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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1

       

       ‘순사 녀석이 죽었어……!’

       

       열차 안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은 객차를 넘나들며 빠르게 퍼졌고,

       

       그 소식은, 부곡역을 지날 즈음까지도 순사가 되돌아오지 않자 잠깐 살피러 나온 강 형사의 귀에도 들어갔다. 

       

       백철연의 눈에 띌까봐 시체를 직접 확인하진 못했지만, 직접 보고 온 승객들로부터 시체의 인상착의를 들어보면 죽은 것은 그 순사가 맞았다. 

       

       순사는 죽었다. 그것도 목에 단도가 박힌 채로, 자살로 위장되어서.

       

       강 형사가 화물칸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전하자, 남아있던 불량학생들은 경악했다. 

       

       『……당한 건가.』

       『뭐, 뭐라고……!』

       『자살이라니, 무슨……』

       

       강 형사는 담배를 꺼내물며 말했다. 

       

       『적어도 하나는 확실해졌다. 일단 시라…… 아니, 박쥐 놈이 기차에 타고있는 것은 확실해.』 

       

       강 형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담배를 깊게 들이마시며 생각했다. 

       

       ‘백철연 놈은 열차에 타고 있다……. 하지만 순사를 어떻게 죽였지?’

       

       강 형사 역시 백철연이 그 순사를 어떻게 죽였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백철연과 순사가 마주친 것은 몇달 전에 한번 마주친 것이 전부였을텐데, 그때 한번 본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나? 

       

       백철연은 머리가 비상한 녀석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순사의 얼굴을 알아봤다고 해도 암살을 모의하고 있다는 것은 몰랐을 터. 

       

       ‘…….’

       

       생각을 정리한 강 형사는 불량학생들에게 말했다.

       

       『내가 보기엔, 순사 녀석이 먼저 달려들었던게 아닐까 싶다. 한번 박힌 원한이 깊은 녀석이었다. 어쩐지 불안해 보였어.』

       

       그 말에는 불량학생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그 순사는 조금 이상한 사람이었다. 백철연에게 수차례 당한 것도 아니고, 앞으로 계속 봐야 할 사이인 것도 아니고, 

       

       그저 몇 달 전에 우연히 따귀 한 대 맞았다는 이유로 수개월간 원한을 키워온 놈이었다. 언제 어떻게 튈 정신병자인지 모를 사람이었던 것이다. 

       

       불량학생들의 반응을 확인한 강 형사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야.』 

       

       강 형사는 다시 한 번 담배를 깊게 들이마시고는 후우 내뱉었다. 담배를 든 손이 조금씩 떨렸다. 

       

       『중요한 것은, 시체가…… 여기 남아있었다는 거다.』

       

       강 형사는 말했다. 이곳은 열차인데다가, 순사의 시체가 발견된 곳은 객차 변소. 변소에서 바로 뒷쪽의 객차 연결부는 양 옆이 뚫려있으니, 얼마든지 시체를 밖으로 던져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흔적을 지우기 더없이 쉬웠을텐데, 굳이 이렇게 자살로 위장해서 방치해 둔 것은…… 마치 ‘보란 듯이’ 일부러 남겨놓은 것이다.』 

       『보란 듯이……!』

       

       불량학생 중 뚱뚱한 녀석이 침을 꿀꺽 삼키며 내뱉었고, 강 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이건 ‘경고’다. 박쥐 놈이 우리에게 ‘경고’하는 거다……!』 

       『경고……!』

       『놈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나는 너희들이 내 뒤를 쫓는 것을 알고 있으며, 더 접근하다가는 모두 그렇게 끔찍하게 살해당할 것이다’ 라고……!』

       

       —덜컹, 덜컹……

       

       모두에게 긴장이 팽배해 있었다. 철로의 이음매 소리만이 고요한 정적을 깨트리는 가운데, 강 형사는 혀로 입술을 적시며 말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해. 하지만, 그리 걱정할 것은 없어!』

       

       강 형사는 그렇게 말해두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차라리 잘 됐어. 죽어야 할 놈이 죽은 것 뿐이야.’ 

