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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0

        

         “이 새끼, 왜 이렇게 쓸데없이 주머니가 빵빵해? 그지도 아니고 사은품을 대여섯 개씩 챙겨야 해 꼭? 너 그러다 큐볼처럼 된다??”

         “……방금 그건, 어떤 그레이트 씹새끼야!?”

         “좀 닥치고 있어봐라 이 못난 등신들아!! 공무집행방해 벌금 내역 더 늘어나는 걸로 남의 시민권 등급이라도 떨어지면 느그들이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실적으로 엄선된 사람들을 모아 놨다고, 전원 그 태도까지 완벽하게 프로페셔널한 걸 기대하는 건 역시 용병에겐 약간 무리가 아니었는지.

         

         회의실이나 프레젠테이션 룸 용도로 쓰는 소규모 컨퍼런스 홀을 가득 채울 정도로 사람이 많은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인근 섹터를 담당했던 용병 일부를 관할 지부에서 모은 것이니 수가 많아봐야 얼마나 많겠나.

         

         그런데도 각자 좋을 대로 듬성듬성 무리 지어 앉아 떠들고 있는 통에 장내는 꽤나 소란스러웠다.

         

         맨정신으로 기다리는 시간조차 아까운지 제공된 차가운 물병에 들고 다니던 술을 은근슬쩍 타서 묽게 홀짝이는 해괴한 인간이나, 다른 경쟁자들을 힐끔거리며 여기서 등수를 매긴다면 자신과 일행들은 어디쯤에 위치할지 견적을 내는 냉정한 사업가 타입들은 말할 것도 없었고.

         

         그 외 특이사항으로는… 이제 이미 스스로의 실력에 확신이 있는 데다가, 금전적으로 딱히 절박한 것도 아니어서 이렇게 오라 가라 하는 지시사항에 귀찮은 티를 팍팍 내는 이들.

         

         가령 체형에 맞는 의자가 없어서 벽에 기댄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인간 종이접기 마스터 오멘이라든가, 옆자리에 오는 것까지 억지로 제지할 생각은 없어도 은근슬쩍 수작질을 부리려 들면 턱주가리 돌아갈 각오는 하라는 듯이 팔짱 낀 헬레나라든가.

         

         정작 예시로 고른 두 사람은 착석하기도 전부터 서로를 알아보고 그나마 온화하게 고개를 까딱이는 걸로 인사를 대신했다만.

         

         어쨌거나 쉽사리 통제되지 않을 것 같은 무질서함을 단번에 사로잡은 건 별 게 아니었다. 명확한 권위.

         

         기업과 공공기관을 아무리 눈꼴 시려 한다 한들 목숨 걸고 바쁘게 싸우는 와중도 아닐뿐더러, 지금은 소중한 돈줄이나 다름없는 고용주이셨으니.

         

         치이이익—!

         

         관계자 전용, 인증을 요구하는 유압식 슬라이드 도어가 열리고. 용병들이 진압 임무에 나설 때 보통 감독 역할로 따라 나오던 경찰 사무관들… 그리고 사회질서 유지부 소속을 나타내는 제복을 입은 서글서글한 인상의 공무원이 들어와 단상에 섰다.

         

         고지했던 시각에서 1초도 어긋나지 않은 게 사실 문을 정각에 열리게 맞춘 채 대기하고 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아… 어디, 임시 자경대원 및 민간 협력자 여러분? 이렇게 시간내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려 기동대에 의한 강제 진압보다 주민 반발이 약 71.42% 적었던 건 물론이고. 소요 사태 종료까지 걸린 시간은 42.23%, 그리고 가장 중요한 총 재산 피해액이 평균적으로 26.02%나 적어 일부 보험사로부터 이렇게 후원 물품까지 들어왔답니다?”

         

         다 계산이 끝난 물건이니 얼마든지 가져가셔도 좋다! 그런 선심이 담긴 표현에 몇몇은 ‘…나갈 때 집에 가져가도 되려나~’ 같은 얼굴을, 눈치 빠른 사람들은 대체 본론이 뭐길래 저런 공무원이 답지 않은 립서비스를 몸소 해주는 걸까 영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고질적인 ‘기업의 시민 탄압’ 프레임을 벗어 던짐과 동시에, 이렇게 현지 사정을 잘 아시는 분들과 공조하는 장점을 널리 알릴 수 있어서 기쁘군요.

