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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7

    <367 – 또 다른 일일퀘스트 던전의 비밀>

     

    모브의 갑옷을 강화해준 김에 겸사겸사 강화한 과제상자는 은신에 제법 쓸 만했다.

    +5강 보물 주제에 기능이 탐지무효 하나밖에 없으면 그럴만도 하지!

     

    “응? 어째서 이런 곳에 상자가…”

    “바보야, 건드리지 마!”

     

    우연히 상자를 뒤집어쓴 채로 마주친 학생들은 호기심을 보이다가도 서로를 말리는 이들 때문에 섣불리 손을 대지 못했다.

     

    “계약사기꾼 벨로카시오가 상자로 위장한 계약서를 놓아둔 거면 어쩌려고 겁도 없이 건드려?”

    “헉! 그런 잔악한 수단이 존재하다니 상상도 못해봤어. 너 설마 걸려본 적이 있는 거야?”

    “아니. 지나가던 2학년이 벽에 걸린 공고문 떼다가 계약서가 번쩍이더니 외마디 비명과 함께 어디론가 강제로 전송되어서 사라지는 광경을 봤어.”

    “미친…”

     

    그거 벨로카시오 선배가 아니라 학생회에서 한 건데.

     

    “그거 벨로카시오 선배가 아니라 학생회에서 한 건데요!”

     

    상자 위로 고개를 불쑥 내밀고 속마음 그대로 정보를 전달하자 학생들이 으아악 비명을 질렀다.

     

    “상자 속에서 사람이 나왔어!!”

    “맙소사. 오크노디다! 계약을 강매할지도 몰라. 도망쳐!!”

    “…”

     

    순식간에 비명을 지르며 달아난 동급생들의 판단력과 생존력이면 2학년까지는 확실하게 볼 수 있겠다.

    내년에 또 보자!

     

    [깜짝상자에서 튀어나와 지나가던 1학년을 놀라게 했습니다.]

    [잠행 경험치+1]

    [겁주기 경험치+1]

     

    [완벽한 은신으로 인해 깜짝상자를 과제제출함으로 착각한 학생에게 주간제출과제를 받았습니다.]

    [속임수 경험치+1]

     

    [지나가다 과제제출함을 발견한 청소메이드가 오늘따라 과제가 많이 제출되었다고 대견하게 생각하며 과제제출함을 비치구역으로 운반했습니다.]

    [속임수 경험치+1]

     

    [과제를 하지 못하고 지나가던 티토소가의 가방에 잘못 집어넣은 과제를 소매 넣기 했습니다.]

    [숨기기 경험치+1]

    [착한아이 경험치+1]

     

    1학년들을 지나친 뒤로도 오늘도 충실하게 숨기 경험치작을 진행했다.

    오늘 하루도 알차게 보냈네!

    강의가 끝나고 남는 시간마다 짬짬이 하는 기능작에 만족하며 슬슬 철수하려던 도중, 때마침 복도를 지나가던 조나의 모습이 보였다.

    와, 조나!

    상자를 벗고 벌떡 일어나서 달려가려다가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조나는 기능작을 하기 좋은 상대였다.

    교수가 된 지는 얼마 지나지 않았지.

    경험치는 교수급으로 많이 주지.

    그러면서 교수물도 덜 들었고.

    실력 있는 학생을 대학원생으로 영입하려는 위험한 사상을 지니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머. 우리 실험대도 잡아서 던져보고 싶니? 얼마든지 환영이란다. 매번 피해보상을 착실하게 할 노예가 들어오면 연구실의 자원이 풍족해지겠어.

    -안 그래도 새로 개발한 초고속의 검류 하이퍼 템페스트의 연습상대가 없어서 곤란했는데 다행이군. 근력괴물. 죽지 않을 정도로만 다뤄주지. 내 칼을 천 번만 피하면 풀어주마.

    -학생의 몸은 정말 튼튼해서 좋아요… 아아.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괴로워지는 교수들의 면면!

    그에 비하면 조나는 교수 상대로 기능작 하다가 걸려서 개고생할 걱정이 없는 안전자산!

     

    ‘응? 동선이 왜 이러지?’

