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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7

    예르나에게 사정을 들은 다이튼은 이내 경악에 물들었다.

     

    “뭐? 이 사람이, 네 전 부대에 있을 때 상사였다고?”

    “그래, 바보야!”

    “말도 안돼……!”

     

    예르나의 설명에, 다이튼은 즉시 고든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에게 가격당한 턱을 만지작거리고 있었고, 그것은 그에게 엄청난 죄책감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오해를 한 것 같네요!”

    “괜찮네, 괜찮아. 젊은 친구가 보이는 것처럼 힘이 꽤 좋구먼. 아직도 턱이 울리는 것 같아.”

     

    고든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다른 손을 휘저었다.

     

    다이튼의 주먹은 확실히 강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반응하지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예상하지 못한 공격이었기에 당황해서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만, 그는 주먹이 턱에 닿기 직전에 고개를 틀어 어느정도 충격을 경감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일순간 정신을 놓고 말았지만.

     

    그나저나, 아내가 위험에 처한 줄 알고 앞 뒤 재지 않고 곧장 달려드는 모습을 보니, 그녀를 꽤 사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그에 흐뭇해진 고든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예르나가 좋은 남편을 뒀구먼, 허허.”

    “하, 하, 하…….”

    “하하……”

     

    그렇게 한바탕 어색한 웃음소리가 지나간 후.                                                         

     

    “뭐어, 일단은 오해가 풀렸다면 다행이로군. 그래서, 이제 너는 어쩔 셈이지?”

     

    문득 고든이 예르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그에 예르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입을 다문다.

    다이튼은 원래 자신이 이런 일을 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이런 일을 하다가 자칫 실수로 잘못되는 것에 큰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입장은 물론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물론, 가야겠지요.”

     

    예르나의 말에 다이튼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 가야겠어? 이렇게까지 하면서?”

    “응, 이렇게 그냥 놔둘 순 없어. 딜런트 때, 기억안나?”

    “그건……. 끝난 일이잖아.”

    “하지만, 이건 끝나지 않았지.”

     

    예르나는 단호했다.

     

    “굳이 당신이 위험을 무릅쓰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거잖아. 아냐?”

    그것은 전과 같은 말이었다.

    굳이 자신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면 되는 일이라고.

    이전에는 한번 긍정한 논리다.

    하지만, 예르나는 이번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건 반드시 내가 해야 하는 일이야.”

     

    자신의 아이, 루크와 연루된 일이 아닌가.

    그냥 두거나, 자신 외의 손으로 해결하는 것은 믿을 수가 없다.

     

    방치할 수는 없다.

    자신의 실수로, 이전에 자신이 딜런트를 끝장내지 못했기 때문에, 루크가 크게 다칠 뻔하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이번만큼은 자신의 손으로 깔끔하게 매듭을 지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또 새로운 문제가 닥쳤을 때, 다시는 후회가 남지 않도록.

    후에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긴 자신이 원망스러워지지 않도록 말이다.

     

    “…….”

     

    그런 예르나의 단호함을 본 다이튼은 더 이상 그녀를 만류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숲지기로서 뛰어난 행동력만큼이나, 고집 또한 강했으니까.

    아마 자신이 여기서 계속 만류한다 한들, 그녀는 듣지 않을 것이다.

     

    저 눈빛을 보아하니 자신이 그녀를 계속해서 막아 선다고 한들, 수가 틀리면 자신을 기절시켜 두고 갈 생각임이 다분해 보인다.

     

    그렇기에, 다이튼에게는 한가지의 선택지만이 남았다.

     

    다이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그러면, 나도 도와줄게. 여기까지 와서 널 혼자 보낼 수는 없지. 내 능력은 도움이 될 거야.”

     

    확실히, 그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마력감지.

    일반인은 느낄 수 없는 미묘한 마력의 흐름을 감지하는 감각.

    그의 그런 예민한 감각은 GPS로는 눈치채기 어려운 매복이나 함정도 손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다이튼이 손을 빌려준다면 큰 도움이 되리라.

     

    “고마워.”

     

    자신을 막지 않고, 오히려 도움을 주겠다는 다이튼의 제안에 예르나는 마침내 안심했다는 듯 웃었다.

    그녀도 가족에게 손을 쓰는 것은 썩 기쁘지 않았으니까.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든이 모자를 눌러내리며 중얼거렸다.

     

    “둘이 아주 천생연분이군 그래.”

     

    ——

     

    “알파 지역 클리어, 아직까지 특이사항은……. 없음.”

    -좋아, 그러면 계획대로 움직이면 되겠군.

    “알겠습니다. 바로 이동하죠.”

     

    고든이 장소를 준비했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는지, 꽤나 순조로웠다.

    이대로라면 큰 문제없이 정보만 얻고 빠져나올 수도 있으리라.

     

    그 때, 다이튼이 물었다.

     

    “그나저나, 이 녀석들 무장상태 이상하지 않아? 저런 건 다 어디서 난 거래?”

    “확실히, 이상하기는 하지만.”

     

    그들은 숲지기 사이에서도 쉬이 찾아볼 수 없는 중무장이었다.

     

    강력한 방어마법이 코팅된 로브와 망토, 그리고 실시간 통신기구에 더해, 각종 동작감지센서와 탐색마법이 탑재된 지뢰와 경보기.

    그 뿐 아니라, 시설의 경비원들은 일반적인 전투용 지팡이가 아닌, 대마법을 투사하기 위해 제작된 어린아이의 키 만한 스태프를 주고 있었다.

     

    이것은 마치 전쟁이라도 치르려는 모양새다.

     

    그에 의문이 들었다.

     

    “여기는 그냥 의약품 보관용 창고시설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만한 무장이 필요할 이유가 대체 뭐지?”

