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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3

    <363 – 넘어서야 할 이유>

     

    신규이벤트는 언제나 가슴이 설렌다.

    새로운 업적, 새로운 도전과제.

    새로움의 뒤에 얼마나 큰 보상이 숨어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마치 복권번호를 긁는 것과 같은 기분!

    꽝에 당첨되면 기회비용을 날리지만 1등에 당첨되면 엄청난 포인트가 굴러들어온다.

     

    “아가씨. 미리 말씀드리지만 본 측정에서 최종 2인에 들어가면 큰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1학년들을 상대로 자신이 있으십니까?”

     

    심지어 조나가 이렇게 바람까지 불어넣어준다면 의욕이 뿜뿜 솟을 수밖에 없지!

     

    “흐흥. 아카데미에 입학한 뒤로 저도 엄청나게 강해졌다고요?”

    “그 점은 방학 때 성장하신 모습을 보고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상당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말요?”

    “예. 형평성을 위해서 2등까지 보상을 주고 있지만 저는 아가씨가 용사보다도 위에 설 것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제가 준비해둔 보상을 잘 챙겨 가시길 바랍니다.”

     

    저는 학생들의 교사이기 이전에 어디까지나 아가씨의 집사이니까요.

    조나의 당부의 말은 제법 힘이 되어주었다.

    11톤의 중량을 매달고 측정기시험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라고 하고 싶지만 사실 조나의 위로가 아니라도 10톤은 어려운 중량이 아니었다.

    입학때야 근력 30의 벽에 가로막힌 나였지만 그간 있었던 수많은 이벤트와 수많은 강의, 수많은 도감수집품을 생각해보라.

    근력수련치도 몰라볼 정도로 많이 올랐다.

    10 단위로 능력치가 오르는데 요구되는 능력치경험점도 잔뜩 쌓인 경험 덕분에 가볍게 돌파, 무려 50점의 근력에 도달했다.

     

    ‘조나의 초반단련이 도움이 된 건 틀림없지만!’

     

    그래, 모처럼의 좋은 기회다.

    조나가 기억하는 나는 저택에서 함께 단련하던 시절의 어린 나.

    10살인지 11살인지 모를 캐릭터의 과거가 아닌가.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고 고인물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큰다.

    고인물 아이의 두 배로 쑥쑥 큰 모습을 보여주자.

     

    “15톤. 팔 벌려 높이뛰기 10회를 시행하십시오.”

     

    비명을 지르는 관절을 마나연공법으로 보호하며 무거운 몸을 강제로 움직인다.

    이미 신체에 의한 움직임이 아니라 마나에 의한 움직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상황.

    오기를 부리기는 피차 마찬가지인지 매스각키 황녀도 얼굴이 아주 새빨개졌다.

     

    “끄으응…!”

    “힘들면 포기하지 그래요?”

    “하나…도! 안 힘든…데! 허…접♡ 약…골♡”

     

    용케도 저 허접타령은 계속하네!

    하긴 황녀가 익힌 황실전용 마나연공법이라면 성능이 뛰어날 만도 하다.

    그렇지만 황녀에게는 약점이 있다.

    풍요로운 생활.

    넘치는 지원.

    그 풍족함이야말로 황녀의 약점이다.

    타고나기를 부족함 없이 자란 아이.

    자신의 실력이 부족해도 주변에서 원하는 것을 대신 이루어줄 수 있는 여건.

    풍요 속의 빈곤처럼 황실의 사람은 취하는 것에 익숙하지, 스스로 노력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조금 덜 강하고, 조금 덜 노력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황녀의 삶. 그 자체가 약점인걸!’

     

    조선의 세자라면 몸이 열 개라도 죽어나갈 정도의 학업과 단련에 혹사당하겠지만 신성중앙제국은 조선이 아니었다.

    극기에 시달리는 괴로움을 알지 못하니 사람의 마음은 어려움 앞에 쉽게 꺾인다.

    정말로 몸이 견디기 힘들 정도의 부하가 치미는 순간, 매스각키의 시뻘겋게 물든 얼굴도 폭발 직전의 토마토마냥 한계에 달했다.

     

    털썩.

     

    힘이 빠진 매스각키 황녀가 한쪽 무릎을 굽히기 무섭게 전신을 짓누르던 금속이 일제히 그녀의 갑옷을 타고 흘러내려 지면에 고였다.

    액체금속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회수한 조나는 여전히 무심한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매스각키 1학년은 20톤이 한계였습니다. 아가씨께서 이 단계를 극복한다면 단독 1위가 확정되지만 탈락하면 공동 1위에 그칩니다.”

