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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6

        

         “으어어… 아이고야, 나 이러다 진짜 죽겠다. 다 못 버티고 쓰러지겠어 아주…!!”

         

         시술 후유증으로 인한 미세한 불편함과 둔통이 곳곳에 조금 남아있고 근력과 지구력을 분리하여 고려해야 한다 한들, 극적으로 강화된 신체에게 위쪽에서 벌인 잠입 액션 활극쯤은 어디까지나 가벼운 준비 운동에 불과한 것이 업계 표준이거늘.

         

         체력과는 별개로 지극히 평범하며, 동시에 아직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정신 건강(Sanity) 측면의 배터리 용량은 벌써 바닥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는 듯, 킴은 연신 앓는 소리를 냈다.

         

         시커먼 남정네, 다 큰 사내 자식의 약한 모습에 대한 시장 가치라면. 하필 또 상식의 범위가 굉장히 남다른 시대의 동네답게 성적인 의미에서 원하는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겠지만… 이걸 과연 수요가 있다 해야 할지.

         

         그나마 심층부에서까지 소극적인 형태의 제압 교전으로 일관하기엔 사정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아는 만큼, 약한 말을 중얼거리는 입과 달리 손은 바쁘게 무장 상태를 점검하고 노획한 총기 탄창을 확인하는 등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어서 다행이랄까.

         

         아무튼 킴도 땀내나는 육탄전을 더 고집하는 대신, 화약 냄새가 자욱한 총격전을 상정하고 있는 것 하나는 확실하게 보였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역시 그의 속내는 완전히 나뉘어 떨어지거나 정리되지 않은 상태.

         

         다만 고민할 재료 자체는 안에 엄청나게 쌓여 있다하더라도, 당장 직면한 위기를 하나하나 어떻게 넘길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뇌가 충분히 바빴으니.

         

         “메가코프 직속 분류 사병이 총 셋이라. 으, 난전이라면 몰라도 이렇게 명확하게 다구리 당하는 구도는 영 별로인데….”

         

         최소 2인 1조로 현장 객관성과 즉응력을 두루 확보하라는 수칙은, 이 시간까지 맹렬히 돌아가고 있는 고출력 정밀 천공기(Drilling Rig)가 자리하고 있는 심층부 담당 녀석들에게도 필히 적용되는 법.

         

         더군다나 플레이했던 게임에서야 두 명 따로, 그 다음 마지막 야간경비조장이 달려들었다지만 실제로도 일이 그렇게 돌아가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드드드드득——……!!

         

         가설된 임시 승강기가 바닥에 가까워지자, 이 깊은 곳까지 파묻힌 운석 내층을 겨냥한 채 작동 중인 드릴의 구동음과 파쇄 소음이 한데 어우러진 진동이 킴의 옷 표면을 두들기며 잘게 부서졌다.

         

         역시, 이건 좋다. 원작과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

         

         어차피 장비도 잔뜩 끌고 온 마당이겠다, 비교적 소음이 적은 레이저 천공기를 사용하고 있었다면 이미 예정에 없는 심야 승강기 작동에 침입자를 대비하고 있었겠지만.

         

         하필 여기 있는 건 조사 결과 순수 에너지 무기에 대해 굉장한 이상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운석의 핵 파편.

         강한 물리력을 동원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사용 중인 대형 굴착 기계의 진동과 임시로 만들어 놓은 엘리베이터의 구동 여부를 구분하긴, 밑에 있는 그들로서도 꽤 쉽지 않았으리라.

         

         “……잠깐만, 방금 뒤쪽에서 뭐가 느껴지지 않았냐?”

         

         “아이… 씨발! 여기서 밤새 근무한 새끼들은 하나같이 신경 쇠약을 호소한다더니. 왜, 너까지 그러게? 나도 화끈하게 미치는 수가 있어??”

         

         “아니, 드릴 소음 정도야 꽤 규칙적이니까 얼추 익숙해질 만하잖아? 내가 말한 건 출퇴근할 때마다 혹시 추락할까 봐 무서운 빌어먹을 수직 통로 쪽….”

         

         떠든 남자의 손가락 끝이 가리킨 곳은 당연히 승강기 입구 부근.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들이 마주한 건 이미 반쯤 구르듯이 튀어나오며 가까스로 총구를 겨냥한 상태의 킴이었고.

         

         “”!!””

         

         타당! 투다당!! 같은 귀여운 의성어로 표현 가능한 게 아닌, 고막을 찢어 놓으며 청각을 마비시키는 굉음의 연속.