         

         하지만 불행히도, 이른 축하와 초과 성과급을 지급하기엔 아직 당면한 위급 문제가 있는 것 같기에…. 자, 다들 사이버웨어 회선을 지근거리 네트워크 목록에서 미팅 채널로 맞춰 주신 다음 공개 허가가 난 자료 화면부터 일괄적으로 보고 가시겠습니다.”

         

         “그냥 앞에다 틀어주면 안 되나? 내 사이버웨어는 연식이 낡아서 인식율이….”

         “쉬이잇…! 이 병신아, 제발 좀!”

         

         어울리지 않게 유치한 잡음이 있었지만 그건 차치하고.

         아니나다를까, 네트워크에 연결하자 모두의 눈앞에 나타난 건. 불편해하시는 여러 높은 분들 때문에 뉴스에서도 직접적으로 다루는 걸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할렘가 폭동 장면.

         

         그 중에서도 용병들이 어찌저찌 잘 조기 수습한 사례들과 달리, 전투 경찰 부대나 기업 병력과 적나라한 감정 싸움을 벌이는 빈민가 시위대의 모습이었다.

         

         

         [ 꺼져 이 씨이이발년들아! 할렘엔 할렘만의 법도가 있다! 먼저 그었던 선을 넘보지 말아라—!! ]

         

         [ 모른 척할 때는 언제고, 왜 지랄이냐 이 상도덕 없는 새끼들아!! 하늘에서 돌이 떨어졌는데 당연히 땅 주인 거 아니야?! 이제 와서 갑자기 보상금 좀 쥐어 주고 마음대로 철조망 둘러치는 게 어딨어! ]

         

         [ 천벌! 아르카디아 교단이 예언했다! 다음은 너희들이 불탈 차례일 거라고!! ]

         

         탕, 탕!! 드드드득—!

         

         

         “”…….””

         

         도심은 아니고 낡은 건물이 가득한 할렘가 안쪽을 배경으로 격하게 흔들리는 카메라, 고막을 울리는 총성과 어디를 잘못 맞은 것처럼 간헐적으로 픽픽 쓰러지는 사람들.

         

         누군가 벼랑 끝에 몰려 저렇게 악을 쓰는 건 직시하기 어려운 법, 누가 보더라도 마냥 마음이 평온하긴 힘든 영상에 다들 입을 꾹 다물었지만. 주목할 건 그런 감정적인 부분이 아니라는 듯 담당 공무원은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따로 정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순도 높은 광물과 희토류가 많다는 소식에 기업들이 무리하게 현장을 확보하려다 상황이… 지저분해졌죠. 더군다나 일부 주민들은 단순히 운석 파편을 채굴해다 여기저기 밀반입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아주 특별한 효험을 봤다 거나… 이건 절대 내줄 수 없다는 둥… 하여간 아주 기묘한 형태의 집착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은근히 몇몇 용병들이 애당초 기업 측에서 보상금을 너무 적게 제시한 것 아니냐~ 라든가, 거기까지 억지로 힘 자랑할 이유가 있었냐며 수근거렸지만.

         

         새롭게 팝업된 내부 문서에서 강조한 문장이 눈에 들어오자 그 기색이 확 달라졌다.

         

         ‘엑사테크 코퍼레이션에서 운석의 핵심 구성 물질 표본에 약 5억 크레딧의 현상금을 제시하였으나 협상 결렬’

         

         세상에, 가진 물건을 사겠다며 5억을 들이밀었는데 거절당하는 경우는 딱 두 가지다.

         그게 이성을 흐리는 엄청난 중독성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그 정말 이상의 가치를 내포하고 있거나.

         

         “……현재 저희 사회질서 유지부에서는 방사성 물질이나 유독 가스가 대량으로 함유된 지층 파편이 폭넓게 퍼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세금과 기업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중간에 새치기를 하는 건 모양새가 좋진 않겠지만… 소유권 분쟁은 일단 회수한 다음, 차차 가리는 쪽으로 계획하고 있고요.”

