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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4

       *** ***

         

       똑똑.

         

       “선배, 준비됐나요?”

         

       “그래.”

         

       나는 방 밖에 있는 흑묘의 물음에 대답하며 마지막으로 방을 둘러 보았다. 역시 손님방이라서 그런지 6개월간 생활했음에도 딱히 내가 지냈다는 생활감이 묻어나지 않았다.

         

       방의 풍경은 언제 떠나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듯 했기에 나 역시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고 발을 옮겼다.

         

       나와 흑묘는 곧장 위서련의 방으로 향했다.

         

       “떠나려는가.”

         

       “예.”

         

       위서련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느낌탓일지는 모르겠지만 아쉬움을 애써 감추는 듯한 표정이 한 순간 위서련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 것 같았다.

         

       위서련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오고는 한 손으로 어깨를 쥐었다.

         

       꽈아아아악!

         

       …아쉬움을 달래는 것 치고는 어깨를 박살낼 기세였다.

         

       “그대를 배려하여 승부를 미루었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예.”

         

       “알겠나? 승부는 미루어진 것이지 끝난 것이 아니다.”

         

       먹잇감을 노리는 매의 눈으로 노려보는 위서련의 시선에 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던 위서련이 기세를 풀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대라면 잘 해낼 수 있겠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도록.”

         

       “예.”

         

       이번엔 정말로 격려라도 할 요량이었는지 내 어깨를 가볍게 두 번 두드린 위서련의 시선이 흑묘에게 돌아갔다.

         

       “그대 역시 떠날 생각이겠지.”

         

       흑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위서련은 심통이 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결국에는 그렇게 되었나. 그렇게 잘 대해주었거늘…”

         

       “따, 딱히 그렇게 잘 대해주기까지는..”

         

       “훗, 그런가.”

         

       위서련은 성큼성큼 다가가 흑묘의 코앞에 서더니 돌연 흑묘를 껴안았다.

         

       흑묘는 흠칫하는 듯 하더니 어색하게 움직여 위서련의 등에 조심스럽게 손을 댔다.

         

       “방문증은 그대에게 줄 터이니 언제든지 마교로 돌아와도 좋다.”

         

       “…고마워요.”

         

       위서련은 흑묘와의 포옹을 마치고는 책상 밑 서랍을 열어 한 권의 비급을 꺼냈다. 종이와 겉표지가 뻣뻣한 것을 보아하니 진본은 아니고 사본인 모양이었다.

         

       위서련이 내민 사본에 적힌 제목을 읽은 흑묘의 눈이 크게 떠졌다.

         

       나 역시 상당히 놀랐다.

         

       그 겉표지에는 소수신공이라고 쓰여 있었으니까.

         

       “받도록.”

         

       “이걸….정말로…?”

         

       흑묘가 더듬거리며 혼란스러운 눈으로 위서련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흑묘가 이런 반응을 보일 법도 했다.

         

       소수마공이라고 중원에 알려진 저 소수신공은 그야말로 무림을 대표하는 무공 중 하나였으니까.

         

       “그리 놀랄 것도 없다.”

         

       위서련은 얼어붙은 흑묘를 보고는 나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대가 익힌 열 권의 비급에서 정수를 취해 잘만 조합한다면 그대도 이 소수신공과 같은 무공을 만들어냈을지 모를 일이었으니까.”

         

       …들켰나.

         

       “….에?”

         

       “천마비고는 조금도 숨겨져 있지 않음에도 왜 천마비고로 불리는가. 그건 역대 천마들이 창안한 무공들을 두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예에?”

         

       “천마가 다음 대 천마에게 계승할 수 있는 무공은 천마신공 뿐. 그렇기에 역대 천마들은 자신이 깨달은 바를 엮어 무공서로 만든 뒤 천마비고에 비치하곤 했지. 꼭 자신이 몸으로 익힌 무공이 아니더라도 비고의 다른 무공들에 영감을 받아 무공을 창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마교의 비사라고 할 수 있는 정보에 흑묘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대도 짐작했다시피 소수신공은 역대 어느 천마께서 창안한 무공이다. 뭐, 섬섬옥수가 되는 무공을 천마 본인께서 익히실 수는 없었을 테니 자연스럽게 천마비고에 잠들었지. 그 소수신공을 익힌 여고수가 소수신공을 대성하여 무림에 피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무공을 창안하신 천마님도차 예측하지 못하셨겠지만 말이다.”

