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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2

    결국은 정말로 입어버리고 말았다.

    메이드 복이라니!

    자신은 마법을 볼모로 잡은 루크의 간사한 꼬드김에 넘어가고 만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어쩌겠는가.

    서클마법은 루크가 아니면 배울 수 있는 곳도 없다.

    서클을 운용하는 방법은 지금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으니까.

     

    애초에 클래스마법이 있는 사회에서 시스템에 어울리지 않는 서클마법이라는 것은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었고, 사용자뿐 아니라 주변인까지 위험하게 만드는 시한폭탄과 같다.

    그 때문에 그것이 적혀있는 책도 이제는 모두 사라져 구할 수 있는 곳이 없는데다, 공개된 곳에 서클마법에 대한 정보를 유포하는 것도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그나마 있는 정보도 마나심축적 증후군 환자가 스스로를 관리하는 방법으로서 존재할 뿐이고, 정말 실용적인 마법사용을 위한 정보는 구할 수도 없다.

    게다가, 시루드만큼 심장에 서클을 새긴 사람도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흔치 않고 말이다.

     

    원체 희귀한 서클 질환자 사이에서 또 4서클이라는 것은, 이 시대에서는 그만큼 희귀한 것이다.

     

    그런 희귀하고 위험한 정보를 어째서 루크는 그토록 잘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보를 루크가 어떤 경로로 어떻게 알게 되었든, 어쨌든 시루드가 자신의 서클에 대해서 가르침을 얻기 위해서는 오직 루크밖에 없었다.

    시루드가 알기로, 세상에 5서클은 루크밖에 없었으니까.

     

    “하아.”

     

    그리 생각하던 시루드는 한숨을 푹 내쉬며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았다.

     

    “그나저나, 난 정말로 이런 꼴로 서빙을 해야 되는구나.”

     

    일단은 하겠다고 하기는 했는데, 생각보다 막막했다.

    그나마 한 시간 뒤에는 제과제빵부 부원의 친구들이 도와주러 올 것이기 때문에 그 시간만 버티면 된다는 사실이 위안이었다.

     

    솔직히, 귀엽다는 얘기를 듣는 게 거북하다는 감정과는 별개로, 이게 남들에게는 정말로 귀여운 건지에 대한 호기심이 들기는 한다.

    외모를 폴리모프로 조금 만졌다고는 하나 결국에는 한평생을 보아온 자신의 얼굴.

     

    너무나 익숙해서 이게 남들이 볼 때는 자연스러운 건지, 아니면 이상한 건지 알 방법 따위 요원하다.

    그래서 불안하다고 할까…….

     

    뭐, 루크는 일단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진심으로 한 말이겠지만, 루크의 시선은 절대 객관적인 지표가 될 수 없다.

    루크는 원래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애한테 ‘너밖에 없다’라느니, ‘정말 소중한 아이’라는 말을 진심으로 내뱉고는 하니까.

    귀엽다는 말조차 그저 진심으로 하는 무의미한 헛소리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헬레나까지 ‘귀엽다’라고 한 거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객관적인 시선이라고 볼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면 그래도 조금은 불안함이 가신다.

    적어도, 누가 봤을 때 이상한 건 아니라는 얘기니까. 

    이상한 게 아니라면, 이상한 짓만 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자꾸 이상하다고 생각 하니까 뭔가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지만, 아무튼 이상하지 않다는 얘기다.

    ‘…….’

    아무래도 지금은 머리가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

    “……한 시간.”

     

     

    이렇게까지 큰 수모를 겪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자신의 수치심을 비롯한 모든 노력들은 쓰레기가 되는 게 아닌가.

    자신은 친구의 도움이 되고자 온 것이지, 결코 부끄러움만을 겪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이 쓸데없는 고난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은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적어도, 나중에 루크가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 약속은 이행할 수 없다면서 딴말을 하지 못하게 하려면 말이다.

     

    -짝, 짝.

     

    자신의 볼을 쳐서 정신을 가다듬은 시루드는 진지하게 스스로를 독려했다.

