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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68

        

       죽은 자는 산 자를 증오한다.

       죽은 자는 산 자가 자신처럼 되기를 원한다.

       그리하여, 귀신들은 속삭인다.

         

       그들을 자신처럼 만들기 위하여.

         

         

         

        * * *

         

         

         

         

       이상함을 눈치채고 있는 무인들에게 메일이 도착했다.

         

       『 빌딩함정구출필요 』

       『 격벽내려옴배터리거의없음 』

       『 통신상태최악강신히성공했으나배터리오링 』

       『 빌딩주인부재아직기회있음최대한빨리구출 』

         

       박진성의 빌딩에 가기로 했던 세 사람 중 한 명에게서 온 메일이었다.

         

       급박한 상황에서 썼는지 한자 대신에 가타카나로만 적혀 있었고,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욱여넣으려고 하는 것 같이 보였다.

         

       그렇게 도착한 메일은 총 네 통.

         

       고작 네 통이었다.

         

       “아이고, 이 멍청한….”

         

       그 메일을 확인한 무인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기도 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메일을 다시 확인하기도 했으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숨을 쉬면서 무기를 손질하기도 했다.

         

       “어쩐지 너무 자만한다 했어.”

         

       “아무리 그래도 주술사 집인데, 보안 장치가 하나도 없을 리가 없지.”

         

       “분명 멍청한 짓을 하다가 잡혔을 테지….”

         

       그들은 멍청하게도 주술 불모지의 핏덩어리 주술사에게 잡혀버린 세 사람을 아래로 내리쳤다. 그들을 욕했고, 이런 돌발상황을 만든 것에 대해 투덜거렸다.

         

       “그 녀석들 이런 돌발상황은 겪어보지 못했지?”

         

       “그렇지 뭐. 여기에서 그런 거 겪어본 사람이 몇이나 있어? 맨날 가주님, 도련님, 아가씨 경호나 하고 다녔지.”

         

       “쯧.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슨 함정에 걸리고 있냐…. 자기들이 무슨 멧돼지야? 덫에 걸리게?”

         

       그들은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 장비를 손질하면서도 끝없이 불평을 늘어놓았다.

       갑자기 없었던 일거리를 만든 셋에 대한 성토이기도 했지만, 함정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곳으로 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어떻게든 해소하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잡혔고, 어떻게든 구출해야만 하는 것을.

         

       단순히 동료라서 구하는 게 아니다.

       저 셋이 그냥 돈으로 산 용병이었다면 그냥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 셋은 버릴 수 없는 사람들이다.

       화족 가문에서 각각 이번 작전을 위해 투입한, 그들이 애지중지 여기는 능력자였다.

         

       평소에도 어찌나 애지중지하는지 험한 곳에는 내보내려 하지 않고, 자신들을 돋보이려고 끌고 다니거나 경호 업무에만 쓰는 상황인데…. 그런 귀중한 이들을 작전 중에 멍청히 잃어버리고 귀환했다고 보고를 올린다?

         

       난리가 날 게 뻔했다.

         

       저 셋이 속해있는 화족 가문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날뛰게 될 것이며, 작전에 참여했던 이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느니, 당장 구출 작전에 돌입해야 한다느니,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느니 하면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 것이 분명했다.

       최악의 상황에는 ‘동료가 붙잡혔는데도 구출할 생각도 하지 않고 돌아온 비겁한 놈들에게 벌을 내리겠다.’라는 주장과 함께 보복을 가할 수도 있었고.

         

       아니, 분명히 한다.

         

       자존심과 자부심만으로 살아오는 그들이 복수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부하의 복수는 주군이 해야 한다는 수백 년 전의 꼰대들이나 할법한 생각으로 돈을 퍼부어서 복수하겠지.

         

       물론 다른 가문의 눈치를 봐야 하므로 끔찍한 수준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삶을 괴롭게 만들 수준은 되리라.

       여러 명이 와서 린치한다거나, 가족에게 해를 가한다거나, 재산을 잔뜩 잃어버리게 해서 빈궁하게 만들거나….

         

       당연히 보복당한 능력자가 속한 화족 가문도 분개하기는 할 거다.

       하지만 명분이 그쪽에 있는 데다가, 적당히 선만 지킨다면 그냥 넘어가겠지.

       아무리 애지중지한다고 한들 아랫사람이다.

       화족만큼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화족 가문끼리의 분쟁이 일어나는 것보다는, 능력자가 조금 아픈 게 훨씬 낫지 않겠는가?

       하물며 큰 보복도 아니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 꼴을 당하느니 그냥 지금 구출해오는 게 낫지.’

         

       당해놓고 하소연도 못 하는 꼴이다.

         

       그런 꼴을 당하느니, 그냥 지금 구출을 하는 게 백배 나았다.

         

       전투원들이 삼엄한 경계를 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적진으로 침투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함정에 걸린 세 사람만 구하면 되는 문제다. 주술사가 있는 상태였다면 부담이 되었겠지만, 다행히 메일에서는 빌딩주인인 박진성 주술사가 없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주술사도 없고, 함정만 주의하면 된다.

         

       혹시 있을 함정을 피하고, 갇힌 사람을 구하고, 귀환한다.

