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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2

       *** ***

         

       짹! 째잭! 짹짹!

         

       오늘은 늦잠을 잔 모양이다.

         

       새벽과 아침 사이의 시각에 하늘을 날아다니며 짹짹거리는 정체불명의 조류 알람을 듣고 일어났으니까.

         

       하긴 뭐 그럴 만 했어.

         

       어제 위지천과의 도박 승부에서 꽤나 진땀을 뺐으니까.

         

       마지막 순간에 위지천이 빈틈을 내어 주지 않았으면 꼼짝없이 졌을 뻔 했다.

         

       위지천의 심리를 파악한 뒤의 도박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무려 500개의 가전을 따내는 일이었으니까.

         

       어제 하루는 완전히 파김치가 되어 쓰러졌으니 아무리 단련된 육체라고 할지라도 늘어졌던 모양이다.

         

       “흐아으아으아아아암~”

         

       침대에서 느으으을어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몸에 남을 피로를 쫓아내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방문을 두들겼다.

         

       쿵쿵!

         

       “선배! 일어났어요?”

         

       “후아아암. 그래.”

         

       흑묘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침대 위에서 사지를 비틀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흑묘의 눈길에는 다급함이 서려 있었다.

         

       “천마님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아.”

         

       천마와 어떤 약속이 된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곧바로 사태를 파악했다.

         

       뇌정.

         

       천마가 뇌정을 주기 위해 아침부터 날 찾아온 모양이었다.

         

       용수철처럼 몸을 튕겨 일으킨 나는 흑묘의 뒤를 따라 연무장으로 달렸다.

         

       연무장 중앙에 서서 위서련과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천마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러고보니 천마전이 아닌 다른 곳에서 위지천을 본 것이 처음이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후다닥 달려가니 위지천이 느릿하게 몸을 돌렸다.

         

       “피로는 좀 풀렸는가?”

         

       “죄송합니다! 기다리시는 줄 알았다면…”

         

       “아니, 아닐세. 나보다는 자네의 상태가 중요한 날 아니겠나.”

         

       위지천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볍게 어깨를 돌려 보니 몸 상태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정신적인 면도 숙면을 취하고 난 탓인지 나쁘지 않은 상태.

         

       파직!

         

       위지천의 손에 뇌정이 떠올랐다.

         

       “각오는 다졌는가? 어느 정도 시간을 줄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면 말하게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각오는 이미 6개월 전, 위지천에게 도박 승부를 제안하는 날에 마쳤으니까.

         

       그때 마음을 단단하게 먹었기에 지난 6개월간 쉼없이 달려올 수 있거늘 이제와서 망설일 이유가 또 있을까.

         

       “바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런 내 각오가 전달되었는지 위지천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가부좌를 틀었고 위지천은 내 앞에 뇌정을 띄웠다.

         

       “큰 성취를 이루길 바라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위지천은 천천히 뇌정을 내 쪽으로 밀어냈다.

         

       느릿한 속도로 나에게 다가오던 뇌정.

         

       파직.

         

       그 뇌정이 비로소 내 몸에 닿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몸 속에 흐르고 있던 경운심법의 기운이 크게 요동쳤다.

         

       내 몸속에 들어오니 뇌정 속에 들어 있던 기운이 얼마나 작은 것인지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내 내공량의 십분의 일, 아니 수십 분의 일이나 될까 말까한 작은 기운이었다.

         

       한 컵의 물에 한 방울의 물이 더해진 상황.

         

       그러나 그 한 방울의 물은 고요하던 한 잔의 물을 모두 뒤흔들어 버릴 정도로 강렬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작디작은 뇌정.

         

       그 뇌전이 뿜어내는 거대한 고동에 나는 경이로움을 느꼈다.

         

       그렇기에 나는 뇌정이 내뿜는 기운에 저항하지 않았다.

         

       아니 모방했다.

         

       수십 분의 일도 안 되는 기운으로 수십 배는 큰 내 경운심법을 휘두르는 뇌정의 운용을 내것으로 만들고 싶었으니까.

         

       여전히 뇌정을 구성하는 흐름은 독보적이었고.

         

       열심히 모방해 본 내 경운심법은 뇌정에 비하면 엉망이었지만.

         

       쿠르르르릉!!

         

       조금씩.

         

       아주 조금씩 두 개의 기운이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아니 호흡을 맞추었다기보다는…동화되었다고 봐야겠지.

         

       뇌정의 기운이나 내 몸속에 있는 기운이나 결국에는 경운심법의 기운이었고.

