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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4

       

        

        

        

        

        

       “어….”

        

       “우와….”

        

       “진짜 태어나서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

        

        

        

        철컹!

        

        묵직한 쇳소리가 피트니스 클럽을 가득히 메웠다. 소리의 근원지로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가 없는 굉음이었다. 그리하여 내부에 상주하는 모든 인원들의 시선이 원인을 향했고, 그들은 충격적인 상황을 보게 되었다.

        

        25kg 원판 8장이 각각 양쪽에 끼워진 탄력봉. 파워리프팅 대회에서나 볼 수 있는 무게가 위아래로 움직인다. 그러나 그 봉이 걸린 곳은 승모근도 아니었고, 땅바닥도 아니었다. 캐처바가 부속된 벤치프레스 머신이었다.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원판이 끼워진 양쪽에는 각각 한 명씩 달라붙었고, 이윽고 그것이 단순한 상체 힘만으로 허공을 부유하더니 아래로 조심스럽게 하강한다. 마치 문틀에 새끼발가락을 부딪혔을 때 나는 끙끙 앓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하여 그것이 다시 허공으로 들려올라간 뒤 상부 캐처바에 놓여졌을 때, 무수한 박수 소리가 헬스장에 울려퍼졌다.

        

        

        

       “우와아아-!”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야, 일어나! 고생했다!”

        

       “으아아아아, 벤치프레스 400kg 찍었다아아아아아아─!”

        

        

        

        그러나 여기서의 반전.

        

        400kg을 든 사람은 유진도, 로건도, 로렌티나도 아닌 호떡이었다.

        

        시뻘개진 얼굴과 함께 우락부락한 몸이 튀어오르듯 일어서고, 드론캠 앞에서 무릎을 꿇는가 싶더니 이내 바닥에 넙죽 엎드려 기쁨 가득한 오열을 토해냈다. 그 자리에 있는 누가 됐든 박수를 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호떡!

       -호떡그는신인가?호떡그는신인가?호떡그는신인가?호떡그는신인가?호떡그는신인가?호떡그는신인가?호떡그는신인가?

       -와 사람이 무게를 어떻게 저만큼 드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도 E2라 그런지 진짜 살벌하긴 하네 ㅋㅋㅋㅋㅋ

       -호떡쉑도 과거에 태어났으면 정복왕급일텐데 하필이면 경쟁자가 ㅋㅋㅋㅋㅋ

        

        

        

        흰색과 검은색 줄무늬가 교대로 놓여진 장발이 찰랑거렸다.

        

        얼굴은 시뻘갰고, 눈은 실핏줄이 섰으며, 팔뚝과 목은 금방이라도 김이 솟아오를 듯 엄청나게 뜨겁게 달궈진 상태. 그러나 호떡은 그 자리에 있는 누구의 의견도 개의치 않는다. 탄력봉이 휘기 직전까지 갈 정도의 엄청난 무게의 1RM을 성공시켰는데 그게 대수인가.

        

        물론, 기쁨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나 먼저 해야겠다. 막내는 벤치 하려면 엉덩이 부분 구멍 뚫린 등받이 가져오고.”

        

       “뒤에서 잡아줄테니 적당히 하고 있으세요.”

        

        

        

        흡!

        

        그런 소리와 함께 찰랑거리는 우윳빛 머리카락의 누군가가 호떡이 누워있던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 로건이었다. 앉음과 동시에 손의 위치를 이리저리 조정한 그녀는 이내 힘을 주어 봉을 밀어올렸고,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볍게 들린 400kg가 공중을 몇 번이나 오갔다.

        

        로렌티나도, 유진도 그 모습을 일절 신경쓰지 않는다. 유진은 꼬리 부분을 수납 가능한 등받이대를 꼬리로 돌돌 만 채 벤치프레스 머신으로 터벅터벅 다가왔고, 로렌티나는 그닥 신기한 것도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숫자를 세고 있었다.

        

        그것이 열다섯까지 이어지자, 로건은 슬그머니 상부 캐처바에 그것을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3세트?”

        

       “돌아가면서 하죠.”

        

       “자자, 이 다음부터는 탈인간의 영역이니 다들 그다지 신경쓰지 말고 보시면 됩니다.”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400kg 벤치 15번요? 네? 로건눈나????????????

