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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4

       “저게 정말 인간이 맞나?”

       

       화면을 통해 화룡무인의 세상을 바라보던 백호는 동료가 내뱉은 말을 듣고서 자기도 모르게 고갤 끄덕여버렸다.

       

       백아라에게는 심심풀이 용도일 뿐인 이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가 안 좋았기 때문이다.

       

       이 곳에 자리한 사람들은 모두들 한 때 신이라 칭송받았거나 지금도 비슷한 위치에 서 있는 이들.

       

       그들이 지닌 힘은 차원과 차원 사이를 잇는 통로를 만들어 유지하면서도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준이니. 전능하진 못하나 한없이 전능에 가까운 것이 이들이라 할만 했다.

       

       백호도 마찬가지다. 차원과 차원 사이를 유랑할 수 있는 신수인 그는 분명 초월자의 일각에 들어선 이다.

       

       허나 그런 그조차도 지금 화면 속에 보이는 백아라의 경지를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세상의 규율 위에 자신의 규율을 덧씌운다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규율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써내려갈 수 있는 것 일리 없잖은가.

       

       허나 백아라는 그를 실현시켜 보이고 있었다. 세상의 위에 자신의 뜻을 덧씌우는 것으로 상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 상대가 약한 것도 아니었다. 화룡무인 속 세상의 혈교주는, 선계의 모든 기운을 집어 삼키고서 경지의 상승을 이루어낸 괴물은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강한 존재였다.

       

       가만 내버려 두었다면 무림의 멸망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이봐. 신검.”

       “흠?”

       “저 혈교주라는 놈을 상대하면 어떨 것 같나.”

       “흐음. 글쎄다. 지진 않을 것 같지만 저 녀석이 언제까지 회복을 할 수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나랑 똑같네. 계속 소모전으로 가면 어려워질 것 같더라.”

       

       당장 이 곳에 있는 이들 중에서도 혈교주와 대결을 겨룬다면 승리를 확언하기 어려운 이들이 부지기수다. 그만큼이나 혈교주는 귀찮은 상대인 것이다.

       

       허나 그런 혈교주는 백아라를 상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보라. 본래라면 재생해야 할 터이거늘 텅 비어있는 팔을. 수십의 육신을 이끌고서 공격을 가함에도 불구하고 상처하나 내지 못하는 것을. 백아라가 손을 터는 것만으로 혈교주의 필사가 박살나는 것을.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

       “저것은 이미 신의 위업이지 않은가.”

       “허어. 백호 녀석이 발렸다기에 뭘 하는 상대인가 했더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군.”

       “그러게나 말이야.”

       “암. 저건 못 이기지.”

       

       백아라가 보여준 신적인 모습에 긴 시간 감당해야했던 백호의 억울함이 풀렸지만 그는 웃음을 지을 수 없었다.

       

       “당신들! 일해요! 저 싸움 끝나자마자 서버 복구할 준비해야 한다고! 특히 백호! 원흉인 당신은 더 빡세게 일해야지!”

       

       백호는 저 멀리서 들려오는 외침을 애써 모른 체 했다. 여지까지 한 야근의 횟수만 하더라도 수십에 달한다.

       

       이미 한 달 가까이 잠을 자지 못한 그다. 잠시나마 다른 곳을 바라보면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백호!”

       “잠시 기다려봐라. 이제 결말이 다가오려 한단 말이다.”

       “닥치고 일이나 해요!”

       

       *

       

       수라쌍극패의 기운으로 내지른 장의 위력을 그대로 되돌려 받은 혈교주가 바닥을 나뒹군다.

       

       녀석의 몸은 만신창이었다. 한 쪽 팔은 날아가 버린 지 오래였고. 수라쌍극패의 기운을 견디느라 뼈고 근육이고 혈도고 멀쩡한 곳이 없었으며. 이제는 저 안에 남은 내기조차 얼마 되지 않는 듯 일어서는 것조차도 버거워 보였다.

       

       결국 저 녀석이 다른 이들을 압도할 수 있었던 까닭은 오롯이 끝없는 생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라진다면 혈교주라는 무인은 저토록 허약하고 허술했다.