         

       내가 흑묘에게 반드시 손에 넣으라고 주문했던 열 개의 무공.

         

       어느 천마는 그 열 개의 무공을 섞어 소수신공을 만들어냈다.

         

       “뭐, 그대도 출충한 편이니 저 호천안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무공을 조합해 나갔다면 언젠가 이 소수신공과 같거나 비슷한 무공을 만들어 낼 수 있었겠지.”

         

       내가 노렸던 바를 정확하게 짚어낸 위서련.

         

       그런 위서련은 흑묘에게 소수신공의 비급서를 떠안겨 주었다.

         

       “그리 부담 가질 것 없다. 호천안 저자가 어찌 소수신공의 비밀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알려줄 리가 없겠지.”

         

       나는 재빨리 바닥에 깔린 마루의 나뭇결을 살피기 시작했다. 계절과 온도의 차이에 따라 생기는 성장 차이는 그대로 나뭇결의 모양으로 이어진다.

         

       이 얼마나 대단한 자연의 신비인지!

         

       …그런 자기최면을 걸며 시선을 피하는 내 모습을 보았는지 차가운 콧방귀를 뀐 위서련은 다시 흑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니 그대가 생각하는 것처럼 결코 과한 작별선물이 아니다.”

         

       “그래도…”

         

       “정히 그렇다면 그대도 다시 한번 마교에 방문하도록.”

         

       위서련이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

         

       “소수신공을 제대로 익혀, 그대 역시 나를 즐겁게 해 주거라.”

         

       떨리는 눈으로 위서련을 바라보던 흑묘는 한 걸음 다가가 위서련을 껴안았다.

         

       “….그럴게요.”

         

       “훗.”

         

       흑묘의 포옹을 받은 위서련의 표정은 소천마답지 않게 온화했다.

         

       그러나 그런 표정이 썩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기분 탓만은 아니겠지.

         

       “신강의 밤은 빠르고 산길은 험하니 조심하도록.”

         

       화경의 고수와 초절정의 고수가 정말로 밤과 험한 산길 따위에 애를 먹을까.

         

       신강을 떠나 중원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양한 위험이 있다는 말을 돌려 표현한 것이다.

         

       어쩌면 흑룡성을 떠나자마자 마주칠지 모르는 정철의 위협을 언급한 것일지도 모르지.

         

       “조심하겠습니다.”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겠다.”

         

       나와 흑묘는 위서련을 향해 깊숙이 허리를 숙이며 포권을 해 보였다. 위서련은 어느 때와 같이 불길하며 동시에 압도적인 기세를 풍기는 소천마가 되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흑묘는 마지막으로 그 모습을 눈에 담고는 소천마의 거처를 빠져나와 흑룡성의 성문을 넘어갔다.

         

       “가자.”

         

       “네. 선배.”

         

       나와 흑묘는 빳빳한 새 죽립을 눌러 쓴 채 흑룡성을 빠져나오는 인파에 섞여 중원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갔는가.’

         

       위서련은 허전하고 섭섭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눈을 감았다. 한동안 술렁이는 마음을 다스리던 위서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바탕 땀을 흘려 잡념을 쫓아내기 위해서였다.

         

       해가 질 때까지 수련을 통해 원없이 몸을 움직인 위서련은 가볍게 몸을 씻어내고는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다가 멈칫했다.

         

       매일 수하에게 호천안의 행적을 보고 받는 곳이자, 흑묘와 도박을 하곤 했던 방으로 향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쯧.”

         

       위서련은 혀를 차고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시비에게 차를 내오라 시켰다.

         

       적당히 뜨거운 차를 천천히 마시던 위서련은 쓴웃음을 지었다.

