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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2

       “이래도 안 죽어? 허어 씹. 곤란하네.”

       

       지존이 투덜거리는 소리의 앞에서는 몸에 난 구멍이 단숨에 메꿔지는 혈교주의 모습이 있었다.

       

       혈교와의 전쟁이 시작되고서 꽤 오랜 시간이 지났거늘 혈교주의 재생능력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저것을 생물이라 부를 수 있는가.

       

       백화령은 신공의 내기로 주변을 집어삼키면서 이빨을 갈았다.

       

       현 무림에서 제일이라 부를 수 있는 두 사람. 지존과 천마의 협공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누구도. 아니. 단 한 사람을 제외한 그 누구도 웃어넘길 수 없는 공격이란 말이다.

       

       허나 혈교주는 그 속에서도 태연했다. 몸이 조각나고. 구멍이 나고. 내부에 심대한 피해를 입고. 심지어 먼지가 되어도. 녀석의 몸은 다시 제 형체를 갖추어 버렸으니까.

       

       “역시 두 분. 어마어마하게 강하시네요. 이전의 저였다면 얼굴을 비춘 순간 순살 당했을 겁니다.”

       

       혈교주가 짐짓 칭찬을 한다는 듯 박수를 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백화령이 다시금 권을 내질러 그 얼굴을 날려버렸지만 그런다고 박수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민가 그 분에 비하면 별 것 아니군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형체를 갖춘 혈교주의 입에서 웃음어린 목소리가 샌다.

       

       “뭐래는 거야. 미친놈이.”

       

       무인으로써의 자존심을 건든 탓일까. 지존이 목을 주무르며 으르렁거렸다.

       

       “안 뒤지고 말 많은 인형 주제에 재잘재잘 시끄럽네 진짜.”

       “지금까진 그랬죠.”

       “엉?”

       “이제는 저도 함께 놀아보려고요.”

       

       전투가 시작되고서 처음으로 혈교주가 자신의 내기를 움직인다.

       

       오른손에 보이는 것은 극한의 양기. 자신의 살갗을 태워버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세상을 흐리게 만드는 열.

       

       왼 손에 보이는 것은 극한의 음기. 자신의 피부와 근육과 혈관과 뼈를 얼어붙게 만들어 자신의 팔을 푸른빛으로 만들어 내는 기운.

       

       어느 쪽이라 하더라도 인간에게 허락된 것은 아니다. 저것 중 하나라도 인간의 몸에 품어지는 순간 그 인간의 생을 파멸로 이끌 테니까.

       

       양측의 극단. 서로의 위치에서 서로를 대표하는 기운들.

       

       저것들은 한 자리에 존재할 수 없다.

       

       한 자리에 모이는 순간 서로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다 산화해 버릴 것이 분명하니까.

       

       저 두 기운을 본다면 갓난아이라도 확신할 수 있는 일.

       

       허나 혈교주는 그 상식을 너무도 간단히 박살냈다.

       

       자신의 손 위에 존재하는 두 가지 기운을 엮어 새로운 기운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기운의 색은 설원의 눈처럼 새하얬다.

       

       모든 것이 모순적이었다.

       

       결코 뭉쳐서는 안 될 두 기운이 합해져 저리 아름다운 순수의 색을 만들어냈다는 것도.

       

       그 순수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순수라는 단어와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그리고 무엇보다. 저 기운이 만들어진 순간 백화령과 지존 양 쪽 모두가 위협을 느꼈다는 것이.

       

       혈교주의 신형이 움직임에 따라 백화령이 거기에 대응을 한다.

       

       그녀의 검붉은 강기가 둘러진 권이 혈교주의 장을 받아내며 대치를 이루어낸다.

       

       “하하. 좋군요. 좋아요. 사람들이 이래서 강대한 힘을 추구하는 모양입니다.”

       “헛소리를.”

       

       백화령은 겉으로 날 선 목소리를 드러냈으나 속으로는 곤혹을 느끼고 있었다.

       

       착각을 했구나. 극에 존재하는 두 기운은 융화된 것이 아니었다.

       

       혈교주 이 놈팽이가 억지로 저 두 개를 한 자리에 뭉쳐두었을 뿐.

       

       양 극단에 위치하며 서로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는 두 놈은 뭉쳐진 상태에서도 서로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혈교주가 이용하는 것은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막대한 기운이다.