     

    흔히 교수님들이 다니는 집무실부터 강의실, 그리고 숙소를 오가는 길을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조나의 동선은 대단히 이상했다.

    2학년 생물실을 들르는가 하면 3학년 전용 복도의 막다른 길을 확인하고, 4학년의 통로를 지나 교직원 휴게실을 들렀다가 수련동으로 향하는 걸음.

    목적이 뭔지도 종잡을 수 없는 걸음으로 마치 아카데미를 관광이라도 하듯이 이곳저곳 거닐지만 정작 그 걸음에 낯선 환경에 대한 기대나 망설임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것처럼 기계적인 걸음으로 향하는 곳마다 벽에 손을 집어넣고 꺼내기를 몇 차례.

    마침내 숨겨둔 비밀통로에 진입하는 시점에서 나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아앗! 저긴 플레이어들만 아는 일퀘던전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고가치 재료가 잔뜩 쌓여있는 실험실과 그곳을 지키는 골렘으로 이루어져 있는 일일퀘스트던전 <버려진 실험실>.

    매주 자동으로 리스폰 되는 실험실 자원을 얻거나 골렘격퇴 경험치를 노리며 들락거리곤 했었지.

    옛날 일들을 떠올리며 슬금슬금 상자를 뒤집어쓰고 걷는데 허공에서 누군가와 툭 부딪쳤다.

     

    “아얏.”

    “!?”

    “헉! 위험하게 단검부터 꺼내면 어떡해?”

     

    허공에서 물감이 번지듯이 스르륵 나타나는 이는 상급은신술의 소유자 즈앙.

    보물의 도움도 없이 맨몸으로 저만한 은신을 선보이는 것부터 정말 대단한 친구다.

    무언가 기분이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는지 가면까지 뒤집어쓴 즈앙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대화를 나누다보니 금방 기분이 풀렸나보다.

     

    “같이 들어갈래?”

    “좋아.”

     

    갑갑한 가면을 벗고 함께 일퀘던전에 들어가니 평소와 다르게 굉장히 난이도가 올라간 던전의 보안장치들이 보였다.

    ‘버려진’이 아니라 마치 ‘주인이 돌아온’ 실험실에 불이 들어오고 장치들이 재가동하는 것처럼 사방에서 마력반응이 느껴졌다.

     

    “들킬 것 같지 않아?”

    “그러네! 조나는 아는 곳인가? 재단의 비밀 아지트 그런 건가봐!”

     

    그럼 매주 일퀘를 하면서 나는 재단의 아지트를 털고 있었던 건가!

    새삼 파파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생긴다.

    파파가 아니었을 때에도 일용할 자원을 베풀어줬다니 역시 재단은 참 좋은 조직이다.

     

    “레이저 센서야. 넘어갈 수 있겠어?”

     

    눈 깜짝할 사이에 내딛는 암살자의 걸음인 순보瞬步로 레이저 센서를 넘어간 즈앙.

    단련된 곡예로 가볍게 넘어주자 즈앙이 이 정도는 따라올 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앗, 미믹계단 함정이야!”

    “…그거라면 브론즈 교수님의 보물저장고 지하계단에서 질리도록 겪어서 알아볼 수 있어.”

     

    먼저 미믹계단을 피한 내 뒤로 즈앙이 폴짝 뛰어올라 사뿐하게 곁에 섰다.

    복습을 잘 했을지 궁금해서 미믹이 아닌 계단도 여러 개 같이 도약으로 뛰어넘었는데 용케 내 뒤만 따라오지 않고 자기 간격으로 미믹계단을 피했네.

     

    이후로도 주거니 받거니 보안마법과 함정들을 피하니 마침내 버려진 실험실 통로 너머 내문이 나타났다.

    문 앞을 지키는 것은 덩치가 아주 큰 골렘.

    게임으로 즐길 때에는 눈만 마주쳐도 포효를 지르며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골렘들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이번엔 멀뚱멀뚱 우리를 쳐다봤다.

     

    “오크노디.”

    “왜?”

    “쟤들 은신감지가 있어.”

     

    골렘과 눈을 마주친 즈앙이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조나가 버젓이 안에 있을 장소에서 교전을 벌이고 싶지 않았나보다.