         

       호천안 그리고 흑묘와 함께했던 시간은 잠깐에 불과했고 수련을 한 후 차를 한잔 마시며 심신의 노곤함을 달래던 일은 평생을 해 왔던 습관이었거늘 어찌 이리 고독이 사무치는지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때 위서련은 바깥이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 것은 아니었으나 하인들이 술렁거림이 느껴지는 소란스러움.

         

       그런 소란스러움이 잠시 지나간 뒤에 위서련의 방문이 열렸다.

         

       “오셨습니까?”

         

       “음.”

         

       바로 천마 위지천의 방문이었다.

         

       “그들은 떠났느냐.”

         

       “예.”

         

       위지천은 쓸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위서련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 앞에 앉았다.

         

       “도박이나 한 판 하자꾸나.”

         

       위서련은 잠시 위지천을 빤히 바라보았다.

         

       굳이 위서련의 처소까지 찾아와 도박을 권한다라.

         

       이건 위지천 나름대로의 투박한 위로일까.

         

       “…그럴까요.”

         

       위서련은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비가 바삐 움직여 가전과 주사위 잔, 골패 등을 챙겨왔다.

         

       위지천은 골패를 권했고 위서련은 고개를 끄덕였다.

         

       탁. 탁. 탁. 탁.

         

       골패가 섞이는 가벼운 소음이 잠시 두 사람 사이를 메웠다.

         

       “하나 걸겠습니다.”

         

       “받겠다.”

         

       꼭 필요한 말만 하며 조용히 진행되는 도박. 위서련은 그런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골패에 집중했다.

         

       그렇게 몇 판이 오고 갔을까.

         

       “너무 오래 쉬었더구나.”

         

       위지천의 갑작스러운 말에 잠시 멈칫했던 위서련은 이내 대화의 맥락을 파악했다.

         

       뇌정이 파고든 상처를 입은 후 6개월. 천마는 불명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칩거를 택했다.

         

       그 이후로는 호천안과의 도박 승부가 6개월간 이어졌다.

         

       “이래저래 1년을 쉬셨군요.”

         

       “그렇다.”

         

       위지천이 후패를 집으며 말했다.

         

       “쌓인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자니 쉽지 않더구나.”

         

       결과는 위서련의 승.

         

       위서련은 위지천의 말을 가볍게 넘기며 다시 패를 섞었다.

         

       “네가 좀 도와주지 않겠느냐?”

         

       패를 섞던 위서련의 손이 멈췄다. 골패 하나가 툭 떨어졌지만 위서련은 위지천을 바라보았다.

         

       위지천의 제안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그 실상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천마신교의 역사에서 천마와 소천마가 협업한 적은 없었으니까.

         

       “저는 소천마이지 않습니까.”

         

       “그렇기에 청하는 것 아니냐.”

         

       위지천은 슬쩍 웃으며 말했다.

         

       “오직 천마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나눌 수 있는 자가 소천마 말고 또 있을까.”

         

       “하.”

         

       이 역시 위지천 나름의 위로일까.

         

       아무리 1년을 쉬었다 한들 홀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위지천이 부리는 엄살에 위서련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호천안과 흑묘는 떠났지만 호천안이 남기고 간 것도 있었다.

         

       도박이라는 산을 오른다는 즐거움과 그 즐거움을 함께 느끼며 나란히 걸었던 위지천이 남았다.

         

       위서련은 가슴 속을 채우던 쓸쓸함이 조금씩 스러져감을 느꼈다.

         

       “아버님께서 그리 바쁘다니 또 도와주는 것이 자식의 도리겠지요.”

         

       “잘 된 일이로구나. 그렇다면 내일부터 천마전으로 등청하도록.”

         

       위지천은 선패를 뽑으며 여상스럽게 말했다.

         

       “내일부터는 꽤나 바쁠 것이다.”

         

       “후후, 그래도 일이 끝나고 함께 주사위를 굴릴 시간은 있겠지요?”

         

       장난스러운 위서련의 물음에 위지천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하하하하!”

         

       위서련은 웃음을 터트리며 후패를 뽑았다.

         

       “그거 기대되는군요.”

         

       호천안과 흑묘가 자신의 길을 찾아 마교를 떠난 날.

         

       위서련과 위지천 역시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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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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