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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6

       “제발 정도를 지켜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바루를 데려오고서 얼마 안 되었을 시점에 백호가 다급히 나를 찾아왔다.

       

       게임 서버를 터트리는 것이야 자신들이 감당하면 될 문제지만 다른 세상의 사람을 데리고 온 것은 다르다고.

       

       아직까지 다른 세상의 사람들은 서로 간의 세상에 대해 알지 못하고 알 때가 되지도 않았다며.

       

       부디 바루를 되돌려보내 줄 수 없겠느냐 백호가 사정을 했다만 난 그 녀석의 말을 새겨듣지 않았다.

       

       “내 알바더냐?”

       “…예?”

       “세상이고 나발이고 간에 본인이 신경을 써야 할 이유가 있느냔 말이다.”

       

       그것을 신경 쓰고 관리하는 것은 그대들의 일이지 않은가. 왜 본인에게 협력을 해달라 부탁을 하는지 모르겠군.

       

       “아니. 그치만 아라님.”

       “꼬우냐?”

       “네?”

       “본인의 뜻을 강요하는 것이 꼬우냐고 물었다.”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다. 당연히 불만스럽고 짜증이 나겠지. 본인이 백호보다 강자가 아니었더라면 험한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을까?

       

       허나 안타깝게도 백호는 작금의 본인보다 한참은 허약한 자이고, 그를 지켜주는 집단 또한 본인의 무력을 버티지 못할 작자들이니.

       

       백호는 본인이 어떻게 나오더라도 자비를 구하는 것 이외의 선택지를 고를 수 없다.

       

       “그… 그런 것은 아닙니다마는.”

       “굳이 이 곳까지 찾아와 이야기를 할 시간이 있는 걸 보니 여유가 넘치는 구나. 한 번 더 서버를 터트려주랴? 그러면 나 하나를 신경 쓸 틈이 없어질 것 같은데.”

       “살려주십시오.”

       

       녀석은 내 협박에 반항하지 못하고 땅에 머리를 박았다.

       

       그래. 처음부터 이랬으면 감정이 상할 일도 없고 얼마나 좋으냐.

       

       그를 보고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백호에게 동물의 형상을 취하라 명했고 녀석이 백호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는 그 등 위에 올라타 포근하고 부드러운 털을 만끽했다.

       

       으음. 좋구나. 다소 거칠거칠한 맛이 있다만 이것도 나쁘지 않아.

       

       “…저어. 아라야?”

       

       백호를 의자마냥 쓰면서 그 털을 매만지고 있으려니 바루가 슬며시 내 이름을 불렀다.

       

       “무어냐.”

       “이 분은 도대체?”

       “백호다. 신수? 신령?”

       “신수입니다. 아라님.”

       “그렇다는구나.”

       “…신수님을 이런 식으로 취급해도 괜찮은 것인가?”

       

       바루는 내가 백호를 막대하는 것이 영 부담스러운 듯 했지만 나로써는 그것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에 본인에게도 가벼이 대하는 녀석이 무얼 걱정하는 것이냐.”

       

       작금의 나는 백호 따위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경지에 이른 인간이지 않나. 그런 나에게도 가볍게 대하는 놈이 백호를 보고는 왜 걱정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어. 어. 어?”

       

       인지부조화가 온 듯 어찌할 줄을 몰라 하는 바루를 내버려두고서 백호의 머리를 손으로 짚었다.

       

       “백호야. 마침 생각이 나서 이야기를 해두는 것이다만 바루의 신분을 준비해 주거라.”

       “알겠습니다. 일주일 내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일주일? 내 그대의 본사에 또 다시 쳐들어가는 꼴을 보고 싶으냐?”

       “…이틀 내면 되겠습니까?”

       “그래. 그 정도면 적절하구나.”

       

       이외에도 준비해주면 좋을 것들에 대해 백호에게 말해주고 있으려니 집의 문이 벌컥하고 열렸다.

       

       다급하게 달려온 듯 무릎을 짚은 채 가쁜 숨을 내쉬던 엔리는 내 얼굴을 보고서 반가운 듯 웃음을 지었다가 이내 주변의 풍경을 보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으음. 확실히 정상적인 풍경과는 거리가 멀군.

       

       의자를 대신하고 있는 거대한 호랑이와 그 옆에서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고 있는 여우귀 달린 여자아이라니.

