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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3

        *** ***

         

       사사사삭.

         

       현란하게 야바위를 펼치는 두 개의 손.

         

       흑묘는 그 손의 변화를 하나하나 파악하며 눈으로 주사위의 행적을 쫓았다.

         

       위서련의 강짜에 어울려주기를 여러 달.

         

       흑묘도 어느 정도는 위서련이 펼치는 도박기술에 익숙해졌다.

         

       “중앙이에요.”

         

       “흐음. 티가 많이 났는가?”

         

       “그 무공 도박술이라는 거 그냥 포기하는게 낫지 않을까요? 흑룡기의 흐름이 너무 거칠고 위협적이라 모르기가 힘들 지경인데요.”

         

       “당장이야 그럴지 모르지.”

         

       위서련은 잔을 다시 배치하며 말했다.

         

       “허나 훗날을 생각하면 이 거친 녀석을 다루는 법을 몸에 익혀야 하지 않겠는가.”

         

       대체 도박에 어디까지 진심인 건지.

         

       장기적인 안목을 두고 자신의 도박기술 성장치를 설계하는 위서련을 보며 흑묘는 절레절레 저었다.

         

       판에서 잠시 눈을 뗀 흑묘는 고개를 돌려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뇌정을 흡수하기 시작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거늘 아직도 호천안이 깨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걱정되는가?”

         

       “선배는 잘 해낼 거에요.”

         

       믿음이 서린 대답과 달리 흑묘의 얼굴에는 옅은 수심이 드러나 있었다.

         

       “그렇지만 선배가 뇌정을 소화하는 동안 정철이 수를 부릴 테니 그게 걱정이네요.”

         

       “음.”

         

       위서련은 고개를 끄덕였다.

         

       뇌정을 취한 호천안은 얼마나 강해질 것인가.

         

       그건 누구도 모를 일이었다.

         

       호천안이 얼마나 강해졌건 그 상태 그대로 정철이라는 적과 붙어야 할 상황.

         

       그런 상황에서 정철에게 계속해서 시간이 주어지고 있으니 흑묘가 초조함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위서련은 흑묘를 달랠 겸 자신의 사심도 채울 겸 한 마디를 중얼거렸다.

         

       “마교의 언덕에 기댄다면 그리 걱정할 이유가 없을 텐데…”

         

       흑묘는 빤히 위서련을 바라보았다. 위서련은 괜히 그 시선을 피하며 잔을 툭툭 두드렸다.

         

       의외로 흑묘는 거절의 말을 입에 담지 않은 채 침묵했다.

         

       위서련이 슬며시 진심을 담아 건네는 말을 야속하게 쳐 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흠흠.”

         

       그런 흑묘의 마음이 담긴 침묵의 의미를 파악한 위서련이 겸언쩍은 표정을 지으며 헛기침을 하고 있을 때.

         

       돌연 호천안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빠지지지지지직!!

         

       순식간에 대량의 전하에 휩싸이는 호천안의 몸. 괜히 어색하게 잔을 만지던 위서련도 그런 위서련을 바라보던 흑묘도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일주일간 호천안의 근처에 차곡차곡 쌓였던 뇌기가 단번에 호천안의 몸으로 흡수되며 일어나는 현상.

         

       두 사람은 손에 땀을 쥐며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외부에 차곡차곡 쌓이던 기운이 호천안의 몸 안으로 흡수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 길은 없었으나 지금의 과정이 일주일간 이어진 결과라는 것은 확실했으니까.

         

       빠드드득! 빠직! 빠지지직!!

         

       호천안의 몸에서 연신 전하가 방출되고 번개줄기가 몸을 휘감았다. 두 사람은 호천안의 인상이 찡그려지는 것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고비.

         

       막대한 기를 단번에 흡수하는 호천안의 몸과 정신에 과부하가 걸렸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이 일렁이는 뇌기와 점차 인상을 일그러뜨리는 호천안.

         

       호천안의 미간 깊이와 비례하듯이 날뛰던 뇌전의 기운.

         

       우우우우우웅!!