       

       “푸흐. 푸하하하”

       

       무엇이 그리도 웃긴지 바닥에 드러누워서는 웃음을 흘리는 녀석에게로 다가갔더니 그제서야 혈교주가 몇 번이나 일어서려다 넘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아직 버틸 힘이 있느냐?”

       “아뇨. 없습니다. 보시다시피 죽기 직전인지라.”

       

       놈은 자신의 팔을 장난감으로 흔들어 보이며 그리 이야기를 했다. 상황이 저래도 세치혀만큼은 그대로인가.

       

       “이것이 천마라는 거군요. 이야. 한 종교의 신이라 불릴 만한 존재입니다.”

       “이 곳의 천마는 본인이 아니다만.”

       “이런 상대에게 맞이하는 죽음이라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그래도 성대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흠? 아직까지 남은 수가 있다고? 그 몸으로 할 수 있는 게 남았단 말이더냐?

       

       본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 때에 혈교주의 단전으로 내기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내기는 어렵지 아니했다. 녀석이 이끌던 강시들을 움직이던 기운을 다시금 모으고 있는 것이다.

       

       최소가 절정이었던 강시의 군단을 이끌던 기운이다. 그는 혈교주라는 인간의 단전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그를 부수어 버릴 듯이 차곡차곡 쌓였다.

       

       “스스로가 살아있는 폭탄이 되려는 것이냐.”

       

       녀석의 의도를 추측하는 일은 간단했다.

       

       혈교주는 자신에게 모이는 그 기운들을 모두 수라쌍극패를 유지하는 양기와 음기로 바꾸었던 것이다.

       

       자신의 몸 바깥에서 합치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기운을 내뿜었던 그 무공을 몸 안에서, 저의 모든 내기를 사용해 펼치면 어찌 되겠는가.

       

       혈교주가 이야기한 대로 성대하고도 화려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겠지.

       

       “바로 눈치채셨군요! 정확합니다!”

       

       혈교주는 자신의 죽음에 미련이 없다는 것처럼 웃음을 지었다. 그러기에 나도 똑같이 웃음을 되돌려 주었다.

       

       참 미련한 작자로구나.

       

       여지까지 내게 당하고도 자신의 뜻이 이루어 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다니 말이다.

       

       “내가 그를 허락할 듯 싶더냐?”

       

       극한의 양기와 음기가 서로 맞부딪힌다는 것은 이 세상의 법도이니라. 본인의 법도 아래에서는 둘의 사이가 달라질 터.

       

       본인이 새로이 규율을 써내리기 무섭게 극한의 양기와 음기가 서로 손을 맞잡고서 융화되었다.

       

       저 둘이 의미가 있었던 것은 서로의 극에 존재했기 때문. 한 자리에 융화되어버리면 저 기운은 그저 평범한 것이 될 뿐이니.

       

       혈교주의 단전에 머무는 것은 그저 많고도 많은 내기가 될 따름이었다.

       

       “…이게. 도대체.”

       

       방금까지 웃음을 짓던 혈교주의 얼굴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보아하니 나름의 필살이었던 듯 싶은데 안타깝게 되었구나.

       

       “이제 대충 볼 것은 다 본 것 같으니 슬슬 끝을 내어보자꾸나.”

       

       본인도 그리 시간이 많은 것이 아니라서 말이다. 벌레 녀석과 언제까지고 놀아주기가 어려울 듯 하구나.

       

       “아니. 잠시. 잠깐만 시간을.”

       

       한 걸음으로 혈교주의 앞에 다가간 나는 가벼운 손짓으로 녀석의 얼굴을 날려버렸다.

       

       *

       

       “…헙!”

       

       어디 깊은 곳에 따로 준비해 두었던 혈교주는 어두운 동굴 속에서 눈을 크게 뜬 채로 거센 호흡을 내밭다가 얼굴을 쓸어 내렸다.

       

       식은땀이 흘러내린 그의 얼굴은 시체처럼 창백했다.

       

       살아. 살아 있는 것인가? 혈교주는 충혈된 눈을 한 채 자신의 몸을 더듬더듬 만져 보았다. 자신의 촉감으로 느끼지 않으면 현실감을 느낄 수 없단 것처럼.

       

       그리고 일련의 모든 과정이 끝난 후 혈교주가 광소를 터트렸다.

       

       푸하하하!

       

       다른 모든 혈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지만 이것만큼은 제대로 작동한 것이군요!