       -호떡쉑 나라잃은표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M급은 치트키잖아 ㅋㅋㅋㅋㅋ

       -주의)눈으로만 보십시오

        

        

        

        실로 다이나믹하게 돌아가는 상황.

        

        호떡은 그 자리에서 발라당 드러누워 바보같은 웃음을 흘려댔고, 세 명은 번갈아가면서 운동을 시작했다. 본래라면 양 옆에 여러 명의 사람이 들러붙어 불상사 예방을 위해 대기하는 게 정설이었으나 그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머리로 받아들일 수조차 없는 엄청난 무게. 그러나 당연히 거기서 끝일 리가 없었고, 양쪽에 원판이 하나둘씩 늘어간다. 그리하여 한쪽에 끼워진 원판의 수가 8개에서 12개로 늘었으나, 실로 두려운 점이 있다면 – 그럼에도 한 세트의 숫자는 딱히 줄지 않았단 점이었다.

        

        그렇게 워밍업인지 본세트인지조차 구별할 수 없는 시간이 흘러간 뒤, 650kg에서 잠시 멈춘 이들이 호떡을 불렀다.

        

        

        

       “스쿼트? 아니면 데드리프트?”

        

       “에…네?”

        

       “신체 활성도를 보아하니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해보겠습니다!”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운동은 호떡이 제일많이하고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희들을 조져버리겠다(호떡)

       -원래 운동 좀 하는 사람들 끝까지 뽑아먹는게 제일 재밌다고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떡쉑 어디가서 밀릴 몸이 아닌데 하필이면 EM이 3명이나 있어 ㅋㅋㅋㅋ

        

        

        

        어쩌겠나.

        

        애기 호랑이가 아나콘다와 상어, 북극곰 앞에 놓였는데 하라는대로 해야지.

        

        그다지 힘들어보이지도 않는 표정으로 650kg 가량의 봉을 들어 벤치프레스 머신보다 조금 떨어진 빈 공간에 내려놓은 뒤, 손에 스트랩을 올려주고는 등짝을 툭툭 쳐 응원까지. 엄지손가락을 슥 올린 유진의 모습에 호떡은 마음 속으로 눈물을 줄줄 흘릴 뿐이었다.

        

        봉에 스트랩을 감고, 자세를 잡은 뒤, 들어올릴 준비를 한다. 스멜링 솔트 대신 누군가의 등짝 스매싱이 날아들자 눈 앞에 번개가 치는 듯한 고통이 엄습했다. 심하게 세게 때린 것은 아니었고, 짧고 굵게 사라지는 형태의 아픔이었다.

        

        그렇게 막대한 부하가 전신의 거의 모든 근육에 실리며, 호떡이 단전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괴성과 함께 – 바닥에 놓여진 바벨을 그 자리에서 들어올렸다.

        

        2대 1000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쿵!

        

        

        

       “후우, 하아…!”

        

       “수고했어요.”

        

       “으아, 저 죽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자가자~드걔쟤~ 호떡눈앞에서 650kg 컨벤 10회 드걔쟤~

       -또또 일부러 눈 앞에서 의욕 꺾을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이번에는 눈앞에서 안 하네????

       -진짜 종족이 다르다는 게 무슨 뜻인지 확실히 알겠다 ㅋㅋㅋㅋ

        

        

        

        BCAA 섞인 물을 꼴딱거리며 들이킨 뒤, 데드리프트 1RM만으로 온 몸에서 땀이 줄줄 흐른 호떡이 깊게 숨을 토해내었다.

        

        

        

       ‘3대 1200 언저리에서 갱신 안 하고 있긴 했는데, 이걸 여기서 하게 될 줄이야….’

        

        

        

        천장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듯한 느낌.

        

        코어와 햄스트링을 비롯한 신체 뒤쪽의 근육 전반이 지끈거리고, 돌덩이처럼 딱딱해진다. 그러나 그 와중 허리에 무언가 감기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몸이 홱 일으켜졌다. 뭔가 했더니 유진이 허리에 꼬리를 감아 들어올린 것이었다. 듣자 하니 300kg 가량을 들 수 있다고 했었나.

        

        시선이 마주친다. 그닥 좋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두 종목으로만 만족하실 생각은 아니시겠죠?”

        

       “…준비되는 대로 스쿼트 도전하겠습니다.”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분명히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더 힘든 날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내가 이러고 있지?

