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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8

    예르나 일행은 그렇게 시설에 울려 퍼진 경보 덕분에 내부 경계가 허술해진 틈을 타 시설 더욱 깊숙한 곳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 경보, 정말 고든이 한 게 아니었다고요?”

    -그래, 만일 내가 했다면 미리 연락을 했겠지. 그건 그냥 우연히 일어난 실제상황이야. 뭔가 변수가 생겼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자신들 말고도 새로운 침입자가 있는 걸까?

     

    그렇다면, 대체 누가?

     

    일단, 고든이 모르는 것을 보면, 용병 쪽은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범죄조직의 침입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곳의 무장상태를 보고도 침입할 조직은 많지 않을 테니까.

     

    한명 한명이 모두 스태프와 로브로 중무장한 전투인원들이 가득한 이 시설에 들이박을 이유가 대체 뭐가 있겠는가.

     

    솔직히 말해, 자금형 비리범죄가 대부분인 에이레스의 범죄조직에게는 무장상태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완드형태의 소형 지팡이만으로도 충분하고, 싸며, 관리하기도 쉽고, 은닉성도 좋다.

    그렇기에 대형 몬스터 웨이브, 또는 대전차용으로나 사용되는 스태프와 같은 형태의 지팡이는 너무나 비효율적이며 관리도 어렵다.

     

    헌데 이만한 투자를 했다는 것은 이곳이 그야말로 ‘중요시설’이라는 얘기인 것이고, 그런 중요시설에 다른 조직이 침입한다는 것은 상대도 전면전을 각오했다는 이야기다.

    그럼 상대쪽 진영도 전차를 챙기든, 폭발물을 사용하든 해서 어떻게든 그 무장을 맞춰 왔을 텐데, 그런 전투가 일어날 조짐은 또 보이지 않는다.

     

    그럼, 대체 아까 있었던 경보는 무슨 이유로…….

     

     

    그 때, 다이튼이 말했다.

     

    “뭐, 됐어. 결국 우리가 필요한 건 하나잖아.”

     

    그녀는 항상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많은 생각을 한다는 것은 많은 가정을 내린다는 것이고, 또 많은 가정을 내리고 선택한 결과는, 제법 괜찮은 형태로 이어지기 마련이니까.

    그런 그녀의 꼼꼼한 성격 덕분에 많은 숲지기들이 도움을 받기도 했었지.

     

    하지만 생각이 깊다는 것은, 동시에 단순한 일도 단순하게 보지 못한다는 단점이 된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일조차 근심을 키운다.

    괜히 고민해봤자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조차,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심력을 소모하게 된다는 거다.

     

    “그래, 우리한테 중요한 건 그 사람들이 왜 자리를 비웠느냐에 대한 정보가 아냐. 후딱 필요한 정보나 챙기고 도망가면 그만이지. 그럼 우리랑 더는 상관도 없어. 그러니까, 지금에 집중하자.”

    “하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유통경로와 루크에 관한 정보니까…….”

     

    예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다.

     

    그것만 얻으면, 이 시설따윈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일이다.

     

    “고든, 이제 어디로 가야하죠?”

    -정보실은 그 근처일세.

     

    ——-

     

    마침내 도달한 정보실, 예르나와 다이튼은 그곳을 지키던 인원을 제압한 뒤에, 지팡이와 무장을 빼앗고 청소도구함에 던져넣었다.

     

    예르나는 다이튼에게 제압한 인원에게서 빼앗은 로브와 지팡이를 건넸다.

     

    “자, 받아. 너도 이제야 무장하게 됐네.”

    “이 로브, 나한테 사이즈가 안 맞는데…….”

     

    다이튼은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었다.

    그는 티셔츠 하나를 살 때도 평범한 옷가게에서 사이즈를 찾을 수 없는 거구다.

    일반인에게 맞춰진 로브가 맞을 리 없고, 망토를 두르면 제대로 잠기지도 않아서 무릎담요를 뒤집어 쓴 꼴이다.

     

    “……풉.”

    “웃지마.”