       

       결코 뭉칠 수 없는 것이 뭉침에 따라 생겨나는 압도적인 힘. 그를 장에 담아 앞으로 내지르니 게걸스러운 천마신공의 내기조차도 저를 전부 집어삼키지 못하고 뒤로 물러선다.

       

       물론 혈교주 또한 그 막대한 기운 속에서 온전할 수 없다.

       

       그 기운을 강제로 합일시킨 그의 육신은 백화령에게 향하는 것보다 더한 피해에 노출되어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채 1분을 견딜 수 있었을까 싶은 기운.

       

       허나 혈교주는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죽음을 모르는 그의 육신은. 죽음에서조차 살아 돌아오는 그의 육신은. 그 모든 피해 속에서도 멀쩡히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까다롭군. 까다로워.

       

       설마하니 본좌가 힘에서 밀릴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거늘.

       

       백화령의 판단은 빨랐다.

       

       힘대결에서 이길 수 없으리라 판단한 그녀는 순식간에 방향을 틀어 버렸다.

       

       저와 맞대결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내지르는 힘을 흘려내는 방향으로.

       

       그녀가 언제나 강자의 입장에서 싸웠던 것이 아니다.

       

       그녀의 세월에는 약자의 입장에서 상대와 겨루었던 시절이 무척이나 길다.

       

       뭣보다 최근 들어 그녀가 대련을 청했던 상대부터가 그녀보다 윗선에 존재하는 인간이지 않았던가.

       

       그랬기에 백화령은 수세에 밀렸을 때에 어찌해야 하는 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흘려내고. 피하고. 거리를 벌리고. 상대의 수를 읽고. 예측하고. 노림수를 만들어 내는 것.

       

       파앙!

       

       수세의 와중에 백화령이 모아낸 천마신권이 내기가 혈교주의 내기와 부딪혀 서로를 상쇄시킨다.

       

       그에 따라 혈교주의 몸이 뒤로 밀려나며 살짝의 틈이 만들어진다.

       

       1초조차 되지 않을 자그마한 틈.

       

       따로 말을 한 적도 없고, 수를 맞춘 적도 없지만.

       

       지존은 그 틈새를 보자마자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찌르고 들어섰다.

       

       그에 따라 다시금 균형이 맞추어지지만 백화령도 지존도 그리고 혈교주도 알고 있었다.

       

       이 균형이 길게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하하. 민가 그 분이 오기 전까지 연습 상대 정도는 되겠군요!”

       

       죽지 않는 불사의 몸을 지닌 자와 생의 끝을 아는 자간의 대결에서 불멸자가 필멸자를 해할 무기를 손에 쥔 순간 이 승부의 결말을 정해져 있었다.

       

       전선의 다른 곳이라 하여 상황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이제 모두들 강시를 상대하는 법은 알고 있다.

       

       팔과 다리 모두를 잘라내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면 죽지 못하는 자라 할지라도 어찌할 수 없으니 위협이 되지 못한다.

       

       이 당연한 사실을 모두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그를 실행으로 옮기는 일은 그리 쉽지 아니했다.

       

       혈교주가 끌고 온 군세는 모두들 절정 이상의 경지를 가진 이들이었다.

       

       천하제일의 고수들 입장에서야 절정이 나부랭이 취급을 받는 것이지 평범한 무인들의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절정쯤 되면 어디를 가더라도 무인으로써 존중을 받을 수 있는 경지.

       

       그런 자들의 무리가 죽음도 지침도 모르는 채 달려드는 것이다. 그를 상대하는 일이 어찌 쉬울 수 있을까.

       

       지금에서야 정사의 연합과 그를 돕는 여러 이들이 만전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에 전선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이 전선이 무너지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으리라.

       

       위기에 빠진 것은 전선뿐만이 아니었다.

       

       연합에 존재하는 여러 고수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상대하는 것은 혈교주가 끌고 온 무리에 소속된 여러 드높은 경지의 강시들이었다.

       

       경지가 드높은 이들은 당연하게도 자신들의 무한한 내기를 더욱 잘 활용할 줄 알았으니, 연합의 고수들은 빠른 속도로 깎여나가는 중이었다.

       

       이 곳에 자리한 누구라도 알고 있다. 이 대치가 위태롭다는 것을.

       

       어느 한 군데가 무너지는 순간 그대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것이라는 것을.

