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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0

    <360 – 교수님의 환대>

     

    귀신에게서 해방된 하급반 학생들은 열심히 감사인사를 했다.

     

    “정말 고마워. 오크노디 네가 아니었으면 우린 아직도 그 귀신에게 시달렸을 거야!”

    “거기서 무슨 일을 겪고 있었지?”

    “우리가 살면서 겪은 가장 끔찍한 일을 다시 겪게 만들었어. 정말 충격적이었다고!”

    “저 귀신 녀석, 팔다리가 잘린 것도 과분한 처사였군. 잘게 회를 떠야 했는데.”

    “게다가 틈새틈새 해골교관님이 해골이 되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고 유혹해서 두 배로 무서웠어!”

    “…교, 교관님도 나름 돕고 싶었던 거다.”

     

    자쿠는 해골교관을 외면하며 선택적으로 분개했다.

    전장을 헤매며 군용식품을 뒤적이던 어린 날의 지옥을 되풀이한다고 상상만 해도 치가 떨리거늘, 저들은 그런 끔찍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았던가.

    절친한 친우인 모브 또한 그럴 거라고 생각하니 몹시 속이 좋지 않았다.

     

    “다들 심지가 강하군. 그런 끔찍한 일을 겪고도 용케 표정들이 무너지지 않았어.”

     

    아무리 하급반이라도 명색이 세계최고의 교육기관에 합격할 정도의 실력자라 그런가?

    다소 창백해지기는 했어도 이만하면 원기도 크게 상하지 않고 대화도 통하고 몸도 마음도 비교적 성한 편이었다.

     

    “멀쩡하다니? 우리가 얼마나 속이 불편한데!”

    “아직도 속이 느글거려.”

    “탕수육소스에 밥 말아먹는 보기만 해도 끔찍한 광경을 몸소 체험한 심정을 너가 알아?”

     

    …이 녀석들, 살면서 겪어본 제일 끔찍한 일이 그딴 괴식이었단 말인가?

     

    ‘부러울 정도로 인생 쉽게 산 녀석들이네.’

     

    갓 탈출한 인질들에게 할 말은 아니었기에 자쿠는 모브에게 화제를 돌렸다.

     

    “모브, 너도 탕수육소스에 밥 말아먹다 왔냐?”

    “아니. 오크노디에게 너처럼 둔해터진 둔재에게 소모한 시간이 아깝다고 버려지는 광경을 봤어.”

    “그거 참 너다운 악몽이군…”

    “그 뒤에는 이사장이 나타나서 오크노디가 인간을 벌레처럼 학살하는 마왕으로 만들고 그걸 무력하게 지켜봐야만 했어. 크윽… 내게 좀 더 힘이 있었다면 오크노디가 그런 잔혹한 아이가 되지는 않았을 텐데. 좀 더 옳은 길을 걸을 수 있었을 텐데…!”

     

    이 녀석은 무슨 실패한 용사의 꿈을 꾸다 온 거냐.

    두 사람의 황당함과 달리, 해골교관은 아주 멀쩡하게 일어나서 오크노디에게 다가갔다.

     

    “그래서 이 귀신은 앞으로 어쩔 작정이냐?”

    “당연히 데려가야죠! 처음부터 그럴 작정이었는데.”

    “호오. 역시 사다코 교수가 눈여겨보는 학생답군. 사령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귀신을 알아보는 건가.”

     

    복사기 용도로 생포하는 것도 사령학적 가치를 따질 수 있는 건가?

    오크노디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민하길 그만 뒀다.

    아무튼 붙잡을 건데 뭐 어때?

     

    살금살금.

    데굴데굴.

     

    다른 이들의 정신이 인질에게 향하고 오크노디가 재잘재잘 떠드느라 바쁜 사이, 갈고리귀신이 벌어진 공간의 틈새로 몸을 굴렸다.

    이 인간은 무서워.

    내가 복제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저주가 담긴 물건은 처음이야.

    살해당해버려.

    당장 여기서 도망쳐야 해.

