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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4

    <364 – 지젤의 견제>

     

    지금껏 재단에게 증오를 품을 이유는 몇 번이고 찾아내었다.

    복수를 위한 방법도 진지하게 궁리하였다.

    그리고 시초가 될 조나 와이히엠하이라는 남자가 아카데미에 교수로 취임하는 순간, 지젤은 이제 움직여야 할 때임을 직감했다.

     

    ‘여기서 조나 와이히엠하이의 교수활동을 저지하지 못하면 오크노디의 아카데미생활조차도 재단의 관리 하에 들어가겠지.’

     

    뒤는 뻔하다.

    집사를 향한 정신적인 의존관계가 눈에 보이는 오크노디.

    그녀의 모든 관심사가 친구들이 아닌 재단에게 되돌아가겠지.

    그리고 서서히 버리게 될 것이다.

    재단과의 관계보다 못한 모든 관계들을.

     

    ‘웃기지 마십시오. 당신이 우리에게서 오크노디를 빼앗아가기 전에 제가 먼저 당신에게서 오크노디를 빼앗아갈 겁니다.’

     

    조나 와이히엠하이를 아카데미에서 쫓아내려면 어떤 수를 써야하는가.

    지젤은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다.

     

    “우선 <마나연단법 기초> 강의를 듣는 수강생을 최대한으로 줄여야 합니다.”

    “그게 줄인다고 줄여지겠냐? 게다가 진귀한 연단법의 효능까지 다들 몸으로 체험했는데. 크고 작고의 차이는 있어도 성장의 기회를 놓칠 바보는 없다고.”

    “손오천의 말이 맞아. 요리사인 나조차도 웍 앞에서 견딜 체력이 올랐다는 실감이 들었어. 상위전투직이라면 더욱 열심히 들을걸?”

     

    손오천과 이사벨의 의견도 타당하기는 했다.

    학생들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강의를 찾아다닌다.

    해가 될 강의라면 들으라고 해도 안 듣겠지만 득이 될 강의라면 듣지 말라고 안 들을 학생들이 아니다.

     

    “유언비어. 소문을 퍼뜨리면 됩니다.”

    “무슨 소문을?”

    “가령… 재단의 마나연단법에는 암흑마나가 섞여있어 자신도 모르게 암흑마나에 종속된다든가.”

     

    이사벨이 흠칫 놀랐다.

    손오천도 식겁하긴 마찬가지였다.

     

    “지젤… 때때로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새삼 당신이 아군이라서 정말 다행이네. 그런 무서운 소문을 퍼뜨릴 생각을 다 하고.”

    “동감이다. 저런 녀석이 바위산에 있었으면 수인들은 진즉에 절멸했겠어.”

     

    재단과 암흑상회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어느 쪽의 편을 들지는 명확했다.

    이사벨과 손오천이 아닌 다른 하급반 학생들은 예상 그대로의 반응을 보여주었다.

     

    “들었어? 재단교수의 강의를 들으면 자기도 모르게 암흑마나가 생긴대.”

    “미쳤네. 그거 위험하지 않아?”

    “당연히 위험하지. 암흑마나가 더 많은 사람한테 강제로 복종 당하는 신세가 되는데. 카멜라의 펫 계약서 따위보다도 훨씬 위험하고말고.”

    “재단교수가 사라진다고 우리한테 뭐 크게 해가 되는 것도 아니잖아.”

    “애초에 그 강의, 들어도 약한 애들은 크게 도움도 안 된다며?”

     

    첫 주차의 <건강측정>에서부터 명확하게 드러난 체력 능력치에 비례하는 효력차이!

    하급반 학생들에게는 진귀한 경험일수는 있어도 그렇게 큰 도움은 되지 않는 강의였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강의를 듣겠다는 학생들은 있었지만 군중심리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너희 지금 재단교수의 강의를 소비하는 거야? 너희가 소비한 학점이 나중에 폭탄으로 돌아와서 고국을 불살라도 그 강의 들을 거야?”

     

    지젤의 주도 하에 교묘하게 퍼진 매국노 가스라이팅은 강의를 듣고 싶었던 학생들도 차마 발을 들이기 무서운 분위기를 조장했다.

     

    “아니 강의 듣는 게 매국노랑 무슨 상관이야? 그럼 제국교수 강의 들으면 제국주의자가 되고 변방강의 들으면 변방주의자라도 되나? 참나.”

    “로지니… 그건 딱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실제로 제국주의자랑 변방주의자들은 교수들의 출신과 소속을 따져가면서 강의를 들어.”