       

       이를 본다면 당혹스러워 하는 것이 정상이겠지.

       

       “일반인?!”

       “내가 불렀다. 금방 다녀오기로 약속을 했거든.”

       

       본인의 존엄과 관계된 것이 걸려 있으니만큼 이 곳에 오자마자 한 일이 복귀했음을 엔리에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본인이 온갖 일을 해보았다지만 현실에서 화령냥이를 하고 싶지는 않단 말이다.

       

       “아라님! 이건 곤란합니다.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세계가 있다는 게 알려지는 것도 문제인데 다른 세상의 존재까지도.”

       “어허. 백호야. 내 똑같은 이야기를 해야겠느냐?”

       “…”

       “서버가 터지고 싶지 않다면 처신을 잘해야 할 것이야.”

       

       간단한 협박으로 백호의 입을 다물게 만든 나는 당혹에 빠져 문을 닫아야한단 사실조차 잊어버린 엔리를 향해서 이리 이야기를 해주었다.

       

       “걱정하지 말거라. 다들 무해한 녀석들이니. 그대에게 해를 끼칠 일은 없다.”

       “…무해한 거 맞아요? 너무 많은 것을 알았다면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버릴 것 같은데?”

       “무얼. 그대의 옆에 내가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가. 그대를 위협하는 이가 있다면 그대가 눈치 채기도 전에 세상에서 지워질 것이야.”

       

       안심을 시켜주기 위해 한 말이었지만 아무래도 역효과였던 모양이다. 엔리의 표정에 어이가 없단 심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를 어찌 잘 설명하면 좋을 지를 고민하고 있으려니 바루가 엔리를 발견하고서 밝은 웃음을 지었다.

       

       “엔리구나. 맞지? 그대도 아라처럼 무림의 모습이나 이곳의 모습이나 똑같구나. 외부인들은 모두 다 이런 것인가?”

       “…바루님?”

       “그래. 본인이다.”

       “진짜 바루님?”

       “그럼 가짜 본인도 있는 것이냐?”

       

       바루는 자신의 정체가 의심당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여우의 모습으로 변함으로써 자신의 무고를 증명했다.

       

       평소의 엔리라면 이쯤에서 호들갑을 떨어야 할 상황이다만 기이하게도 엔리는 고개를 빳빳이 치들고 있는 바루를 보고서도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고는 집의 문을 닫아버렸을 뿐.

       

       “아라 씨.”

       “음?”

       “제가 여쭤볼 것이 참 많은데 그 전에 한 가지 말씀을 드릴 게 있어요.”

       “무어냐. 말해보거라.”

       “6시간하고 5분이에요.”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아라 씨가 떠나갔다 돌아올 때까지 걸린 시간이 6시간 5분. 반나절이 지났다고요.”

       “…뭐?”

       

       *

       

       본인이 새로운 경지에 오르고 나서 며칠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마는 여전히 본인은 본인이 지닌 경지가 명확히 어떤 것인지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우선 지금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본인의 경지에 관한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뭣보다 작금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규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

       

       본인이 바라는 대로 세상을 새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겠다마는 이 한계가 도대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어서 말이다.

       

       과거 산구석에 처박혀 살던 시절의 본인이었다며는 이 한계를 발견해 낼 때까지 틀어박혀서 무공의 연구에만 몰두 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무공에 집중을 하기에는 작금 내가 할 일이 너무도 많았으니까.

       

       본인이 깨달음을 갈무리하는 동안 편집자들이 만들어 놓은 영상을 점검해주고.

       

       갑작스러운 잠적 때문에 분노하여 채팅창을 불태우는 시청자들을 진정시켜주고.

       

       시간이 남을 때면 바루와 함께 현대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무공을 배우면 피부가 좋아질 수 있냐는 엔리의 실없는 물음에 대답을 해주고.

       

       차원을 넘나드는 건 좋지만 제발 그 세상에 맞는 복장을 착용해달라는 백호의 간절한 부탁에 알겠다 말해주고.

       

       현대로 오기 전 긴 시간 홀로 살아오던 시절의 본인에게는 존재하지 않았을 무수한 일을 하고 있자면 무공을 연구할 시간이 영 부족해서 어쩔 수가 없더군.

       

       허나 본인은 다급해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작금의 본인에게 시간이라는 것은 유한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며는 언젠가 도달할 것을 신경 쓸 바에야 지나가 버릴 것들을 신경 쓰는 것이 옳은 일이지 않겠나.

