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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7

       

        

        

        

        

        

       “그렇게 귀여워요?”

        

       “이게 안 귀여울 수가 있어요? 세상에나, 어떻게 이렇게…진짜 말랑말랑하게 생겼다.”

        

       “아이구….”

        

        

        

        오후 11시, 하루가 끝나는 시간.

        

        하모니가 얼추 방송을 종료하고, 다이스가 개인 연습 및 후배 양성을 위한 커리큘럼으로 얼룩진 고단한 하루를 막 끝낼 무렵, 안방에서는 그야말로 대환장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 당연하게도 범인들은 그 둘이었다. 이제는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그 두 명 말이다.

        

        통화보다는 조금 더 진보한 형태의 대화. 드론캠이 투사한 홀로그램은 이 집으로부터 대략 십수 킬로미터씩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하모니와 다이스의 모습을 약간씩 비추었다.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며 아까 내가 올린 사진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단 하나만 가지고 그러고 있는 건 아니었고, 그 이후로 반쯤 기세에 눌린 내가 몇 장을 더 보내주었다.

        

        

        

       “유진 씨, 혹시 동생 없어요? 진짜 진지하게 여쭤보는 건데.”

        

       “저도 진지하게 딱밤 한 대만 때려도 될까요?”

        

       “헉, 진지하게 사과드릴게요.”

        

        

        

        얘네들이 미쳤나.

        

        아무튼 내가 생각해도 좀 귀여운 사진이긴 했다. 이리 말하면 내 입으로 옛날의 나는 귀여웠다고 자화자찬하는 것 같긴 했지만 – 실제로도 딱히 다른 건 없긴 한데 – 일단 이 세계선을 기준으로 말한다면 옛날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잖아.

        

        말 그대로 내 존재를 보증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위적인 과거의 기록인만큼, 거리낌없이 내 사진을 보고도 귀엽다고 말할 수 있었다.

        

        좌우지간, 그것과는 별개로 보내준 사진이 꽤 많았다.

        

        

        

       “와, 입에 공갈젖꼭지 문 거 진짜 너무 귀엽다아….”

        

       “이젠 다들 귀엽다는 말밖에 못하게 되셨어요, 아주.”

        

       “꼬리도 가면 갈수록 성장하는구나. 대박.”

        

        

        

        그 말대로.

        

        대략 한두 살을 넘어 슬슬 아장아장 걸어다니다 못해 뛰댕기기 시작하는 세네 살의 내 꼬리는 실로 얇았다. 구체적으로는 음, 편의적에서 일반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콜라캔 100ml보다 조금 더 작은 두께라고 해야 하나. 어림짐작이긴 하다만.

        

        물론 지금은 한 손으로는 다 쥘 수 없을 정도로 굵다. 아마 가장 두꺼운 부분은 알차게 잘 영글은 오렌지의 지름보다도 더 두껍지 않을까. 하기야 뿌리가 그 정도는 되어야 끄트머리로 가도 힘이 사라지지 않겠지.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미리 조금 양념을 쳐두어야 할 부분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유진 씨가 과거에 뭘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네요.”

        

       “그냥 뭐어, 학교 다녔죠. 발현자 위주로 받는 명문 고등학교라나 뭐라나요.”

        

       “아, 거기. 들어본 것 같아요. 서울 어디에 있었다고 들은 것 같은데….”

        

        

        

        말을 얼버무리는 걸 보니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는 듯했지만, 나도 모른다. 발현자 위주로 받는 고등학교가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단 말이지.

        

        아무튼 양념이란 게 뭐냐면, 미리 몇 가지 질문을 유도하거나 대답을 얼버무림으로서 더 파고들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었다. 오늘 다이스와 하모니에게 보여주었던 사진의 맥락 역시도 마찬가지였고 – 이 사진을 보았단 말도 꺼내면 안 된다고 말해주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내 과거, 그러니까 이 세계에서의 내 과거가 어떤 식으로 돌아갔는지를 모르는 이상 섣불리 입을 열면 나만 귀찮아질 뿐이었고.

        

        

        

       ‘그것도 그렇고, 사방팔방에 말해도 된다고 했다가 나중에 과거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때의 지인이랍시고 아는 척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상당히 곤란해진단 말이지….’

        

        

        

        모르는데 아는 척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상식적으로, 그리고 현 시대에서 발현자들의 과거 행적에 대한 이야기를 섣불리 사방팔방에 풀 수 없는 게 법적으로 명시된 이상 – 그게 나쁜 일로 얽힌 것이라면 말이 달라지지만 – 있을지도 모르는 이 세계의 지인들이 떠들고 다닐 수 있을 수는 없다.