         

         신중하게 견착 사격으로 이행한다든가, 군에서 평가 사격을 하는 것처럼 표적지를 확인하고 방아쇠를 당긴다든가 하는 여유를 부릴 틈 따위 일절 없이. 오직 눈앞의 적을 사살하는 걸 목적과 형태, 사람 상반신을 사선으로 갈라버려 무조건 치명상을 노리는 형태의 완전 자동(Full-auto) 사격이었다.

         

         어차피 권한이 없는 사람이 내려왔다간 납탄을 처먹어도 할 말이 없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 정시 연락이 어긋나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던 경비 상황과 합쳐져 양측 모두 피차 서로의 사정을 봐줄 기색은 없었달까.

         

         와중에도 칼같이 반응하여 피탄 면적을 줄인 건 역시나 기초 스펙 자체가 다른 기업 전투원이라 감탄할 수도 있었지만, 유효 사격이 이루어지는 순간부터 TTK(Time-To-Kill)가 정말 몇 초 내외로 끝나는 지근거리 실탄 화기 교전의 경우 이렇게 선수를 빼앗긴 건 커도 너무 컸다.

         

         물론 이제… 탄창 하나를 말끔히 비우고도 둘 중 어느 쪽도 쓰러트리지 못한 킴에게 ‘오, 네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네!’라고 말해봐야 놀리는 것처럼 들릴 가능성이 높긴 하겠다만.

         

         ‘어떻게 어깨부터 옆구리까지 제대로 긁었는데 피 한방울이 안 튀었. …아, 설마 자기네들 총알로 방탄복이 안 뚫리게 장갑 강도 같은 것까지 다 고려한 거냐?! 씨바!!’

         

         무너질 듯 말 듯하면서도, 기어이 울퉁불퉁한 벽면에 몸을 기대가며 버틴 남자들의 전면부는 몰라도 뒤편이 혈흔 하나없이 깨끗한 걸 재빨리 확인한 킴이 출혈과 관통상 가능성을 배제하였다.

         

         아군 오사가 일어났을 경우 만약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일부러 지급 장비 등급을 통일했나?

         혹은 단순한 경비병과 기업 전투원 간의 무장 품질 차이? 아니면 무심코 방아쇠를 너무 살살 당겼다던가??

         

         사고 정지가 일어난 시간은 별로 길지 않았다.

         

         그럴 겨를이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한몫 했지만 총알비를 맞은 적이 쓰러지지 않는다는 건… 의외로 생각보다 익숙한 개념으로 다가갈 여지가 있었으니까.  

         

         불렛 스펀지(Bullet Sponge), 직역하자면 총알받이라는 다소 무식한 용어가 슈팅 게임에는 존재한다.

         

         총알을 흡수하듯, 상대가 탄환을 맞아봤자 어떤 반응이나 충격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거나. 한 적을 쓰러트릴 때까지 퍼부어야 하는 탄약수가 질릴 정도로 많을 때 하는 부정적 평가의 한 종류였지만.

         

         22세기 탄소 강화 및 다층 구조 고분자 물질들은 기가 막힌 강도와 내구성, 거기에 정신이 아득해질 수준의 근밀도라는 건 의외로 이물질 침입에 끈질기게 저항하는 데다가, 세포 수준에서부터 사람을 바꿔놓는 저거너트 시술 같은 개조 방식까지.

         

         강한 정신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는 건 여전히 동일했으나, 급소에 중상을 입고도 눈썹 한 번 움찔하고 달려들 수 있는 개조 인간이 넘쳐나는 마귀 소굴에서 킴도 겉치레로 몇 달을 보낸 건 아니었기에.

         

         간발의 차, 자신 없게 걱정했던 것치곤 반걸음 앞섰다는 이점만으로도 그는 무사히 승리를 확정 지을 수 있었다.

         

         “흐읍…!!”

         

         “!!?”

         “…컥! 니미, 씹.”

         

         툭 하고. 킴이 쥐고 있던 돌격 소총에서 탄창이 분리되는 걸 본 병사가 재장전을 방해하거나 이제 와서 총을 겨눈다 한들 먼저 쏘기는 글렀다 여겼는지, 급한 대로 팔을 뻗어 총구를 붙잡고 옆으로 꺾어버렸다.

         

         원체 승강기 앞 공간이 협소해서 본능적으로 손이 나간 것도 있고, 자신이 침입자의 행동을 방해한 채 늘어지기만 해도 다른 동료가 제대로 응전할 것이라 믿은 판단은 실로 훌륭했다.

         

         그렇지만 강한 저항이나 힘 대결을 예상한 것과 달리 소총은 굉장히 힘없이 잡아채였고, 그 탓에 남자의 신체 균형은 확 무너진 채 몸이 앞으로 쏠려 넘어졌으며.