       

       강 형사는 어차피 비밀유지를 위해 불량학생들을 죽이는 것은 물론, 순사도 조용히 처리할 셈이었다. 같은 경찰이라 죽이기 껄끄러웠었는데, 이제는 학생 셋만 죽이면 되는 것이다.

       

       강 형사는 그런 속내는 내비치지 않고 불량학생들에게 말했다.   

       

       『잘 들어. 계획에는 변동이 없다. 수원까지 조용히 따라가다가, 오솔길에서 박쥐 놈을 죽인다. 그때까지 개인의 돌발행동은 금지한다. 저 순사도 혼자 덤벼들다가 당했을 거야.』 

       

       강 형사가 말하자, 불량학생 중, 머리를 포마드로 넘기고 눈매가 더러운 녀석이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박쥐 놈은 이미 우리가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분명 경계하고 있을텐데, 예정대로 기습이 되겠습니까?』

       

       그 질문에 강 형사는 애써 코웃음치며 대꾸했다.

       

       『흥! 놈이라고 해도, 우리가 몇 명이나 될지는 모를 거다. ……그리고 놈은 수원에서 혼자 내린다. 놈의 동료들은 각자의 고향으로 가야 하니까, 놈은 결국 혼자가 되겠지…… 혼자!』

       

       백철연은 혼자다. 그 말에, 불량학생들의 눈에는 두려움이 걷히고 다시 자신감이 돌아왔다. 반응을 확인한 강 형사는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했다. 

       

       『알겠나? 놈은 혼자, 우리는 네 명이다. 수적으로 우리가 유리한 것은 마찬가지야. 그러니 우리는,』 

       

       [스이겐- 스이겐-] 

       

       때마침, 다음 역이 수원임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수원에서 내린다. 놈을, 놈의 집 앞의 오솔길에서 습격하는 것은 예정대로 진행한다. 달라지는 것은 전혀 없어.』 

       

       강 형사는 바닥에 담배를 비벼 끄고는, 비릿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놈이 태어난 그곳이, 놈의 무덤이 될 거다.』 

       

       

       

       ***

       

       

       

       [스이겐- 스이겐-] 

       

       스피커에서 안내방송이 울려퍼졌다. 

       

       ‘이제 수원인가.’ 

       

       내가 내려야 할 역이다. 시계를 보니 오후 6시 반 쯤. 열차가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자, 나는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아이들에게 다시 한 번 당부했다.

       

       “아까 나눠준 합숙수업 통지서, 잘 가지고 있지?”

       

       다들 잘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고향에 내려가면 그거 잘 보여드리고. 하루이틀정도는 푹 쉬고 최대한 빨리 경성으로 올라와 줘.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송병오 녀석부터 씩 웃으며 말했다. 

       

       “염려 말게! 그렇잖아도 나 역시 집구석에 오래 있긴 싫으니……”

       “오·케—! 아따시는 사또미 쨩이랑 같이 올라갈게!” 

       『시라바야시 군, 나중에 봐……』

       

       아이까와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들은 나는 객실에서 빠져나와, 열차가 멈춰서고 승하차 문이 열리자 열차에서 내려섰다. 

       

       여전히 승강장 지붕과 플랫폼이 없는 수원역. 몇달 전에 왔을 때와 비교해서 딱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열차에서 내려선 나는 가볍게 기지개를 켜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수원도 오랜만이네—.” 

       “난 수원은 초견이오.” 

       

       뒤에서 이유하가 그렇게 말하길래 나는 웃으며 말했다. 

       

       “너야 살면서 고향이랑 경성 말고는 가본 곳 없잖아?” 

       

       이유하가 웃으며 대꾸했다.

       

       “그대도 피차일반 아니오?”

       “윽.”