         

         당장 할렘에서 발생하는 일일 사망자 수의 추정치, 혼란으로 인한 잠재적 지출 증가비 등등 부서에서 다소 월권 행위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안정되게 관리하는 걸 신경 쓰고 있는 수치들이 주르륵 지나갔다.

         

         어린애가 먹고 있는 사탕을 뺏는 건 취미가 아니나, 거기에 위험한 성분이 가득하다면 꿀밤을 때려서라도 일단 압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돋보이는 게….

         

         나름 공공기관으로서 시민을 신경 써주고 있다 해야 할지, 아니면 벼룩 잡겠다고 초가삼간에 일단 불부터 지르는 게 새삼 21세기 한국의 탁상 행정이 떠오른다고 봐야 할지. 킴은 게임 때와 동일하게 극단으로 흘러가는 브리핑 내용에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미 사복 경찰이 다수 파견되어 안을 조사 중이지만. 원래도 운신이 자유로우신 여러분이라면 큰 반발 없이도 할렘가 안을 탐색하실 수 있을 거고. 또 어수선한 상황에 휩쓸려 ‘어쩌다 보니’ 통제 구역 안으로 넘어가 표본 자료를 획득할 기회도 나오리라 판단됩니다만… 혹시 질문 있으십니까?”

         

         “뭐, 이 수색 임무의 개요는 그렇다 치고, 보수나 수당 책정은 어찌 되는 거요? 지역 폭동 진압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골치 아픈 데다가 자칫 사적인 원한이 남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누군가 가볍게 번쩍, 손을 들고 장내 모두가 내심 생각하고 있던 의문을 대변했다.

         

         이제 남은 장면은… 핵심이 되는 업무 분장과 용병들 간의 은근한 기 싸움. 그리고 거기서 생각 외로 큰 장점을 가져 선전하는 스틸볼 용병단의 강한 어필이었던가.

         

         “여기서 분배 받은 담당 구역이 얼마나 넓냐에 따라, 그리고 실제 표본이나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를 담은 자료 제출 여부에 따라 충분한 인센티브가 책정되어 있습니다. 또한 임시 자경대 여러분의 자율에 맡기는 편이 여태 좋은 결과로 이어지긴 했으나… 어디.”

         

         담당자가 뒷말을 흐렸지만 ‘아무래도 이건 약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 않나.’하는 식의 뉘앙스를 풍기는 걸로, 자신들이 나름 우대 평가 기준을 준비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불러들인 초대 명단과 평가한 신뢰성 보고서, 실제로 얼굴을 내비친 참석자를 물끄러미, 번갈아 보며 체크하던 그가 지극히 현실적인 장애를 지적해왔으니.

         

         “데어데블 용병단은… 3명이라 들었는데. 나머지 두 사람은 어디 있습니까?”

         

         “…의사 전달을 명확히 할 자신이 있다면 그 전달자가 한 명인 게 무슨 문제가 되나? 효율을 중시해서 나만 움직였을 따름이다.”

         

         “아뇨, 각자 화려한 실적으로 증명하신 만큼 소수 정예의 이점을 무시하고 싶은 건 절대 아니지만… 이건 감당할 수 있는 물리적 한계라는 것도 어디까지나 고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솔로, 소수로 활동하시는 분들은 가장 바깥 쪽을 배정해 드릴 테니, 거기서부터 차근차근 탐문 조사를 실시하는 편이 어떠실지.”

         

         얼핏 오멘에게 대답하는 것처럼 꺼낸 말이지만 실제론 청중 전체에게 한 안내에 가까웠다는 걸 못 알아먹는 병신은 이 자리에 없었다.

         

         설마 공무원 특유의 기질을 발휘해, 지시에 대한 자의적 해석에 일부 단체 감점을 준 건 아닐 것이고.

         

         원활한 ‘수색’에 필요한 전투 능력도 다 기본적으로 충족하고 있다는 건 이미 앞선 근무 기간에 여실히 증명하였으니, 여기서는 단순 머릿수에 가산점을 정말 크게 부여한다는 뜻이렸다?

         

         “…이런 망할.”

         “하아, 서비스직 흉내는 더 안 해도 될 줄 알았는데….”