       

       이리 판단을 내린 나는 무공의 연구에 몰두하기보다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데에 집중을 했다마는.

       

       지금은 그 순간순간이 후회가 되려고 하는 구나.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본다.

       

       언젠가 엔리가 입었던 것과 비슷한. 서양에서 들어온 메이드 복이라는 옷을 입은 나를 말이다.

       

       안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무엇하다만 이래뵈도 겉모습 하나는 그런대로 괜찮은 인간인지라.

       

       허나 어울리고 말고 이전에 아양을 떨기 위한 옷을 입은 본인의 모습에 자존감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 들어 입술이 부들거렸다.

       

       “역시 아라 씨! 너무 잘 어울려요!”

       “평소 괴악한 옷만 입다가 제대로 된 것을 입으니 봐줄만 하구나. 평소에도 이리 꾸미고 다니지 그랬느냐.”

       

       이를 옆에서 구경하던 아라와 바루는 내 모습의 위에 한 마디 씩을 내던졌다.

       

       잘 어울린다는 말을 할 것이라며냐 그 입에 매달린 웃음부터 감추는 것이 어떻더냐.

       

       빌어먹을 놈팽이들. 자신의 일이 아니라 그거지. 두고 보자꾸나. 이 치졸한 인간은 언젠가 이 일을 되갚아 주고 말 것이다.

       

       “자. 화령냥이는 이걸로 끝이 아니죠? 착용하세요!”

       

       엔리가 내어준 고양이 귀와 허리에 차는 꼬리를 본 순간 머리가 새하얘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본인이 한 내기를 지키려 하는 것이다만 이건.

       

       “좀 과하지 않나요?”

       “설마 천마라는 분께서 이런 것에 겁을 먹고 도망치시려는 건가요?”

       “허어. 실망스럽구나. 내가 아는 그대는 이런 일에 물러서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러니까요. 멋있는 천마님은 어디에 간 건지.”

       “좀… 닥쳐봐요.”

       

       아주 쿵짝이 잘 맞는구나. 서로 알게 되고서 한 달이 약간 넘은 사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지경이야.

       

       두 사람의 압박에 어찌할 수 없이 저를 받아든 나는 진지하게 이 두 사람의 기억을 지워버리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작금의 본인이라면 이 일에 대한 것만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아마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마는 차마 그러질 못하는 것이 사람의 정신이라는 것이 생각보다도 더 복잡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잘못 건드리면 폐인이 되버리기 십상이거든.

       

       이런 것에 대해 미리 연구를 해두었다면 자신 있게 할 수 있었을 터인데.

       

       과거의 게을렀던 본인이 너무도 한탄스럽구나.

       

       머리 위에 고양이 귀를 단 본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샜다.

       

       이딴 게 천마인가. 세상 사람들에게 본인의 정체를 말한다 하더라도 믿어줄 사람은 흔치 않겠구나.

       

       “자. 준비 끝났죠?”

       “하아… 네. 끝났어요.”

       “화령냥이! 메이드로써의 자세가 제대로 안 되어 있어요! 애교 넘…”

       “엔리 씨? 적당히 하지 않으면 저 화내요?”

       “죄송합니다!”

       

       엔리에게 경고를 하고서 카메라의 앞에 서자 하린이와 설아가 엄지를 치켜 들어 주었다.

       

       잘 어울린다는 게지? 칭찬은 고맙다만 전혀 칭찬으로 느껴지지 않는 구나.

       

       하아. 그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차라리 위기를 빠르게 맞이하는 편이 나은 법.

       

       이제는 본인도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방송을 시작하죠.”

       

       이 영상은 반드시 폐기하고 말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분들께서 작품의 완결이 이르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것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아쉬움을 드리는 작품이 되다니요.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무렵엔 생각도 못했던 일입니다.
    그래도 여기에서 본편의 마무리를 짓고자 합니다.
    바로 작별인사를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후일담이 남아있으니까요.
    그 모든 이야기가 끝났을 때에 제대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

    시크한크시님! 계속해서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대에 반하는 의견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허나 빠른 작별이 아닌 후일담으로 계속해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완너누운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두 작품 모두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끝을 향해 달려가지만 다른 작품은 아닙니다!
    독자님께 기쁜 경험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딩딩딩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클라우드링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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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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