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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1

    <361 – 교수님과의 거래>

     

    해골교관은 질시의 감정을 드러냈다.

     

    “넌 진짜 운이 좋은 거다. 카타콤은 교수의 초대를 받지 않으면 이렇게 깊은 곳까지는 못 들어오니까. 나도 생전에는 들어온 적도 없었어.”

    “앗. 저도 알아요, 그 심정. 숨만 쉬어도 암흑마나가 불어나니까 부러운 거죠? 들어오기만 해도 잔뜩 마나통을 땡길 수 있는데 정작 들어오는 시기는 보통 3학년이나 4학년이니 너무하죠!”

    “마나량의 상승은 부차적인 요소다. 무지렁이들이나 마법을 직관으로 쓴다고 하지, 제대로 된 마법이란 경험과 이해로부터 강화된다. 여길 거니는 경험만으로도 사령마법이 아주 강해질걸?”

     

    교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마법이란 이미지를 통해서 강해지는 존재.

    이미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그릴 제반지식과 사전체험이 있다면 마법의 위력은 더욱 강해진다.

    이런 무시무시한 카타콤을 아카데미 밖에서 겪으려면 어디 국가에서 정식으로 관리하는 영웅묘역이나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당연히 출입허가도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영웅급 활약을 하고 죽어서 시체가 된다면 간단히 방문할 수도 있겠지만.

    뭐, 나야 전부 겪어본 거라서 딱히 새로운 체험이 되지는 않고 마나가 늘어서 좋을 뿐이다.

     

    ‘그래도 진짜 카타콤을 이렇게 쉽게 들어온 회차는 이번이 처음이네!’

     

    사다코 교수님은 원래 1학년 1학기까지만 강의를 하고 그 뒤로는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다가 2학년이 되면 아카데미를 떠난다.

    그런 분이 1학년 2학기에도 강의를 하고 이렇게 정정하게 사악한 기운을 뿜어내며 카타콤의 깊은 곳에서 마주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내가 다 뿌듯하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오늘따라 정정하시네요!”

     

    시뻘건 기운이 마구 솟구치는 여섯 개의 유리관의 정중앙에서 기다란 머리카락을 얼굴을 다 덮을 정도로 내리며 우두커니 서있는 사다코 교수님.

    마족이 이 자리에 오더라도 이게 뭐냐고 질겁할만한 괴이한 마나연공법을 펼치던 교수님께서 기운을 가다듬으며 사악한 힘을 크게 방출했다.

     

    콰과과과

     

    여섯 개의 관이 들썩거리며 당장이라도 열릴 것처럼 세차게 요동쳤다.

    저 중 하나의 관이라도 열리면 아카데미에 무슨 난리가 일어날지 아는 입장에서는 깜짝 놀랄 광경이었지만 교수님은 침착하게 입을 열어 말했다.

     

    “가장 먼저 열리는 관에는… 내가 들어가겠다…”

     

    폭풍 속의 풍랑처럼 요동치던 여섯 개의 관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제히 잠잠해졌다.

    고학년 전용 DLC 컨텐츠 봉인 완료!

    괴이한 연공을 끝마친 교수님이 그제야 새빨갛게 물들었던 소복의 색을 하얗게 되돌리며 내게로 고개를 돌리셨다.

     

    “사령술의 비기, 잔악심공에 입문하러 왔니…?”

    “아뇽! 귀신한테 영구석화의 저주를 걸고 복제기능만 계속 이용하려고 왔는데요!”

     

    교수님이 내가 한 손으로 질질 끌고 온 갈고리귀신의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잔악심공에는 관심이 없니?”

    “없어요!”

     

    교수님이 단호히 대답하는 내 모습을 보고는 소매에서 새카만 암흑덩어리를 꺼냈다.

     

    “지금 배우면 어둠의정수를 선물로 줄 수 있단다…”

    “이미 있어요!”