         

         그런 그의 눈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건 쿨하게 총에서 손을 떼고선 자기 부담 권총을 뽑아드는 킴의 작태,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부담 없이 쓰다가 버릴 용도로 챙겨온 것이니 집착할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게 역시나 컸다.

         

         탕! 타당!! ……타앙!!

         

         극심한 고통은 행동을 굼뜨게 만든다.

         제 딴에는 나름 최선을 다한 움직임이었어도, 결국 살아남기엔 약간 부족했던 것이리라.

         

         가까스로 위쪽에 두르고 있던 총기 끈을 잡아당긴 손목에 침착하게 한 발, 그리고 딱 봐도 두꺼워 보이는 흉판 대신 목과 안면부에 연달은 제압 사격을 맞은 나머지 병사의 다리가 풀리고 육체가 허물어진다.

         

         거기에 곧바로 바닥을 짚고 넘어진 자세에서 일어나고자 안간힘을 쓰는 남자의 머리를 빡! 정신 못 차리게 걷어차버린 킴은 쓸데없는 고통이 길어지지 않도록 마저 숨을 끊어주었다.

         

         덤으로, 서서히 그들의 생명 징후가 꺼져가는 건 여러모로 분명했지만. 자신이 그걸 함부로 속단할 짬밥이 아니라는 자기 객관화와 함께 확인 사살도 잊지 않았고 말이다.

         

         그래도 상반신이 갈려 나가고 교전을 시작한만큼 버틸 재간은 없다는 걸까. 전혀 방심하지 않은 덕을 조금이나마 보았을지도.

         

         원래 기업 엘리트 병사 A, B라 이름 붙었던 네임드 둘과의 전투치고는 정말 순식간에, 필요 이상의 강함을 발휘하여 마치 찍어 누르듯 결판을 짓는데 성공했다며 킴은 내심 안도했다.

         

         그나마 이 자리에 설만 한 최저한의 실력은 갖췄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일단 한 번, 그리고 이곳에 도사리던 첫번째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는 점에서 또 한 번.

         

         아, 물론 킴이라고 방금 죽인 둘을 무슨 NPC처럼 가벼이 여기는 건 아니었다. 천만에. 오히려 누구보다 진지하게, 단지 입장차에 의한 대립을 무게감 있게 받아들였고 승부를 냈을 뿐.

         

         굳이 따지자면… 이건 막막한 선택지와 무거운 짐을 강요당한 끝에, 자포자기한 노력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에 더 가까웠다 할까.

         

         생명, 문자 그대로 하나뿐인 목숨.

         

         미안하지만 딱히 리셋 증후군 같은 걸 앓고 있는 환자도 아니었던 만큼, 킴은 대신할 게 없는 전재산을 단판 도박에 배팅하고도 태연하게 있을 수 있는 미치광이나 스릴 중독자가 차마 못되었다.

         

         따라서 쓸 수 있는 건 뭐든지 써먹은 결과, 그는 짤막한 승부에서 겨우 살아남았고 저들은 안타깝지만 죽었을 뿐.

         

         “…….”

         

         고개를 들어 정면을 보면 슬슬 암반을 돌파하기 직전에 놓인 천공기와. 방독면 고글 탓에 채도가 약간 흐려졌지만, 균열 틈새로부터 흘러나오는 공허 광물의 보라색 빛깔이 얼핏 킴의 눈동자에 아른거렸다.

         

         삶이란 건 원래도 투쟁의 연속, 그러니 자신감을 가져라. 괜히 무서워하고, 망설이는 순간 진짜로 죽는다. 복잡하게 여길 것없이 자신은 그저 살아남는 데에만 집중하기도 벅차니 제 한 몸 건사하기만 하면 될 노릇 아닌가?

         

         그래, 이 모든 걸… 하드하기 짝이 없는 일종의 게임이라 생각하고.

         

         직전에 말한 것과는 전혀 앞뒤가 안 맞는 모순된 마음가짐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뭐든 잘하는데 도움이 되는 걸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나?

         

         스스로를 그렇게 세뇌하지 않고선 버티기조차 힘들었던 삭막한 도시와의 강렬한 첫만남이, 어느새 뒤틀린 마음의 병을 얻게 만들었다는 건 비겁하기 그지없는 변명이 아니라 그냥 담백한 진실일지도 모른다.

         

         정 겁이 난다면 당장 인격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발렌타인 자매님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리면 그만일진대, 자기는 왜 홀린 것처럼 이 어려운 길을 골랐더라.