         

       그 기운은 한 순간 폭발하는 것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하나의 고리가 되었다.

         

       뇌륜(雷輪)!

         

       “아.”

         

       “호오.”

         

       호천안의 몸을 감싼 하나의 고리를 목도한 위서련과 흑묘는 감탄사를 터트렸다. 호천안의 뇌륜은 거칠고 웅장하기보다는 가늘고 얇았지만 위서련과 흑묘는 그런 뇌륜의 겉모습에 실망하지 않았다.

         

       우우우우웅!!

         

       그런 뇌륜이 한 번 몸을 떨 때마다 발해지는 기파는 그야말로 이 일대를 감싸기에 충분했으니까.

         

       이 연무장은 물론이요.

         

       천하 사해에 모두 떨쳐 울릴 것만 같은 웅장한 기세.

         

       한동안 그렇게 기세를 떨쳐대던 뇌륜은 점차 작아지더니 종국에는 호천안의 몸에 깨끗하게 흡수되었다.

         

       흑묘는 그제야 호천안의 몸이 미세하나마 허공에 떠올라 있음을 깨닫고 주먹을 꽉 쥐었다.

         

       공중부양!

         

       이기(以氣)의 이치를 깨닫지 못한 자는 결코 보일 수 없는 현상!

         

       호천안이 화경에 올랐음을 증명하는 명확한 증거!

         

       번쩍!

         

       미세하게 떠올라 있던 호천안의 몸이 다시 바닥에 닿는 것과 동시에 호천안의 눈이 뜨였다. 채 갈무리 되지 않은 안광이 두 사람을 휩쓸었다.

         

       그런 호천안의 안광을 받은 위서련이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

         

       무인의 호승심을 자극하는 강렬한 기파.

         

       그 기파를 온몸으로 받았으니 절로 웃음이 나왔던 탓이었다.

         

       “깨달았는가?”

         

       “예.”

         

       아직도 뇌정이 깨닫게 해 준 무학의 정수에서 온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것인지 유독 심유한 눈빛을 보이는 호천안이 담담히 말했다.

         

       “그 편린에 불과하지만 확실히 붙잡았습니다.”

         

       휘익!

         

       위서련이 던진 주사위가 포물선을 그리며 호천안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아직 흐린 눈빛을 하고 있던 호천안의 손이 자연스럽게 그 주사위를 향해 뻗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주사위는 부자연스럽게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종국에는 멈추었다.

         

       부르르르!!

         

       그렇게 허공에서 잠시 몸을 떨던 주사위는 한순간 총알처럼 바닥을 향해 발사되었다.

         

       빠직!

         

       호천안은 바닥에 깔린 청석과 충돌해 완전히 산산조각이 난 잔해를 아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이기를 제대로 다루기에는 아직 무리인가 봅니다.”

         

       “부족하다.”

         

       호천안의 위서련에 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대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그런 재주를 한 번 부린 것만으로 파악할 수 있겠는가?”

         

       그곳에는 흉포한 흑룡기를 두른 소천마가 서 있었다.

         

       당장이라도 호천안에게 자신의 무를 발산하고 싶어 두 주먹을 굳건히 쥔 위서련이 있었다.

         

       “무인의 역량은 무공을 펼칠 때 드러나는 법.”

         

       위서련은 사나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모든 것을 보여라. 호천안.”

         

       *** ***

         

       아는 만큼 보인다 했던가.

         

       뇌정에 깃들어 있던 이치와 동화를 마치고 마주한 위서련은 초절정일 시절의 시절과는 또 다르게 보였다.

         

       크르르르르.

         

       막연하게 그저 존재만 느끼던 흑룡기가 울부짖는 것이 피부로 와닿았다.

         

       게임 지식으로 흑룡기가 어떤 기운인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초절정일 시절의 기감으로는 그저 사납고 위험하다는 느낌만을 받았을 뿐이었던 흑룡기는 마치 살아있는 흑룡처럼 느껴졌다.

