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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1

       *** ***

       

       천마 위지천.

         

       확실히 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상대였다.

         

       나보다 확실하게 고강한 무공 경지와 도무지 속을 꿰어 볼 수 없는 심리.

         

       그에 더해 이 마교가 아니면 쓸 일도 없는 무공도박술에 대한 이해도와 경험 역시 높다.

         

       뿐인가.

         

       나를 철저하게 연구하고 분석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분석의 결과를 토대로 내 약점을 예리하게 찔러 들어오기까지.

         

       그런 위지천의 공격에 정신없이 당했다.

         

       이렇게 철저하게 분석당하고 대비당한 적은 처음이었으니까.

         

       위지천은 자신의 우세를 확신했고 내 수세 역시 확신했다.

         

       그런 위지천의 판단은 옳았다. 6개월간 갈고 닦은 도박 기량. 본인의 심리는 읽히지 않는 주제에 나에 대해서는 부지런히 파악했고 압도적인 경지차이를 이용한 무공도박술의 우위까지 가져갔으니까.

         

       나는 불리하고 위지천은 유리해졌다.

         

       이 유불리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이해도였다.

         

       천마 위지천은 나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파악했지만 과연 나는 천마 위지천이라는 사람을 털끝만큼이라도 이해했는가?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가전을 던졌다.

         

       가전을 던져서 위지천의 마음을 두들겼다.

         

       야바위 판에서 올인을 택했다.

         

       주사위 판에서도 올인을 택했다.

         

       그 속내를 보기 위해 200개의 가전을 던졌거늘 그마저도 대가가 부족했던 것일까.

         

       위지천은 미동조차 없었다.

         

       내 가전은 100개가 되고 위지천의 가전은 500개가 되었고.

         

       야바위의 승부만을 남긴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되었음에도 나는 위지천의 속내의 편린조차도 읽어낼 수 없었다.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슬슬 머릿속 한구석에서 팔 달린 뇌정이 속세를 떠나며 작별 인사를 하는 광경이 떠오르고 있을 때.

         

       위지천의 필살기라 할 수 있는 강환을 사용해 시야를 덮는 무공도박술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환을 이용한 무공도박술이 펼쳐지는 순간 나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틈’을 보았다.

         

       위지천은 지금 이 순간 왜 자신의 필살기라 할 수 있는 강환을 꺼내 들었을까.

         

       가전 100개 대 가전 500개.

         

       그야말로 압도적으로 나를 몰아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필살기라 할 수 있는 기술을 사용했을까.

         

       답은 간단했다.

         

       내가 궁지에 몰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두 번이나 무지성 올인을 보여 주었으니 야바위 판이 시작하자마자 올인을 박아도 이상하지 않다고 여겼던 것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과연 나 호천안은 지금 궁지에 몰렸는가?

         

       답은 간단했다.

         

       아니다.

         

       위기에 몰리지 않았다.

         

       다만 ‘조금’ 불리할 뿐이었지.

       

       그리고 불리함이란 도박판을 찾아다니는 도박사들에게 늘 따라붙는 지긋지긋한 딱지 같은 놈에 불과했다.

         

       도박판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가.

         

       남의 돈을 갈취하려고 혈안이 된 곳이었다.

         

       시장바닥에서 야바위를 펼치는 도박사가 돈을 잃는 법이 있던가.

         

       기술이건 도박 도구를 쓰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판에 올라온 돈을 어떻게든 제 주머니로 넣기 위해 발악하는 것이 도박사라는 족속이었다.

         

       혼자서 그런 기술이나 부리는 축은 양반이지.

         

       호구 잡으려고 다 대 일로 판을 깔고, 사기도박 도구를 쓰고, 판 외부에서 도박판을 흔드는 일조차도 비일비재하다.

         

       그런 판에서 밥 먹듯이 헤쳐온 나다.

         

       그런 판들에 비하면, 위지천과 겨루는 깨끗한 일 대 일 승부에서 판돈이 좀 밀리는 건 그야말로 ‘조금 불리한’ 정도에 그칠 뿐 결코 위기라 부를 수 없었다.

         

       머리가 급속도로 회전한다.

         

       위지천이 보여준 오판. 천마라는 자가 보여준 단 하나의 빈틈에 쐐기를 박아 넣기 위해서.

         

       위지천이 지금의 내 상황을 ‘위기’라 판단한 근거는 저것뿐이었을까.

         

       파파파바박!

         

       절정을 향해 치닫는 위지천의 잔놀림을 눈으로 쫓으며 동시에 머리로는 또 다른 근거를 찾는다.

         

       절묘하게 강환에 가려져 보일 듯 말듯한 위지천의 손놀림을 보고 있자니 익숙한 기술들이 눈에 밟혔다.

         

       내 기술.