        

        그리 생각한 호떡이 벤치에 앉아 허공을 쳐다보는 사이, 이제는 구태여 거론할 필요도 없는 세 명의 차례가 시작됐다. 뭔가 옆에서 쿵쿵거리고 있는 것 같지만 호떡은 더 이상 신경쓰지 않기로 했고 – 그 와중 한쪽에 보이는 유진 사단의 일원들.

        

        시선이 마주치고, 그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저거 전부 여러분들이 편집해야 하는 거죠?”

        

       “네에….”

        

       “힘내십쇼.”

        

        

        

        호떡은 그날 다리를 덜덜 떨며 유진의 집으로 복귀했다.

        

        저녁식사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타닥!

        

        

        

       “으어어으….”

        

       “선생님, 호떡 죽었어요.”

        

       “그건 큰일이네요.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으면.”

        

       “으어어!”

        

       “아이구.”

        

        

        

       -윾진눈나가 심폐소생술? 오히려좋아

       -팩트)심장 한번 누르자마자 갈비뼈 와사삭되고 척추까지 닿는다

       -거 혹시 심폐소생술의 정의가 다음 생을 기약하기 위한 행동인가 하는 그건가요?????????

       -이새기들 할말 못할말 다하고있네 아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떡 즉각기립www

        

        

        

        화르르.

        

        오후 7시 20분, 나를 포함한 모두가 다시 집으로 복귀하여 각자 샤워를 마치고, 옷까지 갈아입은 뒤 이런저런 세팅이 완료된 야외 발코니에 나와 야경을 구경하는 시간.

        

        눈 앞에는 ASMR을 위해 만들어놓은 대형 캠프파이어가 있었다. 물론 바닥에는 이런저런 걸 깔아뒀기에 잔디에 불이 붙거나 할 가능성은 없었고…그 근처에는 점심식사를 준비한 셰프 분들이 한참 전부터 준비해둔 브리스킷과 스페어립 등등이 갖춰진 상태였다.

        

        물론 그것 뿐만은 아니고, 빵과 밥, 다양한 반찬, 그 외에도 어제 저녁에 먹고 남았던 여러 고기와 해산물, 야채 등등도 있었다. 조리 후 언제든지 이쪽 테이블로 가져다줄 수 있도록 서버 분들도 여럿 대기 중이었고.

        

        출장 뷔페라기보단 출장 셰프단이라고 해야 맞는 것 같지만.

        

        

        

       “아무튼, 벌써 집들이…라고 해야 하나. 내일이면 끝이네요. 다들 와줘서 정말 감사하고, 재밌는 기억으로 남으면 좋겠네요.”

        

       “아직 좋은 기억으로 남을지는 잘 모르겠는데, 한 다섯 번 정도만 이런 거 더 하면 안 될까요…아얏!”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찰싹!

        

        그런 소리와 함께 다이스의 정수리에 꼬리 어택. 물론 살살 때렸기에 그다지 아프지는 않을 것이었다. 맞은 당사자는 히히 하고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면서 머쓱하게 웃었다.

        

        아무튼, 모닥불과 서울의 야경을 즐기며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지만, 오늘의 컨텐츠는 그것만으로 끝은 아니었다. 그리하여 유어스페이스에 호다닥 들어감과 동시에 드론캠을 허공에 띄웠다. 내부에 수납된 그래핀 패널이 펼쳐지며 영상 재생이 시작된다.

        

        그게 무엇인가 하니,

        

        

        

       “…왠 매드무비에요?”

        

       “팬이 만들어줬어요. KSM, 아시아 예선전, 파이널 챔피언십, 그리고 인커젼 시나리오 밀면서 나온 온갖 명장면을 편집해서 이어붙였다고 했나….”

        

       “아하.”

        

        

        

       -매드무비(피해자 동반출현)

       -카토에 다이스에 케이스를 위시한 수많은 사람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집들이 온 사람들 중 ¼는 유진한테 한 번 깨강정난 적 있을듯 ㅋㅋ

       -와 길이가 무슨 1시간 30분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코스요리 하나 조지기에 안성맞춤인 길이wwww

        

        

        

        그리고 그 말대로.

        

        서버 분들이 하나둘씩 음식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먹음직스러운 애피타이저가 인상적이었다. 물론 집들이 파티에 술도 빠질 수 없었기에 벌써부터 식전주가 한 잔씩 따라졌고, 다들 어제는 느끼지 못했던 알코올의 맛을 즐겼다. 연신 박수까지 치는 사람도 나올 정도였다.