         

       아니 사실 엄밀히 따지면 흑룡기는 살아있던 흑룡에서 파생된 힘이니 지금과 같이 느껴지는 것이 정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위서련이 기수식을 취하는 것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흑룡기의 정의와 유래 따위는 아무래도 좋을 일.

         

       지금 중요한 것은 바로 위서련과의 비무였다.

         

       나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흥분한 위서련의 눈빛을 직시하며 흑묘가 건네준 대검을 받아 뽑아들었다.

         

       기수식을 한 번 잡은 뒤 조심스럽게 내공을 끌어 올렸다.

         

       매주 있었던 위서련과의 비무.

         

       그 비무에서 위서련은 늘 선공을 취하며 달려들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나는 일뢰를 끌어 모를 시간이 필요했고 위서련은 내가 일뢰를 끌어 올리지 못하도록 저지할수록 유리했으니까.

         

       파아앗!

         

       나는 단번에 짓쳐드는 위서련을 보며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 막 명상에서 깨어난 참인데 천천히 몸을 깨우고 지금 경지에 적응할 시간을 줄 법도 하잖아.

         

       위지천에게 뇌정을 받은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 경지가 올랐음에도 몸이 시들시들했지만.

         

       쐐애액!!

         

       그 시들시들한 몸 상태로도 어느 때보다 수월하게 위서련의 일권을 피해냈다.

         

       “호오.”

         

       위서련이 감탄사를 내뱉는 것과 동시에 흑룡기가 그 어느때보다도 거칠게 포효했다. 이는 내 경지가 올라 더욱더 생생하게 흑룡기를 느끼게 되었기에 품는 착각이 아니었다.

         

       흑룡기는 본래 그러한 기운이었으니까.

         

       나를 당장이라도 찢어발기고 싶다는 듯이 울부짖는 흑룡기의 경을 거침없이 뿌리며 계속해서 공격을 펼치는 위서련.

         

       그 어느때보다도 단단하게 뭉쳐 있는 강기를 보고 있노라니 위서련이 온 힘을 다해 나를 공격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흑룡기로 이루어진 경과 더불어 뻗어지는 위서련의 주먹이 나를 옥죄어 들어온다.

         

       나는 점차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지는 것을 느끼며 본격적으로 내공을 일깨웠다.

         

       쿠르르릉.

         

       번개를 불러일으키는 기본 과정은 이전과 같았다. 내공을 몸 안에 가득 채우고.

         

       꽈아아아앙!

         

       폭발시켜 일뢰를 만들어낸다.

         

       경지가 오르기 전이었다면 몸을 벗어나 뛰쳐나가겠다는 일뢰를 억지로 잡아끌어 몸 속에 가두어 두었겠지.

         

       지금은 그런 일뢰의 기운을 능숙하게 구부려 하나의 뇌륜으로 만들어냈다.

         

       우우우우웅!!

         

       단 한번의 폭발로 모두 스러지고 말았던 과거의 일뢰와 달리 뇌륜은 계속해서 내 몸을 순환하며 하나의 흐름을 이어나간다.

         

       솔직히 말해서 이 뇌륜이 어떻게 가능한지는 아직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뇌륜을 직접 만들어 놓고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사실이었다.

         

       아직도 내 마음속에 있는 번개(雷)란 압도적인 힘으로 내려꽂힌 뒤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었으니까.

         

       내 몸속에 선명하게 자리잡은 뇌륜의 존재를 느끼며 생각했다.

         

       불명 어르신이 남긴 뇌정을 취하지 않고 나 스스로 뇌륜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가능하기야 했을 것이다.

         

       다만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나 가능했겠지.

         

       지금의 내가 뇌륜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뇌륜을 만들었을 때의 나와 그만큼 동떨어져 있다는 증거.

         

       젊고 어린 시절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어른의 입장이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 뇌륜이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긴 세월의 힘이 필요할 테니까.

         

       뇌정이 없었다면 나는 그 긴 시간을 들여 화경에 올랐을까.

         

       아니면 또 다른 해답을 찾았을까.

         

       그 역시 모를 일이었다.

