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362

       

        

        

        

        

       “여기 뷰가 엄청 예쁘네요.”

        

       “사람이 이래서 돈을 벌어야 하는구나.”

        

       “…꼭 그런 결론을 내려야만 하실까요?”

        

        

        

        한강, 그리고 수평선 너머로 해가 떨어지는 게 한 눈에 보이는 길목. 낮이 가고 어둠이 밀려듬에 따라 수많은 건물들에 불이 하나씩 켜지고, 길거리를 따라 늘어선 가로등이 일제히 점등했다. 수만 대의 차량이 마치 혈관을 타고 흐르는 적혈구처럼 어디론가로 흘러간다.

        

        자연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인위적인 절경. 그리고 유진이 사는 곳은 하루 동안 도시가 어떻게 생기를 되찾고, 다시금 잃는지를 관찰하는 데 가장 좋은 위치에 놓여있었다.

        

        

        

        

       “와, 뚝섬이랑 잠실 한강공원이 바로 보여.”

        

       “텐트 접는 것까지 다 보이네. 진짜 위치 선정 레전드긴 하다….”

        

       “저렇게 텐트 치고 놀아도 재밌을 것 같은데, 유진 씨는 저런 거 좋아해요?”

        

       “완전 싫어합니다.”

        

       “네…?”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호)

       -어지간하면 맞춰주는 비얌년이 이렇게 단호하게 말할 정도면 진짜 싫어하는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해보니 윾진도 미군이었지 ㅋㅋ

       -혹한기…A형텐트…휴대용손난로…동초…윽 머리가….

        

        

        

        다들 아연실색 그 자체였지만 유진의 표정은 단호하기 그지없었다. 힐끔 눈동자를 돌려보자마자 보이는 광경 – 로건과 로렌티나 뿐만이 아니라 군대를 다녀온 남성 전원은 유진의 말에 동의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기 바빴다.

        

        그나마 호떡 정도가 자기는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와 불호를 물었을 때 당연하다는 듯 불호를 선택했다.

        

        이어지는 남성진들의 말.

        

        

        

       “1월 말에 텐트치고 바깥에서 자보면 보기도 싫어질텐데.”

        

       “헉….”

        

       “그럼그럼, 역시 호캉스가 짱이지. 텐트보다는 펜션이나 호텔이고.”

        

        

        

        그렇게 괴상한 방향으로 해결되었지만, 아직 잔불이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 뉴욕을 다녀온 남성 프로게이머 세 명이라는 장작 위로 불씨가 옮겨붙었다.

        

        

        

       “그러고 보니, 미카엘, 갬빗, 그리고 잉크 씨는…요번에 대회에서 굉장히 우수한 성적을 타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요번 파이널 챔피언십도 일종의 E스포츠 올림픽 아닌가요? 그러면….”

        

       “저희는 이미 전부 현역으로 다녀온 다음 입상한 거라 큰 연관은 없네요.”

        

       “아.”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미 다녀왔다고wwww

       -팩트)요즘은 프로게이머급이면 주특기가 워게임 특화로 분류되서 현실보다 군용 VR에 접속해있는 경우가 더 많다

       -생각해보니 그렇긴 한 ㅋㅋㅋ

       -리빙포인트)그래도 훈련은 다 뛴다

        

        

        

       “그래도 좀…많이 나아졌죠, 옛날에 비하면. 복무일도 1년으로 줄었고, 어지간한 것들은 전부 무인 감시 체제로 돌아가니까요. 요즘은 어지간히 큰 훈련은 VR로 전담하고…혹한기랑 유격은 그대로 돌아가긴 하는데.”

        

       “많이 진보했네요.”

        

       “아무래도 그렇죠.”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설명.

        

        본래라면 한국의 징병제의 당위성 그 자체였던 북한이 2030년 초입에 들어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한국군은 대대적인 변화의 격통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뼈를 깎다 못해 팔다리를 한둘 쳐내는 정도의 외부 압력에 의한 쇄신으로 인해…굉장히 슬림해졌다.

        

        그 과정에서 VR이라는 신문물까지 합세하여 한바탕 판데모니엄 비슷한 것이 만들어졌으며, 그리하여 이러한 긴 과도기 사이에서 징병제의 비율은 점차 낮아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소멸될 정도는 아니었고 – 여전히 대다수가 훈련소, 또는 신병교육대로 가는 차를 타게 되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좌우지간, 이상한 곳으로 빠지던 주제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나름 캠핑이나 글램핑 같은 거에 환상이 있었는데, 아쉽당….”