         

         ……뭐, 일단 정신병 좀 있으면 어떠하리. 어차피 현대인 대부분은 정신병을 달고 산다 하였다. 살아남을 수 있게 도와주는 질병이나 증상이라면… 나름 이로운 기재를 얻었다고 역으로 좋아해야 맞는 거 아닌가.

         

         ‘하나… 둘… 셋…… 씨바, 지금!’

         

         “요즘 유행하는 사이비 테러리스트 종자, 아니면 할렘의 쥐새끼렸다!? 겁대가리 없이 기업 이름 내걸고 하는 공사를 훼방 놓고도 무사히 살아가리라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빠각!!

         

         멍하니 현장을 구경하는 척하면서도, 전신의 솜털을 곤두세우고 인기척에 집중하고 있던 킴의 몸이.

         돌연 날아온 철근에 직격 당해 펼쳐진 탄도 방패째로 쭈우욱 날아갔다.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충돌 방향에 맞춰서 같이 뛰었는데도 과연 충격량이 장난이 아니었다.

         

         고함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건 겹겹이 끼어 입은 두터운 방탄갑에 중장비를 다룰 때 끼는 파워 피스트(Power fist; 강화 외골격 장갑에서 팔 부위만 분리한 근력 보조 장비)까지 장비한 야간경비조장.

         

         뭔가 대비하거나 풀어놓고 있던 장비를 똑바로 챙길 새도 없이 기습당한 부하들에게 제때 조력하지 못하고 뒷북을 친 게 내심 신경 쓰이기라도 한 것처럼, 숙직용 임시 천막에서 갖은 준비를 하고 뒤뚱거리며 걸어 나온 꼬라지는 일견 우스웠지만… 그 위협만은 진짜였으니.

         

         “끄어억…! 거 힘 하나는 더럽게 좋으시네!!”

         

         흡사 오뚝이처럼 튕겨 오른 킴의 팔이 불을 뿜는다.

         

         까강! 일찌감치 다시 챙기고 재장전까지 마친 라이플을 발사. 그러나 불꽃이 일며 야무지게 도탄된다.

         쾅—! 오늘 혹시라도 쓸 일이 있을라, 큰맘 먹고 챙겨온 파쇄 수류탄을 정확하게 쿠킹해서 던졌지만 그을리고 긁힌 자국만 겨우 냈다.

         

         어찌나 꽁꽁 껴입고 나왔는지 도무지 전면부 방호를 뚫을 수가 없는 상황. 그렇다고 또 뒤로 돌아가기엔 그럴 공간도, 그가 따라오는 속도를 늦추게 만들 수단도 마땅치 않은 대치 상태.

         

         그러나 킴은 일절 당황하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어디 있겠나?

         애당초 이건 자기가 쓰러트려야 할 적이 아니라 질질 시간을 끌며 버티기만 해도 알아서 임자에게 두들겨 맞고 퇴장할 인간인데.  

         

         “…넌 죽었다고 복창해라, 이 사리분별 못하고 덜 떨어진 쓰레기 같…은??”

         

         수류탄이 터진 여파로 자욱하게 피어올랐던 먼지가 살짝 가라앉고, 약간 얼얼할지언정 전신에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한 경비조장이 자신만만하게 전자동 파워 피스트의 두꺼운 손가락 마디를 까드득거리며 앞으로 나섰거늘.

         

         눈에 들어온 건… 큰 잔해물 더미 뒤에 엄폐한 채로, 무슨 얌체처럼 머리만 빼꼼 내밀어 그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킴.

         

         “너 이 새끼, 지금 뭐하자는 거냐…?”

         

         “아니, 뭐요. 댁이 치사하게 거북이 마냥 등딱지를 둘렀길래. 나도 거지 같아서 답 좀 생각하고 들이박을라 하는데, 무슨 불만이라도?”

         

         “허 참나. 아무리 이곳저곳 많이 지정된 발굴 현장 중 하나라지만. 여기 합동 기업 명단에 엑사테크나 헤이롱 같은 높으신 분들도 끼어 있는 장소를 흙발로 비집고 들어와놓고 여유가 넘치시는구만. 역시 못 배운 빈민가 떨거지다워. 네 시한부 인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내가 함 알아봐 줄까? 앙??”

         

         “예~ 예… 편한대로 하십쇼 아주 그냥.”

         

         모르긴 해도, 적어도 오늘로 끝은 아닐 거란 중얼거림 겸 다짐을 속으로 삼킨 킴이 얌전히 숨을 고르며 기다렸다.

         

         아직까지도 기억과 똑같다.

