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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0

   세계 각지에 있는 금역.

   그런 각지의 금역에는 현재 익시온의 세계 침식자들이 흩어져 있다.

     

   그리고 익시온의 세계 침식자들은 본래라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금역의 최흉의 씨앗을 발화시킬 작정이었다.

     

   사전에 제국에서 일을 벌인 이유도 이번 임무를 위해서였다.

     

   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금역을 많이 관리하는 국가다.

   그런 제국을 한 번 크게 휘저어 놓은 결과, 제국은 내부적으로 자신들의 방어에만 집중했다.

     

   이는 제국 바깥에 있는 금역에 제국의 시선이 덜 간다는 소리와 같았다.

     

   그렇기에 그걸 노리고, 일부러 지금 때를 노려 바깥의 금역들을 일제히 노렸더니.

     

   “허어, 무슨 상황이야. 이게.”

     

   익시온 소속의 세계 침식자 야수왕, 베르도가 기막힌 반응을 보였다.

   베르도는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천상사강 천황 달피론 쥬논을 바라보며 인상을 확 찌푸렸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베르도가 달피론을 바라보며 물었다.

     

   금역을 폭주시키러 왔더니 그가 나타날 줄 몰랐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곳은 제국에서도 상당히 먼 곳에 있는 금역 초월한 대지다.

     

   그가 여기에 나타났다는 건 절대 우연일 수가 없다.

   분명히 정보가 새어 나갔다는 소리일 터.

     

   “저번에 못 했던 싸움을 마저 하러 온 거 아니겠나.”

     

   달피론의 대답을 들은 베르도는 눈살을 서서히 찌푸렸다.

     

   “어디서 정보라도 샜나?”

   “우리 쪽에 유용한 인력이 있어서 말이지.”

     

   달피론은 그리 웃으며 검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검에서 백색의 기운이 피어올랐다.

     

   저 모습은 정말로 끝장을 보러 온 게 분명했다.

   그가 평소에 입던 의복과 달리 전투용 복장을 갖추고 온 게 그 증거였다.

     

   “흑마녀.”

     

   상황이 잘못된 것을 느낀 베르도가 흑마녀를 조용히 불렀다.

   하지만 어째선가 평소에도 금방 대답하던 흑마녀에게서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겨도 단단히 생겼군.”

     

   어쩌면 세계 침식의 신을 부화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순간일지도 모르는 때다.

   이때 흑마녀가 대답하지 않을 리가 없을 터.

     

   흑마녀 쪽에 무슨 일이 생겼다.

   더불어 분명 자신 말고도 다른 세계 침식자 쪽에도 달피론과 같은 전투 인원이 갔을 게 분명했다.

     

   콰광!

     

   금역, 초월한 대지의 땅이 갈라지며 용암이 치솟았다.

   그 사이로 베르도의 얼굴에 흉흉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래, 일이 이렇게 됐다면야 어쩔 수 없는 일이군. 얼른 죽여놓고, 마저 일해야겠어.”

   “원숭이 주제에 자신감 넘치는군.”

   “원숭이보다 못한 인간이 될 테지만 말이다.”

     

   그 말을 끝으로 베르도의 인영이 흐트러졌다.

   그리고 그건 달피론도 마찬가지였다.

     

   콰아아아아아앙!

     

   두 사람이 격돌하며 터져 나온 충격파가 초월한 대지를 절절하게 울렸다.

     

   그리고 같은 시간, 다른 금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금역, 창염의 주막.

   거대하기 짝이 없는 저택의 미로 속.

     

   특이하기 짝이 없는 벽지가 잔뜩 이어진 복도 위.

     

   “늙은이를 아주 막 굴리는구나.”

     

   패황, 글라이시스 락테아가 그림자를 두른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녀를 향해 기괴한 모습의 물건들이 덮쳐들었지만, 그녀는 그림자로 모조리 집어삼켜 지워 버렸다.

     

   “패황?”

   “제롬, 큰일이야. 뭔가 꼬인 모양인데?”

     

   그러는 순간 복도 끝에서 쌍둥이처럼 보이는 세계 침식자 둘이 있었다.

     

   일월(日月)

   해와 달로 분류되는 두 세계 침식자는 곧바로 몸을 돌리더니 일제히 빠져나가려 했다.