        

       이유하의 말마따나 나도 딱히 다를 바는 없었다. 대전에 잠깐 들렀던 적도 있고 서해 동검도에도 가보긴 했지만, 제대로 가본 곳은 경성이랑 수원이 전부였던 것이다.

       

       이유하와 함께 개찰구를 지나서 역사 건물을 나서자, 이유하는 신기하다는 듯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수원역 건물은 조선옥이구려. 내 여태 본 기차역은 모두 양옥이나 왜옥이었는데 이런 것은 처음 보오.”  

       “신기하지?” 

       “부끄럽구려. 정중지와(井中之蛙)면 소견다괴(少見多怪)라고 하잖소.”

        

       그동안 함께 다닌 적이 많아서인지, 이유하가 생전 처음듣는 한문을 들먹여도 이제 이 정도는 눈치껏 알아듣는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면 작은 일에도 신기해한다는 말이겠지. 

       

       “그래서 사람은 견문이 넓어야 하는 거야. 그나저나……”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시간은 오후 6시 반. 여름이라 해가 길어서 아직 밝지만, 구름이 껴서 조금 흐리다. 

       

       “조금 흐리네. 비 쏟아지려나? 저기서 인력거 타고 가자.” 

       “바로 본가로 가는 것이오?”

       “그래야지? 슬슬 저녁시간이잖아. 집에서 저녁 먹긴 싫지만, 그렇다고 밖에서 먹고 오면 또 잔소리를 들을 테고…….”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이유하는 시선을 내리깔며 말했다.

       

       “내 불쑥 찾아감이 폐가 아닌가 모르겠소.”

       “뭐, 학교 친군데 민폐고 실례고 어딨냐. 오히려 네가 고생이지. 네가 내 부친을 보면— 아니, 잠깐.”

       

       나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지금까지, 뭔가 자연스러워서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못 챘는데…… 

       

       “……아니, 뭐, 뭐야! 너 왜 여깄냐?”

       

       내 뒤에는, 물빛이 서린 은발 댕기머리의 소녀, 이유하가 빤빤한 얼굴로 따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내 뒤를 따라오던 이유하에게 당황하며 묻자, 이유하는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무슨 귀신이라도 본 것 같구려? 내 있음을 이제서야 알았소?”

       “아니, 너는 왜 내렸어? 넌 천안역에서 내려야지.” 

       

       이유하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말마다 ‘아니’도 참 많소. 그래서 내 그대를 따라가면 아니 되오?” 

       “아니, 안 되는건 아니지만, 그래서 왜 따라내린 건데?” 

       “그건……”

       

       내가 재차 묻자 이유하는 웃음을 거두고 어물쩍거리다가 대답했다.

       

       “……미리 말하지 아니하고 따라내린 것은 나의 잘못이나, 내 그대에게 긴히 청할 부탁이 있어 그리하였소.” 

       “부탁?”

       

       무슨 부탁이 있길래 이렇게 은근슬쩍 따라왔단 말인가. 이유하는 고개를 들고 나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그대는 이곳 수원에서 일박하고 내일 서울로 귀경할 셈이 아니오?”

       “어, 그럴거긴 한데.” 

       “그러하다면……”

       

       평소답지 않게 우물쭈물하는 이유하. 이유하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어려운 말을 꺼내려는 듯 시선을 내리깔았다가, 

       

       “그대에게 청하건대……”

       

       얼굴이 살짝 붉어져서는, 물빛 푸른 두 눈으로 나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일은 귀경을 미루고 나와 함께 나의 본가에 함께 가주었으면 하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갸악! 연참 실패……!!!!!

    하지만 저저번주도 저번주도 주6회 업로드를 했으니, 이번주도 같은 페이스로 달려야겠죵!!!!!!

    그러니 내일은 반드시 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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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eongseong’s Hunter Academy

Gyeongseong’s Hunter Academy

경성의 헌터 아카데미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oke up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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