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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3

       부서져 조각이 난 하늘 바깥으로 걸음을 내딛어 아래를 살핀다. 그러며는 여러 사람들의 얼굴이 보인다.

       

       백화령. 혈교주. 은인. 백주.

       

       그리고 저 멀리에 있는 바루.

       

       내 얼굴을 마주하고는 웃음과 함께 꼬리를 뱅뱅 흔드는 녀석을 보고 있으려니 내가 제대로 도착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저 녀석이 본인을 알아본다는 것은 이 곳이 화룡무인의 세상이라는 것일 테니 말이야.

       

       으음.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처음인지라 잘 될지 안 될지 애매하다 생각을 했다만 성공적이었구나. 몇 번이나 세계를 타고 움직일 각오도 했었는데 말이다.

       

       흐음. 그런데 한 가지가 이상하구나. 어찌하여 무림의 대지가 이토록 적막하다는 말인가.

       

       내가 기억을 하기로 분명 이 곳에는 유저들이 있었을 것이다.

       

       본인이 이 곳에 도착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이 외부인들이 무림의 여러 세력을 끌어들이는 풍경이었으니까.

       

       허나 이 곳에는 외부인들이 보이지를 않는구나.

       

       무엇인가가 잘못되었나? 이 곳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세계인 것인가?

       

       이 일에 익숙하지 못하여 확언을 할 수가 없군. 몇 가지를 확인해보도록 할까.

       

       한 걸음을 움직여 바루의 앞에 서자 녀석의 얼굴이 잘 보였다.

       

       분명 이 귀여움이 가득한 얼굴은 바루의 것이 맞다. 이 녀석의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도 같아.

       

       뭣보다 내 손이 자연스레 그녀의 머리 위로 올라가 귀와 머리칼을 쓰다듬는 것을 보면 이는 분명 내가 아는 바루가 맞을 터.

       

       “오랜만이구나.”

       “…정말 민가가 맞는 게지?”

       “그럼 내가 누구로 보이느냐?”

       

       바루는 눈을 끔뻑이다가 어이가 없다는 듯 목소리를 냈다.

       

       “설마 진짜로 하늘을 깨부수고 올 줄이야.”

       “멋있었느냐?”

       “멋있다기보단 무섭더구나. 본 육신이 괴물일 것이라 생각하긴 했다만 이 정도일 줄이야.”

       “그것은 곤란하군.”

       

       바루 그대마저 본인을 무섭다고 생각하면 본인의 행복이 사라지고 만다마는.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바루가 웃는 소리를 내며 지팡이로 내 머리를 툭 두드렸다.

       

       “늦었다. 이 놈아.”

       “나름 최선을 다해 이 곳에 도착한 것이다마는.”

       “더 빨리 왔어야지.”

       “허어. 너무 깐깐하군.”

       “본인을 바람맞힌 벌이다. 이 곳의 일을 빠르게 처리하고 본인과 놀아주도록.”

       

       횡포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찌되었든 약속을 깨버린 것은 깨버린 것이지 않은가.

       

       지금 이 상황에서 본인은 을이니 바루가 부탁하는 것을 따라야 할 것이야.

       

       아아. 그리고 보면 말이다. 작금의 본인은 VR을 통해 이 세상에 당도한 것이 아니니 여러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바루야.”

       “흠?”

       “본인의 본명은 백아라이니라.”

       

       오오. 드디어 민트초코파인애플피자의 주박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한 것인가!

       

       차원을 넘었다는 사실보다 드디어 제대로 된 이름을 내뱉었단 사실에 기뻐하고 있으려니 바루가 내 이름을 되뇌었다.

       

       “백아라인가. 그래. 그 괴상한 이름이 본명일 리가 없지.”

       “그럼. 그럼.”

       “알겠다. 아라야. 다녀오거라.”

       “그래. 기다리고 있거라. 금방 끝내고 올 테니.”

       

       바루와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서 등을 돌렸다.

       

       일단은 잡다한 강시들부터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겠구나.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딛어 잡졸들의 맨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겁을 먹은 것이 훤함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고 강시들을 노려보는 이들의 앞으로 말이다.

       

       그들은 갑작스레 출현한 내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음가짐은 쓸만하다만 무인으로써는 덜 되었군. 아무리 놀라운 일이 펼쳐지더라도 자신의 적을 노려보아야 할 터이거늘.

