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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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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3화. 전쟁 군주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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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콰앙! 쿠르르릉! 쿵, 쿠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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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면 속에서 연신 시뻘건 불꽃과 푸른 얼음이 격돌한다. 하늘이 찢어지고 무너지는 신화의 현장이 이러할까. 사방으로 번지는 힘의 여파에 대지가 고통으로 신음하며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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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중심에는 서로 죽일 듯 검을 겨루는 케니스와 발가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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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 으음. 이거 이대로 둬도 괜찮을 거 맞아? 지금이라도 말려야 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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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가르가 너무 확신에 찬 태도로 믿어달라고 했기에 일단 내가 물러서기는 했지만… 솔직히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당장이라도 개입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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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니스가 칼을 휘두르면 불길이 치솟아서 구름을 증발시킨다니까? 발가르가 손짓하면 얼음이 치솟아서 온통 빙산이 생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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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누구 하나 다치거나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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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하. 너, 제법이구나. 그렇다며 이건 어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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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쩌저적! 쩌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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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스를 어디로 데려갔어! 당장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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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하하하! 그리 쉽게 말해줄 수 없지. 그는 지금… 제법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거든. 외부인이 방해하면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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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가르가 매우 흑막 같은 미소를 지었다. 이에 케니스가 더욱 격분하여 달려들었고, 분노에 호응하듯 대검에서 더 강렬한 불꽃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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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아. 이러다 진짜 누구 하나 다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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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지. 지금이라도 말릴까.

       손가락은 스킬창을 열어두고 갈등의 시간이 이어진다. SD 케넬림의 내 추태를 보고 있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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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우. 일단 좀 진정하시지요. 저 끔찍, 아니. 흉측, 으음… 기분 나쁜 녀석도 분명 나름대로 계획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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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금 혼자서 케니스를 커버치면서 나머지 3천 명도 막겠다는 소리잖아. 그게 말이 되냐고!”

       

       장비도 장판파라는 좁은 다리에서 입구 막기를 시전하여 수적 우위를 이겨냈고, 스파르타의 개상남자 형님들도 계곡 지형에서 입구를 막으며 싸웠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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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가르처럼 쌩 벌판에서 3000vs1을 한 건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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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보면 케니스 혼자 막아내는 거에 급급해… 서……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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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면을 보는 내 입이 점점 커다랗게 벌어진다. 

       발가르는 분명 케니스와 접전을 나누고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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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무슨 노릇인지 지상에 있을 3천의 군대는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움직여서 케니스를 지원하던가, 한스를 구출해야 했음이 당연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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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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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끼에에에엑!! 끼기기긱!! 히야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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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은 간단했다.

       발가르에게 준 무기 ‘얼어붙은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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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영지의 입구 앞에 깊이 박혀있는 얼어붙은 탄식에서 무수한 귀곡령이 튀어나와 야영지의 성기사들을 방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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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성기사들이 휘두르는 신성한 빛 앞에서는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죽여도 죽여도 얼어붙은 탄식에서 끊임없이 튀어나오며 질기도록 인간들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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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는 와중에 아무도 안 다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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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헛웃음이 나온다. 내가 만들어준 ‘얼어붙은 탄식’이 분명 좋은 무기인 건 맞지만… 저 정도의 성능이냐고 묻는다면.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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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발가르가 무기의 성능을 전부 다 끌어내서 쓰고 있다고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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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흉측한 녀석도 케니스를 상대하면서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았습니다. 건방지게도 힘을 아끼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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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넬름이 조금 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악마 뚝배기 학살자 케넬름이 그리 말해주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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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 그래도 너무 불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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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옆에서 봐야만 하는 역할이 이렇게나 괴로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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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D 케넬름이 그걸 이제야 알았냐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스스로 떳떳했기에 애써 그 눈빛을 모른 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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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보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쪽이 아니라, 다른 쪽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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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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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면을 돌려보니 발가르가에게 납치당한 한스가 시뻘겋고 커다란 근육질과 박터지게 싸우고 있었다. 한스도 제법 강해져서 어지간하면 밀리지 않을 텐데, 어쩐 일인지 피를 한 움큼 토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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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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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는 좀 다쳐도 돼.