         

       그와 동시에 ‘호천안’의 기운이었으니까.

         

       위지천의 흑룡기가 기름이고 뇌정이 물이었다면.

         

       뇌정의 기운도 물이고 나의 기운도 물이었으니.

         

       물과 물이 만나면 섞이고 같이 회전하는 것이 이치였다.

         

       그렇기에 나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내 몸속에 흐르는 내공은 뇌정의 이치를 품어 더욱이 발전했지만.

         

       나에게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 주었던 뇌정은 나의 내공과 동화되면서 서서히 그 광채를 잃어나가고 있었으니까.

         

       그 아름다움에 홀린 나는 필사적으로 내공을 가다듬었다.

         

       내 몸의 내공의 흐름이 조금이라도 더 이상적인 뇌정의 흐름에 비슷해지도록.

         

       그리하여 불명 어르신이 남긴 뇌정의 경이로움을 조금이라도 더 보존할 수 있도록.

         

       더.

         

       조금이라도 더.

         

       불명 어르신이 남긴 뇌정이라는 아름다움을 보존하고 싶다.

         

       한 명의 무인으로서 그런 마음이 치솟아 올랐기 때문이었다.

         

       오직 그 화두만을 머릿속에 떠올린 채.

         

       나는 내공의 흐름을 조율하는 일에 몰두했다.

         

       *** ***

         

       파직! 파지지직!

         

       쉴새 없이 전하를 토해내는 호천안.

         

       그런 호천안의 모습을 보며 위지천은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대들은 어찌할 생각인가?”

         

       위서련과 흑묘를 향한 위지천의 물음.

         

       그런 위지천의 물음에 흑묘는 즉답했다.

         

       “호법을 설까 합니다.”

         

       “그런가.”

         

       위서련은 그런 흑묘를 바라보며 말했다.

         

       “교대 인원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몇 날 며칠이 걸릴지 모를 일인데.”

         

       “괜찮습니다.”

         

       “후후, 사양하지 않아도 괜찮다.”

         

       “…괜찮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선수는 양보하지. 밤에는 내가 설 테니 밤에 쉬도록.”

         

       …사람 말을 듣고 있는 거 맞아?

         

       흑묘가 그런 의미를 담아 쌍심지를 치켜 올리며 위서련을 바라보았지만 위서련은 태연하게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위지천은 그런 위서련의 입꼬리가 살짝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럼 그대들에게 맡기도록 하지.”

         

       “아니…”

         

       두 사람이 번갈아 호법을 서도록 못을 박아버린 위지천의 말에 흑묘가 우물거렸다. 불만은 있지만 차마 천마인 위지천에게 항의하지는 못 하는 모습.

         

       천마는 두려워하면서 소천마는 두려워하지 않는가.

         

       위지천은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고소를 지었다.

         

       뭐 그런 관계도 있을 법 한 일이었다.

         

       “그냥 쉬시라고요!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까!”

         

       “어허….”

         

       호천안을 의식해 한 것 낮춘 목소리로 투닥거리기 시작한 두 사람의 대화를 한 귀로 흘리며 천마전에 복귀한 위지천.

         

       천마전의 앞에는 한 사람이 천마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바로 정철이었다.

         

       “천세! 천세! 천천세! 신교의 지존을 뵙습니다.”

         

       “예를 거두라.”

         

       천마는 정철을 바라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많이 흐르긴 흘렀군.’

         

       그간 많은 일이 있었다.

         

       진법의 기운이 다해 사라지기 직전의 불명과 손을 섞었다.

         

       그 과정 속에서 손에 뇌정이 남았으며 불명과 주고받은 무언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입을 다물고 천마전에 틀어박혔다.

         

       그러기를 세 달.

         

       돌연 위서련이 호천안을 마교로 데리고 돌아왔다.

         

       그 뒤로 위서련과 호천안이 무를 나눈다는 소식을 접하며 뇌정을 다루기를 또 세 달.

         

       마침내 온전하게 뇌정을 뽑아내는 것에 성공했고.

         

       그런 뇌정을 걸고 호천안과 여섯 달 동안 도박을 겨루었다.

         

       ‘호천안의 사조와 겨룬 지도 벌써 일 년이 지났어.’

         

       위지천에게 지난 일 년은 이래저래 즐거운 시간이었다. 무를 논할 수 있는 불명을 만났으며 그런 불명이 남긴 숙제를 즐거이 풀었다.

         

       뿐인가.

         

       천하를 보는 법을 배우고 딸아이와 함께 어울리며 도박이라는 산을 오르는 과정을 즐겼으며 호천안과는 속이 시원해지도록 겨루었다.