     

    이상하지 않다고 하니, 자신감을 갖자.

     

    ‘그래, 날 아는 사람만 잘 피하면 돼.’

     

    아무리 그래도 만약 이런 모습이 반에 소문이 나기라도 하는 날이면, 진짜로 부끄러워서 죽고 싶어질 것 같으니까.

    일단은 일을 할 시간이니 몸을 움직이자.

    만약에 누군가 자신을 아는 사람이 오면 바로 도망쳐서 숨어있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

     

    “다녀왔습니다.”

     

    그 시각, 부장의 심부름으로 잠시 나갔던 아이가 돌아왔다.

    아이의 이름은 에이미 스텔라.

    토끼 귀가 특징인 귀여운 소녀였다.

     

    “어, 왔니? 그건 잘 가져왔고? 무겁진 않았어?”

     

    그리고 그런 그녀를 반갑게 맞이하는 것은 제과제빵부의 부장, 케일라.

    그녀는 원래는 서빙을 하고 호객을 하는 역할이었지만, 곧 있을 음료 피크타임을 대비해 주방으로 역할을 바꾼 상태다.

     

    “그건 일단 저기에 좀 놔줄래?”

    그녀는 에이미가 돌아온 모습을 보곤 가볍게 웃으며 턱으로 주방의 한 켠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에, 여기에 둘게요.”

    “응, 고마워!”

    에이미는 돌아올 때 양손 가득히 비닐백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비닐백에는 미리 숙성시켜 둔 반죽이 들어있다.

     

    ‘부원들이 설레발이라고 막 구박할 때에도 아랑곳 않고 일단 만들어 두기를 잘 했지.’

     

    이미 만들어진 빵이 다 팔리기는 하겠느냐는 우려에서 나온 조언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판단은 옳았다.

    장사가 너무 잘 되어서 빵이 너무 빨리 나가는 바람에 예상보다 빨리 재고를 소진하게 되었으니까.

    이는 그만큼 오늘의 손님이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는 증거였고, 또 그만큼 오늘의 일이 바빴다는 이야기였다.

    “그럼 이제 저는 다시 쿠키를 만드…….”

     

    카페를 둘러보며 할 일을 찾던 에이미가 말을 멈추었다.

     

    왜냐하면, 저쪽 테이블에서 왠지 익숙한 인상의 아이를 봐 버렸기 때문이다.

     

    “어머, 너 너무 귀엽다! 이렇게 예쁜 알비노는 처음 봐.”

    “그러게! 언니들하고 사진 한번만 찍어줄래? 사진 한 장에 얼마라고 했지?”

    “ㄱ,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는 사진은 안 찍어요. 죄송합니다.”

    “으음, 그래? 아쉽다. 그럼 맛있어지는 주문은?”

    “네? 그, 그런 주문도 있어요? 그건 어떤 거죠?”

    “응? 그건 메뉴에 쓰여 있던데? 그럼 네가 알고 있는 거 아니니?”

    “아아……. 그런 거라면 모르는데요. 사실, 저는 잠시 대타로 온 거라…….”

    “아하! 그런 거였구나. 어쩐지.”

    “일이 익숙하지 않았던 거구나? 미안해, 언니들이 너무 이상한 거 시켰네.”

    “그래, 그래. 그러니까 그렇게 풀 죽지 마.”

    “……네, 일단 주문하신 차부터 따라드릴게요.”

    “응, 부탁해!”

     

     

    그 아이가 손님을 대접하는 모습을, 에이미는 눈을 계속해서 흘깃거리며 보았다.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모습과 낯선 얼굴인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계속 누군가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은발 적안 엘프라는 특징은 다크엘프가 아닌 한, 절대 흔하지 않으니까.

     

    그렇기에 그녀가 바로 시루드를 떠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게다가 연령대도 비슷한 것 같고, 묘하게 분위기나 억양도 마치 그 소년이 연상되는 것 같지 않은가?

     

    딱 하나 문제가 있다면, 그 아이는 남자라는 것.