     

   그러나 치솟은 그녀의 그림자가 복도를 덮침과 함께 둘의 앞을 막아 버렸다.

     

   “어딜 가느냐. 너희에게 들어야 할 게 많은데.”

     

   금역 어디에 어떤 세계 침식자를 심어 놨는지.

   알아야 할 게 많았다.

     

   또 그 무렵.

   서쪽 세계 땅끝에 존재하는 금역, 심연의 굴.

     

   끝없이 깊은 그 동굴 아래에서 은발의 한 남성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그는 굴 안을 가득 채운 벌레들을 보고는 무표정하게 고했다.

     

   “벌레들이 득실거리는군.”

     

   세계 침식자, 충공(蟲恐).

   그가 풀어 놓은 벌레떼가 심연의 굴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벌레는 태워야지.”

     

   벌레들이 그를 인식하고 치솟자 사내는 머리 위로 검지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거기에 맺힌 수백 개의 마법진들이 일제히 빛나며 푸른 번개를 만들어냈다.

     

   마황, 테라시우스 제블람의 낙뢰 마법이 작렬했다.

     

   또 다른 금역, 검의 성역.

     

   검을 길게 늘어뜨린 낭인 하나가 발소리를 들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검푸른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남자가 보였다.

     

   “…….”

     

   무황 발록 발하임.

   이름 유명한 검술의 대명사를 마주한 낭인은 수염이 덥수룩한 자기 턱을 쓸었다.

     

   “이거, 익시온에 망조가 들었구나.”

     

   낭인은 그리 말하며 자신의 검을 천천히 옆으로 들어 올렸다.

     

   이름 없는 낭인.

   별호는커녕 자기 이름조차 낭인이라 부르라는 세계 침식자 사내는 히죽 웃었다.

     

   “이 세계의 검의 끝은 어느 정도인지 구경해볼 기회는 얻었으니. 이 또한 나쁘지 않으리.”

     

   발록 또한 그에 응수하듯 검을 들었다.

   그에게서 흘러나온 살기를 마주한 낭인은 오랜만에 얼굴 가득 식은땀이 찼다.

     

   그렇게 검의 성역 안, 거센 검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전쟁을 시작한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천하십강과 함께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이름 있는 자들이 각지로 흩어져 금역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그들은 세계를 지키기 위해 익시온과 전면 전쟁을 시작했다.

     

   덕분에 금역은 때아닌 홍역을 앓았다.

   세계 침식자와 강자들의 격돌에 금역 안에 있는 침식종들이 날뛰기 시작하자 금역의 성벽을 지키기 위해 기사단과 여러 이들이 출동했다.

     

   그중에는 라헬른 아카데미 학생들도 더러 있었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자 라헬른 아카데미 쪽에도 지원 요청이 온 것이다.

     

   “이거, 저희 이러다 진짜 죽는 거 아닌가요!”

     

   어느 금역의 안.

   쏟아지는 빗속에서 끝없이 몰려오는 침식종을 보며 붉은 머리 여성이 비명을 내질렀다.

     

   포세우스 왕국의 9공주, 카란디스 포세우스.

   그녀는 어떻게든 물의 방패를 두른 채 침식종과 맞부딪치고 있었다.

     

   “버텨라! 언젠가는 끝이 온다!”

     

   그리고 그의 옆에 신창의 사촌, 글렌 다이아나가 소리를 내지르며 창을 휘둘렀다.

   그 또한 쏟아지는 빗물로 인해 갖은 고생을 하며 맞서고 있었다.

     

   “거기서 비켜요.”

     

   그 순간 두 사람은 귀에 들린 목소리와 함께 일제히 몸을 뺐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이 비킨 자리에 새하얀 냉기의 브레스가 순식간에 휩쓸고 지나갔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휘날린 냉기의 브레스가 몰려오던 침식종들을 직선 방향으로 모조리 얼어 붙여 버렸다.

   그 압도적인 위력은 카란디스와 글렌조차 경악하게 만들었다.

     

   브레스를 쏜 이는 크라슈의 약혼자, 이제는 아내로서 더 유명한 비앙카 하덴하르츠였다.

     

   젖은 백발의 머리카락을 휘날린 그녀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피이.”