       잘생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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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지만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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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죽으면 안 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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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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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하하하! 이게 너의 전부, 냐! 왕이여! 크후우웁! 겨우 이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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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컥, 크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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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오크의 커다란 몽둥이가 태풍처럼 몰아쳤다. 한스는 흔들리는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며 버티기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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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약자여! 정신 차려라! 눈을 똑바로 뜨고 대처해야 한다. 녀석의 두 번째 권능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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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아오는 몽둥이를 막아내는 것에도 급급한데 머릿속에서 시끄럽게 참견하는 용왕의 목소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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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둥이가 크기에 맞지 않는 속도로 솟구친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공격. 어렵지 않게 막아낸 한스가 힘에 밀려 공중으로 치솟기 무섭게 롱소드에서 다시 한번 충격이 터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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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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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헉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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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다.

       또 아무런 징조도 없이 충격이 일어났다. 벌써 몇 번이나 반복된 전투의 양상에 한스의 내장은 너덜너덜해진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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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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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에서 검은 고깃덩어리를 퉷 뱉은 한스가 눈을 잔뜩 찌푸렸다. 용왕의 말에 따르면 이것이 대악마의 두 번째 권능이 분명하다. 허나 아무런 징조도 없이 계속 펑펑 터져가는 충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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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하하하하! 이번 대의 왕은 나약해 빠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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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부터 자꾸 왕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내가 무슨 왕이라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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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종족의, 크우웁! 왕! 초원을 누비고 야만을 숭배하는 전사의 무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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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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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싶은 기색으로 말했더니 떠오르는 것은 오크밖에 없다. 

       애초에 자신이 왕…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대장이라고 부르는 것도 오크밖에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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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설마. 네가 오크라고 말하고 싶은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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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쿠흐흐, 오크라고 하는가? 우리와 닮은 초원을 쿠으으읍! 누비는 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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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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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 번 롱소드에서 일어나 충격에 한스가 손을 털며 인상을 찌푸렸다. 

       몇 번이나 몸으로 받아냈더니 대충 흘려내는 법은 알겠지만, 도무지 무슨 종류의 권능인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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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약자여. 아까부터 저 악마 녀석과 부딪힌 부위에서만 두 번째 충격이 일어나고 있지 않느냐? 분명 저것이 녀석의 권능과 상관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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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왕의 말을 떠올려보니 분명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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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의 격돌에서도, 이어지는 전투에서도. 아리오크의 몽둥이와, 혹은 주먹이나 발길질을 막은 부위에서 두 번째 충격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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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 타격…? 혹은, 타점을 한 번 더 가격할 수 있는 종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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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쪽이라도 대처하기 까다로운 종류임은 분명하다.

       허나, 대처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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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기의 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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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라면 태양처럼 밝은 빛을 뿌렸어야 했을 용기의 룬이 잠잠하다. 용왕의 말대로 육체의 힘을 제외한 모든 것을 부정하는 권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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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럽게 부조리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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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방에게는 일대일 승부를 강요하면서 자신은 타고난 체급과 두 번째 권능으로 압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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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나 그럼에도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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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덤벼라, 덩치만 커다란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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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흐흐흐!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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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가 입가에서 주륵 흘러내린 피를 닦으며 도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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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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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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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의 롱소드와 아리오크의 몽둥이가 격돌하며 주변의 공기를 밀어냈다. 까득, 이빨이 부서져라 롱소드를 움켜쥐었다. 태산을 밀어내는 힘과 힘이 부딪히자, 주변의 대지가 덜덜 떨리며 금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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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하하하! 좋다, 좋아! 크우우웁! 이 야만의 싸움법! 역시 너는 우리 종족의 왕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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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오크가 광소를 토하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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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교도, 기술도, 기예도.

       잔재주 하나 없이 정직하게 일직선으로 휘둘러지는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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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나 그 궤도에 걸리면 뼈도 못 추리고 부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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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부터 말이 많다고,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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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질세라 물러서지 않고 한스가 검을 휘둘렀다. 상대가 기교 따위 없는 힘을 내세운다면, 자신 또한 힘으로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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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 쿠구궁!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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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롱소드와 몽둥이가 어지럽게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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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산처럼 무겁고, 강력한 일격 하나하나가 태풍처럼 몰아친다.

       곧이어 아리오크의 공격이 지나간 자리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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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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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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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두 번째 권능이 터지며 충격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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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의 검이 아리오크의 팔이며 다리, 몸통을 무수하게 그었지만. 아리오크는 터프하게도 그 모든 공격을 그저 몸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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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하하하하!! 더, 더ㅡ!! 크우우웁! 더 거세게 나를 몰아붙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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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흐. 더럽게 튼튼한 몸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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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야가 어지럽다. 