        

       “글램핑은 몰라도 캠핑은…요즘이야 전자기기 충전도 가능하고 샤워도 가능하니 크게 상관은 없긴 하겠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밖에서 사서 고생하는 건 그닥인 편이네요.”

        

       “…근데 그런 것치곤 사서 고생하는 쪽의 일을 선택하셨던 게?”

        

       “그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거든요.”

        

        

        

       -밖에서 사서 고생하는 건 싫다(전직 미군 특수부대원 출신)

       -뭐라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체질이 아니어도 열심히 하는 정신이 더 돋보이는 건 맞긴 한데 ㅋㅋㅋ

       -그래서 이따 집에서 똬리트는 거 보여주신다는거죠?

       -아나콘다 집캉스 드걔쟤~~~~~~

        

        

        

        물론 시청자들은 요상한 소리에 여념이 없었다.

        

        아쉽게도 VR이 아니었고, 그리하여 유진은 한두 명 가량을 골라잡아 뚝배기를 깡! 해버리기보단 그냥 무시를 택했다 – 하지만 그것이 곧 이번 안건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작게 웃은 그녀가 입을 열어 덧붙였다.

        

        

        

       “…그래도. 캠핑이나 글램핑 정도의 추억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비슷한 건 해줄 수 있겠네요. 저녁은 점심처럼 연회장에서 먹지는 않을 거고, 집의 개인 발코니에서 바비큐 파티가 있을 거예요.”

        

       “에…에?”

        

       “캠핑장에서 직접 구워먹는 경험이랑 비교한다면 어느 부분에서는 조금 모자랄 수도 있겠지만…그 이상의 맛은 보장할 수 있겠죠.”

        

        

        

       -아니 예?????????????

       -선생님 이건 도대체 무슨 빌드업인 ㅋㅋㅋㅋ

       -드리프트도 이정도로 꺾으면 차선침범이에요 선생님 싀1부1랄

       -하모니쉑 갑자기 표정 이만큼 펴지는www

       -아니 뷰가 글램핑장 개쳐바르는데요 선생님??????????

        

        

        

        외부 활동으로 얻을 수 있는 추억이 없어서 아쉽다면, 그보다 더 큰 즐거움을 주면 된다.

        

        생각은 엉성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완전히 져가는 해 사이로 향긋한 고기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호텔에서 이렇게 먹었으면 얼마였을까요?”

        

       “한 네 명 정도 모인다고 치면 한 사람당 70만원씩은 각출했을 걸.”

        

        

        

        치이익!

        

        귀를 자극하는 소리와 테라스를 가득히 메운 향기. 개인 테라스가 아니라 연회장과 연결되어있는 외부 테라스였기에 그 크기는 외부 조리 시설과 수십 개에 달하는 테이블 및 의자, 그리고 수십 명의 사람을 수용하기에는 실로 안성맞춤이었다.

        

        거주자의 안전과 외부 전경을 동시에 챙길 수 있도록 유리 및 강화 플라스틱 등이 미터 단위로 높게 쌓여올려졌으며, 바람을 타고 벌레들이 들어올 수 없도록 천장에는 아주 가느다랗고 미세한 전류장이 흐르고 있었다.

        

        그 아래로, 그리고 옆으로 보이는 서울의 야경. 적잖아 80m 위에서 보는 경관은 실로 이색적이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오늘의 주인공이기도 한 유진이 있었다.

        

        

        

       “맛은 괜찮나요?”

        

       “진짜…너무 맛있습니다, 선생님….”

        

       “그렇다니 다행이네요. 나중에 들어온 분들을 데리고 딱히 뭔가 챙겨준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이렇게 대대적으로 파티에 초대하게 됐는데, 여기서 서로 친해지는 시간 가졌으면 하고…말이 길어지네요. 아무튼 즐거운 시간 보내다 가시면 좋겠습니다.”

        

       “아유, 물론이죠. 진짜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겠습니다.”

        

        

        

       -비얌네 편집자들 아주 계탔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머리가어질어질하고가슴이띵해눈나나만빼고이런좋은곳에서파티열고나도데려다줘앆!!!!!!!!!!!!!!!!!!!!

       -엄마저는커서유진편집자가될래요!엄마저는커서유진편집자가될래요!엄마저는커서유진편집자가될래요!엄마저는커서유진편집자가될래요!엄마저는커서유진편집자가될래요!

       -이것이…직원복지????

        

        

        

        이게 꿈이야 생시야.

        

        아침부터 지금까지, 믿을 수 없는 광경들이 끊임없이 오감을 자극해댔다 – 첫 번째 단합에서는 홍대의 한 옥상 글램핑장이 무대였고 당시 참여했던 이들의 기억 또한 그 자리에서 머물러있었으나, 두 번째는 그야말로 별세계 그 자체.