        

        그러는 가운데, 가장 첫 번째로 보인 내 베스트 플레이는….

        

        낚싯줄 트랩으로 카토그래퍼를 황천길로 보내는 플레이였다.

        

        

        

       “아니, 그 전에도 잘했던 플레이 많은데 왜 하필 이걸….”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애피타이저 시간에 이거 틀어도 되는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토쉑 실시간으로 오열하는 소리 여기까지 들린다 ㅋㅋㅋㅋㅋ

       -마 이게 참 스피리추얼한기라

       -매드무비가 아니라 무슨 쏘우 최신작인가요?????????

        

        

        

       <Cartographer 님이 50,000원 후원하였습니다.>

       -구갸악 갸아아아아악

        

       “카토그래퍼 님, 후원 감사합니다…놀랍게도 저나 여기 계신 편집자 분들 중 아무도 저 영상의 편집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다음부터는 부디 낚싯줄 조심하시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들어오는 도네이션.

        

        생각해보니 이 사람도 집들이 부를 걸 그랬나…라고 하기엔, 아마 불렀더라면 내가 카토를 현실에서도 쥐어팬다면서 시청자들의 호들갑이 끝도 없이 이어졌겠지. 지금 시점에서는 푸우웁 하고 먹던 애피타이저를 모닥불에 그대로 뿜을 가능성도 적지 않았고.

        

        좌우지간, 시간은 흘러간다. 전채에 이어 간단한 스프, 그 후 해산물 요리가 나올 즈음 동영상은 아시아 예선전 당시를 보여주고 있었다. 케이스의 팔을 꺾어버린 뒤 수류탄 폭발을 막아내고, 다이스의 네이팜 수류탄을 정면으로 얻어맞은 뒤 파이어 스네이크가 된 내가 화면에 비춰진다.

        

        저때는 왜 저렇게 열과 성을 다해 플레이했나 몰라.

        

        

        

       “지금 봐도 장관이네요, 아주.”

        

       “…도대체 세상천지에 몸에 네이팜 맞은 상태로 돌격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저도 저 시점으로 돌아가면 한 번 묻고 싶긴 한데….”

        

        

        

       -불뱀!불뱀!불뱀!불뱀!불뱀!불뱀!불뱀!불뱀!불뱀!불뱀!불뱀!불뱀!불뱀!불뱀!불뱀!불뱀!불뱀!불뱀!불뱀!불뱀!불뱀!

       -파이어펀치!파이어펀치!파이어펀치!파이어펀치!파이어펀치!파이어펀치!파이어펀치!유진은신이야!

       -저때로 돌아가도 똑같이 할 거면서 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건그렇고 다이스쉑 어떻게 유진이랑 1 : 1로 붙었냐 ㅋㅋㅋㅋㅋㅋㅋ

       -소신발언)저때로 다시 돌아가도 다이스 질거같음

        

        

        

        난장판이 된 채팅방. 언제나의 일이었다.

        

        화이트 와인에서 레드 와인으로, 해산물에서 고기로. 어느덧 저녁식사도, 그리고 매드무비도 하이라이트를 향하고 있었다. 영상 때문인지, 혹은 술 때문인지. 모닥불의 빛에 가려진 내 얼굴과 귀가 불그스름해진 것을 알아본 사람은 그닥 많지 않았다.

        

        술이 들어가자 조금 더 왁자지껄해지는 분위기. 파이널 챔피언십에서 벌어졌던 온갖 기행들이 물 흐르듯 흘러간 뒤, 웅장한 BGM과 함께 내 목에 걸린 황금 인식표, 그리고 손에 들린 황금 트로피까지. 어느샌가 집 안에서 당시의 트로피를 가져와 드론캠 앞에서 이를 흔들었다.

        

        그 후 집으로 복귀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인커젼 공략. 로렌티나와 로건, 그리고 얼굴이 모자이크된 오웬스까지 본격적으로 출연하기 시작했다.

        

        

        

       ───달각!

        

        

        

        스테이크를 큼지막하게 썰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탄창도 제대로 못 갈더니, 저 즈음부터는 우리 페이스도 따라오고. 많이 늘었어요, 진짜.”

        

       “아이, 그땐 진짜 손에서 힘이 풀려서 그런 거라니까요!”