         

       내 기술을 모방하는 위지천의 손을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위지천에게 나란 사람은 어떻게 비추고 있을까.

         

       그 순간 깨달았다.

         

       위지천이 지금의 내가 ‘위기’를 느낄 것이라 판단한 또 다른 근거를.

         

       이토록 철저하게 나에 대한 대비책을 세운 위지천이다. 당연히 내 과거 정도는 가볍게 조사해 보았겠지.

         

       위지천이 내 과거를 어디까지 파헤쳤을지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영상루에서 전귀와 도박을 벌이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드러난 내 행적은 불패의 도박사였다는 점이다.

         

       사천낭인 생활을 하면서 매일 매일 빈털터리가 되었다는 과거까지 팠을지라도 자신의 도박실력을 숨기는 기인의 깊은 뜻으로 포장되었겠지.

         

       그러나 과연 실제로도 그런가.

         

       도박을 수련하던 때에는 돈을 두둑하게 딴 날도 의도적으로 잃어주고 빈털터리가 되어 나온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돈을 두둑하게 따낸 날보다 정말로 모든 돈을 다 잃고 빈털터리가 되어 쫓겨난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내가 도박장에 간 목적은 도박 수련이었으니까.

         

       나보다 더 나은 도박기술을 익힌 도박사에게 거침없이 도전했고, 패배했다.

         

       도박 기술이 숙달되기 전의 내 전적은 그야말로 처참했고.

         

       땡전 한푼 없는 빈털터리가 되어 제 실력을 과신했다는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조롱을 받으며 도박장을 빠져나오는 것이 일상이었다.

         

       위지천은 나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을까?

         

       내가 엄청난 패배 내성을 지니고 있으리라고 생각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위지천에게 나는 ‘불패의 도박사’였으니까.

         

       그만큼 패배 내성도 낮을 것이라 여겼고 지금의 내가 위기감을 느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에 나에게 쐐기를 박아넣기 위해 자신의 필살기를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필살기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빈틈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

         

       쩌적!

         

       나의 역량을 오판한 위지천의 실수. 그리고 필살기로 인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작은 빈틈.

         

       그 두 개가 겹쳐지고 위지천이라는 철벽에 구멍이 뚫렸다.

         

       탁.

         

       그 틈새로 보이는 위지천의 선명한 심리에 나는 망설임없이 입을 열었다.

         

       “중앙에 백 개.”

         

       위지천의 표정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었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쩌저적!

         

       위지천이라는 철벽에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이 나고 있음을.

         

       따온 백 개의 가전을 정리한 뒤 잔을 잡으며 확신했다.

         

       지난 6개월의 방점을 찍는 오늘의 승부.

         

       내가 이겼다고.

         

       *** ***

         

       “왼쪽.”

         

       “틀렸습니다.”

         

       “오른쪽입니다.”

         

       “정답이네.”

         

       “중앙.”

         

       “틀렸습니다.”

         

       위지천은 자신의 가전을 눈으로 훓었다. 태산과 같이 드높던 가전의 산은 크게 줄어들어 있었다.

         

       300개.

         

       백 대 오백으로 시작된 야바위였거늘 어느새 동수가 되었다.

         

       호천안의 전입이 성공을 거둔 이후 위지천은 쭉쭉 밀리기 시작했다.

         

       위지천은 지난 6개월간 갈고 닦은 모든 기술을 펼쳐냈지만.

         

       “중앙입니다.”

         

       “…정답이네.”

         

       모두 호천안에게 간파당했다.

         

       “왼쪽에 열 개 걸겠습니다.”

         

       슬슬 판세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어째서 이렇게 속절없이 밀리고 있는가.’

         

       위지천은 계속되는 야바위 속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위지천이 보유한 가전만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었을 뿐이었다. 

         

       가전이 200개까지 떨어졌을 때 위지천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뚜렷하게 떠올랐다.

         

       ‘시간을 벌어야 한다.’

         

       어째서 지금 이렇게 속절없이 밀리고 있는가. 그 해답을 강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편을 크게 걸고 승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사사사삭!

         

       위지천은 잠시 고민을 멈추고 온전히 호천안의 손놀림을 파악하는 것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지하도박장의 도박사들이나 위지천과 다르게 호천안은 자신만의 무공도박술을 만들지는 않았다.

         

       다만 무공도박술의 요체만큼은 자신의 기술에 적용시켰다.

         

       기를 사용하여 일반 도박판에서는 구사할 수 없는 변수를 구현해내는 것.

         

       호천안의 기술이야 이전에도 신기에 가까웠지만 무공도박술의 요체에 통달한 지금 호천안의 기술은 이전에 비해 더욱더 풍부하고 현란한 변수를 뽐내고 있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그 기술들을 눈으로 간파하고 눈으로 간파하지 못한 변수들을 마음 속에서 헤아리던 위지천.

         

       탁.