       

       이 자리는 패전의 자리가 될 거란 사실을.

       

       하늘에서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이 곳에 존재하는 모두는 죽게 되리라.

       

       그 때였다. 전선의 한 축을 유지하고 있던 외부인들이 갑작스레 자취를 감추었다.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혈교주가 활동을 결심했던 그 때의 일처럼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이 모습을 감춘 것이다.

       

       “이런 때에 또 다시 문제가 생기다니!”

       

       연합의 누군가가 소리친 말이 모든 이들의 심정을 대신했다.

       

       외부인들의 무리는 약하다.

       

       허나 저들은 강시들과 마찬가지로 죽음을 모르기에 전선을 유지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런 이들이 일순에 사라진다면 어찌 되겠는가.

       

       답은 간단했다.

       

       간신히 유지되던 전선이 무너져 내린다.

       

       “푸하하하하! 하늘이 돕는군요!”

       

       승리를 확신한 혈교주가 웃는다.

       

       “빌어먹을.”

       

       백화령이 미간을 찌푸린다.

       

       “돌겠구만.”

       

       지존이 입술을 씹는다.

       

       “어찌할 것이오.”

       

       무림맹을 이끄는 남자가 사파의 우두머리에게 묻고.

       

       “미래라도 살려봐야지.”

       

       사파의 우두머리가 나지막히 답하였으며.

       

       “허어. 통제라.”

       

       화산에 거주하던 노인이 쓴웃음을 지었고.

       

       “도망을 쳐야 하나.”

       

       학영충이 자신의 옛 버릇을 떠올렸고

       

       “여러분! 방어선을!”

       

       백주가 신령들에게 다급히 명을 내리고.

       

       “젠장.”

       “하늘께서 우리를 버린 것인가.”

       “…여기서 죽을 수 없어.”

       “살아야. 살아야 해.”

       

       연합의 군세 사이에 혼란이 끼어드는 가운데에서.

       

       “…저것은 도대체?”

       

       바루는 멍하니 고개를 든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곳에 새겨진 균열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하나의 물체가 아니다.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넓은 공허를 대신하여 칭하는 명사일 뿐이란 말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그 곳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단 말인가.

       

       “바루! 지금 그럴 때가 아니잖아요!”

       “…아.”

       “지금 상황이 좋지 못하다니까요?!”

       “푸흐. 푸하하! 녀석! 이제야 오는가!”

       “바루! 제발 제 말 좀!”

       “백주야. 저를 보아라. 저 기운을 보아라!”

       “당신 대체 무슨 이야기를… 어?”

       

       균열의 사이에서 검붉은 기운이 새어 나옴에 따라 하나 둘 사람들의 시선이 하늘로 향하기 시작한다.

       

       신령들이.

       

       도망치려던 무인들이.

       

       필사적으로 버티던 여러 고수들이.

       

       백화령과 지존이.

       

       그리고 혈교주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이라면.

       

       만마의 아래에 선이라면.

       

       하늘 아래에 선 이라면.

       

       누구나 저 기운을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서 얼마나 지났을까.

       

       하늘에 난 균열이 점차 기세를 더해 여기저기로 뻗어져 나가더니 하늘이 부서졌고, 그로써 생겨난 틈새 사이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무림의 누구도 본 적 없는 기이한 복색을 입고 있었다.

       

       무림에 존재하지 않는 천으로 만들어진 모자와 윗옷이 결합된 상의와 움직이기 편해 보이는 검은 색의 느슨한 바지.

       

       그는 분명 특이했으나 바루에게 별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녀의 무심한 눈동자와. 꾹 다물린 입술과. 공허한 분위기. 그리고 그녀의 뒷머리에 장식된 비녀가 그녀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증빙했으니까.

       

       “늦었구나. 너무도 늦었어. 내일 와서 함께 식사를 하러 가자던 것이 어찌하여 며칠이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낸단 말이더냐.”

       

       바루는 투덜거리는 소리를 냈지만 정작 그 입에 새겨진 웃음을 감추진 못했다.

       

       무심한 눈으로 지상을 관조하는 그녀의 모습은 마구잡이로 흔들리는 바루의 꼬리가 기다린 자였으니까.

       

       민가가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 마 등 장

    —-

    루나LUNER님 15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재밌게 보고 계시다니 정말 기쁩니다! 앞으로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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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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