    미행으로 하는 기능작은 오래도록 눈치 채지 못해야 효과가 좋으니 꺼려하는 것도 당연한 자세다.

     

    “그보다 이상하네. 함정은 없던 것까지 새로 생겼는데 왜 골렘은 덤비질 않는 걸까?”

    “없던 것까지라니… 설마 전에도 여길 와본 적이 있었던 거야?”

    “응! 강의준비물이 가끔 나오거든.”

    “치사해.”

    “헤헹. 알뜰하지?”

    “칭찬 아니야.”

     

    근데 골렘이 진짜 이상하네.

    분명 선공형 몹이었는데 왜 덤비질 않는 걸까.

    어차피 은신도 들킨 거 그냥 대놓고 걸어가서 손가락으로 툭 건드려보았다.

    골렘의 발성기관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삐빅. 정식명단에 등록되지 않은 불청객입니다. 이곳은 위험한 시설이오니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우왕. 경고문도 나오네.”

    “전에는 어땠는데?”

    “눈 마주치자마자 걷어찼어!”

    “…그런 골렘은 상대하고 싶지 않네.”

     

    1학기 중간고사에서 플라톤 교수님의 상급반 체력단련 시험을 치르며 탑승했던 골렘 펫과 달리, 실험실을 지키는 골렘은 생김새도 인간에 가깝고 날카로운 느낌이 있다.

    전투력도 대충 아무 돌이나 주워서 제 몸으로 삼은 스톤골렘 따위보다 훨씬 낫겠지.

     

    “우리가 들어가면 때릴 거야?”

    “삐빅. 신장 150cm 이하 불청객은 이전 사용자가 입력한 특수규칙에 의거하여 공격하지 않습니다.”

    “엥? 어째서?”

    “삐빅. 해당 질문의 답을 들을 권한이 없습니다.”

    “골렘은 원래 삐빅거리지 않는데 그건 왜 말하고 있는 거야?”

    “삐빅. 연산처리 도중에 시간을 벌기 위한 인간의 의성어를 모방한 언어습관입니다.”

     

    하긴 전에는 문답무용으로 덤벼들기만 했지, 입을 열고 말을 하지는 않았었구나.

    몰랐던 설정을 알게 될 때마다 같은 아카데미인데도 새로운 느낌이 들어서 즐겁다.

    드래곤교장도 이런 기분으로 교장 노릇을 몇 백 년간 해왔던 걸까?

     

    “이전사용자가 누구야?”

    “삐빅. [데이터검열], [데이터검열], [데이터검열] 이상의 3인입니다.”

    “기록을 지웠나봐.”

     

    즈앙의 말에 볼을 부풀렸다.

     

    “치사해.”

    “나한테 따져도 암기밖에 안 나와.”

     

    소매에서 수리검을 슬쩍 꺼낸 즈앙이 골렘의 견적을 재듯이 올려다보았다.

     

    “찌를까?”

    “그냥 들어가자!”

     

    들어가도 상관없다는데 굳이 싸울 필요는 없지.

    실험실 문을 벌컥 열자 뒷짐을 지고 실험대를 바라보던 조나의 뒷모습이 나타났다.

     

    ‘이걸 어쩌지?’

    ‘…닫아.’

     

    시선으로 오고가는 목소리!

    슬그머니 다시 문을 닫으려는데 조나가 말했다.

     

    “실험실의 방음장치는 들어오면서 해제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익숙한 장소라도 보안장치의 변화를 보다 세밀하게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조나의 함정에 걸려 미행놀이가 발각되었습니다.]

    [기능경험치 상승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으엣. 들켰당.”

     

    원하던 건 얻지 못했지만 잔뜩 굳은 즈앙과 달리 나는 호기심이 더 생겼다.

     

    “조나는 여길 어떻게 알아요?”

    “이곳이 제가 만든 아지트이기 때문입니다.”

    “조나가요?”

    “저 또한 한때는 기프트 아카데미의 학생이었습니다. 지금은 졸업생이라고 해야겠죠.”

    “이 미친 아카데미에 졸업생이 실존했어…?”

     

    즈앙이 경악하는 한편, 조나의 실력을 보면 납득이 가기도 한다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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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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