        

       “그렇겠죠?”

        

        

        

       -어련하시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주 그냥 입만 열면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와

       -응 지금은 파트너 챔피언십 1위야~ 1위 상품으로 박스터 타고 다녀~

       -팩트)현 시점에서는 그냥 부비트랩의 달인이 됐다

       -탄창 떨구는 사람이 어떻게 몇개월만에 다이스를 3할 비율로 폭사시키냐고 ㅋㅋㅋㅋㅋ

        

        

        

        채팅 역시도 과거의 기억을 더듬고 추억한다.

        

        언제 여기까지 달려왔을까. 이제는 멀게만 느껴지는 기억이었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내 삶의 궤적을 증명하는 사람들이었다.

        

        술 때문인지, 아니면 본심인지. 슬그머니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

        

        

        

       “좋은 때였죠, 정말. 지금도 그렇고….”

        

        

        

        그 말대로.

        

        인생의 모든 영광 전부가 집중되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요 몇 개월은 내 삶 가운데에서 유달리 투명하게 빛나는 기억들 중 하나였음은 확실했다.

        

        

        그렇게 먹고 마시며 웃다 보니 기억은 점점 단락적으로 변해갔고, 목구멍으로 녹아 사라진 음식들, 그리고 각양각색의 맛을 지닌 술과 하나둘씩 치워지는 테이블, 깔끔하게 청소된 모닥불의 잔해가 그나마 기억이 났다.

        

        내일 아침에 머리가 꽤 아프겠어.

        

        

        어떻게든 양치까지 끝마치고 난 뒤, 술기운 해소 및 소화를 위해 다시 발코니로 나와 바람을 쐬고 있었을까. 어디서 많이 본 두 명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시간은 어느덧 열한 시에 다다른 시점. 방송은 진즉에 껐나보다.

        

        이 즈음이라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겠다 싶어, 입을 열었다.

        

        

        

       “항상 고마워요. 두 분 다.”

        

       “어으, 이 사람 술을 얼마나 마신 거야.”

        

       “이러다 저희 위로 쓰러지면 전치 2주는 나오지 않을까요?”

        

       “아직 그 정도는 분간할 수 있거든요.”

        

        

        

        그렇게 툴툴대면서도 두 명은 내 양쪽에 앉았다.

        

        잠깐의 정적이 불어닥친 뒤, 하모니가 먼저 덧붙였다.

        

        

        

       “덕분에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상도 못한 곳까지 올라왔어요, 선생님.”

        

       “그쵸?”

        

       “히히.”

        

        

        

        손가락을 꼼지락대던 그녀가 말을 이었다.

        

        

        

       “항상 고마워요.”

        

        

        

        반대쪽에 앉아있던 다이스 역시 입을 열었다.

        

        

        

       “하고 싶은 말은 하모니랑 똑같아요, 저도. 항상 고맙고….”

        

        

        

        그러더니 이어지는 말.

        

        

        

       “…아이, 이리 말하니까 뭔가 엔딩 같네요. 아직 갈 길 한참 남았는데. 안에서 유진 씨 기다리는 사람들 넘쳐나니까, 술만 깨고 얼른 들어가요.”

        

       “…하흐. 그래요.”

        

        

        

        실로 다이스가 할 법한 말이었다.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벤치에서 일어섰다. 눈 앞이 조금 맑아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집들이 파티가 끝나가고 있었다.

        

        

        더 이상 아무런 것도 걱정할 필요 없는 봄이 왔다.

        

        

        

        

        

        

        

        

        

        

        

        

        

        

        

        

        

        

        

        그로부터 며칠 후.

        

        

        

       “…도대체 몇 년만인지. 입국심사 때 영어를 쓸 뻔했어.”

        

       “5년 4개월 정도…일까요. 한국은 밤이네요.”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바로 호텔로 모시겠습니다.”

        

        

        

        달칵.

        

        실로 오랜만에 한국을 밟은 두 명이 리무진 뒷좌석에 조심스럽게 몸을 뉘였다.

        

        목적지는 파크 하얏트 서울.

        

        딸이 사는 곳에서부터 고작해야 2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을 향해 한 대의 차량이 움직이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걸로 집들이는 끝입니다

    이후에는 부모님과 집에서 만나는 편 3회 정도 한 후 타르코프로 떠납니다

    저는 사실 타르코프 안해봤습니다 허허허허허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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