    절박함이 가득 담긴 등판을 오크노디의 작은 발이 콕 하고 짓밟았다.

     

    “꿹”

     

    아이 같지 않은 엄청난 힘에 갈고리귀신은 꼼짝도 못하고 멈추게 되었다.

     

    “저주 풀어준댔지 누가 도망쳐도 된댔어요? 복제할 템이 얼마나 많은데. 절대 못 풀어줘요!”

     

    끼이잉.

    귀신이 불리함에 처한 동물처럼 귀여운 소리를 내며 자비를 간청했다.

    한 번 복제를 시도한 것만으로도 초죽음을 겪었는데 앞으로 저런 걸 계속 복사해야 한다니,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라지 않은가!

     

    “풉풉. 애초에 고인물이 공략집 같은 걸 굳이 따로 만들 리가 없잖아요. 정말로 중요한 정보는 몸이 다 기억하고 있다고요? 이건 저주용으로 만든 함정!”

     

    다행히 오크노디도 그렇게까지 가혹한 고문을 저지르려던 것은 아니었다.

     

    “우선 모브의 갑옷부터 복제해주세요! 이미 잔뜩 만들고 있었죠?”

     

    모브의 갑옷은 나름 가치가 높다.

    아이템의 가치에 비해 저주템으로서의 가치도 높아지는 만큼 귀신도 탐낼만한 가치가 있다.

     

    툭.

     

    고유차원 저편에서 튀어나온 저주받은 갑옷을 보고 모브가 본능적인 불길함을 감지했다.

     

    “오, 오크노디. 갑옷은 복제해서 어쩌려고?”

    “넹? 같은 갑옷이 두 개나 있으면 당연히 강화를 해야죠!”

    “이제 겨우 적응이 되던 즈음이었는데!?”

    “그러니까 더 잘됐죠. 중량에 적응이 될 즈음에 강도를 높이니까 몸이 받는 부하가 더 맛있어지잖아요? 마나연공법도 익히기 시작하면 더 잘 버틸 테고요.”

    “그럼 언제나 마나연공법을 돌리지 않으면 버틸 수 없어지는데!?”

    “그럼 언제나 돌려야겠네요!”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땅굴이라도 팔 것처럼 우울해하던 모브에게 자쿠가 슬쩍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냐. 네가 성장하지 못하면 오크노디가 어떻게 될지.”

    “!”

    “네 하기 나름이다.”

     

    모브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각오는 됐어. 강화시켜줘.”

     

    모브의 결단력이 의외였던 걸까.

    귀신을 상대로는 그렇게나 무섭게 압박하던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다가와 손을 덥썩 붙잡았다.

    두 볼이 상기된 그에게 오크노디가 힘차게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외쳤다.

     

    “훌륭해요! 고작 하급반에 원작에는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엑스트라가 이 정도의 열의를 보이다니, 솔직히 감동했어요! 악기도 운동도 훈련도 뉴비시절이 제일 힘든데 그 구간을 이렇게 열심히 따라오다니 정말 가르치는 보람이 있어요!”

    “가, 가깝다. 너무 가깝다고, 오크노디.”

     

    거리감에 곤혹스러워하는 모브와 달리, 오크노디는 더욱 다가가 옷깃을 손으로 잡아당겼다.

    자신도 모르게 힘에 떠밀리듯이 확 자세가 낮아지며 고개를 숙인 그에게 오크노디가 귀에 대고 양 손을 모아 속삭였다.

     

    “저주템은 성능이 강화되면 다른 저주템의 중첩착용을 막아준대요. 그럼 비키니아머도 자동으로 해제될지도 몰라요!”

    “…!!”

    “히히. 그럼 앞으로도 힘내서 수련해요. 생산학부 퍼거슨 교수님만큼은 아니어도 저도 강화는 할 줄 아니까 +1강까지는 서비스예요!”

     

    모브는 안도와 동시에 아주 무서운 사실을 깨달았다.

    갈고리귀신이 저주템을 복제한다면 갑옷뿐만 아니라 또 다른 장비해제의 저주가 걸린 비키니아머까지 복제하는 건 아닌가?