         

         아니, 무력으로 원투 톱을 다투는 저 괴물들이 그냥 이리 쉽게 나가리 됐다고? 게다가 보통 저런 타입의 외골수들이 더 실력 좋은 걸 고려하면… 포지션 애매한 이들에겐 희소식이었다.

         

         인원수대로 갈라먹는다 쳐도, 당첨을 뽑았을 때 나오는 인센티브가 수천만이 가뿐히 넘어가는 걸 고려하면 무조건 충돌 중심지를 담당하는 게 낫다.

         

         ‘뭐, 헬레나는 어떻게든 잘 찾아오긴 하겠지만!’

         

         주인공과 그녀의 첫 대면 자체는 여기였어도, 제대로 서로를 인식하는 건 공허 광물은 앞둔 충돌 현장이니까.

         

         그렇지만 각자 짱구 굴리는 건 굴리는 거고. 그래 봤자 공무원 아저씨가 바라는 조건에 가장 잘 들어맞게 사람이 우글우글한 체급 깡패 용병단은 하나뿐.

         

         “커허험…!! 스틸볼 용병단, 총원 37명. 전원 할렘가 인근 출신으로 언제든지 집합 및 투입 가능하도록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슴다!”

         

         “…흐음, 그렇습니까?”

         

         “물론입니다! 시민들을 위해서라면 기업 사유지던 유해물질 통제 구역이던지간에 못 갈 곳이 어딨습니까?!”

         

         응, 당연히 구라다. 아니, 휴가간 인간까지 깡그리 포함 37명은 맞지만, 일부러 브리핑이 끝날 때까지 근처에서 대기하거나 도시 치안을 걱정하는 유별나게 착실한 용병 따위가 그들 사이에 끼어 있을 리가.

         

         큐볼 자신이 언제부터 그런 걸 따졌다고. 양심의 가책이나 부끄러움을 모르는 저 말이 튀어나올 걸 알고 있었던 킴은 그나마 아무렇지도 않은 자세를 유지, 나머지 선배 용병들은 ‘이 미친 대머리 쉐끼가 그딴 허풍을…?’ 하고 경악하면서도 일단 최대한 무표정한 상태를 고집했고.

         

         선생님 앞에서만 착한 척, 모범생인 척하는 학생은 보통 그들끼리 남았을 때 격하게 배척받는 법이지만. 그들이 가장 현지인과 교류가 많은 집단인 것도 분명 사실이긴 하다.

         

         아마 그래서 다른 변수가 있던 말던, 쟁쟁한 경쟁자들을 사기치듯 제치고 스틸볼 용병단이 꿀통을 차지한 부분에 변화가 없었던 것이리라.

         

         “그럼 그렇게 하시죠. 스틸볼 용병단에 센터 수색을 담당해주는 대신, 겉부분만 훑는 게 아니라 가급적 ‘유심히’ 살펴봐 주시는 걸로.”

         “!!”

         

         그러고 나서? 킴이 특필할만한 일은 딱히 더 안 생겼다.

         헤벌쭉 웃으며 나이스를 외치는 큐볼의 표정 묘사야 그 누구도 필요 없지 않겠어?

         

         다른 쪽에서 거센 항의가 좀 있었지만 그의 적극성을 높이 샀는지 결정이 번복되는 일은 없었고. 전부 그가 아는 대로, 예정된 이벤트가 자동으로 진행되듯 상황은 자연스럽게 흘러갔으니.

         

         혹시 모를 다른 집단과의 마찰을 대비해서 ‘아는 해커’를 추가 예산으로 고용해줄 수 있냐 제안하는 헬레나의 모습 등은 게임의 팬으로서 굉장히 안쪽이 근질근질하고 반가운 장면이긴 했다.

         

         …하지만 수근거리는 킴의 심장은 여전히 진정되지 않은 채로. 밤이 될 때까지 주인을 잠 못 이루게 괴롭혔고.

         

         마침내 할렘가에 어둠이 내려앉은 후, 네오 헤이븐 프라임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조사 작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킴이 취한 야심 찬 액션이 뭐였냐면……. 그, 생각보다 엄청 소박하고 초라했다. 응.