    “큽, 미안, 너 지금 무슨 이불에 오줌 싼 어린애 같아서…….”

    “뭐라고?”

     

    다이튼이 예르나에게 뭐라고 반박하려던 순간, 텔레파시가 쏘아져왔다.

     

    -투닥거리는 건 일 끝나고 나서 하지, 일단은 자료부터야. 하아, 이래서 부부동반으로는 일을 안 시키는 거지.

     

    “……알고 있습니다.”

    “네. 알겠어요.”

     

    그제서야 서류철이 가득 담긴 이동식 서랍장에 눈을 돌린 그들은, 서류철 몇 개를 꺼내 확인하며 말했다.

     

    “얘네들, 동물실험을 엄청나게 했네.”

    “시설이 아무래도 의료쪽이니까.”

     

    의료 연구시설에서 행하는 동물 실험 쯤이야,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다.

    새로운 주문을 만들어서 곧장 인간에게 쓸 수야 없으니까.

     

    극단적인 동물 애호가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적절한 수준의 동물실험은 금지되기는 커녕 오히려 국가에서 권장되는 편이었다.

     

    “으음, 보아하니 오크나 트롤에게도 실험을 하는 모양인데. 오우거도 있고.”

    “몬스터에게 하는 실험도 불법은 아니지.”

     

    ‘이제 자료들 모두가 진짜 동물실험이 맞는지는 의심스럽긴 하지만.’

     

    이 자료들 모두가 루크와 같은 사례라면…….

    그건 꽤 끔찍한 사건이 되리라.

     

    그렇게 자료를 취합하던 다이튼과 예르나는 마침내 필요로하던 자료를 찾아낼 수 있었다.

     

    “예르나, 찾은 것 같다. 고양이, 이거 뿔하고 눈 보니까 확실히 맞는 것 같은데?”

    “정말이야? 어디, 한번 봐.”

    “자.”

     

    미리 가져온 뿔 달린 고양이 사진과 비교해본 예르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확실히 루크였다.

     

    예르나는 즉시 서류철을 챙긴 뒤에 말했다.

     

    “자, 이젠 여기서 나가…….”

     

    그 순간이었다.

     

    -쿠르릉–!

     

    시설 전체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뭐야, 지진?”

    “또 마력폭풍인가?”

     

    그런 의문을 품는 것도 잠시.

     

    -철컹!

     

    들어온 문으로부터 화재 강화벽과 같은 강철벽이 내려온 것이다.

    완전히 격리되고 만 것이다.

     

    “잠깐만……!”

    “문이!”

     

    -긴급히 시설 전체에 알린다. 지금부터, 코드명 ‘니드호그’가 발령된다.

     

    “니드호그……?”

     

    상황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

     

    그 무렵, 관제실의 제어권을 탈취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던 고든은 이상함을 느꼈다.

     

    “이상하군, 그쪽으로 병력이 모두 모이고 있어. 예르나, 듣고 있나?”

     

    어째서인지 연락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연결상태를 보아, 저쪽에서 끊은 것 같지는 않은데.

     

    ‘마력폭풍 때문인가?’

     

    리엔느 숲은 과거 딜런트가 일으킨 아티팩트 폭주사건 이후로 아직도 간헐적으로 마력폭풍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렇기에 가끔씩 통신이 끊어지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하지만, 마냥 그렇다고 판단하기에는 시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긴급히 시설 전체에 알린다. 지금부터, 코드명 ‘니드호그’가 발령된다.

     

    안내와 동시에 모든 출입구가 봉쇄된 것이다.

     

    “니드호그라고?”

     

    이 방송과 격리조치는 관제실에서 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즉, 정말로 긴급한 상황이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

    게다가 시설 격리라니, 이것은 누군가 시설에서 탈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아닌가?

     

    ‘쳇,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하군.’

     

    “예르나, 예르나! 응답해! 제길, 안 들리나.”

     

    이렇게되면 하는 수 없다.

    이 늙은 몸을 이끌고 직접 행차하는 수 밖에.