         

       딱 그것만 하면 된다.

         

       문제는, 없다.

         

       그들은 장비를 정비하고, 작전을 짠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박진성 주술사의 빌딩에 가서 세 사람을 구출하기 위해서.

         

       하지만, 단 한 사람.

       일어나지 않는 이가 있었다.

         

       “와타나베 씨. 왜 그럽니까?”

         

       와타나베.

         

       일찍이 세 사람에게 주의해야 한다면서 충고를 한 무인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장비를 챙길 때도 미적거리고 있었고, 장비를 다 입었음에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마치 엉덩이가 바닥에 딱 달라붙기라도 한 것처럼 그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고, 갈등 때문인지 동공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음에도 그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설마 지금, 가지 않겠다는 겁니까?”

         

       와타나베의 태도는 명확했다.

         

       가지 않겠다는 것.

       셋을 구출하는 데 힘을 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는….”

         

       와타나베는 겁쟁이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그리곤 정말 말하기 힘들다는 듯, 무거운 입술을 떼서 천천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말하기 민망하다는 듯, 정말로 부끄럽다는 듯 아주 천천히 말이다.

         

       “…가지 않겠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가지 않겠다는 말.

         

       “하. 어째서입니까?”

         

       “…여기를 지킬 사람도 필요하지 않겠나.”

         

       와타나베는 자신이 가지 않는 이유를 어떻게든 포장해서 내놓았다.

         

       모두가 가서는 안 된다고.

       여기를 지키고 있을 사람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혹시나 연락이 오거나, 무슨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해 한 사람은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한 말이기는 했다.

       얼핏 들으면 말이다.

         

       “이봐요, 와타나베 씨. 그런 거면 비전투원이 해야지, 왜 당신이 있어요?”

         

       “지금 여기를 보세요. 전산학부 출신 해커도 동료를 구하기 위해 우리를 따라오려고 하고 있습니다. 전투원도 아닌데 장비를 착용하고, 우리와 함께 그 빌딩에 들어가서 우리를 지원할 생각이라 이 말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여기 남는다고요?”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와타나베는 무인이 차마 하지 못한 매도가 귓가에 생생하게 맴도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크흠. 그래도 마법사니까 완전히 비전투원이라곤 할 수 없지 않겠나…?”

         

       “하, 지금 그걸 말이라고….”

         

       결국 와타나베의 입에서 나온 것은 궁색한 변명.

       해커라고는 해도 마법사 출신이니, 마력을 이용해서 싸울 수는 있지 않겠냐는 물음이었다.

         

       하지만 그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도, 무인도, 마법사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마력을 사용할 수 있다?

       아무 의미 없다.

       옛날 마법사처럼 마력을 직접 끌어올리고 마법을 사용하면서 싸우는 것도 아니고, 요새 마법사들은 아예 공격용 마법을 배우질 않는다. 호신용으로 몇몇 마법을 배우기는 하나 단지 그뿐. 전투 마법에 관심이 있거나, 전투 마법과 관련된 심화 과정을 거치지 않는 이상에야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아티팩트?

       물론 그건 전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군대나 용병과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연구원에 지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전투에 도움 되는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을 것이며, 그것을 얼마나 잘 다룰 수 있을까?

         

       말 그대로 호신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차라리 사격 취미가 있는 총을 든 일반인이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뭐?

       완전히 비전투원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1인분은커녕 짐이 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건…. 말 그대로 궁색한 변명, 그 이상이 될 수 없었다.

         

       와타나베는 자신이 한 말에 부끄러움을 느낀 것인지 귀가 빨갛게 변했다.

       거기다가 얼굴 역시 달아올라 있었고, 부끄러움 때문인지 입술을 꽉 깨물고 있기까지 했다.

         

       하지만 딱 그뿐.

       그는 절대로 일어날 생각이 없다는 듯, 바닥에 엉덩이를 딱 붙이고 있었다.

         

       동료들이 그를 겁쟁이처럼 바라보고 있더라도, 그는 절대로 일어서지 않았다.

         

       “하, 사람 참….”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입니다. 와타나베 씨.”

         

       그들은 수평적인 관계였다.

       작전으로 뭉쳐있을 뿐인, 수평적인 관계.

       상관도 없고, 지휘자도 없다.

         

       와타나베에게 작전을 강제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저 태도를 보라.

         

       저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사람은 끌고 가면 오히려 작전에 방해가 될 것이 뻔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와타나베를 버리고 가기로 했다.

         

       [ …겁쟁이 같으니. ]

         

       그렇게 그들은 장비를 착용하고 숙소에서 떠나갔다.

         

       개중에 한 명은 와타나베가 그렇게 딱 달라붙은 것이 겁을 먹었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 전음으로 그에게 모욕적인 말까지 던졌다.

         

       하지만 와타나베는 그런 말을 들었음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떠올렸을 뿐이다.

         

       『 주술사의 거처에는 절대로 가서는 안 돼….』

         

       옛날에 할아버지가 해주셨던 경고를.

         

       그리고 메일을 보았을 때 느껴졌던, 비정상적일 정도의 불길함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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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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