     

    포기해도 상관없다.

    성과는 충분하니까.

    몸이 비명을 지를 정도의 상황에서 오기 부리다가 부상을 입는 것보다는 기권이 낫다.

    조나의 시선에는 그런 뜻이 담겨있다.

    그는 알아본 것이다.

    나와 매스각키 황녀가 견딜 수 있는 중량에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음을.

    능력치는 박빙.

    연공법도 박빙.

    한계중량도 박빙.

    실제 학업이나 전투에서 나와 대결하는 주 상대는 용사지만 성검을 떼놓은 인간 자체의 강함은 용사가 아닌 매스각키 황녀가 나와 평수를 이룬다.

    그렇지만 나와 매스각키 황녀에게는 작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근성 차이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달리 말하자면 몸은 조금 꺾여도 되는 것!’

     

    뼈가 내지르는 비명을 무시하고 고통을 차단하는 <무감無感> 기술을 발동했다.

    기어이 조나의 요구대로 20톤대 행동을 실행하자 단독 1위가 확정되었다.

    매스각키 황녀와 반띵으로 나눠가질 도전과제 측정 1위 보상을 혼자 독식하는 것은 당연지사!

     

    [조나 교수의 <마나연단법 수련> 강의 첫 주차에 진행되는 <건강측정>에서 단독 1위를 달성했습니다.]

    [강의 내 도전과제 달성으로 추가포인트 2000점을 습득합니다.]

     

    으엣. 너무 짜잖아.

    치료동 신세 지는 것이 확정이 된 몸으로 2천 포인트는 너무 부족한걸.

    꽝 이벤트에 걸렸나?

    불퉁한 표정을 짓고 있자니 가장 작은 단지에서 졸여낸 약탕에서 교관이 종이컵 한 컵 분량의 작은 약을 가져왔다.

     

    “드십시오. 치료실까지 가지 않아도 부러진 뼈가 낫는 수준은 바로 효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

    “헉. 알고 있었어요?”

    “아가씨께서 입고 계신 측정갑옷이 누구의 능력으로 감싸여 있는지를 잊고 계셨군요.”

     

    혼나지는 않을지 눈치를 봤지만 다행히도 조나는 그리 엄한 태도를 취하지는 않았다.

    다행이라고 안심하며 컵에 담긴 약탕을 홀짝 들이마셨다.

    무감을 지속하고 있어서 그런지 맛을 잘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으려니 조나가 슬쩍 조언했다.

     

    “감각을 폐쇄해둔 기를 다시 풀어두십시오. 고통스럽겠지만 약효가 몸에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감각으로 느껴야 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마취 없이 어긋난 뼈를 맞추는 것처럼 끔찍한 짓을 하라고 권하는 꼴이지만 조나는 아가씨라면 충분히 해내실 거라고 믿는다는 기색이었다.

    으. 싫지만 어쩔 수 없지.

    효율을 챙기지 않아도 충분히 고스펙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 고인물이지만 한번으로 끝낼 수 있는 일을 세 번 네 번 반복하는 것보단 나으니까.

     

    “허접…이 아니야…?”

     

    매스각키 황녀조차 허접타령을 하지 못할 정도로 경악하는 가운데, 고통을 꾹 삼키고 있으려니 정말로 어긋난 뼈가 바로 잡히며 근골이 튼튼해졌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마나연단법에 필요한 특별한 약탕을 복용했습니다.]

    [체력경험점이 50 상승합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체력이 마의 49를 넘어섰다.

     

    [남은 체력이 0.1%일 때 빈사상태에서 회복합니다.]

    [칭호 <빈사상태를 경험한>을 습득했습니다.]

    [*빈사상태를 경험한* : 당신에게 치유란 아플 때 받는 것이 아니라 사경을 헤매다 돌아와 부활할 때 받는 걸까요?]

    [보유효과 – 즉사면역 10% 증가]

    [장착효과 – 매일 즉사면역 1회 발동]

     

    쏠쏠한 칭호습득은 덤이다.

     

    【상태창】

    [이름]오크노디OkNoDie

    성별 – 여성/?성

    연령 – 11세/?????세

    [직업]

    메인 – 다크프린세스(유력후보 1순위)

    서브 – 마검사(유력후보 2순위)

    [능력]

    근력 50(285/291점, 상승까지 6점)

    체력 50(288/291점, 상승까지 3점)

    민첩 55(314/315점, 상승까지 1점)

    지력 59(365/399점, 상승까지 34점)

    마력 59(352/399점, 상승까지 47점)

    매력 62(408/413점, 상승까지 5점)

    [칭호&상태 BEST5]

    *삼대거악의 목격자* : 당신은 삼대거악과 마주하고도 무사히 살아남았습니다.