     

    ——-

     

    당황한 다이튼을 두고, 예르나는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일단 환기구는 너무 작아서 사람이 들어갈 수는 없는 크기고, 벽은 현재 가진 지팡이로는 열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해보인다.

    어떻게 문의 틈을 비집어 열어보려고 한들 문 바깥쪽에서 가리듯 내려온 벽은 방 안쪽에서는 작은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퉁퉁.

     

    나갈 문을 막은 벽을 노크하듯이 몇 번 두드려 본 예르나가 말했다.

     

    “이상해, 안에서 열 수 없는 문이잖아. 이건 화재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화벽이 아냐. 누군가의 탈출을 막기 위해 설치한 거야.”

    “그 말은…….”

     

    다이튼의 말에 예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여기에 꼼짝없이 갇혔단 말이지.”

    “큰일이잖아!”

    “침착해. 그래도 영원히 갇혀 있진 않을 거야.”

     

    지금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갇히긴 했지만, 침입자를 의식한 거라면 누군가 문을 열 것이다.

    안쪽에서 침입자를 굶겨 죽일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 때, 들어온 녀석을 제압하고 탈출하면 돼.”

    “……그거, 엄청 위험하지 않겠어?”

    “다른 방법은 아직 떠오른 게 없는 걸.”

    “그렇긴 하지만…….”

     

    항상 몬스터와의 전투만 해왔기 때문에 이런 임무엔 그다지 경험이 없는 다이튼이다.

    예르나가 하는 말이라면 그저 믿는 수 밖에.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평소 안하던 생각을 하고 있으니, 후회가 든다.

     

    ‘스태프를 하나 챙겨둘 걸 그랬나? 그랬으면 벽을 부수고 탈출할 수 있었을 텐데.’

     

    소음으로 시선을 끌기는 하겠지만, 아무런 방법이 없는 것 보다는 낫지.

    아니면, 늦장부리지 말고 좀 더 빨리 자료를 찾았어야 했는데.

    아까 예르나와 농담을 하지 않고 제대로 자료를 뒤졌다면, 지금 갇히지는 않았겠지?

     

    그러던 중, 다이튼은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예르나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다이튼, 잠깐 지팡이랑 로브 좀 줄래?”

    “응? 그건 왜?”

    “지팡이로 간이 점착폭탄을 만들거야.”

     

    예르나는 불법 개조된 지팡이는 위원회에서 인증한 정품과는 달리 과부하를 일으키기 쉽다는 것을 말하며 설명했다.

     

    “로브로 감싼 뒤에, 고열을 내는 주문을 가능한 많이 영창할거야. 그러면 적어도 2000도 정도는 낼 수 있겠지. 그걸 이용해서 벽을 녹일거야. 지팡이가 좀 오래 버텨준다면, 사람 하나 기어나갈 정도의 구멍은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거 괜찮은 생각인데.”

     

    예르나의 의견에 다이튼은 감탄했다.

     

    항상 생각이 많던 예르나는, 당연히 지금도 뭔가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다.

    자신은 지나간 일에 후회밖에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고 있었단 거다.

    다이튼은 감격한 표정을 지으며 예르나를 바라봤다.

     

    “좋아, 당장 하자!”

    “그럼, 일단 로브부터 벗어봐.”

    “응, 알겠어!”

     

    그 순간이었다.

     

    -쾅!

    -퍼엉!

    -콰직!

     

    벽 밖에서 알 수 없는 소란스러움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 다이튼과 예르나는 멈춰버렸다.

     

    “뭔가 마력이 느껴져, 무슨 일이지?”

    “아무래도 적들이 먼저 왔나봐! 로브 얼른 입어!”

    “으, 응!”

     

    그렇게 다이튼과 예르나가 허겁지겁 벗었던 로브를 다시 낑겨입던 순간…….

     

    -……철컥-.

     

    “뭐야, 그 새를 못 참고 부부끼리 좋은 시간 보내던 중이었나? 이거, 내가 시간을 잘못 잡았나보군.”

    “고든……?”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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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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