       

       “억지로 버티려고 하지 마라.”

       

       가볍게 입 밖으로 낸 목소리가 내기를 타고서 전장 전체에 울려 퍼진다.

       

       “괜히 버티려다 죽는 수가 있으니.”

       

       가벼운 경고를 끝마치고서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딛었다.

       

       이는 저들의 하늘 위에서 군림하는 걸음이 아니다.

       

       저들의 하늘 따위 내 알 바더냐.

       

       작금의 본인이 신경 쓸 것이 본인의 하늘뿐이다.

       

       본인의 규율 아래에서, 본인의 높이에서, 본인의 경지를 견디도록 하라.

       

       본인의 의를 담아 걸음을 내딛기 무섭게 전선에 서 있던 강시들이 땅바닥에 처박혀 버렸다.

       

       저들 따위로는 감히 본인의 경지를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그를 유지하며 느릿하게 한 걸음. 또 다시 한 걸음을 걷다 보면 잡졸이 아닌 나름 한 가닥을 하는 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전 무림맹에서 본인에게 깨졌던 무림맹주나. 사파련의 머리나. 여러 문파들을 이끄는 역을 맡은 이들이 말이다.

       

       그들은 멍하니 내 모습을 바라보다가 당연히 그래야한다는 것처럼 무릎을 꿇고 나를 향해 경외를 바쳤다.

       

       “은인이시여. 당신께서도 경외를 바치시면 곤란합니다마는.”

       “만마의 주께서 이 곳에 자리하셨는데 어찌 고개를 숙이지 않겠습니까.”

       

       은인을 일으켜 세우는 데에 실패한 나는 바락바락 일어나려 드는 강시 몇 놈의 팔과 다리를 내기만으로 짓눌러 없애버리고서 다시금 앞으로 향했다.

       

       “…민가냐?”

       

       백화령은 환상 속의 존재라도 마주한 것처럼 내 얼굴을 가만 바라보다가 나지막히 물었다.

       

       거기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더니 녀석이 한탄에 가까운 웃음을 흘렸다.

       

       “하. 적당히 괴물이여야 넘어설 생각을 할 것 아니더냐.”

       “그래서 포기하겠다고?”

       “…그럴 리가 있나.”

       

       지존이라하여 그 반응이 다르진 않았다. 그는 도박에서 내게 처참히 패할 때처럼 바보 같은 얼굴을 한 채 날 살피다가 뒷목을 주물렀다.

       

       “멀구만요. 멀어.”

       “멀면 좋은 것 아니더냐? 뛰어넘어야 할 이정표가 생긴 것이니.”

       “적당히 멀어야지요.”

       

       탄복이라도 한 것인지 어울리지도 않는 존댓말을 하는 녀석을 지나치니 이 사태의 원흉이 된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혈교주. 동그랗게 떠져 있는 그의 눈에는 흥분의 기색이 역력했다.

       

       “이것이 당신의 본 육신입니까?”

       “그래. 지금 네 놈이 본인의 목을 벤다면 본인은 죽는다.”

       “하하하! 좋습니다! 좋아요! 제가 당신을 위해 준비한 여러 가지 것들이 헛되지 않았군요!”

       

       놈의 육신을 본다. 놈이 품고 있는 막대한 기운을 본다.

       

       혈기의 아래에 존재하는 고강하면서도 정순한 기운.

       

       저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선계를 다녀왔느냐?”

       “예.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그 곳의 기운을 얻었느냐?”

       “예에. 멋진 곳이었습니다. 생기의 보고라 부를 만 했지요.”

       

       그 곳의 신선들이 혈교주에게 패한 것인가.

       

       하긴 이 녀석이 까탈스러운 상대이기는 하지. 죽여도 죽여도 살아나는 존재라는 것은 여러모로 거슬리니 말이다.

       

       “기운을 다루는 데는 익숙해졌느냐?”

       “나름대로요.”

       “그럼 어디 한 번 덤벼보거라.”

       

       네 놈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내 친히 눈으로 구경해 줄 터이니 말이다.

       

       손을 까딱거리는 것으로 도발을 걸었더니 그 즉시 혈교주가 내 쪽으로 달려들었다.

       

       녀석의 손 안에 있는 것은 수라쌍극패.