        

        기껏해야 팬미팅할 때 운 좋게 걸려서 나와 독대하거나 하면 그제서야 과거 썰 같은 걸 하나둘씩 풀지 않을까. 물론 나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아이러니하긴 한데, 방송한 지 무려 8개월 – 이제는 9개월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까지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는 걸 감안하면 글쎄올시다. 아마 다들 신경쓰지 않을지도 모르지.

        

        요컨대 나도 그닥 신경쓸 필요는 없다는 소리였다.

        

        

        

       “그건 그렇고, 중학교랑 고등학교 때는 뭐하고 지내셨어요? 또 운동?”

        

       “헉, 어떻게 알았지.”

        

       “내 그럴 줄 알았어….”

        

        

        

        그치만 사진을 뒤져보니까 헬스장에서 3대 운동 하고 있는 사진이 태반이었는걸.

        

        아마 운동은 그 즈음부터 열심히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무리 사진첩을 뒤져봐도 몸에 군살이 붙은 사진이 하나도 없었던 걸 보니 확실했다.

        

        아무튼 운동 이야기를 꺼낸 건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 학창 시절과 관련하여 몇 가지 질문을 더 받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딱히 아무런 말도 없었고, 질문도 동아리 같은 게 운동부였는지 그런 걸 묻는 거였으니까.

        

        발현자는 운동부에는 들어갈 수 있어도 어디 대회 같은 건 출전하지 못한다.

        

        그건 어디든 비슷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가 이어졌다. 오늘 자정까지의 채팅 안건은 무언가 귀여운 것이었다. 하모니는 동료인 김스톤이 키우는 포메라니안 사진을 신나게 올려댔고, 다이스는 평소에 키우고 싶었던…비얌을 나한테 보여주며 어떠냐고 물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뱀도 키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한데, 파충류는 주인이랑 교감을 잘 못한다나봐요. 특히 뱀은 더 그렇다는데, 아까워라….”

        

       “그래요? 뱀을 안 키워서 모르겠네요.”

        

       “유진 씨는 뭐 하나 키울 생각은…에, 생각해보니 좀 어렵긴 하겠네요.”

        

        

        

        그 말대로.

        

        아마 내가 집에 강아지를 들여놓게 되면…친해지는 데 좀 많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 동물 입장에서 보자면 자기를 한 입에 삼킬 것 같은 아나콘다가 있는 방에 자기를 풀어놓고 이제부터 쟤가 네 주인이다- 하고 말하는 거랑 비슷하지 않을까.

        

        지난 번 하모니와 함께 갔던 동물 카페도 그렇고, 다같이 갔던 동물원에서도 그렇고. 초식동물은 발현자를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었으니…아주 만-약에 뭔가를 키우게 된다면 아마 뱀을 키우지 않을까 싶었다.

        

        

        

       “그나마 키운다면 뱀 정도일까요.”

        

       “뭐야. 유진 씨도 생각 있었어요?”

        

       “만약의 이야기죠. 딱히 애완동물에 얽매이고 싶지는 않아서….”

        

        

        

        이 세계로 넘어온 이후 매듭지을 일은 전부 매듭짓긴 했지만, 그게 모든 일이 전부 끝났다는 뜻은 아니었다. 싱크탱크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거나 이카루스 초청에 의해서거나…하여간 수많은 이유 때문에라도 앞으로 미국행 비행기와는 꽤나 친해질 예정이었다.

        

        그 긴 거리를 넘나드는 와중 애완동물을 몇 번이고 계속해서 데리고 다니거나, 혹은 갔다오기 전 누군가에게 맡기는 건…그럴 거면 뭔가를 키우는 것 자체를 조금 지양해야만 하지 않을까. 적어도 난 그리 생각한다.

        

        좌우지간 다이스도 비슷한 고민에 빠져있긴 했다.

        

        

        

       “비얌을 보는 건 그냥 파충류 카페에서 만족해야겠어요.”

        

       “그게 정답이죠.”

        

        

        

        그렇게 결론 끝.

        

        그리하여 어느새 시간은 열두 시가 넘었고, 이제 다들 하나둘씩 잠에 들 준비를 시작했다.

        

        오늘의 마지막 안건은 앞으로의 방송 컨텐츠였다.

        

        

        

       “그건 그렇고, 좀 있으면 미확인구역에 메카 유진 씨 정식으로 출시한다는데, 그거 해볼 예정이에요? 저는 내일부터 해볼 것 같은데 같이 하실래요?”

        

       “내일은 아마 무리일 것 같아요.”

        

       “아, 스케줄 있으세요?”

        

        

        

        피식.

        

        약간의 웃음과 함께, 나는 입을 열었다.