       피를 너무 흘려서 그런가? 아니면 흔들린 내장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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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번째 권능이 까다롭구나. 파훼하려면 녀석의 공격을 모두 피하거나 흘려야 한다. 한번 닿으면 그 자리에 시차로 충격이 다가올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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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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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는 데 저 무식하게 두꺼운 몽둥이를 한 대도 맞지 않고 다가갈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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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대치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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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는 흘린 피를 닦으며 아리오크의 권능을 파훼할 방법을 생각했고, 아리오크는 전투의 흥분으로 달아오른 숨을 내쉬며 과거의 향수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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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이 치열한 투쟁이여.

       서로의 목숨을 겨누는 야만의 상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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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 순간, 아리오크는 검붉은 광야가 아니라. 

       푸르른 초원의 어딘가에 서 있었다. 저 끝에서 바람이 달려오면 초원의 풀이 일어나며 내달리는 초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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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워어어어! 일어나라 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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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오크의 눈이 검붉다. 더욱더 붉어진다. 

       아직 그는 전투에 목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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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더 야만적이고 원초적인 싸움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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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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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나 한스가 바닥으로 바짝 몸을 낮추며 땅을 박찼다. 시야의 사각을 노린 훌륭한 일격. 아리오크는 뼈를 내주며 뼈를 받아 가는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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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의 롱소드가 아리오크의 몸을 깊숙이 꿰뚫었다. 몸 반대쪽으로 튀어나온 롱소드의 칼날. 되려 아리오크가 칼날을 붙잡고 더욱 가까이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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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 무슨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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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워어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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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아아악! 귀,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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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장 근거리에서 터진 아리오크의 포효에 머리가 울리며 시야가 흔들렸다.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 분명하지 않지만, 분명 귓가에서 피가 흐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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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사적으로 검을 놓음과 동시에 코 앞을 스치는 아리오크의 거대한 주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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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쳐 지나간 자리에 머리카락 몇 가닥이 걸려 흩날렸다. 한스의 머리보다 커다란 주먹이다. 한스의 몸이 아무리 튼튼하다고 해도, 무방비에 저런 일격을 맞으면 산산이 머리가 터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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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흐… 무기를 놓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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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으, 뭐 저런 무식한 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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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구리 깊이 박힌 롱소드를 쑥 뽑은 아리오크가 한스의 검을 멀리 던졌다. 그러고는 자신의 몽둥이도 함께 던지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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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뻥 뚫린 옆구리에서 주르륵 내장이 딸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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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하하하! 이제 진짜 싸움을 시작, 크우웁! 해보자 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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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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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덩이 같은 주먹을 부딪치며 투기를 불태우는 아리오크. 한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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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돌덩이 같은 몸에 주먹질을 하다가는 되려 자신이 묵사발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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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약자여. 오히려 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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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왕이 타들어 가는 한스의 마음도 모르고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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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되기는 뭐가 잘 됐는데! 내가 묵사발 나게 생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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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니. 너에게는 이 몸의 육체와 심장으로 만든 팔이 있음을 잊지 말거라. 이 팔은 그 어떤 보검보다 날카롭고, 그 어떤 방패보다 튼튼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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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신께서 만든 검보다 튼튼하고 날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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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튼 내 말은 빈틈을 잘 노려보라는 뜻이었노라. 결정적인 순간에 딱 한 번, 그대가 버틸 수 있는 것은 단 한 번이니 그때 내가 도와주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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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왕의 의식이 천천히 물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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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왕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한스에게는 그의 몸보다 더욱 튼튼한 의수가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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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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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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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이 떨린다. 다리가 저려온다. 시야가 흐려진다.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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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는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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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이렇게 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으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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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부터 망가진 내장에서 피가 역류하고, 아리오크의 무식한 힘을 몇 번이고 견뎌온 몸이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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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한 번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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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커다란 근육질을 뚫고, 용왕의 의수에 달린 발톱으로 녀석의 심장을 꿰뚫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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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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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롱소드를 들고 있을 때도 뚫지 못한 녀석의 심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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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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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가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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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하하하! 즐겁, 구나! 즐거워! 크워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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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쪽 옆구리에서 내장을 흘리는 아리오크가 광소를 터뜨리며 달려들었다. 붉은 주먹이 올곧게 뻗어지며 쇄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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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스로 옆으로 숙이며 피했다. 주먹이 스쳐 지나간 바람에 옅은 상처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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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팡! 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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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오크의 주먹이 공기를 터뜨리며 북 두들기는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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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헉, 쿠흐흐! 더, 더어! 쿠흐흐흐! 커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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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의 주먹이 곧장 아리오크의 옆구리를 두들겼다. 내장이 흘러나오는 옆구리에서 이제는 시뻘건 덩어리가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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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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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아지경에서 주먹을 휘둘렀다. 오가는 주먹과 발차기를 받아내고, 찰나의 순간 본능에 의지해서 빈틈으로 주먹을 꽂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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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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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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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빨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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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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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강해야 한다.