        

        도대체 유진이 그 사이에 무슨 마법을 부린 건지는 몰라도, 이들이 돈을 내고도 하지 못할 경험을 체험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진 사단의 일원들을 강제로 현실에 매다는 요소가 하나 있었다.

        

        음식의 양이었다.

        

        

        

       “우와.”

        

       “이제 한 분은 아예 접시 설거지만 전담하고 계신데….”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불꽃, 그 사이 두께만 5cm는 될 법한 토마호크 한 대가 불판 위에 올라간다. 그런 것이 아직 50개 이상 아이스박스 안쪽에 쟁여져있는 시점. 유진이 단순히 오늘 파티에 온 사람을 접대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배가 터질 때까지 먹이려고 작정했음을 의미했다.

        

        물론 그 뿐만은 아니었고, 당연히 발현자들의 일일 음식 섭취량 역시도 고려해야만 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중 4명이 발현자였고, 나머지 스무 명까지 감안한다면 한 끼에 소모되는 식재료는 거의 50인분을 상회하는 수준이었으니.

        

        게다가 당연하게도, 이는 보는 사람들조차 평균 이상의 식욕이 돌게 만들었다.

        

        

        

       “…야. 니는 뭘 이렇게 맛있게 먹냐?”

        

       “맛있으니까 맛있게 먹지. 식재료 품질 봐. 완전 미쳤다니까?”

        

       “너 때문에 나까지 더 먹고 싶네, 환장하겠다.”

        

        

        

       

        그리하여 평소보다도 늘어지는 식사 시간.

        

        물론 유진은 그것만으로 끝낼 생각은 없었고, 어느 정도 식사를 마무리한 이들에게 무자비한 디저트 폭격이 쏟아졌다.

        

        

        

       “와, 샤베트 진짜 미친 맛이다.”

        

       “아이스크림이었으면 느끼해서 더 이상 안 들어갔을 것 같은데, 타이밍이 좋네….”

        

       “와, 디저트가 안 들어가. 너무 많이 먹었어.”

        

       “더 필요한 거 없으세요?”

        

       “으악, 살려주세요!”

        

        

        

       -비얌할머니의 손주확대물wwwwwwwwww

       -할머니 저 배불러요!!!!!!!!!!!!!!!

       -아이고 우리손주 뼈밖에없네!!!!!!!!!!!!

       -진짜 아낌없이도 챙겨주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진눈나한테 손주 있으면 매 한끼한끼가 고문이었을것

        

        

        

        실로 그 말대로였다.

        

        오늘 하루 동안 끝도 없이 요리에 매진했던 출장 뷔페의 셰프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정리하고 퇴근하는 와중에도 발현자 몇 명을 제외한 수십 명의 사람들은 의자에 가만히 앉아 빵빵해진 배를 연신 두드려대었으며, 개중에는 숨쉬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적잖아 있었다.

        

        물론 발현자들 중 신체 활동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배가 있는 대로 부른 인원들은 반쯤 강제로 일으켜진 채 소화를 위한 테라스 산책을 시작했다.

        

        

        

       “배가 좀 심하게 부른 분들은 빨리 말하시거나, 냉장고에 있는 소화제 먹으면 돼요. 한 50병 정도 챙겨놨으니 문제 없을 거예요.”

        

       “진짜 여기서 물 한 방울이라도 더 마시면 넘칠 것 같아요, 선생님….”

        

       “그렇게까지 많이 먹으면 어떡해요?”

        

       “그치만 너무 맛있었는걸….”

        

        

        

        실로 어처구니없는 대답이었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빵빵해진 배를 부여잡고 힘겹게 한 발자국씩 걷는다. 처음에는 힘들기 그지없는 움직임이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발걸음은 여유로워졌고, 그리하여 대략 10분 가량이 지났을 즈음 유진이 슬그머니 입을 열어 내일의 일정을 공지했다.

        

        

        

       “내일은 아침에 수영장에 갈 예정이에요. 다행히도 오늘 저녁에는 따로 술을 드신 분이 없으니 내일 불상사 같은 게 일어날 확률은 적고…당연하겠지만 방송은 따로 켜지 않을 겁니다. 저는 크게 상관없지만 다른 분들은 그렇지 않을 테니까요.”

        

       “설마 그 수영장이 네이비 씰 식 수중 훈련 같은 건 아니겠죠?”

        

       “하하. 어떨까요?”

        

        

        

       -???????????