    “하. 멍청한 소리 좀 하지 마, 샌드쿠커. 마법사는 빛나는 지성의 추종자라고. 얼토당토않은 선입견이나 편견, 음해 따위에 굴종해서 자신의 지식의 폭을 좁히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아.”

     

    물론 강단 있는 소수의 학생들은 그래도 강의를 듣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지젤은 한층 더 교묘한 소문을 퍼뜨릴 필요성을 느꼈다.

     

    “들었어, 로지니? 다음 주부터 교수님의 과제가 미친 듯이 쏟아질 예정이래.”

    “뭐어? 하, 진짜. 기껏 듣고 싶은 강의가 생겼는데 그러면 감당이 안 되잖아.”

     

    체력이 약한 마법사들은 과제 하는 것도 허덕이는 체력으로 조나 교수의 강의까지 들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2주차 수강을 포기했다.

    로지니나 샌드쿠커뿐만 아니라 사실상 대부분의 하급생들, 심지어는 상급반에서도 일부는 이 시점에서 수강을 포기했다.

    남은 이들은 엄청난 근성과 실력으로 똘똘 뭉친 극소수의 알짜배기 인사들이었다.

     

    흑기사 모브.

    견습숲지기 도로시.

    고속검 록펠.

    광전사 헤스티아.

    동방검객 싱.

    제국2황녀 매스각키.

    용사 이슈타르.

     

    지젤은 남은 이들 중 직접 설득 가능한 이들은 직접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모브. 이렇게 직접 대면하는 것도 오랜만이군요.”

    “지젤 씨. 일전에 갈고리귀신의 정보 건으로는 신세졌습니다. 덕분에 오크노디가 구출하러 올 때, 그 정보를 이용해서 저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조금 이르지만 그때의 빚을 돌려받기를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저, 포인트에는 아직 여유가…”

    “걱정 마십시오. 포인트가 아닌 다른 방식의 상환을 요구하려고 하니. 돈이 들지도, 시간이 들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돈과 시간을 아끼는 일이죠.”

     

    지젤은 단호하게 말했다.

     

    “와이히엠하이 재단에서 파견된 조나 교수의 <마나연단법 기초> 강의를 수강포기 하십시오.”

    “꼭 그래야만 합니까?”

    “이것이 제가 제시하는 상환조건입니다.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포인트를 이용한 정보료 상환이 실행되며, 부족분에 대해서는 강제적인 포인트차입도 각오해야 합니다.”

    “…그 교수는 오크노디의 집사가 아니었습니까? 어째서 오크노디의 사람이 가르치는 강의를 그 아이와 친한 당신이 방해하는 겁니까?”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대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모브의 강한 의지표명.

    여차하면 암흑상회와 척을 질 수도 있다는 모습에서 지젤은 모브의 용기를 느꼈다.

    권력에 편승하기는 쉽지만 거스르기는 어렵다.

    지젤은 어려운 일을 해내는 이들에게 약했다.

    어둠 속을 살아가는 이들은 입으로는 빛을 기피하고 혐오할 수 있어도 마음 속 한편에서는 빛을 동경하기 마련이기에.

     

    “오크노디를 위해서라도 재단과의 연결고리를 끊어야하기 때문입니다. 당신도 강의를 들었다면 알지 않습니까? 뼈가 부러지고 고통을 참지도 못하게 만드는 가혹한 교육의 실태를.”

     

    솔직히 그걸 보면 누구라도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겠지.

    지젤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오크노디에게 직접 교육을 받았던 당사자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훈련하다보면 뼈 좀 부러질 수도 있지 너무 유난 아닙니까?”

    “허어?”

    “불타는 링 속에 뛰어들기도 하고 세숫대야에 머리를 박고 심폐지구력 늘리기 훈련도 하고 중갑옷을 입고 강 밑바닥에서 헤엄쳐 올라오기도 하는데 솔직히 뼈가 부러질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아니 그게 무슨…”

     

    미친 소리냐고 반문하려던 지젤은 모브가 자신의 훈련코스를 그대로 언급한 것뿐임을 깨달았다.

    오크노디가 재단에게 받았을 훈련코스를 그대로 받았을 모브 입장에서는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평상시의 훈련과 비슷한 수준!

    애초에 비교대상이 잘못된 것이다.

     

    “…정 그리 생각한다면 계속 들으십시오. 대신, 암흑상회에 포인트를 변제하는 것만큼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겁니다.”

     

    이러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포기하겠지.

    그의 의도와 달리, 모브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마법시계를 통해 포인트를 전송했다.

     

    “하급반 학생이 대체 어디서 이런 거금의 포인트를!?”

    “교수님들은 강의를 힘들게 듣는 학생을 기특하게 여기더군요. 특히 기사학부 교수님들이 보너스를 많이 주셨습니다.”