       한 걸음을 더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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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쏟아지는 무자비한 거력의 폭풍 속으로, 한스는 늘 그렇듯 이번에도 한 걸음 앞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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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약자여, 내면에 집중하라. 영혼 깊은 곳에 있는 것들을 통제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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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속에서 듣는 것처럼 먹먹하게 들려오는 용왕의 목소리.

       한스는 그의 인도를 따라 무아의 경지에서 심장에 깃든 불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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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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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겁게, 더 강하고 빠르게.

       온 몸을 불사를 정도로. 아니. 모조리 태울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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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하하하! 쿨럭, 좋구나 왕이여. 정말로, 크우웁!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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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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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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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에 깃든 뜨거운 불꽃과, 영혼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거대한 용의 편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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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뜨겁고, 또 너무나 흉포하여 섣불리 건드린다면 무사하지 않을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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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에 깃들어 있는 뜨거운 불꽃을 인도한다. 온몸이 작열하는 고통으로 가득찼지만,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여 팔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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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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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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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오크의 옆구리에 다시 한번, 한스의 주먹이 꽂힌다. 단단한 근육을 뚫고 쏘아진 일격에 아리오크가 검은 피를 한움큼 토했다.

       ​

       녀석의 팔이 붕 뜨며 가슴팍이 활짝 열렸다.

       크게 일어난 빈틈.

       ​

       ‘지금!’

       ​

       – 《간다 계약자여. 한 번이다.》

       ​

       꾸드드득.

       ​

       찰나의 순간에.

       ​

       오른손에서, 아니 온몸의 혈관과 뼈가 순간 뒤틀리며 한층 더 높은 존재의 무언가로 ‘변화’했다.

       ​

       몸의 근원부터 완전히 다른 무언가로 ‘변화’하는 끔찍한 고통.

       ​

       꾸드득, 꾸드득!

       ​

       한스의 몸이 빠르게 뒤틀리고 변화하며 마치 거대한 한 마리의 ‘용’처럼 변화했다. 인간과 용을 합친 형상의 무언가.

       ​

       “끄흐으으으읍!!”

       ​

       눈에서 왈칵 피눈물이 솟구쳤지만, 한스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다시 한번 주먹을 쥐었다.

       ​

       딱 한번. 

       수천 번을 휘둘렀던 것을 딱 한 번만 더.

       ​

       한스가 필사적으로 주먹을 뻗었다.

       ​

       《흐.》

       ​

       느려진 세상에서 한스의 주먹이 천천히 움직인다. 아리오크는 그 순간 눈동자를 움직여 자신의 심장을 노려오는 한스의 주먹을 보았다.

       ​

       심장을 노리는 건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

       아리오크는 팔을 활짝 벌렸다.

       썩, 즐거운 싸움이었다.

       ​

       여기까지라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

       ‘아. 어머니 초원이여.’

       ​

       검붉은 안광을 흘리던 아리오크의 눈이 서서히 맑아졌다.

       ​

        그의 뒤틀린 영혼을 붙잡던 말뚝이 사라지고, 절반의 깨끗한 영혼이 서서히 덩치를 불리며 그의 영혼을 새햐얗게 물들였다.

       ​

       ‘그렇…군. 이렇, 게… 되는 건, 가…’

       ​

       최후의 순간, 그의 영혼을 좀먹던 동시에 붙잡고 있던 말뚝이 사라지고.

       아리오크는 온전한 정신으로 한스를 마주볼 수 있었다.

       ​

       작고 강인한 왕.

       피투성이의 왕이여.

       ​

       《크,.흐으… 즐거웠다 왕이여.》

       ​

        한스의 의수가 아리오크의 부패한 심장을 꿰뚫고.

       ​

       아리오크의 거체가, 여타 다른 오크처럼 드넓은 초원을 닮은 몸이 광야에 몸을 뉘었다.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조금 늦엇쬬…? 죄송합니닷…!!!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한스는 굴러야 제 맛… 열심히 구르고 또 굴러라 한스…!! 신님 우리는 뭘 할 수 있나요?? 할 수 있는건 없다. 케넬름 가서 카라멜 팝콘이나 가져와라…!! 요즘 날씨가 진짜 미친 듯이 춥습니다…!! 다들 패딩 단단히 입으시고 감기 조십하세요…!! 저처럼 감기 몸살 걸리면 고생합니다…!! 콜록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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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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