     

   그러자 그녀의 목에 둘린 얼음 여우 환수, 피이가 그녀의 볼에 몸을 비볐다.

     

   비앙카는 피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고개를 들었다.

     

   ‘크라슈 님, 괜찮으신가요.’

     

   그녀는 어두운 먹구름 위를 바라보며 크라슈를 걱정했다.

   분명 그는 또 터무니없는 짓을 벌이고 있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비앙카, 또 오고 있어.”

     

   그러는 순간 그녀는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하링 라그렌이 양손에 비수를 쥔 채 서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냉기의 브레스 너머 또다시 침식종이 몰려오고 있었다.

   금역의 안쪽, 천하십강 투왕 자이드가 세계 침식자와 맞서고 있으므로 생긴 일이다.

     

   “알았어요.”

     

   비앙카는 또다시 힘을 끌어 올렸다.

     

   지금은 크라슈가 무사하기를 믿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일을 해야 한다.

   그러니 그녀는 또다시 얼음 환수, 빙룡을 꺼내며 힘을 모았다.

     

   그렇게 세계는 각기 다른 곳에서 익시온과 대대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익시온 소속 세계 침식자들은 다급해졌다.

     

   최흉의 씨앗을 발화시킨 지금.

   최흉의 씨앗을 세계 침식의 성배에 담아내지 못한다면 그들의 목표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간은 마냥 인간의 편이 아니었다.

   최흉의 씨앗이 완전히 발화해 버리면 인간 쪽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로에게 시간제한이 걸린 전쟁이 시작된 순간.

     

   같은 시각.

   흑마녀의 칠흑 공간에서도 두 사람이 부딪치고 있었다.

     

   한쪽은 검푸른 머리카락의 사내 용왕, 크라슈 발하임.

   다른 한쪽은 익시온의 수장 흑마녀였다.

     

   흑마녀는 세계를 멸망시켰던 자기 종을 이용해 크라슈를 적극적으로 쓰러트리고자 몰아세웠다.

   그러나 그녀 또한 좀처럼 크라슈를 쓰러트리는 게 쉽지 않았다.

     

   크라슈가 재빠른 것도 문제지만 그의 백염은 흑마녀에게 너무 치명적이었다.

     

   실제로 크라슈는 몇 번인가 흑마녀의 육체를 베었다.

   만약 그녀의 몸에 영혼이 분리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흑마녀는 실제로 목숨이 위험했을 순간도 더러 있었다.

     

   그 정도로 크라슈는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곧이야.’

     

   역으로 자신을 향해 휘두르는 백염을 막아 낸 흑마녀가 조용히 공간을 움직였다.

     

   지금까지 조용히 공간을 움직이느라 꽤나 고생했다.

   흑마녀 또한 오랜만에 공간 마법을 쥐어 짜내느라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다.

     

   하지만 결국 끝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크라슈는 지금까지 요리조리 잘 피하면서 공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칠흑 공간의 주도권은 결국 흑마녀의 손안에 쥐어져 있다.

     

   그녀는 지금까지 크라슈가 알게 모르게 칠흑 공간을 끊임없이 줄여 나갔다.

     

   그리고 지금.

   칠흑 공간은 이제 흑마녀와 크라슈가 있는 공간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공간 하나가 남았음을 확인한 순간 흑마녀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의 다섯 마리 종들이 일제히 검은 공간에서 쏟아져 나왔다.

     

   “몰아넣어.”

     

   흑마녀의 명령과 함께 그녀의 몸에서 대량의 세계 침식의 힘이 흘러 들어갔다.

   그 순간 다섯 마리 종들이 아까와는 다르게 더 비대하게 커지며 폭주했다.

     

   콰과가가강!

     

   다섯 마리 종들의 갑작스러운 폭주에 크라슈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크라슈 또한 기어를 한 단계 올리며 그들에게 대항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흑마녀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크라슈가 흑마녀 쪽에 시선을 못 두는 사이.

   흑마녀는 자기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녀가 숨을 최대한 들이키며 참았다.

   동시에 그녀의 몸에서 세계 침식의 힘이 거세게 타올랐다.

     

   그녀의 힘의 기류 앞에 일순간 흑마녀를 주위로 공간이 뒤틀려 나갔다.

   그 뒤틀리는 공간 앞, 흑마녀가 눈을 감은 그때.