        

        

        

       “내일 부모님이랑 좀 돌아다니기로 했거든요.”

        

        

        

        그것만은 양보할 수 없었다.

        

        내일은 간만에 여의도의 연양갱에 방문할 예정이었다.

        

        

        

        

        

        

        

        

        

        

        

        

        

        

        

        

        

        

       “…정기 방문으로 신체 검사만 좀 받으려고 했더니, 엄마랑 아빠가 방문한다는 것만으로 이카루스 한국 지부가 난리가 났는데. 특히 엄마가 방문한다니까 조금, 어….”

        

       “그럴 수밖에. 경영진단팀장이거든.”

        

       “경영진단팀장이면…?”

        

       “감사팀의 수장.”

        

       “아.”

        

        

        

        기업에 다니면서 감사팀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 같기는 한데, 아무튼.

        

        아무튼 나와 엄마, 그리고 아빠는 현재 차를 타고 올림픽대로를 따라 달리는 중이었다. 목표는 여의도였고, 방문 이유는 아까도 말했다시피 신체검사였다. 나 같은 경우 발현자였으므로 1년마다 접속기와 오차가 생기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카루스 한국 지사에 방문해야 했다.

        

        물론 반드시 1년마다는 아니었고, 오차 범위 플러스마이너스 4개월 정도. 몇 주 전부터 그 정도 범위 안에 들어갔기 때문에, 부모님이 이카루스 한국 지사에 잠시 들리신다는 사실을 듣고는 겸사겸사 함께 갈 예정이었…는데.

        

        어쩐지 미안해지는걸.

        

        

        

       “감사팀이면 그거죠? 기업 내 부정부패 잡아내는 그런.”

        

       “잘 아네, 우리 딸. 맞아. 일종의 헌병 같은 거지. 그런데 좀 많이 복잡한 사안을 다루는.”

        

       “엄마가 무서운 일을 하고 있어….”

        

        

        

        실로 그 말대로였다.

        

        좌우지간 오늘은 간만에 이진철 대리와 한설아 사원…8개월 전의 이야기니 글쎄다. 아직 1년도 안 지났으니 직급이 바뀌었을 것 같지는 않고. 그동안 두 분 다 어떻게 지내셨으려나 모르겠다.

        

        그리 생각하는 사이 차량은 여의도로 진입했고, 누가 봐도 참 까매보이는 빌딩 정면으로 이동했다. 운전수조차 없는 의전 차량이 나와 가족들을 이카루스 지사 앞에 내려주었고, 차는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지하 통로로 빨려들어가듯 사라졌다.

        

        그리고-

        

        

        

       “이카루스 한국 지부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바로 회의실로 가시겠습니까?”

        

       “아뇨. 오늘은 그러려고 온 게 아니니 괜찮습니다. 그래도 예비감사가 2주 후에 있으니 얼마 전에 갖추어야만 한다고 언급했던 자료들을 충분히 잘 정리해두는 게 좋을 거예요.”

        

       “여부 있겠습니까. 혹시 그러면, 오늘 방문은….”

        

       “아.”

        

        

        

        누가 봐도 프로페셔널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이런저런 사항을 덧붙이던 엄마의 목소리가 살그머니 느슨해진다.

        

        어제까지만 해도 계속 보아왔던 자연스러운 웃음이 입가 위로 덧씌워졌다.

        

        

        

       “우리 딸내미 신체능력 테스트 하는 거 보러 왔지요.”

        

       “…예?”

        

       “이진철 대리, 그리고 한설아 사원. 가족이 딸이 옆에서 운동하는 걸 같이 구경하는 것까지 직권 남용이라고 하는 건 아니겠죠?”

        

       “아, 그, 그게 말입니다.”

        

       “후후, 농담이예요. 정 뭐하면 밖에서 기다리면 되니.”

        

       “아닙니다! 동행하셔도 됩니다!”

        

        

        

        으유, 증말.

        

        아무튼 엄마와 아빠가 동행하는 게 안 되는 이유는 실질적으로 없었기에, 결국 오래간만에 이 건물에 다시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자니 작년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플라이스테이션도 가고, 수영도 했으며, 몸에 패치를 붙이고 근력을 측정하거나 움직임을 확인하는 뭐 그런.

        

        뭐라고 해야 하나. 지금 이 시점의 엄마랑 아빠가 이카루스 한국 지부에 있어서 공포의 대상이라는 건 알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 시선을 마주쳤을 때 본 광경은…과거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눈빛과 동일했다.

        

        변하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그렇기에 나는 안심하고 측정에 임할 수 있었다.

        

        

        물론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끼기긱…!

        

        

        

       “내가 다 무서워지려고 그러네, 정말.”