     

    그런데, 지금 저 아이는 어딜 봐도 그저 귀여운 여자아이다.

    바로 그 중대한 차이가, 에이미로 하여금 마지막까지 신경이 쓰이게 하는 요소 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에이미는 속으로 생각했다.

     

    ‘쟤는 혹시 시루드의 여동생이 아닐까? 아니면 사촌?’

     

    이렇게 닮았는데, 시루드와도 분명 연관이 있겠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가가서 물어보기에는 소심한 그녀의 성격이 발목을 잡는다.

    애초에 손님 접대도 부끄러워하는 바람에 주방에서 제빵 보조로 일하는 중인데, 처음 보는 아이에게 그게 되겠는가?

    심지어 그토록 말을 걸고 싶었던 루크에게도 말을 못 걸어서 매번 타이밍을 놓치고 쿠키를 전해주지 못한 것이 한두번 있었던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너무나 궁금하다.

     

    ‘쟤는 대체 누구지? 누굴까?’

     

    비록 당사자에게 물어볼 용기가 없는 아이에게도, 궁금증은 참기 어려운 충동인 법이다.

    그렇게 에이미가 고민하고 있는 사이, 케일라가 물었다.

     

    “에이미, 왜 그래? 쟤가 신경쓰여?”

    “네? 아, 조금…….”

    “하하, 그래? 별로 안 친한가 봐. 루크가 데려온 애라 너희 반 친구인 줄 알았는데.”

    “네? 저 애, 루크가 데려왔어요?”

    “응, 아까 보니까 그런 것 같던데……. 아, 그리고 말야.”

     

    케일라는 목소리를 낮추며 속닥이듯 말했다.

     

    “종업원 복장이 메이드 복인 줄은 모르고 있었는지, 루크한테 엄청 화내더라구. 뭐, 다행히 지금은 어떻게든 잘 해결된 모양이지만.”

    “아아…….”

     

    루크랑 같은 반이라는 얘기에, 그리고 메이드 복장에 화를 냈다는 얘기에, 에이미는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쟤, 정말 시루드 맞구나.’

     

    사정은 바로 이해가 됐다.

    또, 루크가 시루드한테 장난을 친 거구나.

     

    이제는 또 다른 고민이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잡았다.

     

    ‘그런데, 시루드가 저렇게 여장이 잘 어울릴 줄은 몰랐네, 나보다 귀여운 것 같기도 해…….’

     

    조금 슬프기는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시루드는 확실히 귀여웠다, 여자인 자신보다도.

     

    아무튼 그렇게 궁금증은 해결되었으나, 아직 문제는 남았다.

     

    자신은 이제 여기서, 시루드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에이미는 시루드의 눈치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일단 모르는 척해야 되겠지?’

     

    아무래도 엄청 부끄러울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마음먹은 후, 에이미는 최대한 시루드와 마주치지 않도록 신경 써서 주방에 처박혔다.

    하지만, 결국 같은 장소에서 일을 하다 보면 결국에는 마주칠 수밖에 없더라.

     

    “그으……. 초코허브 쿠키는 언제쯤……?”

    “조, 조금만 기다려줘.”

     

    끔찍할 정도로 경직된 어색한 분위기.

    두 아이들은 마치 서로 눈을 마주치면 안 된다는 생소한 규칙의 눈싸움이라도 하는 듯 서로의 눈을 피하기에 바빴다.

     

    시루드는 체념한 듯 다 타버린 새하얀 장작 같은 표정으로 힘없이 중얼거렸다.

     

    “……반에는 소문내지 말아 줘.”

    “으응…….”

     

    뭐, 처음부터 소문 낼 생각 따위는 요만큼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루드는 허탈한 표정으로 넋 나간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에이미는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침묵이 너무나 숨막혀서, 굳이 할 필요 없는 말을 입 밖에 내고 말았다.

     

    “그, 그래도. 옷, 잘 어울리네……. 예뻐…….”

    “…….”

     

    이런 칭찬은, 고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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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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