     

   쿠궁!

     

   칠흑 공간 전체가 진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흑마녀의 검은 눈이 번뜩였다.

   지금, 하늘을 날아다니는 용의 날개를 꺾는다.

     

   콱!

     

   이윽고, 그녀가 하늘 높이 들어 올렸던 손을 거세게 쥐었다.

     

   꾸구구구구구구구구국!

     

   그 순간 하나 남은 칠흑 공간이 순식간에 옥죄여졌다.

     

   칠흑공간(漆黑空間)

   용장(龍欌)

     

   옥죄여진 칠흑 공간은 내부에 있는 것을 모조리 압축시킴과 함께 한계까지 줄어들기 시작했다.

     

   뒤늦게 크라슈가 무언가를 알아차렸는지 종들 사이로 백염이 치솟는 게 보였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그가 아무리 발버둥 친다 한들 칠흑 공간의 압축은 이미 실행됐으니까.

     

   쿵!

     

   기어코, 그녀를 제외한 모든 공간이 압축에 성공한 순간 주위에 새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잡았다.’

     

   확신에 찬 소리와 함께 흑마녀가 천천히 고개를 낮췄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검은 공간 속에서 나풀거렸다.

     

   이곳은 칠흑 공간 너머에 있는 허무(虛無).

     

   흑마녀를 제외하면 어느 사람도 들어온 적 없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그녀는 허공에 떠 있는 검은 큐브를 마주 보았다.

   이것은 크라슈와 함께 압축시킨 칠흑 공간이었다.

     

   검은 큐브는 무척이나 잔잔했다.

   방금까지 격렬하게 싸운 것이 거짓 같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것을 손에 받아든 그녀는 한차례 숨을 내뱉었다.

     

   그동안 이 애 한 명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계획이 어그러졌던가.

   더불어 지금도 크라슈로 인해 계획이 어그러지고 있다.

     

   분명 지금쯤 세계 침식자는 세계 각지에서 움직인 인물들과 격돌 중일 터.

     

   ‘지원해야 해.’

     

   쉴 틈은 없다.

   그녀는 검은 큐브를 손에 쥠과 함께 다시금 공간을 열려고 했다.

     

   쩌적!

     

   검은 큐브에서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

     

   흑마녀의 입에서 짧게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곧 그녀가 큐브를 바라본 순간.

   그녀는 거기서 일제히 터져 나오는 빛을 보았다.

     

   설마라고 생각할 때는 늦었다.

   터져 나온 빛이 백염으로 변함과 함께 거세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아.”

     

   백염에 의해 순식간에 흑마녀의 상체가 타버림과 함께 주변 일대가 모두 백염으로 집어삼켜졌다.

   흑마녀는 백골이 되어가며 타버리고 있는 눈으로 큐브 속에서 솟아난 검을 보았다.

     

   곧이어 깨져버린 큐브 사이로 크라슈가 굴러 나왔다.

   새하얗게 변질한 머리카락과 함께 그의 눈은 붉은색으로 거세게 타오르고 있었다.

     

   “신, 기.”

     

   그녀는 크라슈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이 남자, 뭘 하였는지는 몰라도 순간적이지만 반신의 영역을 돌파한 것이다.

     

   멸천화신(滅天火神).

   크라슈가 모든 수를 동원해 도달한 반신의 영역이었다.

     

   그 힘으로 공간 자체를 갈라 버렸다.

     

   곧이어 밖으로 나온 크라슈가 지금까지도 피어오르고 있는 검을 들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순간 흑마녀는 크라슈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깨달았다.

   더불어 그가 흑마녀가 허무로 넘어가기를 기다렸다는 것 또한 말이다.

     

   당했다.

     

   그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 스쳤다.

     

   “멈, 춰.”

     

   다 타버린 성대로 그녀가 크라슈를 멈추고자 부르짖었다.

   하지만 크라슈는 그 말의 머리 위로 들어 올린 검을 내려그을 뿐이었다.

     

   “싫어.”

     

   이윽고, 크라슈의 검이 허무를 향해 내질러졌다.

     

   멸화침식(滅火浸蝕)

   십식(十式)

   멸화(滅火)

     

   그리고 허무가 세계를 불태울 백염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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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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