       -북극곰+아나콘다+상어의 수중 훈련이라고요? 사람이 소화 가능?????

       -집들이가 아니라 극기훈련이었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들이라며!집들이라며!집들이라며!집들이라며!집들이라며!집들이라며!집들이라며!집들이라며!집들이라며!집들이라며!

       -집을 훈련장으로 개조해도 집들이지 암 ㅋㅋㅋㅋ

        

        

        

        삽시간에 히익 하고 슬금슬금 도망가는 이들. 그러나 하모니는 진즉에 로렌티나한테 붙잡혔고, 다이스는 뒷걸음질치다가 허리에 내 꼬리가 감겨 자동으로 이리 오게 되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평범한 수영 시간이 될 예정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무슨 목장마냥 집들이 초대 인원들을 뒤룩뒤룩 살만 찌워서 집에 보내게 될 수도 있으니까, 필요최저한의 운동은 그래도 조금 시켜줘야 하지 않을까.

        

        호떡은 잠깐 고민하다가 리밋의 팔을 붙잡고 강제로 허공으로 치켜올렸고, 그리하여 리밋과 호떡은 내일 수영 강습에 참가하는 영예를 얻게 되었다.

        

        

        

       “걱정 마요. 이상한 일 안 시킬 거니까. 그냥 물장구나 좀 치다가 돌아올 예정이니 편한 마음으로 오세요.”

        

       “진짜죠…?”

        

       “물론이죠.”

        

        

        

        속고만 살았나.

        

        대략 그런 생각과 함께, 어느 정도 소화가 끝난 전원은 테라스를 통해 유진-하우스로 복귀하였다. 어느덧 시간이 저녁 8시에 가까워지고 있었기에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다들 개별적으로 씻기 시작하였고, 시간이 남는 이들은 옷장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집들이 선물이었다.

        

        

        

       “이사 축하드려요, 유진 쌤!”

        

       “우와. 이게 뭐예요?”

        

       “고급 스피커예요. 선생님이 실용적으로 사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집이 좀 너무 휑한 것 같아서 꽤 비싼 걸로 사왔어요. 나중에 이걸로 음악 한 번 들어봐요.”

        

       “아유, 고마워요.”

        

        

        

        가장 먼저 하모니가 캐리어 안에서 꽤나 큰 스피커 하나를 꺼내들었다.

        

        수납장 위에 올려두기에는 상당히 거대한 크기였기에, 이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은 유진이 본격적으로 선물 러쉬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가습기예요. 상당히 비싼 건데…습기 조절이 꼭 필요해보이셔서.”

        

       “하하, 상시 틀어놔야겠네요. 고마워요.”

        

       “거실에 깔 수 있는 러그에요. 근데 거실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는데….”

        

       “안방에 깔면 예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나는 와인 한 병 가져왔다. 내일 마시자고. 꽤 비싼 거야.”

        

       “아이구, 미국 복귀한 지 며칠 안 됐는데 다시 돌아온 것도 고마운데, 이런 것까지이….”

        

        

        

        그렇게 연속적인 선물이 이어진다.

        

        음식물 처리기, 커피 포트, 옷, 식기 혹은 고급 주방용품 등등. 그야말로 물품이 아낌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 그렇게 한바탕 유진이 선물과 곤욕을 치르고 있을 무렵, 고급 초콜릿과 액세서리 등등을 들고 있던 다이스의 품 안에서 옷 한 벌이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당연하겠지만, 유진은 그걸 놓칠 리 없었다.

        

        초록색 바탕. 옷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조잡해보이는 천 덩어리. 뚫려있는 엉덩이 부분까지.

        

        

        

       “이거 설마….”

        

       “….”

        

        

        

        

       -아니저거설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이스쉑 아주 간댕이가 팅팅부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뱀잠옷!뱀잠옷!뱀잠옷!뱀잠옷!뱀잠옷!뱀잠옷!뱀잠옷!뱀잠옷!뱀잠옷!뱀잠옷!뱀잠옷!뱀잠옷!뱀잠옷!뱀잠옷!뱀잠옷!뱀잠옷!

       -다이스 잘했어!!!!!!!!

       -저걸 기어코 갖고왔네 아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뱀 잠옷.

        

        뉴욕에서 마지막으로 입었던 그 옷을, 다이스는 기어코 잘 모셔두었다가 유진에게 다시 선물로 넘겨주기로 한 것이었다.

        

        홍당무처럼 빨개진 유진을 뒤로 한 채 다이스는 큭큭대며 웃었다.

        

        세상은 실로 요지경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비얌가죽(아님)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