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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6

        

       무도한 자 셋이 들어왔다.

         

       마땅히 손님이 가져야 할 예의도 갖추지 못한 무뢰배들이었으며, 주인을 존중하기는커녕 부름도 없이 들어오는 꼴이 객(客)에는 한없이 먼 작자들이었다. 주인의 허락도 없이 흙발로 집에 들어오는 것이 도둑과 같으며, 날붙이를 들고 주인을 위협하려 하는 꼴이 무도한 도적과 같았다.

         

       다만 그 행동거지가 어리석기 짝이 없었으니.

         

       나간 이는 아무도 없었다.

         

         

         

        * * *

         

         

         

       “이상하군.”

         

       숙소의 무인들은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이 좋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돌아오지 않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작 애송이 주술사 집 보고 오는 일인데, 대체 왜…?”

         

       박진성 주술사의 거처로 잠입했던 셋이 돌아오지 않았다.

         

       삼엄한 중요시설도 아니고, PMC들이 잔뜩 들어차 있는 권력자의 집도 아니고, 군부대에 직접 잠입하는 것도 아니다.

         

       고작 주술사의 집이다.

         

       그것도 나이 많은 주술사도 아니고, 경험 많은 주술사도 아니고, 주술이 유명한 나라의 사람도 아니다.

         

       주술 불모지.

       갓 성인이 된 핏덩이.

       경험이라곤 눈곱만큼도 쌓아보지 않았을 애송이!

         

       그런 애송이의 집에 한둘도 아니고 셋이나 갔는데, 대체 왜 돌아오지 않는단 말인가?

         

       그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그럴 리가. 좀 자만하는 기색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일본의 무사들이야. 그것도 잠입과 관련해서는 우리보다도 나은 녀석들이라고.”

         

       “그럼 대체 왜…?”

         

       “일을 끝내놓고 어디서 놀고 있는 거 아냐?”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그들이 생각하는 셋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일을 마치고도 남아야 하는데, 소식 자체가 없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실패할 리가 없는데 돌아오지 않는다?

         

       이게 말이나 되냔 말이다.

         

       “한국에 기생? 이라는 매춘업소가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거기 간 거 아닙니까?”

         

       “그거 없어진 게 몇십 년 전인데 무슨. 그리고 이 조센징 놈들의 성 산업이 형편없는 건 유명하지 않은가?”

         

       “혹시 캬바쿠라(キャバクラ)같은 곳을 간 거 아닐까요? 아무리 성 산업이 형편없다고 해도 그 정도는 있을 거 아닙니까?”

         

       “그렇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말도 없이 그런다고…?”

         

       그렇기에 그들은 상식적으로 판단했다.

         

       이 빌어먹을 놈들이 일을 다 끝내놓고, 말도 없이 어딜 놀러 간 게 아닐까 하는 당연한 추측을 한 것이다.

         

       게다가 이 추측의 바탕이 되어주는 것도 있었다.

         

       바로 박진성이 있는 빌딩으로 갔던 무인들이, 평소에도 여자를 밝히는 녀석들이었다는 것이다.

         

       여자를 밝혀서 소프랜드(ソープランド)를 출근하듯이 드나드는 것은 기본이었고, 여자 여럿과 살림을 차릴 정도로 문란한 성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인지 임자 있는 여자를 꾀거나, 고귀한 신분의 여자를 꾀거나 하는 일은 없기는 했지만…. 그런데도 애인을 계속해서 갈아치우는 꼴을 보고 있자면, 익힌 무공이 색공(色功)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였다.

         

       거기다가 그들의 성정이 좀 오만하고 제멋대로라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가문에서 귀하게 대접받아서 그런지 그들은 오만했으며,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까다롭게 굴었다. 얼마 전 와타나베에게 했던 행동만 보더라도, 그들에게 겸손이라는 것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차라리 재능이라도 없었다면 금방 교육받고 고치기라도 했으련만.

       안타깝게도 오만한 성정에 크게 모자라지는 않을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들에게 참교육으로 겸손을 심어줄 수 있는 이들은 없었다.

       그들과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은 그들을 당해낼 수 없었고, 그들에게 패배를 심어줄 수 있는 사람들은 그들보다 나은 환경에 있었기에 ‘환경 자체가 틀리다.’, ‘우리보다 윗줄에 있는 사람이니까 지는 건 당연하지.’라면서 자기합리화를 하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그들은 아직 오만한 성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한 몸으로 움직이는 상황이니 기본적인 지시는 따르기는 했지만….

       원래 오만한 사람들이, 군대같이 엄정한 규율이 유지되는 집단도 아닌 대충 여러 가문에서 사람을 보내서 만든 임시 조직에서 얼마나 몸조심하겠는가?

         

       “아니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그렇지….”

         

       “우리가 여자를 만나는 걸 막기를 했어? 눈치를 주기를 했어? 무인이 여자 만나는 게 뭐 흠이 된다고. 그냥 당당하게 여자 안고 오겠다고 말하고 가면 되는 거 아니야?”

         

       그렇기에 그들은 은연중에 ‘임무를 끝내놓고 여자를 만나러 갔다.’라는 의견을 믿기 시작했다. 그들이 생각하더라도 그 셋은 그런 행동을 보이기 충분한 사람들이었으니까 말이다.

         

       『 아, 끝나고 좀 쉬다가 왔습니다. 그래도 숨은 돌려야 될 거 아닙니까? 』

         

       그들은 능글맞은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셋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었다.

         

       “후우…. 조금 더 기다려봅시다. 그래도 금방 오겠지요.”

