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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5

       방송은 순조롭게 성장 중이었다.

        

       아직 대기업이라고 할 정도의 시청자 수는 아니었지만, 들어오는 후원 금액은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슬슬 다른 스트리밍 사이트에 녹화본을 올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그건 일단 보류해두기로 했다.

        

       나는 편집을 할 줄 모른다. 앨리스와 클레어는 이제 막 한글을 배우는 중이다. 물론 학습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긴 했지만, 그렇다고 전문 영상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을 만큼 한글에 도가 튼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끌어들일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우리 세 사람과 얽혀봐야 얼마나 오랫동안 그 사람과 일할 수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언젠가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우리를 위해 편집하고 채널을 운영해줄 사람은 여기서 계속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마지막에 월급조차 제대로 주지 않고 돌아가 버리면, 우리 세 사람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질 거다.

        

       나는 내가 내 고향에서 그런 이미지로 기억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저 어제 세 분 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우리 셋은 벽에 부딪혔다.

        

       “……그렇습니까?”

        

       그냥 채팅이었다면 읽지 못한 척 넘겼겠지만, 후원이었기에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본 곳은 비밀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저희도 사람인지라, 방송하지 않는 시간에는 쉬기도 해야 하니까요.”

        

       그 후원을 했던 사람은 네, 하고 대답했다. 이번에는 후원이 아니라 채팅이었다.

        

       [근데 실물로 보고 싶기는 하다]

       [조명 없이 저정도면 실물도 예쁘긴 할듯]

        

       그야 그렇겠지. 게임 속 히로인들과 똑같은 외모인데.

        

       ……진짜로 만나면 어쩌지.

        

       우리가 사는 곳은 서울이었다. 서울에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을 더하면 이 나라 인구수의 절반 정도다. 경기도에서도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야 서울이 ‘생활권’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서울과 서울 근처 위성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야 당연히 밖을 돌아다니다가 얼굴을 보게 될지 모른다.

        

       우리가 주말에 쉬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이 서울에 출근했다가 월요일, 화요일에 놀고 있는 우리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자 스트리머들이 스토커한테 시달렸다는 이야기를 몇 번 정도 들은 적이 있다.

        

       우리야 언제나 세 사람이 함께 다니니 혼자 사는 사람보다는 훨씬 안전하겠지만.

        

       “혹시나 해서 말씀드립니다만, 저희를 찾아오거나 하지는 말아주십시오. 혹시라도 선을 넘는다면 절대로 선처하지 않겠습니다.”

        

       [ㄷㄷㄷㄷㄷ]

       [ㅔ]

       [ㅔㅔㅔ]

       [법대로해야지 그런건]

        

       그래도 이 중에서는 아직 범죄자의 모습이 보이는 이들은 없어서 다행이다.

        

       여신의 심기를 거스르고 거슬러서 결국 못 참고 우리를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게 만들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인지도가 있어야 했지만, 나는 그 인지도가 ‘대기업 스트리머와의 합방’ 같은 것이 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분명히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 될 테니까.

        

       클레어와 앨리스 쪽을 보았더니 두 사람도 꽤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판단이 빨라서 좋다니까.

        

       이 정도면 그래도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아도 되겠지.

        

       *

        

       게임이 그렇게까지 스펙터클하지 않다는 것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보통 스트리머들은 게임 방송을 하더라도 게임 하기 전 짧게라도 소통하면서 일종의 예열시간을 가지지만, 우리는 굳이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내 말주변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고, 그렇다고 앨리스와 클레어에게 대화를 맡기기에는 조금 불안했다. 빠르게 적응해나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두 사람 다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게임 자체가 다소 느린 템포의 게임이다 보니, 게임을 하면서 엄청나게 집중할 필요는 없었다. 적어도 액션 게임처럼 말할 시간도 없이 손을 움직여야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맵은 이미 알고 계시네요]

        

       “전작을 해봤기 때문입니다. 맵은 거의 재탕인 것으로 보입니다만.”

        

       양심도 없지.

        

       아, 그렇다고 완전 재탕은 아니고, 맵이 좀 더 넓게 확장되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있던 곳에 구현되지 않은 부분이 늘어난 수준이라서 확장팩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뭐 원래 이 시리즈 후속작이 언제나 그랬다만.

        

       그래도 보통은 ‘완전히 새로운 지역’도 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시간을 되돌린다는 이유로 이번 편은 유독 그 재탕의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솔직히 좀 익숙하네.”

        

       “가본 적이 있으니까.”

        

       루테티아의 지하를 헤매고 있는 내 뒤에서 클레어와 앨리스가 대화를 나누었다.

        

       [??]

       [ㅋㅋㅋㅋㅋ전작 해봤으니 가보긴 했겠네]

       [아 진짜 히로인들이라고 ㅋㅋㅋㅋ 보면 모르냐]

       [레오는 어디 있어요?]

        

       “레오는 우리 있던 세상에 그대로 있어.”

        

       채팅을 읽던 클레어가 말했다.

        

       [ㅋㅋㅋㅋㅋㅋ]

       [ㅋㅋㅋ]

       [이건 좀 오그라든다]

        

       오그라든다는 사람을 굳이 밴 하지는 않았다.

