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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5

        

         초소형 정찰 드론, 일명 첩보 드론.

         이 분야는… 21세기에도 제법 많은 발전을 이룬 데다가, 실전에서도 꽤나 공격적으로 활용되던 분야라고 기억한다. 음, 아마도.

         

         손가락보다 조금 큰 수준의 비싸디 비싼 정밀 기계 공학의 진수이자, 동력부와 고해상도 카메라에 몇 가지 부가 기능을 장착하여 자율 비행 및 촬영이라는 최소한의 목적만을 달성하기 위해 제작된 호화로운 첩보 용품의 일종이랄까.

         

         단일 회전 날개(Rotor Blade) 구조로 인한 안정성 감소라든가, 미세 소음 억제 때문에 많은 걸 포기했다든가, 또 도무지 가성비를 따지자면 답이 없는 물건이라든가. 이점 자체는 확실하지만 현실적인 장애도 그만큼 분명하단 평가가 한가득.

         

         여기에 이제 미래 세계 메트로폴리스형 도시 특유의 과할 정도로 높은 전파 밀도와 인공 난기류 같은 환경 요소까지 더해지고.

         

         전문적으로 드론을 노획해서 팔아 치우는 걸로 생계를 유지하는 꾼들, 안 그래도 사이버웨어 프로그램과 임플란트를 통한 불법 녹화 및 녹취 문제가 심각하여 이루어진 민간 제재마저 합쳐지면….

         

         짜잔, 드론 택배가 일상화된 동네일지언정 정해진 항공로를 따르지 않는 개인 운용 무인기를 굴려먹기 더럽게 힘든 환경이 완성된답니다? 예.

         

         덕분에 내 취향과 제로의 선호를 모두 합친 파견 병단을 조립하며 노는 나날을 보냈음에도, 아무래도 기반이 전 엑사테크 기술자께서 직접 만든 기동 부대인지라 여차할 경우 써먹을 소형화 드론은… 암시장에 올라온 중고 매물을 채용해야 했다는 소리다.

         

         물론 세상에서 가장 기계를 제 몸처럼 다룰 수 있는 전문가, 제로의 손길에 따라 적절한 가공과 정비를 거치긴 했지만. 그렇다고 기존에 없던 기능이 갑자기 생긴다거나 제품 품질이 극단적으로 상승할 리가 있나?

         

         더군다나 저쪽 통신 상황이 꽤 많이 열악하다는 것도 여러 차례 강조하였으니… 내가 쳐다보는 화면 꼬라지가 어땠는지 다들 대충 감을 잡았으리라 믿는다.

         

         기본적으로 열화상이란 피사체가 발산하는 열선을 가시화시켜 화상을 구성하는 기술.

         

         거기에 이제 드론이 자체적으로 뿜어내는 고주파 파장의 반사 감지 및 표면 측정을 통한 입체 구조 파악 능력, 박쥐 그것과 유사한 기능마저 발휘하는 걸로 각종 장애물로 가려진 벽 너머를 식별할 수 있는 건 분명 막대한 장점이지만.

         

         배부른 소리를 하며 그걸 부정할 마음까지는 없지만…!

         

         “겁나 눈 아파!! 어지러워! 막 누군가의 그래픽카드가 숨 넘어가고 있는 걸 구경하는 기분이네 이거!”

         

         푸르면서도 거무스름한 배경에 적, 녹, 황색의 찬란한 원색 그림자가 마구 일렁거리는 모습은 가히 오래된 컴퓨터의 최후 단말마처럼 느껴졌다.

         

         아, 사이키델릭이란 어감만으로도 화려하고 번쩍이는 느낌을 주는 용어 자체가 환각제(Psychedelic drug)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혹시 여러분은 알고 계십니까?

         

         왜 그 있지 않나. 마리화나… LSD 같이 다른 마약들에 비하면 중독성이 상대적으로 약함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압도적으로 강렬하고 주는 경험이 워낙 유니크해서 예술가들이 많이 쓰곤 했다는 약물들.

         

         거기서 몽롱한 약 기운 따위 없이 온전히 물감 번지는 시각 효과와 파동만을 추출해서 하나의 잠입 액션 영상물로 만들면 지금 이것과 비슷한 물건이 나오려나.

