임을 져야지.”

       “…넵.”

       

       그렇게 난 두 사람과 함께 건물 안 쪽으로 향했다.

       

       바깥의 풍경에 비하여 회사의 내는 생각보다 멀쩡했다. 드라마 같은 곳에서 흔히 등장하는 회사의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수상한 것을 뻔히 보이는 데에 배치할 리가 없으니 말이다.

       

       저만치 아래에서 여러 복잡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수상해 보이는 것은 모조리 저 아래에 처박아 버린 것이겠지.

       

       “나중에 아래를 견학해도 되겠나?”

       “백호? 설마.”

       “저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그래. 저 녀석은 아무 말도 안 했다. 단지 아래의 기운이 너무 이질적이었을 뿐.”

       “…그걸 감지 못하도록 여러 절차가 되어 있을 터입니다만.”

       “본인에게 네놈들의 수작질이 의미가 있으리라 보느냐?”

       

       아무리 높은 성벽을 쌓더라도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래가 훤히 보이는 법이다. 그리 이야기를 했더니 사장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건 예상 못 했네요.”

       “여긴 대체 무얼 하는 곳이냐.”

       

       게임 회사라는 것이 틀린 설명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따로 하는 일이 더 있는 것뿐이겠지.

       

       본인은 그 따로 하는 일이 궁금하니라.

       

       “미래를 대비하는 곳이죠.”

       “흠?”

       

       뜬구름 잡는 소리가 나온다 싶어 고갤 갸웃거리고 있으려니 사장이 말을 이었다.

       

       “믿음이 가진 않으실 테지만 전 미래를 볼 수 있답니다. 그것으로 많은 이득을 취했죠.”

       

       사장은 앞으로 걸어가면서 자신이 거두었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뻔한 이야기였다. 돈을 벌었다거나. 미래를 좋은 방향으로 바꾸었다거나. 하는. 미래를 본다면 할 수 있을 법한 이들 말이다.

       

       “그러다가 한 미래를 봤습니다. 수많은 세상이 하나로 합쳐지는 광경을 말입니다.”

       

       사장은 자신이 보았던 미래가 멸망의 풍경이었다고 소리쳤다.

       

       세계에 합쳐짐에 따라 수많은 혼란이 발생하고 무수한 생명이 탄식 속에서 죽어갈 것이라면서.

       

       “돈을 아무리 벌어도 의미가 없어짐을 깨달았죠.”

       

       그 때부터 사장은 멸망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회사를 차리고. 기술을 만들어내고. 세상 이곳저곳에 머물고 있는 신화의 잔재를 만나러 가고. 수많은 노력 끝에 차원을 넘는 법을 개발하고.

       

       사장은 이 모든 별 일 아니라는 듯 무덤덤하게 이야기를 했지만 분명 많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회사에 도사리는 기인들이 이 자에게 충의를 보일 리 없으니.

       

       “VR게임도 이 노력의 부산물 중 하나죠. 훗날 세계가 합쳐지더라도 사람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듣자 하니 이 회사에서 만들어낸 VR게임은 게임이라보단 세계와 세계를 잇는 역할을 하는 장치인 모양이다.

       

       이 곳의 게임이 제공하는 것은 그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육신 뿐. 이외의 다른 모든 요소는 그저 그 세계의 것일 뿐이라고.

       

       이 회사의 게임이 지독할 정도로 생동감이 넘치던 이유를 이해했다.

       

       그 곳이 하나의 세상이라면 세계를 구성하는 도와 진기는 존재할 수밖에 없지.

       

       이외에도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평행 세계니 영혼이니 무어니 하는 여러 복잡한 단어가 튀어나왔지만 난 그를 새겨듣지 않았다.

       

       어차피 들어봐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했고. 정작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었으니까.

       

       사장이 데려온 방에 도착한 나는 안내해주기도 전에 소파에 앉아 곰방대를 물었다.

       

       “이쯤하면 네가 하는 잡설은 다 들은 것 같고.”

       “…잡설이요?”

       

       사장이 망연히 내뱉은 목소리에 고갤 끄덕였다.

       

       그럼 잡설이지. 세상의 결합이고 멸망이고 나발이고 내 알바더냐?

       

       당장 내게 중요한 것은 하나뿐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지. 본인의 계정을 당장 복구해 줄 수 있느냐?”

       

       계정의 복구. 그를 위해 이 곳에 찾아왔으며 그대의 이야기를 따라 주었다. 이만하면 충분한 성의를 보여준 것 같다만.

       

       연기를 내뱉으며 그리 묻자 사장이 입술을 달싹이다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그 대답을 듣고서도 난 그리 놀라지 않았다. 저 녀석이 이야기를 끌던 그 순간부터 예상한 바였으니까.

       

       계정의 복구가 가능했더라면 왜 굳이 이런 귀찮은 일을 벌였겠는가. 내가 움직였음을 포착한 순간에 전화를 걸어 복구해주겠노라 이야기하면 그만인데.

       

       굳이 이런 저런 잡설을 해가며 날 여기까지 데려온 것도 저 말을 하기 위해서다.

       

       혹여 내가 분노를 표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곳이 여기라 판단한 거겠지.

       

       지금도 이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여러 놈팽이들의 기운이 느껴진다.

       

       내가 무슨 짓을 한다 싶으면 바로 달려들 생각이겠지.

       

       “예의상 물으마. 이유는?”

       “기술적 문제입니다. 당신께서 그…”

       “그러니까 해결하고 싶어도 해결할 수 없단 게지?”

       “…예. 그렇습니다.”

       

       저 녀석의 말을 완전히 믿지는 않는다.

       

       정말 해결할 수 없는 것인지.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인지. 이 곳에 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은 내가 어찌 알겠는가.

       

       방법이 없다면 이 놈의 목을 부여잡고 과거 사용하던 방식을 쓸 생각을 했을 터다만 지금은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되었다.”

       

       그래도 이 곳에 온 게 마냥 헛수고는 아니었다.

       

       바루가 머무르는 그 세상이 거짓된 곳이 아니라 존재하는 하나의 세상이란 걸 알게 됐으니까.

       

       세계가 있고, 게임이 그 통로가 되었을 뿐이라면.

       

       내가 직접 통로를 만들면 그만이다.

       

       천마신공의 내기를 주변에 풀어 놓는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 드는 포악스러운 놈들을 말이다.

       

       그에 따라 숨어서 기다리던 놈들이 튀어 나와 나를 위협했지만 난 거기에 시선을 두지 않았다.

       

       대신 세상을 바라보았다.

       

       도를 바라보았다.

       

       이전 본인이 세상에 의지를 새기려 했을 적에 본인은 텅 비어 있는 공을 보고서 저를 실패라 규정했다.

       

       본인이 부수어야 할 것이라 여겼다.

       

       허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언제나 가득 차 있어야 할 곳이 텅 비어있다는 게 무슨 의미겠느냐.

       

       그것은 이미 부수어져 있었다.

       

       세상은 나의 뜻 아래에 굴복해 있었다.

       

       공허는 텅 비어 채워지기만을 바라는 하나의 하늘이었으니.

       

       본인은 거기에 뜻을 새기기만 하면 됐다.

       

       그 때는 그것을 몰랐기에 무작정 세상에 상처를 냈으나 지금은 아니다.

       

       자아. 그림을 그려보자꾸나.

       

       본인의 하늘에,

       

       본인의 규율로써,

       

       세상을 뛰어 넘을 발판을 그리는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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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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