    *빈사상태를 경험한* : 당신에게 치유란 아플 때 받는 것이 아니라 사경을 헤매다 돌아와 부활할 때 받는 걸까요?

    *묵시록의 경험자* : 멸망으로 치닫는 세계에서 종말이 일어나는 순간을 다수 목도했습니다.

    *구원의 인도자* : 멸망으로 치닫는 세계를 수차례 구해낸 결과, 당신은 세계의 희망이 되었습니다.

    *무한의 존경심(가호)* : 가호를 활성화하면 세상만물이 당신에게 존경심을 표현한다.

    ━━━

     

    마의 50이라고 한 것 치고 정작 50에 도달한 능력치는 잔뜩 있지만!

    근력과 민첩이야 서커스부터 시작해서 여러 기능을 단련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덩달아 오른다.

    지력은 암기해둔 과제나 강의시험, 학기성적을 달성하다보면 쑥쑥 오르고.

    마력도 숨 쉬듯이 먹어대는 스탯석이나 레어음식에 마나연공법을 더하면 금방 팍팍 오른다.

    매력은 몰?루.

    원래는 10의 자리에 있었는데 왤케 많이 올랐담?

     

    아무튼 근력과 체력은 다른 능력치에 비해 올리기가 꽤 어려운 편이다.

    보통 이맘때에는 둘 다 39에서 40을 돌파하는 구간에 막혀서 헤맬 시간이다.

    나야 그걸 방학에 파파의 저택에 다녀오고 레어음식을 잔뜩 먹거나 훈련의 탑을 등반하면서 넘었고.

     

    ‘그걸 감안해도 50은 또 난이도가 높은 편이었는데 덕분에 쉽게 올랐네!’

     

    약탕도 약탕인데 칭호도 알짜배기를 먹었다.

    플라톤 교수님의 강의에서 체력을 소진하겠다고 죽어라 뛰면서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 잠깐 사이에 0.1%만 남긴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고인물은 내 체력계산도 계산이지만 지켜보던 조나가 최대치의 훈련효율을 위해 아슬아슬한 타이밍까지 견딜 수 있는 최대의 압력을 가한 것도 대단했다.

    집사는 주인의 성격에 따라 보필하는 요소가 달라지는 인 게임 요소가 제대로 구현되었나보다.

     

    ‘와인컬렉터인 플레이어한테는 와인수집을 하는 와인관리사의 역할로 도와주고 훈련광인 플레이어한테는 훈련을 돕는 개인트레이너로서 도와줬었지?’

     

    조나는 <수석장학생>이자 <학년수석>인 내 정체성에 맞추어 교수가 되었으니 훈련교관의 상위직인 교수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나보다.

     

    “보상은 마음에 드십니까?”

    “엄청 많이요!”

     

    너무 좋아서 조나의 다리를 덥썩 안고 헤헤 웃으니 학생들 사이에서 충격어린 침음이 흘러나왔다. 우리 사이가 너무 친해보여서 질투하는 거겠지?

    그래도 안 돼. 조나의 다리는 내 거야. 나만 껴안을 수 있어!

     

     

    * * *

     

     

    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그걸 말리지도 않고… 또 시킨다고 하고 있어…?”

     

    재단이 오크노디에게 해왔던 교육.

    그 잔인한 실상을 마침내 두 눈으로 목격했다.

    약탕을 먹고 치유는 됐지만…

    그렇다고 고통마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심지어 저 교수, 아니 집사는 고통을 경감하는 기술마저 해제하라고 했다.

    흘끗 돌아본 헤스티아조차 고개를 저었다.

    저런 미친 훈련은 광전사도 하지 않는다.

    비상식의 극치.

    오크노디가 보여 왔던 나이에 맞지 않는 강함.

    훈련의 탑에서도 느꼈던 이질감이 오늘에서야 비로소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다.

    저런 훈련을 받아왔으니 오크노디가 지금의 강함을 손에 넣은 것이다.

    그 강함의 배경에는 오늘 본 일은 아주 사소하게 느껴질 정도로, 어린 아이가 겪기에는 지나치게 가혹한 과거로 점철되어 있겠지.

    지젤의 가느다란 실눈에서 살의가 새어나왔다.

    역시, 재단은 오크노디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반드시 없어져야만 하는 존재였다.

    조나 와이히엠하이.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버그픽스! 근력이 제대로 50으로 표기되도록 수정되었습니다.
    상태창은 2대 모자씨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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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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