         

         

         

        * * *

         

         

         

       그들은 기다렸다.

         

       무인 셋이 연락하기를.

       무인 셋이 돌아오기를.

       뺀질거리는 얼굴로 변명 같은 말을 하고, 얻어온 정보를 공유해주기를.

         

       하지만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상한데?”

         

       늦다.

       너무 늦다.

         

       주색잡기에 빠져있다고 쳐도, 이건 너무 늦다.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이 시간 동안 여자를 안았으면 비쩍 말라서 미라가 되었을 것이고, 도박이라면 집안의 기둥 한두 개는 뽑았을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돌아오지도 않았고, 연락조차 없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아무리 그놈들이 우리를 우습게 본다고 해도, 이건 이상해.”

         

       “이렇게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다고?”

         

       “이건 뭔가 문제가 생긴 게 맞아.”

         

       성격이 개 같아서 그렇지, 실력은 있는 놈들이다.

       이 정도로 오랫동안 연락도 없이 귀환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숙소에 있는 무인들은 그제야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들의 얼굴에 불안이 들어차기 시작했으며, 혹시나 해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후우…. 조심하라고 했는데….’

         

       점차 공기가 무거워지는 가운데, 와타나베는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애송이라고 해도 주술사는 주술사. 그 집이 어떤 지옥이 자리 잡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거늘.’

         

       와타나베는 할아버지에게 주술사의 무서움에 대해 귀에 피가 날 정도로 들어왔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일본 제국 시절 장교로 복무했었는데, 남양 군도(南洋群島)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큰 공을 세웠다. 군사를 다루는 데에는 큰 재주가 없기는 했지만, 관리하는 데에는 나름의 재능이 있었으며, 운도 따라서 승승장구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그의 할아버지는 뉴기니라고 불리는 섬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그곳을 점령한 뒤 비행장과 요새를 건설해서 군사기지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발을 들인 후, 지옥을 보았다고 한다.

         

       뉴기니 원주민 주술사 한 명이 일본군을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주술사는 괴악한 풍토병을 퍼뜨려서 일본군이 제대로 된 전투도 하지도 못한 채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했으며, 로펜(Ropen)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날개 달린 짐승을 부려서 그들을 습격했다.

       비행기가 뜨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물고기를 부려서 배를 좌초시키거나 맹수를 몰아서 주둔지에 큰 피해를 주기도 했다. 거기에 썩어가는 시체들을 공중에서 떨어뜨려 역병을 퍼뜨리고 물을 오염시키는 것은 물론이요, 거대한 바윗덩어리를 떨궈서 비행장을 부숴서 쓰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 괴롭힘이 어찌나 집요했는지, 정신을 놓아버리는 이들이 속출했다고 한다.

         

       이러한 주술사를 보다 못한 일본군에게서는 그 주술사를 잡아 죽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마침내 주술사의 거처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거처를 발견한 일본군은 그 주술사를 생포해서 공개처형으로 사기를 높이려고 시도했고, 정예들을 뽑아 그 주술사의 거처에 보냈다고 한다. 와타나베의 할아버지 역시 거기에 자원했으나, 그 주술사를 죽이려고 하는 이들이 너무 많았다. 그 때문에 추첨으로 주술사의 거처로 갈 사람들을 뽑을 수밖에 없었고, 추첨에서 떨어지고 말았다고 한다.

         

       그렇게 추첨에서 떨어진 와타나베의 할아버지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 아쉬움이 행운이었을 줄 누가 알았으랴?

         

       주술사의 거처로 이동한 이들은 단 한 명도 살아오지 못했다.

       섬 전체에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끔찍한 비명을 질러댔고, 그 비명을 듣고 구출하러 온 다른 일본군 역시 그들을 구출하는 데 실패하고 또 다른 희생양이 되었다.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울리는 그 비명은 아침나절까지 계속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시체조차 제대로 찾지 못했다.

       일반적인 형태와는 다르게, 세로로 길게 늘어난 그들의 머리뼈만이 발견되었을 뿐.

         

       이 끔찍한 사건 후, 그들은 본국에 연락해 지원군을 요청했다. 섬 하나를 점령하는 것으로는 넘친다 싶을 정도의 숫자를 이용해 주술사를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주술사는 많은 군사와 상대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그대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그 후 섬은 무사히 일본군의 손에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때의 기억은, 강하게 남았다고 한다.

       죽기 직전까지도 잊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 얘야. 그때 나는 잘못했으면 죽을뻔했단다. 신님(神様)이 제비뽑기에 손을 쓰지 않으셨다면 나는 분명히 거기서 죽었겠지. 아주 끔찍하게 말이야. 』

         

       『 나는 그 날 이후로는 절대로 주술사의 집에는 가지 않는다. 사람이 있는 신사에는 발을 들이지도 않고, 음양사의 집이나 음양청 근처에도 얼씬도 하질 않아. 주술사라는 사람들은 너무나 무서운 사람들이거든….』

         

       『 너도 꼭 명심하기를 바란다. 주술사하고 얽혀선 안 돼. 만약 얽힌다면, 그들의 집에는 절대로 가지 말거라. 거기에는 온갖 사악하고 끔찍한 함정들이 있어. 평범한 사람은 거기 들어가면 분명히 지옥을 보게 되겠지. 그때처럼 말이야….』

         

       와타나베를 귀여워했던 할아버지는 끊임없이 그에게 경고했다.

       주술사를 조심하라고.

         

       이러한 할아버지의 가르침은 지금까지 와타나베의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그들도 지옥을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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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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