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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2

    <362 – 최후의 2인>

     

    재단인사의 공식적인 교수취임에 대해 제국교수진들은 극명하게 반대의사를 드러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인사조치요. 어떻게 감히 제국이 지정한 삼대거악의 수하가 세계 최고의 교육기관에 교직을 차지할 수 있단 말인가!”

    “제국의 지성과 총기가 흐려졌다고 한들 그것이 세상의 거대한 악이 더 크게 창궐할 이유가 되지는 않소이다, 드래곤 교장!”

     

    교장은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얼굴로 무리지어 몰려온 제국교수들을 쳐다봤다.

     

    [내 결정을 번복하라는 말인가?]

     

    “세계의 정의를 위해서라도 당연히 그래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오!”

     

    제국교수들 사이에서도 중진급의 영향력 있는 자, <제국경제학> 강의를 맡은 케인스 교수가 목소리를 높였다.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나보군.]

    [그대 따위가 내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고 믿는가?]

     

    교장은 변덕스럽다.

    그렇다고 그의 결정마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역사학자들에게 드래곤은 흔히 맹약의 종족이라고도 불린다.

    멸국의 위기가 찾아오는 날, 반드시 한 번 나라를 지켜준다는 수호룡의 전설.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모든 생명체를 한 줌의 독수로 흘러내리게 만든다는 만독룡의 전설.

    모든 용들은 저마다의 약속으로 명성을 알린다.

    한번 맺은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그 권위에 도전한 왕국은 한줌의 독수로 전락했고, 수호룡의 전설을 우습게 여겼던 제국은 침략군 25만을 하루아침에 잃었다.

    사시나무처럼 떠는 다른 교수들과 달리 케인스 교수는 몸이 말하는 본능적은 공포를 짓누르며 애써 의연하게 외쳤다.

     

    “제국의 위상이 용에 비할 수는 없으나 세계의 패권을 주름지는 것은 엄연한 사실. 제국교수에게 내정된 자리를 외인에게 빼앗기는 일은 황제폐하께서도 강력하게 규탄할 것이오!”

     

    아카데미에 만연한 제국파벌과 변방파벌.

    그 시작점이나 다름없을 각 지역 교수들에게 내정된 자릿수는 어느 국가가 얼마나 강성한지를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와 다름없었다.

     

    제국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백이 넘는 교수들을 아카데미에 파견해도 인재가 모자라지 않다.

    피렌체 왕국은 근본은 없어도 빼어난 인재를 셋을 배출할 정도로 뛰어나다.

     

    이처럼 교수의 숫자에는 각국의 자존심이 담겼다.

    그러나 드래곤교장은 케인스 교수의 셈법에 놀아나지 않았다.

     

    [한 가지 정정을 해주지.]

    [제국마도학을 가르치던 레이브 교수는 자신의 의지로 재단과 손을 잡은 변절자가 되었다.]

    [이는 드래곤의 위신을 걸고 보증할 수 있는 엄연한 사실이다.]

     

    “!!”

     

    용의 보증.

    확고부동한 금색의 진실이 문자가 되어 그들의 시야를 가득히 뒤덮었다.

     

    [재단의 교수가 죽어 그 자리가 비었다면 또 다른 재단의 인사가 그 자리를 대신하여도 무방하다.]

     

    맹약과 보증.

    용의 확언을 통해 보증받은 제국교수의 자리 하나가 그들의 품을 떠났음을 알게 된 케인스 교수는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장래가 유망한 젊은 교수가 이런 대형사고를 치고 덜컥 죽어버리다니.

    레이브 교수가 살아서 돌아온다면 자신의 손으로 찢어죽이고 싶을 지경이었다.

    죽은 자를 다시 되살리는 일은 제국의 금기에 속하니, 시체를 입수하더라도 노릴 수 없는 짓이겠지만.

     

    “재단이 마침내 장막 뒤에 숨는 것을 그만두고 세상에 그 세력을 드러내려 하는가.”

     

    드래곤교장의 교장실을 떠났지만 케인스 교수는 땅을 짚는 자신의 지팡이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다른 교수들의 두려움은 가셨지만 그의 두려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케인스 교수는 아주 불길한 미래를 예측하였다.

     

    ‘제국교수 중에 재단의 변절자들이 숨어있다면, 그들이 나섬으로서 제국교수의 자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줄어들지 누구도 장담키 어렵겠구나!’

     

    제국의 위세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삼대거악의 최고봉, 재단의 <이사장>에 의해서.