     

    파파의 저택에서 간식으로 먹겠다고 받아온 어둠의정수를 꺼내 보이자 교수님이 아쉬워하며 정수를 다시 소매에 넣었다.

    내 것보다 색채가 영롱하고 양질의 마나가 담긴 것처럼 보이지만 익히고 있던 마나연공법을 바꿀 정도로 탐이 나는 건 아니었다.

     

    “부탁드릴 귀신은 이 귀신이에요!”

     

    한손무기처럼 번쩍 들어서 귀신을 보여드리니 교수님이 기다란 머리카락 사이로 섬뜩한 눈동자로 귀신의 눈을 빤히 마주쳤다.

    갈고리귀신이 덜덜 떨며 몸통을 부들거리더니 갑자기 몸부림을 쳤다.

     

    “눈 감으렴.”

     

    사다코 교수님의 눈에 굉장한 마나가 모였다.

    급히 눈을 감자마자 살벌한 양의 마나가 파장이 되어 실내를 휩쓸었다.

    쩌저적.

    눈을 뜨자 손에 들고 있던 갈고리귀신이 단단한 조각상이 되었다.

     

    6위계 사역마법 <파수꾼의 감옥>.

    대상을 석화시키고 조건부로 석화상태가 해제되는 4위계 사역마법 <가고일화>의 상위마법이었다.

     

    이제 갈고리귀신은 정신은 살아있으면서도 영체는 석화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영혼 그 자체가 감옥이 되어버린 처지가 되었다.

    사다코 교수님은 그런 불쌍한 처지가 된 귀신을 두고 좋은 교보재를 얻었다며 부연설명을 했다.

     

    “유령은 생전의 미련 때문에 구천을 떠도는 넋. 악령은 원한 때문에 산 자를 해치는 부정한 혼. 한을 품으면 힘을 내지만 한을 소모하면 일시적으로 힘이 사라지지…”

    “끼잉…”

    “약한 척 해도 소용없다… 네가 소모된 힘을 대신하기 위해 고유차원에 인질을 붙잡고 그들을 고문해 강제로 원한의 에너지를 생성하려 계획했음은 이미 알고 있으니…”

     

    사다코 교수님은 궁지에 몰린 갈고리귀신의 끼잉끼잉 정도에 간단히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복제는 어느 정도의 주기로 원하지…?”

    “주 1회 정도면 충분해요!”

    “주 1회를 초과하는 회복량은…”

    “교수님 마음대로 써도 돼요!”

    “거래성립이야… 맡기고 가도록 해… 마침 관이 하나 남았으니까.”

     

    석화스크롤을 사용했던 로지니는 햇볕을 쬐고 석화에서 풀렸지만 갈고리귀신에게는 석화에서 풀릴 여지조차도 허락되지 않았다.

    사다코 교수님이 카타콤의 어디론가 손을 뻗자 드르륵 소리와 함께 뽑혀나온 석관이 날아왔다.

     

    그르르릉…

    덜컹!

     

    요란하게 열린 관 안에 밀어 넣어진 갈고리귀신이 두 눈 가득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자비를 구걸했지만 관짝은 가차없이 닫혔다.

    안에서 갈고리귀신의 몸부림으로 추정되는 소리가 들렸지만 교수님이 관에 달린 스위치를 돌리는 것만으로 차폐막이 생성되었다.

    카타콤에 가득한 음산한 에너지가 동력원이 되어서 방음마법을 걸고 있으니 갈고리귀신이 내는 소리는 앞으로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을 것이다.

     

    ‘머 원래 못된 귀신이니 좀 갇혀서 살아도 되겠지!’

     

     

    * * *

     

     

    가장 맛있는 갈고리귀신을 붙잡아다가 복사기로 써먹고 모브의 갑옷도 뚱땅 강화에 성공하자 교내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네임드귀신이 잡으면 몸에 그렇게 좋다며?”

    “모브 녀석 하급반 주제에 이제는 상급반에 비벼볼 정도로 분위기가 굉장해졌다나봐.”