       

       양 측의 극단에 존재하는 기운을 한데로 끌어모아 만들어내는 무공.

       

       본래 인간이 다룰 수 없는 것이 내는 위력은 막강하였으나 본인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

       

       장법을 내미는 것으로 수라쌍극패의 강기를 상쇄시킨다.

       

       그에 따른 여파로 내 머리카락이 흩날리지만 겨우 그 뿐.

       

       “이것이 네 전력이더냐?”

       

       선계의 기운을 집어삼킨 것치고는 너무 허술하다만.

       

       아쉬움에 그런 소리를 내뱉었더니 혈교주가 광소를 내뱉는다.

       

       “아니지요! 결코 아닙니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난 녀석은 자신의 품 안에서 수십에 달하는 구슬을 꺼내어 그 안에 존재하는 생기를 빨아들였다.

       

       그러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주변에 몇 개의 강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것은 혈교주와 같은 기운이었다.

       

       저것들이 모두 혈교주 본인인 것이다.

       

       허나 그를 보고서도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벌레의 숫자가 늘어나봐야 벌레일 뿐이니.

       

       새로이 모습을 드러낸 강시들을 천마신공의 내기로 붙잡아 허공으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서 저들의 육신에 삼매진화로 불을 붙였지.

       

       끊임없이 재생하는 저들의 육신은 삼매진화의 먹잇감이 되기에 적절했으니.

       

       점차 크기를 키워가던 불꽃은 이내 강시들의 단전을 집어삼키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고 말았다.

       

       그렇게 혈교주가 불러낸 여러 강시들의 육신이 가루가 되었다.

       

       “다시 물으마. 이것이 네 전력이더냐?”

       

       만일 이것이 네 전력이라면 그저 실망스러울 따름이구나.

       

       겨우 이 따위로 본인에게 도전하려 했다니 말이야.

       

       아무리 본인이 화룡무인에서 사용하던 육신이 허약했다고는 하나 이 정도라면 위협조차 되지 못했을 터.

       

       “확실히 상상 이상이군요! 허나!”

       

       이번에는 이 대지 전체에 붉은 색의 진법이 새겨졌다.

       

       혈교의 주술 중 하나.

       

       생기를 집어삼키는 녀석.

       

       자신에게 싸우기 유리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도는 이해했으나 이 역시 어설프다.

       

       어디서 본인에게 이 세상의 규율을 강요하려 드는가.

       

       본인은 본인의 규율 이외에 그 어떤 것도 허락한 적이 없다.

       

       대지의 위에 본인의 규율을 덧씌우자 혈교의 진법이 자취를 감추었다.

       

       “이 놈아. 설마 지금 본인을 시험하는 것이냐?”

       

       본인이 어디까지 힘을 써야 할 상대인지 알고 싶은 것이야?

       

       오만하구나. 그것은 강자의 권리다. 약자인 그대가 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안타깝게도 그대는 이를 이해하지 못한 듯하니 내 친히 이를 알려주도록 하마.

       

       그대의 앞에 있는 것이 어떤 존재인지를 말이다.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딛어 혈교주에게 다가선다.

       

       그리고서 방금 전 본인이 서 있던 자리를 노려보는 녀석의 팔을 잡아 뜯어 주었다.

       

       그제가 되어서야 혈교주의 시선이 내게 닿는다.

       

       “빠르군요! 허나 이 정도 상처는!… 어라?”

       

       혈교주의 눈동자에 처음으로 당혹이 서린다.

       

       내게 뜯긴 그의 팔은 여전히 재생되지 않는 상태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지금 그의 팔에 자리잡은 것은 세상의 규율이 아닌 본인의 규율이었으니까.

       

       내가 재생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어찌 재생이 될까.

       

       “깨닫거라.”

       

       앞주머니에서 곰방대를 꺼내어 입에 문다.

       

       “지금 그대의 앞에 있는 것은 사파제일인이요. 천하제일인이며. 고금제일인이다.”

       

       그대 따위가 감히 힘을 감출 상대가 아니라는 소리다.

       

       “귀찮게 굴지 말고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라.”

       

       그러지 않는다면 어떤 것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지게 될 터이니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시크한크시님! 3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다음화를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 작가의 일! 전 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사실은 그냥 글 쓰는 속도가 느려 연참을 할 수 없을 뿐입니다! 이해해 주세요 ㅠㅠ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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