         

         “여긴가…? 아닌데 시발? 어디지 대체!? 조금이라도 빨리 찾아야 하는데…!”

         

         그럴싸한 조력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일명 전투가 기다리는 구간 직전에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기.

         

         결국 선배들 중 누가 주인공인지 그는 미리 확정 짓기를 포기하고, 두 눈으로 직접 보기로 결정한 채 경비원들의 눈을 피해 할렘가 한복판에 설치된 철조망 부근을 일일이 더듬고 있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복잡한 곳이 빈민가. 그나마 구역을 배정받아서 찾아야 할 범위가 줄어들지 않았더라면 주인공이 사고 현장 안으로 숨어드는데 사용했던 구멍을 발견하는 데에만 날을 꼬박 샜을지도 모른다.

         

         운석이 길게 긁고 지나가며 남긴 잔해와 상처는, 나름 시가지의 형태를 유지하던 할렘가를 그만큼 엉망으로 만들어 놨기에.

         

         어렵게 통제 구역이니 충돌 포인트니 용어를 사람마다 바꿔서 표현했지만. 곳곳에 있던 건물과 기반 시설들이 무너져 내려 아직 정리할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처참한 붕괴 현장의 중심부라 생각하면 편하다.

         

         그러니까 빙 둘러가며 차단망을 쳤어도 이렇게 발생한 균열을 통해 기어들 틈새가 나오지.

         

         “!! 흐어어, 찾았다 씨바!”

         

         경비원들이 지나갈 때 어색하게 딴청 피우길 몇 차례. 혹여 그들과 주민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면 또 슬쩍 경계선에 달라붙어 주변을 뺑 돌기를 수없이 반복.

         

         부분적으로 싱크홀 현상이 발생한 탓에, 파묻혀 있던 철근 한쪽이 튀어나오며 철조망을 들어올린 듯한 개구멍을 찾아낸 킴은 망설임없이 땅에 몸을 바싹 붙이고선, 먼지투성이가 되는 것도 개의치 않고 어두운 지하 속으로 냉큼 파고들었다.

         

         기왕 임플란트도 잔뜩 박았는데 그냥 훌쩍 뛰어넘으면 되는 거 아니었냐고?

         

         그럼 경비 병력을 정면으로 상대해야 하는 데다가, 저 위를 촬영하고 있는 CCTV나 드론들의 눈에 띄면 따로 해커를 고용해서 기록을 지워야 하는데… 지금 이 시기엔 불가능하다. 안타깝게도.

         

         총파업이었나? 아니면 기업에 대한 집단 항쟁이었나?? 하여간 이 시기엔 무슨 명목으로 원작에서도 일반적인 해커 고용 기능이 완전히 막혀 있고, 오직 동료 영입을 통해서만 교란 기능을 요청할 수 있는데.

         

         웃돈 줘가며 잘 찾아보면 그야 안 될 것도 없겠지만 주인공과 보조를 맞춰서 움직이는 건 꽤 중대 사항이니까.

         

         “흐으, 후아아…… 좋아, 여기까진 완전 좋네. 휴, 침착하자.”

         

         음산하게 늘어진 전깃줄, 모니터 너머로는 맡아보지 못한 널린 금속 파편과 각종 화학 물질의 비릿한 쇠 냄새.

         

         기업에서 설치한 탐지등이 자랑하는 만 단위 루멘 밝기의 빛이 내려앉은 일부 잔해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그 광경은, 흡사 몰락한 문명이 숨겨진 동굴을 발견한 느낌을 선사해주었지만 지금 킴은 그런 게 눈에 들어올 쏘냐.

         

         …바스락.

         

         주머니에서 달달한 사탕 하나를 꺼내 물고, 소극적으로 무릎을 끌어당겨 감싼 그는 마지막으로 계획을 점검했다.

         

         네오 헤이븐 프라임의 이 프롤로그는 약간의 시간 제한, 정예 전투, 선택지에 따른 코스 분기, 거기에 대망의 QTE(Quick Time Events; 제한 시간 내로 특정 버튼을 누르는 걸 요구하는 게임 형태) 미니 보스전을 포함한 화려한 파워 업 이벤트.