         

       잔이 멈추자 그런 위지천의 고민은 깊어져 갔다.

         

       왼쪽인가 중앙인가.

         

       그리고 가전은 몇 개나 걸어야 하는가.

         

       위지천은 자신의 가전을 내려다보고는 절반을 뚝 떼어 도박판의 중앙으로 밀어넣었다.

         

       총 백개의 가전이 판에 걸렸다.

         

       “중앙일세.”

         

       그 순간 호천안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 광경을 포착한 위지천은 그 순간 자신의 실책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았다.

         

       위지천은 호천안의 눈썹이 움직인 것은 실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왜냐하면 6개월간 호천안의 기본기가 얼마나 탄탄한지는 위지천 본인이 매일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방금의 눈썹 움직임이 승부에 영향을 끼쳤는가?

         

       그렇지 않았다.

         

       선택을 내리기 전에 심리전을 걸었으면 걸었지 왜 선택을 마친 뒤에 건단 말인가.

         

       그렇다면 어째서 왜 눈썹을 까닥였을까.

       

       

       

        ‘그대는 내가 잔을 고르기도 전에 틀린 잔을 고르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나.’

        

       그것은 여유의 표현이었다.

         

       가전 백 개가 오고 가는 순간에 작은 것까지 챙길 수 있다는 여유를 보여준 것이다.

         

       호천안이 천천히 잔을 들어올리는 것을 바라보며 위지천은 생각했다.

         

       ‘그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위기에 몰렸다 생각한 적이 없었던 거였어.’

         

       위지천은 속내를 감추지 않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 얼마나 억센 사내인가.

         

       두 번의 전입이 모두 실패하고 백 대 오백의 상황에서 위지천의 필살기까지 견식했음에도 호천안은 흔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위지천은 그제야 자신의 무엇을 잘못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천하제일을 논하는 무인의 6개월간의 노력, 천하제일의 도박사가 부리는 여섯 달의 손재주로 사겠습니다.]

         

       ‘그대를 온전히 인정하지 않았구나.’

         

       호천안은 스스로를 천하제일의 도박사라고 말했지만.

         

       위지천은 호천안을 천하제일급의 재주를 지닌 도박사라고만 여겼다.

         

       천하제일이라는 호칭이 주는 무게.

         

       그 무게를 견딜 수 없을 것이라 함부로 단정지었다.

         

       아무리 열심히 준비하고 분석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었을까.

         

       상대방을 온전히 인정치 않았다는 뚜렷한 틈을 남겨 놓았었는데 말이다.

         

       호천안은 기어이 그 틈새를 찾아내고 파고들었으니 지금의 패배는 당연한 일이었다.

         

       중앙의 잔 속에 주사위가 없는 것을 확인한 위지천은 웃었다.

         

       백 개의 가전을 잃었으나 아직 백 개의 가전이 남아있었으니 다행이었다.

       

       위지천은 진짜 승부를 가릴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입을 열었다.

         

       “그대는 천하제일의 도박사일세.”

         

       “…예?”

         

       너무나 뜬금없는 위지천의 말에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는 호천안. 그런 호천안을 보면서 위지천은 웃었다.

         

       “진짜 천하제일의 도박사와 제대로 된 판을 벌일 기회가 남아 있어서 다행이라는 소리였네.”

         

       호천안의 눈빛에 다시 집중력이 돌아온 것을 느낀 위지천은 잔을 집고 흔들었다.

         

       스스스스스!!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고 눈을 어지럽히는 강환이 펼쳐지고.

         

       파바바바박!

         

       그런 강환의 움직임에 기가 막히게 어우러지는 도박 기술들이 쉼없이 펼쳐졌다.

         

       마음의 틈조차 메워버린 위지천의 도박은 어느 때보다 완성되어 있었다.

         

       탁.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고의 야바위를 모두 펼쳐낸 위지천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펼쳐낸 한 판을 완성했으니 한 줌 미련도 남지 않을 일이었다.

         

       호천안은 그런 위지천의 표정을 살피고는 담담히 말했다.

         

       “중앙에 백 개입니다.”

         

       위지천은 잔을 튕겼다.

         

       중앙의 잔에는 주사위가 들어 있었다.

         

       “축하하네.”

         

       위지천은 껄껄 웃으며 호천안에게 포권을 해 보였다.

         

       “자네가 이겼네.”

         

       6개월간의 긴 도박승부.

         

       긴 대장정의 끝에 비로소 호천안은 승리라는 결말을 맞이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천마피셜 천하제일 도박사 호천안.

    반박시 강환.

    이로서 천마와의 도박편도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다음화부터는 스토리가 쉴새없이 굴러가겠네요.

    *
    [비공개]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열심히 6을 뽑아보고자 몸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는데 만족스러우신지 모르겠네요. 껄껄. 언제나 열심히 하겠습니다.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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