        

       솔직히, 전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 처지에서는 너무 몰입해서 컨셉을 잡은 것으로 보이겠지.

        

       슬슬 인터넷에 우리 이야기가 올라간다고 해도 나는 전혀 놀라지 않을 거다.

        

       “아, 여기는.”

        

       옆에서 게임을 지켜보던 앨리스가 중얼거렸다.

        

       지금 내가 레오를 조작해 들어간 곳은 제도의 하수도였기 때문이다.

        

       내가 앨리스, 샤를로트와 함께 들어갔던 하수도.

        

       원래대로라면 조금 더 나중에 들어와야 했던 곳이었지만—

        

       [실비아가 여기로 들어왔다는 말이지?]

        

       [그래, 확실해.]

        

       지금은 조금 다른 이유였다.

        

       레오를 조작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퀘스트를 하는 사이에 실비아가 여기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레오가 와서 확인한 거니까.

        

       만약 하수도에 정말로 용건이 있었다면 문의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가지는 않았을 거다.

        

       실비아를 바로 따라갈지 아닐지 고민하던 레오는, 역시 다른 사람을 불러 함께 들어가기로 했다.

        

       ……사실 시간을 끌면 실비아가 다시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 느긋한 결정이긴 했지만, 원래 JRPG에서는 동료를 순식간에 불러오는 것이 보통이니까.

        

       만약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떤 식으로 흘러갔을까.

        

       레오와 클레어가 의뢰를 전부 처리하기 위해 새벽에 밖으로 나섰듯, 근처에 우연히 지나가는 동료들이 있었을까?

        

       뭐, 게임 안쪽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내가 겪은 일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중이니 상상한다고 의미가 있지는 않았지만.

        

       “…….”

        

       “왜 그렇게 보십니까?”

        

       앨리스가 나를 빤히 쳐다봐서, 나는 물었다.

        

       “너도 저런 식으로 먼저 하수구에 들어갔던 거야? 그래서 길을 알고 있었던 거고?”

        

       “아닙니다. 저는 게임으로 플레이해봤으니까 알고 있었던 겁니다.”

        

       “……길이 저렇게 복잡한데?”

        

       레오, 앨리스, 샤를로트, 클레어로 이루어진 파티로 하수구 안을 누비는 것을 가리키며 앨리스가 말했다.

        

       “전작에서도 나왔으니까요.”

        

       “전작에서도 복잡했는데?”

        

       “전부 외울 만큼 열심히 했으니까요.”

        

       “게임을?”

        

       “…….”

        

       뭐.

        

       왜.

        

       너도 공부할 때 전부 외우겠다고 교과서 몇 번이나 읽었잖아.

        

       게임이랑 공부는 다르긴 하지만 말야.

        

       “언니, 앨리스랑 따로 저런 곳을 모험했어?”

        

       “…….”

        

       나는 클레어의 말에도 차마 대답하지 못하다가,

        

       “그때 당신은 레오와 의뢰를 수행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클레어는 납득하지 못한 듯 입을 삐죽였다.

        

       [지금 게임얘기하시는거죠?]

       [여러분 게임중독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무슨현실얘기하듯 하네ㅋㅋㅋㅋㅋ]

       [컨셉확실하네요]

        

       컨셉 아닌데.

        

       물론 그렇다고 정정할 생각은 없다.

        

       우리가 방송하면서 이렇게 필터링 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저 사람들이 결국 그렇게 믿도록 만들기 위한 거니까.

        

       몇 사람이라도 상관없다. 질서를 깰 정도면 된다.

        

       사실 이게 제대로 된 방법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시도라도 해보려는 거니까.

        

       하수구 안에는 여러모로 몬스터가 많았다. 박쥐 모습을 한 짐승이나, 커다란 쥐라던가…… ‘던전’이라고는 하는데 역시 다시 봐도 제도 아래 있을 짐승들은 아니었다.

        

       게다가 난이도도 생각보다 어려웠다.

        

       “……진짜 있네.”

        

       그런 몬스터를 하나하나 해치우면서 나아가 한 방 안에서 푸른색 마르마로스를 획득하자, 앨리스가 조금 허무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뭔가, 마술의 트릭을 알았는데 정말 별거 아니었던 것 같은 기분이야.”

        

       ……거참 미안하게 되었네.

        

       “어, 이거 언니가 미아 준 거 아냐?”

        

       “그렇습니다. 앨리스, 샤를로트와 함께 찾은 마르마로스였죠.”

        

       “……우우, 나만 몰랐네.”

        

       [ㄱㅇㅇ]

       [귀여워]

       [700700]

        

       사람들은 컨셉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일까? 아까 우리가 대화하던 때보다는 거부감을 느끼는 듯한 채팅은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그 채팅에 동의했다.

        

       그러게. 귀엽긴 귀엽다.

        

       솔직히 주민등록증에 성인이라고 되어있는 게 무리수라고 느껴질 정도로.

        

       물론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표정이 무너지지 않도록 고정한 채, 나는 레오를 열심히 조작했다.

        

       그리고—

        

       [……실비아, 여기서 뭐 하는 거야?]

        

       —하수구 천장에 폭탄을 잔뜩 설치 중인 실비아를 만났다.

        

       …….

        

       ……뭐요? 폭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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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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