     

     

    * * *

     

     

    오크노디의 집사가 레이브 교수의 뒤를 이어 신임교수로 취임했다.

    매스각키 황녀는 강렬한 호기심을 느꼈다.

     

    “나 이거 들을래♡”

    “아, 안 됩니다 황녀님! 제국이 지정한 삼대거악의 수족이 가르치는 강의를 듣는다니요. 황제폐하의 귀에 들어가면 곤란해질 일이 아닙니까.”

    “듣는 것만으로 해가 될 강의라면 애초에 교장이 허가하지 않았어♡”

     

    외부에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황실의 교육에는 <기프트 아카데미>에 대한 것도 포함되어 있다.

    졸업생이나 퇴학생이 지닌 <발설금지의 제약>도 제국황실의 힘을 총동원하면 다소는 우회하거나 깨트릴 수도 있는 법.

    덕분에 황실은 아카데미에 대한 정보를 남들보다 심도 깊게, 그리고 정밀하게 지니고 있다.

    개중에는 드래곤교장에 대한 정보도 있다.

    교장이 제멋대로 천방지축처럼 주간이벤트를 마구 열어대며 학생들을 괴롭히는 괴짜이기는 해도 교수의 실력까지 대충 보고 넘어가지는 않는다.

     

    “한 분야에서 세계최고 수준의 실력을 지녔다고 인정받는 교수에게는 <프로의식>이 있어. 자신의 가르침을 받으려는 의지가 있는 학생에게만큼은 함부로 대하지 않아. 그런 것도 몰라~? 허접 추종자♡”

    “레이브 교수는 저희 제국인들 편 들어주고 변방 학생들은 핍박했는데요?”

    “…애국심이 투철한 게 죄는 아니지♡”

     

    아무튼 그렇다고.

    황녀가 어떻게든 강의를 듣겠다고 떼를 쓰는데 아 그러십니까 하고 황녀만 홀로 보낼 수 있는 입장이 아닌 추종자들은 울상을 지으며 뒤따랐다.

    모든 반이 참여할 수 있는 공통교양강의실에는 신임교수의 이름과 강의제목이 명패로 달려있었다.

     

    ━━━

    교수 – 조나 와이히엠하이

    강의명 – <마나연단법 수련>

    ━━━

     

    심공서만 있으면 누구나 입문할 수 있는 마나연공법과 달리, 마나연단법은 방법을 알아도 쉬이 입문할 수 없는 분야였다.

    기를 모으고 길들이는 마나연공법과 달리, 마나연단법은 기를 이용해 신체의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보다 주안점을 두었다.

    동방제국의 기준으로 보자면 내공과 외공의 차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격차가 있는 분야!

     

    보글보글.

     

    강의장에는 커다란 솥이 몇 개나 나란히 놓여서 끓는 소리를 내었다.

    주변에는 교수를 따르는 직속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솥에 붙어서 마법으로 불조절을 하거나 무거운 철괴나 갑옷 따위를 잔뜩 나르고 있었다.

     

    “정말 제대로 된 연단법을 가르치려나보구나!”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는데?”

    “황녀님의 식견은 역시 대단하셔.”

    “황녀님 만세!”

    “매스각키 황녀 만세!”

     

    2황녀파 하급반 학생들은 손바닥 뒤집듯이 태도를 바꾸어 매스각키 황녀의 결단을 칭송했다.

     

    “그만♡ 다른 학생들한테 방해되잖아~ 그만들 촐싹대고 면학 분위기를 방해하지 마♡”

     

    강의장에는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이 몰려왔다.

    상급반은 거의 전원이 온 수준이고 하급반 학생들도 큼직한 조직들은 조직원들과 함께 참석했다.

    그 수를 다 합치면 물경 200여명!

    단일강의에 이만한 수가 몰리는 것은 피치 못하게 강제로 들어야만 하는 필수강의를 제외하면 정말 드문 일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재단의 인사가 과연 제국의 황녀에게도 너그러이 가르침을 베풀지에 대한 것.

     

    “연단법을 익히러 왔다면 자리에 앉으십시오.”

     

    다행히도 조나의 가르침은 변방과 제국을 나누지 않고 공평하게 주어졌다.

     

    “치사해요. 조나는 저만의 조나였는데.”

    “투정 부리지 마십시오, 아가씨. 연단법은 어차피 단련수준에 따라 배울 수 있는 수준에 차이가 있습니다. 좋은 기회이니 다른 학생들도 잘 들으십시오.”

     

    오크노디의 불평을 달래주며 조나는 모든 학생들에게 들으라며 단상에 올라섰다.