         

       하루하루를 즐기느라고 시간의 흐름을 잊었던 위지천은 정철을 보며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갔음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화경의 상위 경지였던 정철.

         

       그런 정철의 기도가 성장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취가 있었는가.”

         

       위지천의 물음에 정철이 답했다.

         

       “절대적인 무위를 목도하였으니 그 덕에 조금이나마 시야가 트였습니다.”

         

       ‘그런가.’

         

       정철과 같이 높은 경지의 무인들은 쉽사리 실력이 늘지 않는다. 매일매일 구슬땀을 흘리며 무공을 갈고 닦더라도 오 년이고 십 년이고 제자리에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점을 고려해보면 정철의 성장은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불명의 수를 보았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위지천 역시 불명이 남긴 한 수를 풀어내며 성취를 얻었으니까.

         

       “오늘 본좌가 그대를 부른 것은 그대가 이전에 제보했던 건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해서다.”

         

       정철의 눈빛이 빛난다.

         

       “경청하겠습니다.”

         

       위지천은 거침없이 입을 열었다.

         

       정철의 제보를 통해 불명과 만났음을 알렸고 불명과 나눈 무언의 약속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또한 소천마 위서련이 호천안을 데리고 마교에 왔으며.

         

       지난 육 개월간 무슨 내기가 오고 갔는지까지 전부 입에 담았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정철은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결국 천마와 소천마가 나서 호천안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과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정철은 분노를 담은 눈으로 천마를 바라보았고.

         

       천마는 그런 정철의 눈빛을 담담하게 받아넘겼다.

         

       “호천안의 편을 들어 주셨으면서 저를 불러 이런 말을 전하시는 저의가 무엇입니까.”

         

       위지천은 정철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한 마디를 입에 담았다.

         

       “배상.”

         

       정철의 눈이 번뜩였다.

         

       “내 반드시 그대에게 호천안의 사조에 대한 정보를 전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아니나, 마교의 협력자인 그대에게 박하게 대한 것은 사실이며 동시에 그대를 곤란한 처지에 빠지게 만든 것 역시 사실이다.”

         

       “….”

         

       “그렇기에 배상해 주겠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해 보도록.”

         

       정철은 마음을 차갑게 식히고 머리를 회전시켰다.

         

       위지천은 천마였다.

         

       결코 타인에게 자신을 굽히지 않은 자.

         

       스스로 잘못을 범했다 시인하면서도 사과 대신 배상을 택하며 오연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자였다.

         

       이런 이를 상대로 감정 싸움을 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쓸모 없는 일이다.’

         

       만에 하나 사과를 받는다 한들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다.

         

       대전에는 긴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정철이 입을 열었다.

         

       “더 이상 마교에는 안심하고 머무를 수 없으니 떠나겠습니다.”

         

       “그것은 그대의 자유. 배상은 어찌할 셈인가?”

         

       “그 배상은 추후 마교에 다시 방문할 때 받겠습니다.”

         

       대전에는 다시 한 번 무거운 침묵이 찾아왔다. 말없이 고민에 빠진 위지천의 모습을 견디다 못한 정철이 입을 열어 위지천을 설득하려 할 때였다.

         

       “허한다.”

         

       위지천의 허락이 떨어졌다.

         

       정철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위지천을 한 번 올려다보고는 포권을 해 보였다.

         

       “천세! 천세! 천천세! 다시 뵐 날을 고대하겠습니다.”

         

       “물러가도록.”

         

       “존명.”

         

       위지천은 천마전을 빠져나가는 정철의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어지간한 이들이라면 울분을 참지 못할 일을 당했음에도 정철은 자신을 억누르며 훗날을 기약했다.

         

       ‘만만치 않은 자를 적수로 두었구나. 호천안.’

         

       위지천은 옥좌에 등을 기대며 방금 보고 온 호천안의 모습을 떠올렸다.

         

       과연 뇌정을 취한 호천안은 얼마만큼의 성취를 거둘까.

         

       그 성취를 바탕으로 지금의 정철을 상대할 수 있을까.

         

       위지천이라도 그 결과를 쉬이 짐작할 수 없는 일이었으며 동시에 위지천이 개입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잘해보게.’

         

       위지천은 그리 생각하며 옥좌의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정철과 호천안.

         

       소강상태에 들었던 두 사람의 대결에 다시 한번 불이 붙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죄송합니다! 17분 늦었습니다!

    깨애애액! 퇴고를 하며 수정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늦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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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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