         

       그런 상념을 일깨우듯이 위서련의 사나운 흑룡기가 내 전신을 찔러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위서련의 일권이 쏘아진다.

         

       울부짖는 흑룡을 등에 업고 쏘아지는 주먹의 기세는 방금전에 내 퇴로를 좁히던 공격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말 그대로 수준이 다른 일격.

         

       위서련은 천마신공의 무공을 펼쳐낸 것이다.

         

       잔뜩 신이 나서 웃고 있는 위서련과 시선이 마주쳤다.

         

       네가 얻은 것을 숨기지 말고 모두 풀어내 보거라.

         

       위서련은 눈으로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눈으로 답했다.

         

       지금부터 내가 무엇을 얻었는지 보여주겠노라고.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여줄 파천일권에 대응하기 위해서 나 역시 뇌륜의 기운을 움직였다.

         

       빠지직!

         

       대검에 검강이 서렸다. 여전히 번개가 튀는 형상이었지만 일뢰로 형성한 강기와는 그 원리부터 달랐다.

         

       이전까지 내가 강기를 사용한 방식이 분출이었다면 지금 만들어낸 강기가 만들어진 방식은 순환이었으니까.

         

       일뢰의 기운은 분명히 기세 좋게 내 검을 타고 노도와 같이 흘러나가며 막대한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단 한순간에 급하게 흘러나가는 강기가 구조적으로 탄탄할 수 있을까.

         

       기세야 좋고 위력이야 강했지만 그저 검을 타고 뻗어나기에 급급한 강기는 그 심지가 약했다.

         

       위서련과의 첫 대련에서 참암검이 두 동강 난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대검인 참암검에 완벽하게 강기를 씌우지 못했기에 파천일권의 파괴력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손을 통해 검으로 주입된 뇌륜의 기운이 마치 내 몸을 노니는 것처럼 검의 맥을 노닌다.

         

       검을 몸처럼 사용해라.

         

       나는 지금 이 순간이 되어서야 그 격언을 겨우 실천할 수 있었다.

         

       내공이 내 몸을 자연스럽게 돌며 일주천(一周天)하듯이 손에서 뻗어나간 일륜의 기운은 검의 맥을 타고 뻗어나가 검의 모든 부분을 꼼꼼히 채우고 다시 그 맥을 타고 손의 기맥으로 돌아온다.

         

       일뢰의 기운으로 만들어진 때처럼 압도적이고 파괴적이지는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견고한 강기가 내 대검에 깃들었다.

         

       그리고 휘둘렀다.

         

       단사패검의 제 일초 낙뢰가 펼쳐지고.

         

       천하 모든 것을 박살내 버릴 것만 같은 위용을 보여주는 소천마 위서련의 주먹과 충돌했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앙!!!

         

       그 결과는 폭발이었다.

         

       빠드드드드드!

         

       연무장에 깔려있던 청석이 사방팔방으로 날아갔고 그런 청석 조각들 사이에 섞여 나와 위서련의 신형 역시 뒤로 크게 밀려났다.

         

       그러나 나나 위서련이나 물러서지 않았다.

         

       초근거리에서 폭발한 흑룡기와 뇌륜의 여파를 온 몸으로 받은 탓인지 손이 부르르 떨리고 전신이 욱신거렸지만 고작해야 이 정도로 끝날 대련이 아님을 둘 다 알고 있었으니까.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칠뢰방위보를 펼쳤다.

         

       땅을 박차는 순간 위서련의 신형이 움직였다. 나는 그 움직임에 맞추어 기민하게 새로이 보법을 밟았다.

         

       일문직뢰의 형이 한 발을 딛음으로써 쌍연각전으로 변화했다. 쌍연각전의 형이 삼영환위의 형으로 변화했다.

         

       나는 계속해서 발을 뻗었다.

         

       사극신뢰.

         

       오영추혼.

         

       일문직뢰 이후 네 번의 변화를 펼쳐냈음에도 위서련은 흔들림없이 내 신형을 쫓았다.

         

       매 주 있는 대련.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서도 비정기적으로 있었던 대련까지.