     

    “마나연단법은 신체의 체질을 바꾸는 기술. 소위 말하는 능력치의 한계치를 올리는 <한계돌파> 작업이라고도 불립니다. 뛰어난 연단법은 부가효과로 속성저항력을 올리거나 특정능력치 및 특정기능의 성장속도를 올려주기도 하죠.”

    “하지만 이러한 혜택은 누구나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체질을 바꾸는 과정을 견딜만한 건강한 신체와 정신력이 요구되고, 부족한 체력과 정신력을 대체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요구됩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수준을 실험하고 각자의 수준에 맞는 연단법을 알아보는 <건강측정>의 날입니다.”

     

    매스각키 황녀는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좋은 건 내가 먼저 할 거야♡”

    “순서에 상관없이 모두가 동시에 진행합니다. 각자 측정기를 착용하십시오.”

     

    속이 텅 빈 갑옷을 입자 갑옷이 착용자의 크기에 맞추어 저절로 줄어들었다.

     

    “흐응~ 오크노디가 흑기사한테 갑옷을 준 것도 이런 측정을 받아서 그랬구나~?”

     

    매스각키는 솔직히 재단의 방식이 고리타분하게 느껴졌다.

    어느 정도의 연단법을 견딜 수 있는지 신체를 측정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측정방식이 너무 구식이었다.

     

    ‘황실에서는 전신마법스캐닝으로 간단하게 하는데♡’

     

    조나가 <금속조절>을 사용하자 모든 갑옷의 중량이 내부에서부터 서서히 올라갔다.

    10kg. 20kg. 30kg.

    갑옷 위의 계기판에 떠오르는 중량수치가 점점 높아져도 매스각키 황녀는 거뜬히 버텼다.

     

    “이제부터는 각자 중량적응이 성공했음을 확인하고자 동작을 제시하겠습니다. 각 중량에서 제시되는 동작을 성공한 학생만 다음 중량에 도전합니다.”

     

    100kg. 200kg. 300kg.

    맨몸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은 중량이 시작됐다.

    측정기기 내부에 스며든 금속도 이제는 재질을 달리하며 단위면적 대비 중량이 급격히 늘었다.

    몸이 튼튼한 상급반 학생들은 고중량에도 따라왔지만 그것도 톤 단위에 진입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죽겠다냐!!”

    “허리 부러지겠다!!”

     

    제냐와 손오천을 비롯한 상급반 학생들이 줄줄이 항복했다.

    2톤. 3톤. 4톤.

    수치가 오를수록 남은 이들도 연이어 빠르게 표정이 무너졌다.

     

    “돌아버리겠네.”

    “저 작은 덩치에 도대체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거냐…”

     

    그나마 오래 따라오던 헤스티아나 호너 후라이드치킨마저도 줄줄이 포기하자 매스각키가 풉풉 비웃었다.

     

    “고작 10톤도 못 버티고 항복해~? 허접♡ 약골♡”

    “크으윽. 저 망할 쿠소가키…”

     

    헤스티아가 치를 떨었다.

    호너 후라이드치킨도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오크노디와 황녀를 흘겨보다가 한숨을 쉬며 돌아갔다.

     

    “마지막까지 남은 두 명에게는 최고등급의 연단법이 제공될 예정이오니 최대한 근성을 발휘하십시오.”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은 역시나 매스각키 황녀를 제외하면 오크노디.

    그리고 용사 이슈타르였다.

    다른 강의에서라면 근성이고 자시고 무조건 승자는 오크노디와 이슈타르가 될 것이다.

    하지만 매스각키 황녀는 자신이 있었다.

     

    ‘마나연공법의 성취가 높으면 신체도 자동적으로 강화된다고~? 풉풉. 성검빨로 버티는 용사 따위는 성검 없인 아무것도 아닌걸. 황녀가 익힌 연공법을 용사 따위가 이길 리 없잖아?’

     

    괜히 용사파티에 공주기사라는 존재가 심심하면 한 번씩 불쑥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다.

    10톤.

    예상대로 맨몸에 중량갑옷을 입고 버티는 측정훈련에서 용사는 힘이 다해 나가떨어졌다.

    최후의 2인은 매스각키 황녀와 오크노디.

    최고등급의 연단법을 받을 자격은 주어졌지만 매스각키 황녀의 근성은 아직 불이 꺼지지 않았다.

    최후의 1인을 겨루는 승부!

    제국과 재단.

    어느 쪽의 후계자가 더 철저한 훈련을 받았는지 시험할 절호의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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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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