         

         그간 데이터 부스러기조차 무게감이 있게 인식되던 심상 영역과 가상 현실에 더불어, 세간의 각종 초고해상도 시청각자료에 익숙해졌던 몸과 그로 인해 높아진 기준점이 이걸 지금 나보고 쳐다보랍시고 앞에다 던져준 거냐며 새삼 투정을 부려왔다.

         

         제로가 그나마 외곽선을 말끔하게 처리해주었기에 유령처럼 흐느적거리는 이미지는 덜했으나, 여전히 거슬리는 것투성이인 화면이다.

         

         오죽하면 사람 두 눈보다 사람이 인식하기 좋은 최종 필터가 어디 있다고. 사이버웨어가 안구 해상도를 재조정하거나 디스플레이의 프레임 레이트 설정을 만지라는 둥 이상한 충고를 하고 자빠졌달까.

         

         난 진짜 순수한 맨눈이야 인마! 그 레오나르조차 별도 개조 시술을 안 받은 퓨어였냐며 놀란 일반인! 전신에 갈아 끼울 부품 같은 건 없다고!

         

         이제 2년 가까이 쓰고 있는 데다가, 부착된 외부 임플란트가 없다는 것도 확실하게 인식시켜 놨는데도. 가끔 그런 인간이 어디 있냐며 열 받게시리 반론을 하고 있냐 요건.

         

         – …놈의 외형과 행동거지를 들키지 않은 채 직접적으로 촬영할 수 있는 최적 경로를 찾아서 비행 중입니다. 그때까지만 이걸로 어떻게든 참아주시길. –

         

         “아니, 필요한 부분은 다 대략적으로 알아볼 만해서 괜찮은데. 하필 궁금한 외형이 너무 대략적으로 보이는 게 좀…… 아닌가? 어차피 전신에 전술 장비를 둘둘해놓은 상태라 가시 광선으로 촬영해도 그건 의미가 없나?”

         

         머리엔 일체형 방독면 일식을 착용하고 몸 쪽에는 각종 장구류와 수납형 도구들을 주렁주렁 달은, 꽤 준비성이 철저함에 감탄이 나오면서도 동시에 숨이 턱 막히는 모습의 남자가 꾸물꾸물 움직인다.

         

         물론 여기서 ‘꾸물꾸물’이라 표현한 건 어디까지나 열화상 실루엣이 남기는 미약한 잔상 때문이었지, 그의 행동 자체는 정해진 액션과 루트를 답습하듯 굉장히 절도가 흘러 넘쳤으니.

         

         체격 차이 때문에 이런 방면에서 안정적인 중거리 교전을 선호하는 나와는 달리,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경우 확정적으로 반격을 당할 수 있다는 게 두렵지 않은지 거침없는 압박 교전의 연속. 숫제 약자 멸시에 가까운 몰아붙이기가 내 눈길을 사로잡고 흥미를 끌어당긴다.

         

         경비로 추정되는 이를 뒤로부터 급습하여 상상이상으로 깔끔하게 테이크다운.

         그런 다음, 곧바로 자리를 옮겨 방금 무력화한 대상과 페어를 이루는 짝들을 우선적으로 노려 재차 의식을 끊어 놓기.

         

         경비조 상호간의 정시 연락과 위치 트래킹을 통한 조기 발각을 경계하는지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내버려둔다고 어디로 사라지지 않는 몸뚱어리들을 그럴싸하게 지형지물에 기대 쉬는 것처럼 배치해 놓고 가는 건…. 나 원 참, 상당히 웃기는 새끼네 이 친구?

         

         “제법…? 아니, 칭찬할 점 이외에는 영 어설프다 생각했는데. 성과만 보면 좀 치는데?”

         – ……. –

         

         나름 높은 가산점을 줄만하다. 그 태도와 적극성만은.

         

         어딘가 살짝 어설픈 풀이과정과 다르게. 마치 정답지를 훔쳐보기라도 한 것처럼, 만약 나한테 해킹 없이 전투만으로 풀이를 맡긴다 쳐도 똑같이 나올 법한, 모범 답안과 한없이 가까운 결론을 보여주는 것도 그렇고.