        

       “말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하하, 아직 작년 기록의 절반조차도 가지 못했습니다. 따님을 한 번 믿어보세요.”

        

        

        

        뒤에서 다 들린다.

        

        아무렴, 보다시피 부모님은 내가 운동하는 실질적인 모습을 본 적이 없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보여지고 있다는 것에 부끄러운 것과는 별개로, 그래도 가족한테 멋있는 모습 – 멋있는 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을 보여주는 건 누구나가 원하는 보편적인 감성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원칙을 충실히 따를 것이었고, 지난 번에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까지 같이 보여줄 예정이었다.

        

        그렇게 일반적인 사람에게는 결코 허용되지 않는 막대한 무게가 허공을 몇 번이나 오갔고, 8개월 전 반쯤 야매로 측정했던 테스트보다도 더 진보된 결과를 산출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누가 그렇게까지 하랬니, 아유…다친 데는 없지? 몸 아프거나 하지는 않고?”

        

       “병원에 가봐야 하지는 않으려나, 이거.”

        

       “아이, 괜찮아요. 이미 이전부터 이렇게 운동했던 거 아시는 분들이 진짜.”

        

        

        

        물론 그럼에도 걱정되는 게 가족이라며 엄마한테 등짝을 찰싹찰싹 맞게 되었다.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이전보다도 손이 매워졌다. 내 주변에는 왜 이렇게 손이 매운 사람들이 많은 건지 고민이 심해지는 시간이었다.

        

        당연하겠지만 이걸로 끝은 아니었다. 아직 남은 게 한참이었고, 개중에는 8개월 전보다 진보된 측정 기기 및 다양한 테스트 챔버 등의 존재로 인해 더욱 그러했다 – 확실한 건 오늘은 집에 돌아가서 헬스장에 갈 필요는 없을 듯했다.

        

        그리하여 대략 1시간 30분 정도, 아크로바틱이라는 단어로 전부 포괄할 수 없는 몸놀림으로 오만가지 테스트를 통과한 뒤 시계를 보았다.

        

        점심식사 시간이었다.

        

        익숙한 듯 이카루스 한국 지부를 휘젓고 다니는 나를 보며 엄마와 아빠가 한 마디 덧붙였다.

        

        

        

       “8개월 전이라고 했나? 그때도 이랬니?”

        

       “네. 복귀한 이후 한…1주일 정도 됐었나, 그때가. 벌써 그렇게 됐네요. 여기 밥 맛있어요. 미국 가면 또 그리워질 텐데 많이 먹고 가요. 얼마 전 미국에서 먹었던 음식들은 전부 너무 달고 짜고 그래가지고….”

        

       “이젠 진이가 우리 걱정을 다 하는구나. 많이 먹고 가야지, 그럼.”

        

        

        

        그러더니 이어지는 말.

        

        

        

       “간간이 1등석 티켓 한두 장씩 보내줄 테니 자주 놀러오렴.”

        

       “친구들 데리고 가도 되죠?”

        

       “당연한 말을. 사람 수대로 보내줄 테니 미리 말하고.”

        

       “네에.”

        

        

        

        짤막한 정적.

        

        물론 미국에 자주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 더…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내일 바로 가요?”

        

       “마무리지어야 할 일이 몇 개 있거든. 아마 그게 끝나면…9월 즈음에 한 달 정도 크게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

        

        

        

        당연하겠지만 못내 아쉬운 게 사실이었다.

        

        기왕이면 부모님도 이카루스라는 직장에서 해방시켜줬더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세상 일이란 게 그렇게 편의주의적으로만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

        

        그리하여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좀 더 자주 놀러다니겠다는 다짐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너무 조급해지지 마렴.”

        

       “…그치만.”

        

       “이제 더 이상 해결해야만 하는 일도, 시간에 쫓길 이유도 없으니.”

        

        

        

        …그 말이 맞았다. 더 이상 불안해할 필요는 없었다. 이제 나는 가족을, 그리고 가족은 나를 떠나지 않을 터였으니.

        

        이별 다음에는 반드시 재회가 기다린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게 느껴졌다.

        

        

        

       “친구 많이 데리고 갈 거니까 기대하세요.”

        

       “음식 준비를 많이 해야겠네.”

        

       “그렇다고 직접 만들 생각일랑 하지 말고, 그냥 애들 좋아하는 거나 많이 사줘요. 그 정도면 됐지.”

        

        

        

        뭐라고 해야 할까.

        

        어제가 재회였다면, 오늘을 요약하자면…일상으로의 복귀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날이 좋았다.

        

        아무 걱정 없는 하루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부모님 참관(감사팀 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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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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