     

    그냥 들어도 힘든 신체관련 강의를 중갑옷을 입고 듣는 열정을 높이 평가받은 모브!

    본의 아니게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조아 해병>의 성장루트를 밟아나가는 그였기에 벌어진 혜택이었다.

    결국 지젤은 모브에 대한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그래도 괜찮다. 모브 한 명쯤이라면.’

     

    모브는 하급반치고는 근성도 있고 유능한 학생이지만 암흑상회를 따르는 학생들도 2학년 선배들도 포함해서 아직 잔뜩 남아있지 않던가.

    숲지기 도로시나 고속검 록펠, 광전사 헤스티아 같은 사람들을 설득하면 된다.

     

    “싫어!”

    “도로시가 듣고 싶다면 저 역시 들을 겁니다.”

    “재단이 위험하니 더더욱 오크노디 곁에 있어야지.”

     

    지젤의 마음먹기와 다르게 상급반 학생들은 자기주관이 뚜렷했다.

    하지만 모브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했던 것과 달리, 이들에게는 옭아맬 수단이 아직 남아있었다.

     

    “암흑상회의 정보망을 이용해서 도로시 양의 고향 숲에 대한 소식을 대신 알아봐드릴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협상이 가능하겠습니까?”

    “정말로!? 숲에 두고 온 뽀삐가 잘 지내는지도 걱정되는데 살펴봐줄 수 있어?”

    “애완동물입니까?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도로시가 넘어오니 그녀의 수족처럼 졸졸 따라다니는 소꿉친구 록펠은 덩달아 포기했다.

     

    “헤스티아 님에게는 오크노디가 아직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식을 몇 종 드리겠습니다. 이게 있다면 오크노디와 함께 사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강의시간에도 같이 있을 수 있는데? 동아리도 같이 다니고 있고.”

    “대신 강의시간이나 동아리 도중이나 단 둘이 보내는 시간은 아니겠죠.”

     

    마나연단법이 아니라도 이미 마나연공법을 오크노디에게 전수받고 있는 입장에서 굳이 헤스티아는 무리를 할 이유가 없기도 했다.

    헤스티아도 이것으로 기권 완료.

     

    “베여죽고 싶다면 소원대로 베어주마.”

    “…”

     

    싱과의 교섭은 시작부터 실패했지만 강의를 듣는 학생은 이걸로 크게 줄었다.

    모브, 싱, 매스각키, 이슈타르, 오크노디.

    고작 다섯 명만이 듣는 강의.

    소문에 따르면 전대용사파티의 일원, 디스트로이어의 강의를 겨우 세 명이 듣는다는 이야기도 나돌지만 디스트로이어는 무려 용사파티의 일원.

    조나와는 입지부터가 달랐다.

     

    애초에 이 강의, 토요일 오후2시부터 시작된다.

     

    학생들이 휴식해야 할 시간에 열린 강의를 몸을 혹사해가며 듣기도 쉽지 않은 것이다.

     

    ‘그 힘든 강의를 계속 이어나가려면 학생 수라도 많아야겠죠. 디스트로이어 교수와 달리 조나 교수는 제국교수들의 표적이 되었을 테니까요.’

     

    충분한 학생수를 유지하지 못하면 조나 교수의 강의는 교수들의 정치적 분쟁에 의해 자연스럽게 폐쇄되는 결과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지젤! 요즘 하고 다닌 짓은 다 들었어요.”

     

    문제가 있다면 오크노디가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것.

    그런데 이 아이,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었지만 오늘도 또 한 번 예상을 넘어섰다.

    재단의 품에서 그녀를 격리하기 위한 변명을 열 개도 더 생각해뒀건만 그 변명을 하나도 못 써먹을 사태가 벌어졌다.

     

    “잘하셨어요!”

    “…예?”

    “좋은 거 너무 나눠 먹느라 배알이 꼴렸는데 작업을 잘 해주셔서 저희만 먹을 수 있게 됐잖아요?”

    “…저도 그 강의는 신청을 포기했습니다만?”

    “우왕. 다른 학생들을 포기하게 만들려고 타의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셨구나!”

     

    사람들이 강의를 못 듣게 하니까 더 좋아한다.

    미움 받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마음 뒤에는 더욱 큰 심란한 마음이 일어났다.

    이건 신뢰의 표현이었다.

    학생 수가 적어도 조나의 교수직에는 문제가 없으리라는 굳건한 믿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신뢰만큼이나 조나에 대한 깊은 신뢰도 담겨있다.

    나는 저런 순수한 믿음을 배신한 건가.

    지젤은 어쩐지 수치심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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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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