    자세히 보니 차원 저편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복제템 사이로 비키니아머 몇 개가 파묻혀있었다.

     

    ‘들키지 않아서 진심으로 다행이야!’

     

    갑옷 아래로 피부를 압박하는 비키니아머의 존재가 수치스러운 만큼 모브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미의 간절함을 얻었다.

    꼭 열심히 수련해서 고강 중량저주갑옷을 입고도 버틸 신체스펙을 만들고 비키니아머를 자동해제 시키고야 말겠다!

     

     

    * * *

     

     

    모브와 자쿠, 하급반 학생들의 이벤트는 구출로 끝났지만 내 이벤트는 이제부터가 본론이다.

     

    “사다코 교수님과 교섭을 하고 싶은데 같이 가면 안 돼요, 교관님?”

    “겔겔겔. 겸사겸사 해골이 되고 싶으면 말만 해라.”

     

    그런 겸사겸사는 없어요, 교관님.

     

    “귀신 녀석에 대한 건이냐?”

    “넹. 복제기는 아껴서 오래오래 써먹어야죠.”

    “사다코 교수가 이 분야의 전문가이기는 하지.”

     

    저주애완나무도 기르는 마당에 그 교수님이 저주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기는 할까?

    거는 법은 알지만 푸는 법은 모르는 저주에 걸린 귀신 씨가 저대로 꽥 죽어버리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지금 당장 교수님의 손을 빌려야 했다.

    신화급은 너무 강했나?

    다음부턴 전설급 저주 정도로 등급을 낮춰서 걸어야겠다.

     

    “여기다.”

     

    해골교관이 안내한 장소는 좀전의 공터보다 더욱 외진 곳에 자리한 햇볕도 들지 않는 깊은 지하구덩이 내부에 만들어진 거대한 묘지.

    아카데미에서 사망한 학생이나 교수, 교직원 일동의 시신이 매장되어 있거나 실습용으로 각지에서 구비한 다양한 몬스터나 영웅의 시체가 안치된 <카타콤Catacombs>이었다.

     

    쿵. 쿵. 쿵.

     

    해골교관이 벽의 횃불에 자신의 마력을 불어넣기 무섭게 카타콤의 모든 문이 일제히 개방되었다.

    수십 겹의 문이 동시에 열리며 접근권한이 낮은 구역부터 높은 구역의 시신이 안치된 묘가 일제히 열리는 광경은 사뭇 압도적이기까지 했다.

     

    휘오오오오.

     

    어둠조차 발을 들이기 무서워할 문의 저 깊은 곳에서 스산한 바람과 함께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본능적으로 꺼려할 죽은 자의 기척이 새어나왔다.

     

    “오. 우리 교수께서 컨디션이 아주 좋으시군. 카타콤의 38관문까지 발을 들여도 좋다고 허가하시다니, 너 아주 운 좋은 줄 알아라.”

    “교수님이 컨디션이 나쁘면 어떻게 되는데요?”

    “적어도 난 저 안에 들어가지는 않을 거다.”

    “…”

     

    나 저기 들어가기 조금 무서울지도?

     

    “뭐 그리 쫄지 마라. 죽은 자의 사기를 뽑아먹는 대신에 산 자의 생기를 빨아먹는 정도이니까. 겔겔겔!”

    “저 살아있는데요! 생기 엄청 가지고 있는데요!”

     

    바보 같은 대화를 주고받고 있자니 입구의 문이 저 혼자 덜컹덜컹 굉장한 기세로 흔들렸다.

     

    “지금 교수님이 빨리 들어오라고 재촉하고 계시는 거죠?”

    “뭐 그렇지? 나라면 60초쯤 더 뜸을 들이겠지만.”

    “왜요?”

    “해골동료가 하나 더 생길 테니까?”

     

    안 들어가기가 더 무섭네!

    사다코 교수님이 더 화나기 전에 후다닥 카타콤의 내부로 뛰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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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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