         

       위서련은 그야말로 수도 없이 칠뢰방위보를 보고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발을 한 번 더 뻗어냈다.

         

       위서련이 경험한 적 없는 영역으로 도망치기 위해서.

         

       육영개화.

         

       비로소 위서련의 눈이 나에게서 떨어졌다.

         

       그러나 나는 처음으로 성공한 육영개화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한번 발을 뻗었다.

         

       칠뢰영변!

         

       처음으로 위서련의 뒤를 점했다.

         

       지난 육 개월간 천마비고에서 고생고생하며 다리를 단련할 수 있는 무공을 익힌 보람이 느껴졌다.

         

       아무리 경지가 올랐더라도 평소에 단련을 소홀히 했다면 지금 이 순간 온전한 칠뢰방위보를 펼쳐낼 수 없었을 테니까.

       

       단 한줌의 망설임도 없이 낙뢰를 뿌렸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이길 수 있다.

         

       지난 육 개월간 단 한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위서련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

         

       뒤를 돌아보는 위서련과 눈이 마주쳤다.

         

       여전히 흉포한 흑룡기와 그런 흑룡기에 밀리지 않는 흉흉함을 내뿜는 위서련의 기세는 대단했지만 내 검격을 손해 없이 받아내기에는 늦었다.

         

       그런 판단이 머릿속에 들었을 때.

         

       위서련의 발이 움직이며 변화가 시작되었다.

         

       스스스슥!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광경을 무엇이라고 설명해야 할까.

         

       화경에 이른 내가 헛것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순간적으로 위서련은 둘이 되었다.

         

       그리고 둘이 된 위서련은 하나와 같이 움직이며 내가 떨쳐낸 낙뢰를 받아냈다.

         

       쿠우우우웅!!!

         

       연무장의 청석이 들썩이며 충돌의 여파가 동심원처럼 퍼져나갔다.

         

       “제법이구나.”

         

       권강과 검강. 서로의 강기와 강기가 맞닿아 끊임없이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와중 위서련이 입을 열었다.

         

       나도 여유롭게 한 마디 해 주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여유가 없었다.

         

       강기의 싸움에만 집중하면 되는 위서련과 달리 나는 온 몸을 물어뜯는 흑룡기와도 싸워야 했으니까.

         

       위서련은 흑룡기 못지않은 사나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뒤로 물러섰다.

         

       대련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기 위한 일보 후퇴가 아니었다.

         

       정말로 위서련은 강기를 해제하고 나를 물어뜯으려고 꿈틀거리는 흑룡기를 회수하며 거리를 벌렸다.

         

       갑자기 왜?

         

       어리둥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자니 위서련이 아쉬움이 뚝뚝 떨어지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대는 정말로 크게 발전했구나.”

         

       “…과찬이십니다.”

         

       “그렇기에 그대와 진짜 승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생사를 건 다툼을 벌일 수밖에 없겠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런 대결을 펼치고 싶으나…그대의 앞에 적수가 있음을 알고 있으니 차마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군.”

         

       “아…”

         

       나는 그제야 잠시 잊고 있었던 사람을 떠올릴 수 있었다.

         

       정철.

         

       “진짜 승부는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된 후로 미루도록 하지.”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흥.”

         

       위서련은 진짜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운 듯, 장난감을 빼앗긴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짓다가 불쑥 입을 열었다.

         

       “성취를 축하한다.”

         

       “하하, 감사합니다.”

         

       “축하해요! 선배!”

         

       “이야, 고맙다.”

         

       두 사람의 감사 인사를 받고 있노라니 이제야 화경에 올랐다는 실감이 들었다.

         

       드디어 정철과 동급의 경지에 올랐는가. 예상과는 다른 시기. 예상과는 다른 전개. 예상과는 다른 구도였지만 뭐 어떠리.

         

       빈말로도 정철과 대등한 수준이 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승부가 성립될 수 있는 지점까지 꾸역꾸역 올라온 것이다.

         

       나는 정철을 생각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제는 지긋지긋한 악연에 종지부를 찍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떡상한 호천안!

    #오늘도 15분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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