         

         시간이 너무 지체되면 틈새를 발견한 경비 병력이 침입자를 찾아 뒤에서부터 밀고 들어오고, 스텔스 액션에 실패하여 경보가 울리면 그 제한이 더 빡빡해진다. 마지막 보스전은… 정말 너무 무시무시하니까 미리 생각하지 말자.

         

         마음 같아서는, 몰래 숨어있다가 누가 이곳으로 들어오는지만 슥 확인하고 도망가고 싶은 게 킴의 희망 사항이었지만….

         그랬다가 주인공이 경황없는 와중에 선택을 잘못해서 엑사테크 주둔군 쪽에 꼬라 박고 픽 죽어버리면 어떡하나 싶어서. 그 스스로 생명 보험이 되기로 결심했달까.

         

         “과연 어느 선배님이 들어오실지는 존나 모르겠는데, 제가 이렇게 의리가 넘칩니다. 예!”

         

         혼자 말하고 혼자 답하고. 긴장을 풀려는 듯 어색하게 총기 상태를 점검하고 손발을 꼼지락거리며 킴은 하염없이 기다렸다.

         

         5분, 10분, 15분. …그리고 1시간.

         바로 바깥에서 기어이 구멍을 발견한 경비병 둘이, 이 개구멍으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냐 없냐를 두고 개시한 말싸움까지 들려올 무렵.

         

         이게 당최 어떻게 된 일일까. 자기가 괜히 돌아다닌 탓에 주인공이 여기로 못 들어오고 다른 장소로 가버리기라도 했나?

         

         수색 작전 자체는 하루짜리가 아니라 며칠에 걸친 프로젝트였으니, 실은 일일 보고가 게임적 허용으로 생략되었을 뿐 오늘이 아니고 다른 날에 일어난 이벤트인가?

         

         머리속이 헝클어질 대로 엉클어진 상태에서, 킴의 뇌가 모든 걸 쉽게 따져보자며 가까스로 몸을 한차례 진정시켰다.

         

         심플 이즈 베스트, 오컴의 면도날 이론.

         

         다른 모든 요소가 동일할 때 가장 단순한 설명이 최선이며, 진리는 항상 단순함에서 발견되어야 하지, 다양성과 혼란에서 발견되어서는 안된다.

         

         세 선배님 중 한 분이 자기보다 하아아안참 먼저 들어갔을 가능성? 정말 거의 없다. 신경 써서 흔적을 지운 자신과 다르게 그런 기미도 없었고.

         

         그럼 아무도 안 들어왔으니, 현실에는 모두가 주인공이며 그 누구도 그런 운명을 따를 수 없다는 깊은 뜻이라 봐야 하나?

         아니, 그럴 리가. 당장 나만 해도 이렇게 무사히 안에 쏙 잠입했으니 아무도 오지 못하는 상태라는 건 틀린 명제….

         

         나만 해도…?

         

         

         “………………………………………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너야, 너 인마.’

    축하해! 킴!! 아하하하~

    본래는 킴이 크리스, 카밀라, 가비와 부대끼는 에피소드가 들어가면서 혼란을 초래할 예정이었는데요. 연참으로 도저히 못 넘길 것 같아서 과감하게 생략했더니, 바로 맞춰버리곤 허둥지둥 하는 킴을 보며 웃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지셨습니다! 으악!!

    그리고 사펑서브 노벨티콘이 기어이 출시되었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으아아아아악!!
    진짜 마음 같아선 판매가를 1코인으로 설정하고, 보러 와주시는 분들에게 모두 나눠드리고 싶은데 그런 기능이 전혀 없다는 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심지어 저도 구매를 안 하면 사용 불가능하네요. 뭐지…?
    아무튼! 이렇게 과분한 사랑으로 아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기뻐요.

    시왕 님의 1,000코인 후원 또한 감사드립니다!!! 이모티콘을 구매해서 사용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이런 개인 후원을…. ㅇ허거흥긓긓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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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Status: Ongoing Author:
No matter how many times I repeated the episodes, I couldn't clear the true ending of the open-world shooting RPG, Neo Haven. Just when I thought I finally cleared the hidden true ending... they want me to actually clear it without any help from the game system or save/load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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