         비록 말 한마디 한마디가 대본을 읊는 것처럼 완전히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돌아가는 판세는 물론 멍청하게 제 보신을 챙기느라 손으로 원거리 화기조차 똑바로 다루지 못할 만큼 수비적인 장비로 무장한 조장까지.

         

         아마 그에게 돌아온 상부의 통신은 기껏해야 ‘외부 폭동 때문에 추가 병력 투입이 우선 순위에서 잠시 밀렸으니, 맡은 바 최선을 다해 침입자를 구속하라.’ 같은 내용이겠지.

         

         “……이 씨발롬이 진짜!!”

         “아저씨! 거 괜스레 할 말이 궁색하시다고 그렇게 욕만 하시면…!”

         

         

         

         거기서부터는 이제 상당히 무의미한 술래잡기의 연속.

         

         당사자들은 정말 사력을 다해… 한쪽은 뒤이을 싸움에 쓸 체력도 안배해가며 움직이고 있었지만, 멀리서 보면 정말 그게 최선이었나 싶을 정도로 꼬이고 꼬인 난장판이었다.

         

         경비조장은 적을 앞둔 채 주섬주섬 장구류를 해제하고 깐족대는 상대를 쏴 죽일 겨를과 여유가 없었고, 반면 킴은 억지로 빈틈을 파고 들려다 저 무지막지하게 강화된 괴력 주먹질이나 불리한 육탄전에 굳이 휘말릴 생각이 없었다.

         

         주먹질 한방에 사방으로 부서진 콘크리트 파편이 흩날리고, 우연히 천공기 쪽으로 날린 금속 조각이 굉음을 일으키며 위험하게 튕겨져 날아가고.

         

         서로 얼굴에 보호 장구를 낀 탓에 눈에 이물질이 들어갈 일도 없거늘, 누가 먼저 흐릿한 시야 때문에 실수라도 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돌과 서로 흙을 차 날리며 같은 자리를 빙빙 돌기 몇 분.

         

         다른 의미로 둘 다 기다리던 변수가 겨우 바깥에서 찾아왔다.

         

         덜컹!

         언제 다시 위로 올라갔던 걸까. 바쁜 와중이라 미처 눈치도 못 채고 있던 사이에 이 밑에서부터 위까지 왕복한 승강기가 멈춰섰다.

         

         문이 열리자 최초로 경비조장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그에게 있어서 다행이도 빳빳하게 펴진 경비조의 제복.

         

         분명 웬 미친놈이 이 깊은 곳까지 불쑥 들어온 상황이더라도, 혼자인 걸 보면 몰래 숨어든 게 틀림없으니 드디어 지원이 온 것이리라. 일순간 논리적인 사고를 마친 그가 소리 질렀지만.

         

         “존나 빨리도 온다 이 굼뜬 새끼들아! 일단 저기 무단 침입자부터 생포하고 얼빠진 경계 태세에 대해서는 나중에 차차… 빡! …꿰엑!?”

         

         아군이라 철썩같이 믿고 재차 킴 쪽에 신경을 쏟자마자, 벼락처럼 머리 뒤에서 날아온 타격.

         

         사실 말이 순화해서 일개 타격이었지, 뭉툭한 칼집 끄트머리에 불과했지만. 아까 전에 그가 냅다 집어 던진 철근 덩어리에 비견할 만한 응축된 폭력에 노출된 경비조장이 숫제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눈깔을 까뒤집고 고꾸라졌다.

         

         곧이어 기절시킨 사람을 가벼운 눈속임 삼아 내밀고 있던 두번째 침입자이자 괴한, 먼지 한 톨 안 앉은 번들거리는 헬멧을 자랑하는 용병. 늑대가 고개를 조용히 내밀어 공동 내부를 살폈고.

         

         “…흐응, 역시 거리가 가까운 큐볼 패거리 쪽에서 먼저 와있었던 모양이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교착점 도달.

    민트찹쌀이 님의 2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꼭 맛난 아이스크림 사먹겠습니다.

    뭐이리 골병이 자주 나는 인간이 다 있냐!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전 무려… 밥 먹다가 이빨이 부서져서 조각을 뱉은지 몇 주가 지났는데 아직 치과 가는 것도 미루고 있는 인간이라는 점, 이 자리를 빌어 밝히겠습니다.
    정말 아픈 게 아니라면 연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네….

    그 정도면 그냥 병원을 싫어하는 거 아니냐고요? 그것도 맞습니다. 네.
    항상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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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Status: Ongoing Author:
No matter how many times I repeated the episodes, I couldn't clear the true ending of the open-world shooting RPG, Neo Haven. Just when I thought I finally cleared the hidden true ending... they want me to actually clear it without any help from the game system or save/load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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