    “그만큼 중요한 시설이라는 걸까? 하지만, 이 정도의 무장을 하면 오히려 눈에 띌 텐데…….”

     

    아무리 장비를 밀매하는 것에 익숙한 조직이라고 할지라도, 소형 지팡이와 스태프의 값은 큰 차이가 있다.

    당장 스태프의 리미트를 제거하는 것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그것을 밀수하기 위해 드는 비용까지 따지면, 평균적으로 저런 대마법용 스태프 한 개가 일반적인 불법개조 지팡이 30개 이상의 값어치를 지닌다.

     

    때문에, 이것을 보고 고작 ‘미허가 마취제를 보호하기 위해서’ 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도 순진한 발상이다.

    아무리 범죄조직이라 할지라도, 절대 자금과 자원이 무한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분명히 이만한 자금이 투자될 만큼 이 시설에 대한 중요도가 높다는 이야기인데…….

     

    ‘단순히 침입으로부터 시설을 확실히 지키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그 순간이었다.

     

    “예르나, 숨어!”

     

    무언가를 감지했는지, 다이튼이 생각에 잠겨있던 예르나를 감싸안으며 코너에 숨었다.

    그러자, 뒤늦게 요란하게 울리는 경보와 함께 다급하게 복도를 지나쳐 달려나가는 인원들.

     

    -애애앵, 애애앵-.

     

    “제길, 또 지랄이야.”

    “진짜 매번 큰일이네.”

     

    얼떨결에 몸을 숨긴 예르나는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한 채 속삭였다.

     

    “설마 들킨 거야? 아직까지 실수는 없었을 텐데…….”

    “아니, 자세히 보니 우리 때문에 그런 건 아닌 것 같아.”

     

    그들은 수색이 목적이 아니라, 무언가 분명한 목표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다른 곳에서 일이 생긴 모양이지.

     

    그 순간이었다.

     

    -아아, 여기는 올빼미. 현재 알파지역으로 병력 다수 접근중인데. 무슨 일이지?

     

    갑자기 병력이 이동하는 것을 알아차린 고든이 텔레파시로 무전을 한 것이다.

    그러자, 이동하던 한 명의 인원이 멈춰섰다.

     

    “……?”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 이내 곁에 있던 누군가가 그가 멈춘 이유를 묻는다.

     

    “왜 그래?”

    “아니, 뭔가 미묘한 마력이 느껴져서.”

    “뭐? 정말이야?”

     

    그의 말에, 예르나와 다이튼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공교롭게도, 그에게는 다이튼과 같은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고든의 무전은 일반적으로는 외부에서 청취할 수 없는, 암호화된 마력파장을 이용해 두뇌에 직접 쏘아지는 형태의 소통법이었다.

    하지만 그 또한 분명 마법으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미묘한 마력의 움직임 그 자체를 숨길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충분히 감각이 예민한 자라면, 눈치를 챌 수도 있는 것이다.

     

    “흐음…….”

     

    그리고 그는 천천히,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야! 너 지금 마력이 느껴졌단 핑계로 농땡이 피우려고 하는 거지? 관리자한테 깨지고 싶어? 빨리 안 와?”

    “아, 알았어. 지금 가지.”

     

    -타다다닥-.

     

    그렇게 코너에서 머리를 살짝 내밀곤 사라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확인한 다이튼과 예르나는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휴우…….”

    “후우…….”

     

    이내, 다이튼이 텔레파시를 향해 원망을 쏘아냈다.

     

    “아저씨, 숨어있었는데 아저씨 때문에 들켜서 다 죽을 뻔했잖아요.”

    -젊은이, 나를 탓하지 말게. 숨어 있었으면 신호를 끊어 놓았어야지…….

    “예르나,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다이튼의 물음에 예르나는 오히려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방금 고든이 텔레파시로 뭐라고 했어? 숨어있을 때 이미 끊어 놔서 못 들었는데.”

    “…….”

     

    상식을 지키지 않은 것은 자신의 쪽이었다.

     

    ‘뭐, 그래도 운이 좋아서 다행이지…….’

     

    —–

     

    그 무렵, 루크는…….

     

    “외출을 하고 돌아왔으면 몸을 씻는 게 기본이지. 자, 일단 머리는 다 말렸으니, 혼자 빗어보거라.”

    “응!”

    “알겠어!”

    대답만은 우렁차다.

    그에 루크는 한숨을 쉬었다.

    8살이면 이제 어느정도 얌전해질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아이들이 워낙에 장난기가 심해 목욕을 시키는 것이 어렵다.

    지금도 이런데 과연 온천에서는 제대로 씻길 수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흠, 그 때는 예르나에게 도움을 청하는 수 밖에.’

     

    그런 생각을 하며, 루크는 자신의 머리를 빗기 시작했다.

    이 몸이 되고 나서 이전과 확실히 달라진 것은, 머리카락도 동물의 털과 비슷해서 머리카락을 빗는 데 걸리는 시간이 배로 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나 귀 밑은 머리카락이 뭉치기 쉬운 부분이라, 뭉치기 전에 꼼꼼히 빗어야만 한다.

    루크는 거울을 보며 자신의 귀를 잡고 털을 천천히 빗어내리고 있었다.

     

    그러고 있으니, 디아나가 다급하게 루크를 부른다.

    “언니, 언니!”

    “왜 그러니, 디아나.”

     

    “파이리스가 빗으로 자기 머리 뽑고 있어!”

    “응?”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전에 후기로 미리 말씀드린 다시, 천사 편 이전 상황의 수정안입니다!

    이 정도면 썩 마음에 드네요.

    —-

    강아지를 키워보면 아시겠지만, 귀 밑에 털 저거 엄청 뭉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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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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