    “네임드귀신 하나만 잘 토벌하면 우리도 내년에는 상급반 갈 수 있어…?”

     

    예로부터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는 것들이 정력에 좋은 것, 건강에 좋은 것, 공부에 좋은 것이다.

    하급반 학생들이 진급을 노리고 네임드몬스터 토벌에 뛰어들자 잠자코 있던 상급반 학생들도 혹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대단한 녀석이면 우리가 잡아도 도움이 되는 거 아니냐? 호너, 시합이나 하자.”

    “좋다. 누구보다 먼저 네임드들을 토벌하며 제국삼대공신가문의 저력을 보여주지. 시합이다. 체다, 레프. 누가 더 많은 네임드를 토벌하는지 겨뤄보자!”

    “제국 놈들한테 다 뺏길 수는 없다냐! 우리도 사냥에 나선다냐!”

    “벽력성천신교의 수녀로서 저도 퇴마행에 한손 거들어드리겠습니다.”

     

    덕분에 주간이벤트 공략도는 쑥쑥 올라가서 이후로는 내가 손을 쓰지 않아도 무사히 이벤트가 끝났다.

     

    “젠장… 부러진 팔에 회복불가의 저주가 걸려서 자연치유가 아니면 낫질 않아…”

    “으윽. 이 포테이토피자 가문의 체다가 저주에 당하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지난 학기에 변방의 꼬맹이처럼 저주내성작을 미리 해두는 건데 경솔했습니다. 하필이면 시야축소의 저주에 걸려서 공부조차 힘든 처지가 되다니…”

     

    물론 이벤트가 무사히 끝났다고 네임드사냥에 참여한 학생들이 멀쩡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나조차도 힘으로 상대하는 대신에 잔머리를 써서 공략한 상대를 무식하게 정면으로 들이받았으니 그 후유증이 다들 엄청났다.

     

    “냐아아… 오크노디는 대체 어떻게 멀쩡하게 이런 괴물을 잡은 거다냐…”

     

    눈 깜빡임을 의식하고 숨 쉬기를 의식하고 입 안에서 혀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의식하는 저주에 걸린 제냐가 기진맥진한 채로 책상에 팔을 뻗고 건어물마냥 엎어졌다.

     

    “가정교육을 잘 받아서?”

    “비겁하다냐. 제냐도 재단의 덕을 보고 싶다냐!”

     

    제냐의 재단장학생이 되고 싶다는 외침에 사방에서 흠칫하는 시선이 쏟아졌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고양이수인 제냐였지만 사실 상급반 학생이면 생각 없이 말하고 다녀도 상관없었다.

    어디 하급반 학생이 그러면 “너 암흑마나 가지고 자폭테러 벌이려고 그러지!” 라면서 몰매를 맞겠지만 상급반 학생이 그러면 “쯧쯧. 저놈 저거 큰일 날 소리하네.”라며 꾸지람이나 눈총이나 받고 만다.

    근데 재단이 그렇게 나쁜가?

    수인부흥회에서 깽판 치려던 것도 대신 막아주고 2학기 면학 분위기도 잡아주고 의외로 학생들에게도 꽤 도움이 되고 있는데.

     

    “정 그러면 이번에 저랑 같이 신설되는 강의라도 들으러 가실래요?”

    “무슨 강의다냐?”

    “이번 주부터 저희 집사가 아카데미 교수로 취직했거든요. 저야 당연히 들을 거고요!”

     

    저 멀리 깁스를 찬 호너 후라이드치킨이나 안경을 쓴 체다 포테이토피자까지 노트 위를 끼적거리던 필기구 소리가 뚝 끊겼다.

    제냐도 놀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정말 많이 놀랐는지 털까지 쭈뼛 섰다.

     

    “38학점으로도 만족 못 하고 거기서 강의를 더 듣겠다니, 미쳤다냐!?”

     

    그게 놀라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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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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