       

       민가 당신도 이것은 몰랐던 모양이지요?!

       

       한참 동안이나 웃음소리로 동굴 안을 가득 채우던 혈교주는 이내 정신을 되찾고 고개를 내려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공포가.

       

       어느 순간부터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감정이.

       

       잃어버렸다 생각했던 삶의 실감이.

       

       그 곳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를 만들어 낸 것은 방금 전의 풍경이었다.

       

       민가.

       

       지닌 육신에 비하여 압도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던 자.

       

       처음 마주했던 그 날 그에게 삶의 실감을 내어주었던 자.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며칠 동안이나 자취를 감추었던 그 자는 오늘이 되어서 자신이 왜 그만한 경지를 가졌었는지를 증명했다.

       

       자신의 본신을 이 곳에 끌고 오는 것으로.

       

       “하늘을 부수고서 이 곳에 당도하다니.”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에,

       

       그녀의 얼굴을 마주했을 때에,

       

       혈교주는 마음 속으로 느꼈다.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 자는 혈교주가 감히 추측할 수 없는 곳에 서 있는 존재라는 것을.

       

       혈교주가 아무리 정상적인 길을 걷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무인은 무인.

       

       무의 하늘이 저 곳에 서 있는데 어찌 그를 모르겠는가.

       

       처음 혈교주는 그를 보고서 환호했다.

       

       저기에 대적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하늘이 자신을 위협하러 왔다는 사실에.

       

       허나 그 환호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와 하늘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가 너무도 거대했으니까.

       

       “푸흐흐.”

       

       혈교주의 눈앞에는 여전히 그 때의 풍경이 생생했다.

       

       자신의 모든 수를 갓난아기 놀아주듯 대응하던 민가의 모습. 그녀가 잡아 뜯은 팔이 재생되지 않던 모습. 발악을 하고 또 다시 발악함에도 불구하고 닿을 수 없었던 모습.

       

       그것은 혈교주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치열한 대결 속에서 찾아올 실감을 바랐지 압도적인 강자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걸 바라지 않았으니까.

       

       “민가 그 자는 신이라도 되는 것입니까?”

       

       세상에 존재하는 규율이 존재하지 않기에 자신의 뜻으로 덧씌우겠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행동인가.

       

       도라는 것은 세상이 존재하던 그 순간부터 이 곳에 있던 것.

       

       그것을 자신의 입맛대로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을 신이라 불러야지 무어라 부르겠는가.

       

       그런 상황은 예측하지 못했던 혈교주는 진실로 죽음을 맞이할 뻔 했지만 상대방의 허술함으로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다.

       

       민가는 신과 같은 존재였지만 전지하고 전능한 신은 아니었던 것이다.

       

       “또 다시 달려 들어봐야 개죽음을 당할 터이니. 당분간은 얌전히 힘을 기르도록 할까요.”

       

       여태까지 쌓아두었던 생기와 강시의 군단은 잃어버렸지만 경지 자체는 여전히 공고하다.

       

       그러니 시간을 들여 민가의 그 방식에 대응할 방법을 찾아낸다면 분명 다음 번에는.

       

       “잠시간의 행복은 즐거웠느냐?”

       

       목소리.

       

       혈교주 자신 밖에 없어야 할 공간에서 들려온 목소리.

       

       삐걱거리며 고개를 돌린 혈교주는 보았다.

       

       하늘이 부서졌던 것처럼 박살이 나버린 허공을.

       

       그 틈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여성의 모습을.

       

       한 손에 곰방대를 든 채 혈교주를 바라보던 그녀는 연기를 내뱉음과 동시에 말을 이었다.

       

       “즐거웠다면 좋겠구나. 그래야 지금 나를 보고서 느낄 절망이 더 커질 테니까.”

       

       아. 하하하.

       

       그렇죠. 그렇겠죠.

       

       세상의 규율을 자신의 뜻대로 재편할 수 있는 사람이 이런 잔재주 하나를 못 느낄 리가 없겠죠.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은 혈교주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신의 모습을 보고서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편히 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말거라. 내 사람을 괴롭히는 데에는 상당한 재주를 갖추었거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벌!

    —–

    칠야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24시간 만에 찾아온 따끈따끈한 다음화입니다! 부디 만족스러우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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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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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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