         

         주인공이라는 막강한 딱지를 떼고 볼 경우, 강압적으로 협상한 결과물이라 한들 일단은 기업 사유지, 거기에 몰래 무단 침입한 복면을 뒤집어쓴 괴한이나 마찬가지인 주제에.

         본인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당연히 아무도 없는 지하 공간이라 여기고, 중간중간 긴장을 풀 듯 자기 머리를 퍽퍽 때리고 천장을 보며 한숨을 쉬는 둥 얼빠진 면모를 자랑하기까지.

         

         뒤늦게 나쁜 점을 발견하더라도 마냥 미워하기 힘든 묘한 인간미의 향연. 무한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나선 행동이라기 보단, 절박함을 하나의 원동력으로 삼아 한걸음 한걸음 지면에 발자국을 남기며 나아가는 그 강렬한 모습은.

         

         어떤 면에서는 초창기에 믿고 등을 맡길 사람 한 명 없이 만사에 배수의 진을 치고 임하던 나와 묘하게 닮아 있어서, 집에 누워 한껏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던 심장 박동을 조금씩 시끄럽게 만들었다. …엄청 쓸데없이.

         

         ‘그래, 맞아. 무작정 움직이는 게 아니라, 거기선 한 타이밍 쉬었다가 뒤돌았을 때 큰 통로로 나가면 무조건 안 들킬 수 있지! 바로 공허 광물이 있는 최심부로 내려가는 대신, 나중에 뒤에서 튀어나올 드론 담당자를 잊지 않고 임시 천막 안쪽까지 들어가서 미리 때려눕힌 것도 눈썰미가 제법…?’

         

         여차할 때 나서서 도와줄 일이 생길까 싶어 준비한 제로 부대가 무색하도록, 초견이라면 당연히 못 보고 지나치는 편이 더 쉬웠을 기믹조차 꼼꼼하게 챙긴다라….

         

         어련히 이쪽의 의도에 따라 보조를 맞춰주는 제로와는 완전히 다른 벡터에서, 아무 기대도 안 하고 있던 인재가 돌연 나타나 내 높은 ‘네오 헤이븐에 대한 기대치’와 내심 그리던 ‘이상적인 사이버펑크 모험’ 욕구마저 충족시켜 준다고?

         

         아까 전에 미처 결론을 내리지 못한 고민과 합쳐져 마음 속 거슬림은 그 크기를 무럭무럭 키워 나가고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이름 모를 우리의 주인공 씨는 대리 만족과 충족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이게 혹시… 각자에게 반강제적으로 부여된 역할로부터 파생되는 보정이나, 인위적으로 증폭 당한 감정으로부터 촉발된 텅 빈 소감이었다 쳐도 말이다.

         

         “……아니,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 내 감정은 근간이 확실해.”

         

         – 혹여나 무슨 문제가 있으시다면…. –

         

         “아무 일도 아니니까 괜찮아. 응, 아직은.”

         

         간만에 말이 통할 것 같은 유망주, 그 싹수부터가 남다른 우량아를 마주친 기대감에 따른 이 설렘은 오롯이 나만의 것.

         

         사실 ‘주인공은 흔한 어중이떠중이들과는 무언가 다를 거야.’라는, 일방적인 억지에 가까운 나만의 욕심이 보답받은 것 같아서 지나치게 흥분했던 것뿐이다.

         

         윤리가 어긋나 있다면 뿌리부터 뜯어고치면 그만. 일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면 내가 얼마든지 옆에서 도와주면 된다. 그 성격이 지랄맞다면… 어흠! 귀찮지만 손수 예절 교육도 마다하지 않으마.

         

         그렇지만 그 근간이 단지 우연치 않게 힘을 얻은 쓰레기라면 정말 여러모로 답이 없었는데. 이럼 엄청 잘된 일이지 뭐. 이 부분은 일단 의심의 여지가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

         

         방독면 남자가 경비 체제에 긴급 알람이 울리기 전에 무사히 임시 가설 승강기에 탑승하여 채굴기기가 자리한 지하 최심부 공동으로 내려가고, 첩보 드론이 미약한 전파 연결에 의존한 채 수직 굴을 따라 조심스럽게 강하하기 시작한 걸 확인한 나와 제로는 잠시 시선을 외부로 돌렸다.

         

         뭐 크게 떠들만한 좋은 일이라고, 여태 가급적 말을 아끼고 있었지만… 밖에서는 또 다른 총격전이 한창이었으니까.

         

         기업이 자기네 땅에서 무언가를 털어간다는 개념 자체에 분노하여 시위를 일으킨 거주민 무리.

         와중에 인파 곳곳에 선동꾼 역할로 숨어 폭력 사태를 촉발하고 있는 아르카디아 사이비 새끼들.

         

         안에서 쓰러진 경비원이 슬슬 발견되어 죽어라 조력 무전을 였음에도 불구하고 조력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건, 상기한 이유에 따라 여분 인력이 전부 폭동 현장에 투입되었기 때문이리라.

         

         구호 단체만도 못한 지원조차 똑바로 안 해줄 거라면 너희들이 도시 외부라 선을 그었던 할렘가에서 발을 빼기라도 해라! 라는 주장에 다수의 목소리와 유무형의 힘이 실리기 시작할 무렵이다 정확히.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업무 공조와 원활한 경계 근무가 이루어지는 건 말도 안 되지. 음, 안 되고 말고.

         

         어? 저것 좀 보라, 메가코프 소속 초인과 비교하더라도 전혀 꿀리지 않는 피지컬을 지닌 유명 칼잡이 용병께서 작동 정지한 드론을 보자마자 순식간에 철조망을 타고 넘어 지하로 쏘옥 들어갔잖아?

         

         ……이 오프닝 이벤트에서 헬레나가 항상 딱 맞춰 등장하는 비결이 뭔가 했더니, 저렇게 기웃거리다가 빈틈이 생기면 사양 않고 얼른 주워 먹는 거였구나. 음.

         

         “흐흥…♪”

         

         하여간 이럼 있어야 할 사람 둘이 한 자리에 얼추 모이게 된 셈이다.

         

         자, 이젠 어떡할 거야. 예비 주인공 씨.

         

         그야 노릴 목표물이 거기에 있으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거긴 오가는 길이 하나뿐인 막다른 골목이라고? 심지어 미니 보스 러쉬까지 포함한 바겐 세일 대폭탄.

         

         원래는 댁이 여기서 헬레나한테 한 차례 죽는 게 네오 헤이븐의 줄거리인만큼, 난 오늘만큼은 아마 최후의 최후까지 방관자 역할을 고집할 계획이지만.

         

         정말 위급할 경우엔 긴급 전화를 걸어 헬레나에게 언니를 연호하며 부탁하는 한이 있더라도 살려줄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긴 할 거다. 그러려고 지금껏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거니까 그건 믿고 맡겨도 좋다.

         

         하지만 사실상 이게 그의 이야기, 그리고 내 서포트 프로젝트의 시작이나 다름없는 만큼. 조금 가혹하더라도 사력을 다해 스스로의 앞길을 개척하는 고집 정도는 보여줬으면 하는 게 내 작은 바람이긴 하다. 응.

         

         최강의 용병에게 져서 그대로 거기 파묻히던가, 그게 싫으면 아슬아슬하게 죽음을 딛고 일어서던가.

         

         어디 한번 모두가 만족하는 방면으로 가는 선택지를 골라 줬으면 좋겠네? 난 나대로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조용히 기대하고 있을 테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반으로 갈라져서…… 죽으면 안 되지!!
    살아라 벌레 같은 놈!

    GC아수라 님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해당 코인은 아X시스 생수가 되어 수분으로 치환될 예정입니다. 다들 물 많이 마시세요…! 작년 여름보다 일찍 더위가 와서 그런가 정말 컨디션이 말이 아니네요.

    익명을 희망하시는 독자 님의 1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걱정하신 부분은 수정해드리겠습니다!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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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Status: Ongoing Author:
No matter how many times I repeated the episodes, I couldn't clear the true ending of the open-world shooting RPG, Neo Haven. Just when I thought I finally cleared the hidden true ending... they want me to actually clear it without any help from the game system or save/load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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